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Eid)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시리아에 사는 팔레스타인 난민 노부부는 여행 허가증을 들고 국경 검문소로 향한다. 그러나 담당자는 이들의 국경 출입을 불허한다. 필요한 서류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결국 부부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예술가이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일원이었던 압델아지즈 이브라힘(Abdelaziz Ibrahim)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점령이 어떻게 망자를 애도할 권리마저 빼앗는지 보여준다. 1985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그의 유해는 유족의 뜻에 따라 안치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묘소 방문을 거절당한 이브라힘의 부모는 그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2019년이 되어서야 요르단에 있는 아들의 묘를 찾을 수 있었다.
영화 속 국경 출입을 거절당한 부부는 난민촌에 위치한 순교자 묘역을 찾는다. 추모비에 적힌 이름만이 아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그곳에는 꽃을 올려놓은 채 기도를 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여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아들에게 닿지 못한 지 21년째인 여성은 이드 기간마다 묘역을 찾는다. 그러한 그녀가 누구인지 명확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 영화는 이 여성의 얼굴로 하여금 죽어서도 만남을 통제당하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상기시킨다.
감독 본인의 가족사에 기반을 둔 영화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그가 생전 그렸던 그림들을 보여준다. 부디 서로에게 자유롭게 가닿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영화를 나누고 싶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현토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