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4~ 2026.06.07

27회 서울인권영화제

혐오의 궤도를 이탈하라

27회 서울인권영화제 : 혐오의 궤도를 이탈하라

포스터
27회서울인권영화제 혐오의궤도를이탈하라 포스터

무엇이 끝났는지 생각한다. 점령도 학살도 진행 중이다. 일터는 위험하다. 이주노동자는 죽음으로 내몰린다. 동네는 사라진다. 사라진 땅에 고층 건물과 공항과 군사시설을 들이겠다고 말한다. 스러진 존재 위로 공허한 이윤이 남는다.

이후를 말할 수 있는지 묻는다. 참사 이후 누가 어떤 일상을 찾을 수 있었는가. “이것은 성폭력”이라는 외침 이후 우리의 몸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어떤 회복이 가능했는가.

안팎을 가르는 가짜 경계들이 있다. 성소수자는 안전한 일상의 바깥으로, 장애인은 안전한 시설 안으로 포획된다. 열세 번째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경계 위의 존재들과 함께 여전히 “나중”이다.

그동안 혐오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궤도가 있다. 누군가의 몸을, 말을, 존재를, 정체성을, 터전을 불완전한 것으로 구획하며 오류라고, 그렇기에 교정되거나 제거되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럼으로써 누군가는 이득을 얻는다. 자신들만의 궤도를 만들고 굴리는 이들이.

그러나 우리는 그 궤도에 포획되지 않겠다. 우리는 혐오가 아닌 사랑에 연루되기를 선택한다. 그러므로 요구한다. 혐오의 궤도에서 지금 당장 벗어날 것을. 우리는 이미 이탈한 존재들로서 더욱 자유롭고 불온하게, 이탈을 감행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흩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