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

인권해설

<도둑> <자국> <교실> <블루-옐로우> <인양> <살인> <선언>

기억은 동사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할 때, 그것은 2014년 4월 16일이라는 날짜나 희생자의 숫자를 암기하는 것에 그칠 수 없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프로젝트가 ‘망각과 기억’이라는 이름을 단 이유도 그것이지 않을까. 기억은 망각과의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일들은 그럴 수가 없다. 잊고 싶어도 불쑥 불쑥 떠올라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그 일을 편안하게 되새길 수 없을 때,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을 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을 때, 기억은 아프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 생존자와 희생자의 가족들은 이런 의미에서 망각과 투쟁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잊고 싶은 마음,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조건에서 언젠가 아프지 않게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진실을 밝히는 투쟁을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목격자인 우리도 그 곁에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지우려는 힘이 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참사 이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았던 때부터 줄곧 피해자들을 억압해왔다. 망각의 강요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일 뿐”이라는 주장은 왜 못 잊느냐는 질타이기도 했다. 진실을 밝히자고 하는데 “보상 받으려고 그러는 것”이라며 왜곡 선동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억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할 자리를 지우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한다. 진상규명을 위해 설립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하는 정부의 시도 역시 그만하라고 선언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기억은 투쟁일 수밖에 없다.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가 다루는 모든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기억은 과거의 사건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건을 함께 겪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숙제를 내어준다. 특별법도 그랬거니와 특별조사위원회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단원고 교실을 비롯해 참사의 자국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를 찾기 위해 선체를 인양하는 것,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내팽개치는 기업을 처벌하는 것…….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말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약속은 함께 행동하면서 지켜질 수밖에 없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은 새로운 숙제들을 풀어가는 데 푯대가 된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세우기 위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야 할지 살피기 위한 실마리다. 협력과 연대의 권리는 우리 앞에 놓인 숙제를 풀기 위한 필수 준비물이기도 하다. 일곱 편의 영화 중 마지막에 상영되는 <선언>이 모든 영화와 연결되는 지점도 그것이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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