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영화의 영제 ‘Murmuration’은 찌르레기 떼가 하늘을 날며 만들어내는 집단 군무 현상으로, 새 떼의 날갯짓 소리가 마치 웅성거리는 소리 같다고 하여 ‘웅성거림’을 뜻하는 라틴어 murmur에서 유래했다.
영화는 시각적으로는 개체와 집단 그리고 취약함과 회복력이 공존하는 새 떼의 군무를, 청각적으로는 연인들이 주고받는 음성 메시지, 즉 저 멀리의 친밀한 목소리를 은유한다. 하비에르는 수만 마리의 새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물결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개체이면서 집단이고, 취약하면서도 끊임없이 흐르는 감각을 코로나로 격리된 몸, 가로막힌 국경, HIV와 함께하는 자신의 몸과 연결한다.
결부된 감각은 1980년대 뉴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이즈 위기 당시 ‘ACT UP’을 비롯한 이들이 정부의 무대응과 거대 제약사의 탐욕에 맞서 거리로 나섰다. 투쟁으로 얻어낸 치료제는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연장했지만 오늘도 HIV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는 감염인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한편 브라질의 아프리카계 전통 의식 칸돔블레는 또 다른 기억을 불러온다. 노예제 시대, 강제로 끌려온 아프리카인들은 금지된 조상의 의례를 기독교 성인 숭배로 위장하여 이어갔다. 억압 속에서 공동체의 기억과 연대를 지켜온 몸짓은 고립 속에서 서로를 잇는 두 연인의 목소리와 공명한다.
영화는 감염, 낙인, 격리, 죽음이 반복되는 자리마다 개인의 내밀한 취약함을 감싸 안는 집단의 회복력을 겹쳐 놓는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실존은 이전의 누군가가, 그의 집단이, 군무하는 새들처럼 함께 버텨낸 덕분임을 보이며 우리 역시 그 일렁임의 일부가 되길 속삭인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성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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