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 Two Cameras for Palestine

작품 줄거리

2024년 ‘나’는 친구들과 가자 청소년들이 쓴 독백 연극 <가자 모놀로그>를 올렸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리고 멈추게 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전쟁과 학살은 계속되었다. ‘나’는 두 대의 카메라를 들고 한 대로는 연극의 재연을 찍는 한편, 다른 한 대로는 시위에 참여한 재한 팔레스타인 유학생들의 인터뷰를 촬영하기로 한다.

프로그램 노트

2023년 11월, 팔레스타인 아슈타르 극장에서 전 세계 연극인들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유엔이 지정한 11월 29일 ‘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에 <가자 모놀로그(The Gaza Mono-logues)>를 공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극은 2010년 아슈타르 극장의 청소년 워크숍 참여자들 31명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극이다. 이 영화의 감독 또한 아슈타르 극장의 요청에 응해 친구들과 함께 <가자 모놀로그> 낭독극을 올렸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인류가 응당 목격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건이다. 우리는 인권과 역사의 법정에서 팔레스타인의 목격자와 증언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연대와의 거리는 멀고 비극과의 거리는 가깝다. 그래서 감독은 한 번 더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책임감과 무력감이라는 양면을 가진 연대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집회 현장은 감독과 팔레스타인 유학생들이 서로 만나 한 줄기 희망의 끈을 잡는 장소가 되었다.

영화는 우리 가까이에 머물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현재의 삶과 고향에 대한 생각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먼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예술이 전쟁과 학살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연대의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팔레스타인이 한국에 있는 두 대의 카메라에 비친다.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윤진

감독

이예진

철학을 공부하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연극 〈가자 모놀로그〉(2024)와 단편 다큐멘터리 〈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2025)를 만들고, 책 『응답하는 이미지들』(EVM, 2025)을 썼다. 현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화전공에서 차학경의 다매체 작업에 드러난 다성적 주체성에 대한 석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인권해설

팔레스타인 연대의 다리를 위한 디딤돌 놓기

<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에서 한 대의 카메라는 감독이 친구들과 함께 공연했던 <가자 모놀로그> 낭독극의 무대를 비춘다. 또 한 대의 카메라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의 현장에서 감독이 만나 인터뷰한 팔레스타인 유학생들을 비춘다. <가자 모놀로그>는 가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말하고, 유학생들은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지난 3년간 팔레스타인을 지켜보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매일 느낄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감정을 다시 불러낸다. 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끔찍한 현실에 대한 공포와 고통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절망감이고, 그럼에도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고, 우리는 여기 한국에서 편히 살고 있다는 죄책감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지옥에서 불타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다. 우리는 보통 여러 가지 통계와 수치들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거대한 비극과 재앙을 이야기한다. 3년 동안 7만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당했고, 그중에서 아이들이 2만 명이 넘었다고 말이다.

그 외에도 더 많은 통계와 수치들이 뒤따른다. 잔해 속에 묻혀 있는 실종자가 1만여 명이고, 표적 살해당한 언론인이 270여 명이고 의료인도 1,700명이 넘고, 병원과 학교의 90% 이상이 파괴됐고, 20만 톤이 넘는 폭탄이 쏟아져 5천만 톤의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가자는 거대한 무덤이자 생지옥, 곳곳에 불발탄이 깔린 지뢰밭이 됐다고 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는 ‘휴전’ 안에는 집단학살 가해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전쟁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팔레스타인 자결권의 보장에 대한 내용이 송두리째 빠져 있었다. 그것은 집단학살의 종식이 아니라 식민통치 기획이자 ‘저강도’ 집단학살의 로드맵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이처럼 기만적인 휴전안조차 지키지 않는다.

지난 4월까지 이스라엘은 2,000번 이상 휴전협정을 위반했는데, 이제는 그것을 세는 것조차 무의미해졌다. 그래서 지금도 가자에서는 거의 매일 5~10명이 살해당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이 국경을 제대로 열지 않아서, 해외 치료를 기다리던 환자 1,300여 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더구나 이스라엘 감옥에는 아직 만여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있다.

이들은 감옥 안에서 온갖 비인간적 처우를 당하고 있고 이스라엘 사회의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들은 ‘팔레스타인 테러범이라면 항문에 막대기를 집어넣는 성고문을 하는 것도 정당하다’라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펼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이스라엘 의회에서는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독립운동가들을 교수형을 통해서 사형시킨다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모든 재앙은 올해 초에 이스라엘이 미국과 함께 침공한 이란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무엇보다 레바논 남부에서 거의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정보와 사실들을 거듭 확인하고 알려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서방과 한국의 주류언론들은 대부분 집단학살 가해자의 시선에서 이 지역을 바라보면서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와 수치, 사실의 나열은 집단학살 속에서 실제로 죽어가고 고통받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 그것을 지켜보면서 영혼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은 사람들의 심정을 제대로 표현해 주기에는 모자라고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예술의 힘이다. 예컨대 <힌드의 목소리>같은 영화는 통계와 수치 뒤에 있던 영혼의 목소리를 불러낸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폐관 시위’ 파업에 함께한 최빛나 한국관 예술감독도 “고통받는 땅에 대한 지지와 연대야말로 예술이 가진 진정한 힘”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영화나 예술을 통해서 팔레스타인의 고통과 분노에 하나로 연결되고, 그러한 공감은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소중한 불씨가 된다.

“항해하다 죽는다 해도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편안한 죽음이 아닌가”라고 말하며 구호품을 실은 배를 타고서 가자로 향하는 ‘해초’ 같은 활동가가 바로 그런 사랑과 용기의 힘을 보여 준다. <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다르지 않다.

이 영화 속에서 팔레스타인 유학생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고통, 절망, 무력감,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지 토로한다. 하지만 동시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사람들 덕분에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고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한다. 또 팔레스타인과 한국을 잇는 다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그런 다리를 위한 디딤돌을 하나 더 놓는 일이다. 

– 전지윤(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긴급행동 활동가,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

프로그램 협력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현재 342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연대체로, 2023년 10월 이래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가자지구 공습과 집단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며 집단학살 중단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1327회 서울인권영화제특별 섹션: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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