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아이들 Ninxs

작품 줄거리

히피 부모님을 둔 카를라는 영성이 가득한 멕시코의 작은 마을 테포츠틀란에서 자아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아동·청소년기를 보낸다. 트랜스젠더인 감독 카니는 카를라의 여정에 8년간 함께하며 다큐멘터리로 기록한다. 영화는 자기표현과 회복력, 그리고 성장의 복잡다단함을 담아 관객에게 다가선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방식으로.

프로그램 노트

트랜스젠더를 향한 백래시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리고 혐오를 조장하는 데 있어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미디어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 오랫동안 스크린 속에서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는 그려지지 않거나, 유머와 조롱의 대상, 죽이거나 죽는 사람, 혹은 맥락과 서사가 제거된 성노동자로만 표현되었다. 트랜스젠더를 처음 만나는 창구이기도 하면서 어린이·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들을 발견하는 곳이기도 한 미디어의 이러한 재현은 왜곡과 편견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글쎄… 관객들이 그냥 웃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 같은 비극적인 내용이 아니니까.”

관객의 반응이 어땠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카를라는 “웃었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트랜스젠더의 권리가 성문화되어 있는 멕시코에서도 사회적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속에서도 카를라는 옷차림을 가지고 부모님과 싸우고, 친구들과 외출 준비를 하며 티격태격하고, 코로나 락다운을 틈타 틱톡 커리어를 키우고, 몸치임에도 치어리더를 꿈꾸며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등 젠Z 소녀로 발랄하게 살아간다.

이 영화는 트랜스젠더 개개인의 고유한 맥락을 삭제시키지 않음으로써 자극적인 방식으로만 트랜스젠더를 소비해온 미디어 지형을 확장시킨다. 관객들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성원

감독

카니 라푸에르타

카니 라푸에르타는 트랜스젠더 영화감독이자 연구자로,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 영화학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젠더, 섹슈얼리티, 신체성에 관한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프로젝트와 공간을 탐구하며, 시청각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2023년에는 UNAM과 프로시네 CDMX가 제작한 반체제적 미니시리즈 〈UNAM 신 리미테스 La UNAM sin Límites〉를 집필·연출했다. 이 작품은 멕시코 최대 대학 내 성별·젠더 이분법에 저항하는 서사를 조명한다.

2021년에는 남성성과 수감 경험을 탐구한 단편 다큐멘터리 〈라 푸가 La Fuga〉를 초연했다. 모렐리아 국제영화제에서 데뷔하여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또한 멕시코 전역과 해외의 기관 및 문화 센터에서 영화 제작 워크숍을 진행하며, 창조와 변화의 도구로서 시청각 언어에 대한 열정을 나누고 있다.

인권해설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고 싶어?”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카니와 카를라는 함께 8년간 촬영한 영상을 보며, 편집에 대해 의논하고 내레이션을 덧붙이며 영화를 만들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감독 카니는 미디어의 트랜스젠더 재현을 고민하면서, 카를라가 자기 삶의 서사를 자유롭게 그려나가도록 한다. 지금의 카를라가 과거의 카를라를 해석하며 직접 서사를 쪼개고 다시 연결하도록 하여, 카를라가 바라본 삶의 연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 결과 조금은 색다른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삶이 그려진다.

카를라는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팬데믹으로 친구를 만날 기회를 잃어버린, 미래의 지구에도 마실 물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이다. 전염병과 기후 위기, 전쟁 등 불안정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도 카를라는 틱톡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중단된 일상에서 세상과 관계 맺는다.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된 후부터 카를라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한 수용과 거부를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경험하게 된다.

헌법에 차별 금지가 명문화되어 있는 멕시코에서 카를라의 삶은 법으로 보호받는다. 트랜스젠더를 향한 교육에서의 차별과 화장실 이용에서의 차별이 모두 법적으로 금지되고, 의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생활에 대한 가이드를 얻거나 성별 정정 과정을 의논할 수 있다. 또한, 차별 금지라는 법적 보호를 넘어선 또래 관계 안에서의 혐오성 괴롭힘을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안녕은 법적 보호만으로는 보장될 수 없다. 법적 보호 아래에서도 여전히 카를라는 자신이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이모와 나누고, 성별에 따라 몸의 자세를 달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듣고, 자기 머리 길이를 문제 삼는 학부모를 마주한다. 그리고 왜인지 자신을 싫어하는 치어리딩 선생님을 설득하려 다른 시스젠더 여성 학생들보다 배로 연습한다. 이러한 일상 속 미묘한 차별과 혐오의 양상들은 띵동에 오는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의 삶과도 맞닿아 있지만, 카를라의 삶은 어딘가 낯설다.

카를라의 삶에는 수많은 사람의 다채로운 돌봄이 있었다. 퀴어 토크가 가능한 친동생, 화장한 카를라에게 자신도 화장해 달라는 엄마, 호르몬 요법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카를라의 질문에 잠시 당황하지만 곧 동의하는 아버지, 화장을 하던 도중 시스젠더 여성 친구와 나눈 긴장감이 느껴지는 페미니즘 대화, 트랜스젠더의 삶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이모, 퀴어퍼레이드를 함께 갈 수 있는 퀴어 친구, 카를라의 성별 정체성을 긍정하는 담임선생님, 8년간 촬영을 하며 삶을 나눈 트랜스젠더 감독 카니까지. 이러한 친밀한 관계 안에서 사랑과 지지의 돌봄은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카를라의 삶의 공백을 채우고 카를라의 인생을 지탱한다.

아직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지금, 여기에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어떨까. 충분한 돌봄을 통해 청소년 트랜스젠더로서의 삶을 지탱할 수 있을까.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차별 실태조사(2025)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 중 4.2%만이 카를라와 같이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한 부모의 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트랜스젠더 중 ‘호르몬 요법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5%뿐이다. 그리고 청소년 응답자 중 71.1%가 ‘교사로부터 편견이나 혐오에 기댄 표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트랜스젠더의 인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트랜스젠더의 삶에 돌봄이 부재한 이곳에, 카를라는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카를라가 띵동에 올 수 있길 바란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가족, 친구, 선생님, 사회, 국가가 필요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자신의 세상을 더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트랜지션 이전과 이후를 다시 연결 짓고 해석할 수 있길 바란다. 더 이상 교육에서의 차별로 학교를 떠나지 않기를, 성별이분법적 공간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성소수자 혐오성 괴롭힘을 겪더라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기를, 삶을 트랜지션할 때 곁에 누군가 함께 하기를.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삶이, 단순히 살아남기를 넘어 사랑과 지지 속에 살아갈 수 있게 더 많이 사랑하고 돌보고 투쟁하자.

– 코지(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프로그램 협력 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은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신체적‧정신적 안녕을 보장받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대한 자아존중감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합니다.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편하게 이야기하고, 쉬고, 놀고, 먹고, 자고, 자립을 위해 도움을 주는 종합적인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1927회 서울인권영화제적막을 부수는 소란의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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