1999년, 4만여 명의 시위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3차 각료회의장을 에워쌌다. ‘시애틀 전투’로 불리는 이 시위는 일개 정책이 아닌 체제 자체에 대한 항거였다. 반세계화·반자본주의를 기치로 하는 대안세계화 운동의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공공선을 목적으로 관세와 무역에 관한 협정(GATT)가 체결되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부상하며 이 협정은 극적으로 변질되었고, 세계무역기구가 탄생한다. 세계무역기구는 자유와 공정을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발전주의하에 자립을 도모하던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가로막으며 강제된 불평등을 자연적인 것으로 둔갑시켰다.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을 글로벌 남부 전체에 걸쳐 확대하고 표준화하여 열강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무역 자유화는 제약 분야 등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높여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수많은 글로벌 남부 사람들을 학살했고, 일률적인 공정의 잣대를 들이밀어 국제 교역 규칙이 부유한 나라들에 유리하도록 만들어 불평등을 고착했다. 1999년의 시애틀 투쟁은 이러한 폭주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으나 열강들은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양자 간 협상이라는 우회로를 개발하며 결국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국가 주권의 원칙을 뒤흔들었다.
영화는 1,000시간가량의 뉴스 방송, 홈 비디오, 미공개 현장 영상을 교차시켜 세계를 멈춰 세웠던 시애틀의 나흘을 재구성한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불온한 외침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미국을 위시한 열강이 설계한 논리에 의해 구동되는 현재를 질문한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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