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서울에서 알마티로 향한다. 사과의 도시라 불리지만, 거리엔 동상만 넘치고 사과는 보이지 않는다. 시장을 뒤지고, 농장을 찾고, 베어진 나무의 자리를 쫓는다. 숲이 밀려난 곳에 빌딩이, 기억이 지워진 자리에 동상이 들어섰다. 사과처럼, 이 도시의 기억도 형식만 남는 건 아닐까. 쉽게 지나쳐가는 풍경을 붙잡기 위해, 우리에겐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프로그램 노트
알마티는 한때 도시 전체를 사과 과수원이 감싸고 있던 곳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이자 세계 사과의 발원지로 불리는 이 도시의 이름은 카자흐어로 ‘사과의 아버지’를 뜻한다. 특히 크고 향이 짙은 아포르트 사과는 소련 시절 모스크바까지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소련 해체 이후 급격한 시장화와 권위주의적 개발은 도시의 풍경을 빠르게 바꿔놓았다. 과수원은 아파트와 쇼핑몰로 대체되었고, 살아남은 나무들마저 재개발 속에서 잘려 나갔다.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사과나무가 아니라 사과 동상이다. 생명이 뿌리내려야 할 자리에 남은 차가운 기념물은, 실체를 지우고 형상만 남겨둔 채 한 시대의 망각을 증언한다. 서울에서 온 감독은 이 역설적인 풍경 앞에 멈춰 서서, 알마티의 상실 속에서 한국의 개발 시대를 겹쳐 본다.
영화는 발전의 찬반을 묻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 감각을 응시한다. 사라진 것들의 자리를 오래 바라보는 카메라는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한다. 여기에 한때 무엇이 있었는가, 그것은 왜 사라졌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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