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99 WTO/99

작품 줄거리

1999년 11월 30일, 4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시위를 준비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모인 시위대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대변하지만, 함께 거리를 가득 채운다. WTO/99는 산업화된 세계의 무능함, 그리고 점점 더 거세지는 미국의 국가 폭력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담아낸 기록물이다.

프로그램 노트

1999년, 4만여 명의 시위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3차 각료회의장을 에워쌌다. ‘시애틀 전투’로 불리는 이 시위는 일개 정책이 아닌 체제 자체에 대한 항거였다. 반세계화·반자본주의를 기치로 하는 대안세계화 운동의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공공선을 목적으로 관세와 무역에 관한 협정(GATT)가 체결되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부상하며 이 협정은 극적으로 변질되었고, 세계무역기구가 탄생한다. 세계무역기구는 자유와 공정을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발전주의하에 자립을 도모하던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가로막으며 강제된 불평등을 자연적인 것으로 둔갑시켰다.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을 글로벌 남부 전체에 걸쳐 확대하고 표준화하여 열강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무역 자유화는 제약 분야 등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높여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수많은 글로벌 남부 사람들을 학살했고, 일률적인 공정의 잣대를 들이밀어 국제 교역 규칙이 부유한 나라들에 유리하도록 만들어 불평등을 고착했다. 1999년의 시애틀 투쟁은 이러한 폭주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으나 열강들은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양자 간 협상이라는 우회로를 개발하며 결국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국가 주권의 원칙을 뒤흔들었다.

영화는 1,000시간가량의 뉴스 방송, 홈 비디오, 미공개 현장 영상을 교차시켜 세계를 멈춰 세웠던 시애틀의 나흘을 재구성한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불온한 외침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미국을 위시한 열강이 설계한 논리에 의해 구동되는 현재를 질문한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성원

감독

이안 벨

이안 벨은 VICE의 파운드 푸티지 뉴스 시리즈 최초작인 〈소스 머티리얼〉의 창시자다. 그의 장편 다큐멘터리 감독 데뷔작 〈WTO/99〉는 로저에버트닷컴의 로버트 다니엘스로부터 “우리가 현재 서 있는 흔들리는 땅에 어떻게 이르렀는지를 정확히 말해주는 역사적 기록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초연된 시리즈 〈인 더 카드〉의 총괄 프로듀서이며, 뉴올리언스 영화제 최우수 극영화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인스펙터 아이크〉(Factory 25)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단편 다큐멘터리 〈808: 우리가 반응하는 방식〉은 셰필드 닥 페스트에서 초연되었고, AFI Docs 경쟁 부문에 올랐으며, 톨그래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뉴스 스페셜 〈총기 난사의 미국〉(Tubi)은 미국 내 총기 폭력의 영향을 다룬다. VICE 뉴스 수석 프로듀서로서 에미상 후보에 오른 〈VICE on Showtime〉, 〈VICE 뉴스 투나잇〉, 〈VICE 스페셜 리포트〉에 참여했으며, 특히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의 실시간 재구성 작업을 맡았다. 워싱턴 필름웍스 이노베이션 랩, 샹젤리제 US 인 프로그레스, 고담 다큐멘터리 스포트라이트, 노 보더스 필름 마켓 출신이다.

인권해설

1999년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도시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노동조합, 환경운동, 농민, 여성, 학생, 원주민,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서로 다른 언어와 요구를 가지고 거리로 나왔지만, 한 가지 공통된 질문 앞에 함께 서 있었다. 세계를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WTO/99>는 그 질문이 거리에서 폭발하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뉴스 화면과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의 촬영 영상, 시위대의 목소리를 통해 영화는 우리를 시애틀 투쟁의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서로 팔짱을 낀 수천 명의 시위대는 WTO 대표단의 회의장 진입을 막아섰고, 회의 시작을 지연시키며 조직된 대중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구호 중 하나는 “이윤보다 인간을(People Before Profits)”이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WTO 체제가 노동권과 생존권, 공공서비스와 민주주의를 시장의 논리에 종속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와 무역의 문제처럼 보였던 것은 사실 누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 누구의 삶을 희생시키고 있는가의 문제였다. 생명이 아니라 숫자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세계 속에서, 영화는 우리가 무엇을 외면하고 살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오늘날 주식과 성장 지표, 수익률의 숫자가 생명보다 우선되는 시대에 이 구호는 여전히 강력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영화는 국가폭력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지도 보여준다. 중무장한 경찰은 평화롭게 연좌하고 노래하던 시위대에게 최루가스와 고무탄, 곤봉을 동원해 폭력을 가했고 수백 명을 체포했다. 영화는 ‘폭력 시위’라는 익숙한 프레임 뒤에 가려진 국가폭력의 현실을 드러내며, 누가 폭력을 정의하고 누가 불법으로 규정되는가를 묻는다.

시애틀 투쟁은 이후 제노바와 뭄바이 등으로 이어진 대안세계화 운동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그것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전쟁에 맞선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다른 세계를 향한 급진적 상상력의 유산을 남겼다. 그것은 체제에 맞선 집단적 희망의 기억이었다. 26년이 지난 지금, 영화 속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소수 권력이 결정하는 세계의 규칙은 기후위기와 전쟁,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맨 먼저 밀려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WTO/99>는 묻는다. 당신은 어떤 세계를 원하는가. 당신이 원하는 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다른 이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민희(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프로그램 협력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체제전환운동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여 사회생태적 재생산을 중심에 두는 대안체제를 건설하는 운동이자,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수탈과 억압에 맞서 존엄과 평등을 위한 상호의존과 돌봄의 관계로 사회를 재조직하는 운동입니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는 체제전환운동으로 스스로를, 동료를, 운동을 조직하려는 단체와 개인들이 모인 기구입니다.

1827회 서울인권영화제불온하라, 세상을 바꿀 때까지

리뷰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도 좋습니다.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