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새만금 - 새, 사람 행진 The bird-people’s march

작품 줄거리

새만금에 지어질 계획인 신공항을 반대하기 위해 새, 사람 행진단이 모인다. 이들은 그저 시민으로서가 아닌, 새만금에 사는, 새만금을 지나가는 새들의 대표자가 되어 함께 걷고, 외치고, 싸운다.
행진하는 사람들은 새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가 새들을 지키면, 새들은 어떻게 우리를 지킬 수 있을까?

프로그램 노트

2022년 6월,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이에 맞서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환경부와 국토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갔다. 기본계획 취소 소송 판결이 있을 2025년 9월 11일을 한 달 앞두고, 공동행동은 ‘새, 사람 행진단’을 모집해 행진을 시작한다.

노련한 활동가들, 집을 지키고 싶은 전북 주민들, 지구를 걱정하는 그저 평범한 시민들 모두 새만금을 위해서 하나가 된다. 이들은 새만금의 새들과 야생동물, 지역주민, 그리고 전 지구를 대표하고 위하며 행진한다.
전북지방환경청부터 세종시 국토교통부를 지나 서울 가정행정법원까지 260km가 넘는 길이를, 8월의 뜨거운 열기를 뚫고 걷는다. 알록달록 꾸민 피켓을 손에 들고, 물새를 수놓은 티셔츠를 입고, 도요새 모양 모자를 쓰고 노래에 맞추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춤을 춘다.

수라갯벌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한반도를 넘어 이어진다. 새만금은 뉴질랜드에서 날아오는 큰뒷부리도요가 거쳐 가는 중요한 습지. 세계 곳곳의 활동가들도 연대의 목소리를 보내 온다. 갯벌은 국경도 장벽도 없는 우리 모두의 땅임을, 대륙을 잇는 큰뒷부리도요가 이를 보여 준다.

<새, 사람 행진>은 자본에 의한 착취로 곪아가는 세상에서, 저항의 움직임의 중요성을 말한다. 왜 안타까워하며 방관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지. 왜 정부와 기업의 이야기에 끝없이 질문과 반문을 던져야 하는지. 왜 큰뒷부리도요와 검은머리물떼새와 흰발농게의 이야기를 듣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이 땅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자. 우리 모두 하나로 연결된 이 땅에.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효민

감독

미디어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서 현장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알리며 연대하는 공동제작 프로젝트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OO>가 2026년 여름, 새만금을 주제로 진행됐다.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을 앞두고 군산에서 서울까지 걷는 <새, 사람 행진> 기간 동안 16명이 참여해 잡지와 행진 기록,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제작을 함께 했다.

인권해설

“법이 큰뒷부리도요를 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가지고 새와 사람들이 길을 나섰다. 삶터와 갯벌을 파괴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기지 확장 사업이 될 것이 뻔한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큰뒷부리도요가 앞장서고 검은머리물떼새, 저어새, 가창오리, 흰발농게, 가마우지, 삵, 백합 등 갯벌 생명들과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난폭한 더위 속에서도 ‘함께’라는 신명과 서로를 지키겠다는 결의로 한 달을 내처 걸었다. 지난 4년여간 신공항 건설 반대를 외치며 농성했던 전북지방환경청에서부터 신공항 건설 계획 취소 소송 판결이 있는 서울행정법원까지. 2025년 9월 11일, 법원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 기본계획 취소를 판결했다. 조류 충돌 위험과 갯벌 파괴로 인한 공익적 침해가 막대하다는 이유였다. 부둥켜안고 승리를 만끽하며 깨달았다. 법이 큰뒷부리도요를 구한 것이 아니라, 함께 걸으며 횡단했던 마음들, 서로의 존엄을 지키고 보살피는 마음들이 구했다는 것을. 우리가 바로 도요와 저어와 흰발농게였고 우리는 스스로를 구했다는 것을. 그리고 함께 구한 것은 차라리 ‘법’이었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작고 한없이 희망적인 마음, 힘을 보태는 마음들이 서로를 구할 수 있겠다”며 “보석 같은 동지들과 함께” 행진을 꾸렸었다. 법은 당연한 걸 판결했을 뿐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갯벌 새만금은 지난 80년간 국가와 정치권, 자본의 욕망으로 생채기투성이가 된 지 오래다. 해방 전 일본 군사기지로, 지금은 미 군사기지로 서해안 전쟁벨트의 한가운데 있다. 2000년대 초 미군기지 탄약고 확장으로 하제마을 등 700여 세대의 공동체는 해체되었고, 주민들은 국가폭력 앞에 수십 년을 일궈온 터전을 빼앗겼다. 뭇 생명들의 보고인 갯벌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시멘트로 덮였으며 ‘동북아 물류허브’라는 화려한 장밋빛 청사진은 정치인의 허언으로 판명 났다. 수십 년간 갯벌에 기대어온 어민들은 삶의 뿌리를 잃었고, 애꿎은 생명들은 죽임을 당해야 했다.

이렇게 파헤쳐진 땅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신공항인가? 신공항은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기지 확장이라는 혐의점이 짙다. 미군기지 활주로와의 유도로 설계와 미군의 통합 관제 계획은 이 공항이 순수 민간 시설이 아님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안공항 참사가 증명하듯 대규모 철새도래지를 포함하는 공항 반경 13km 조류 충돌 위험지역에 세워지는 신공항은 항공 안전에 치명적이며, 탄소배출량이 기차의 20배가 넘는 항공은 확실히 기후 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항이 건설될 수라갯벌의 159종의 조류와 59종 이상의 법정보호종의 생명학살 현장일 것이므로 당장 멈추어야 한다. 

행정법원의 승소 판결 이후 국토부는 다시 항소했다. 여전히 천막은 걷히지 않고 있다. 1,600일을 향해가는 농성은 단순히 공항 건설 반대가 아니다. 내 삶의 터전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와 알권리를 찾는 민주주의의 투쟁이며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절박한 싸움이다. 큰뒷부리도요와 가마우지가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것을 알기에 함께 기대어 살아왔던 많은 생명과의 유대를 이어가기 위한 생명운동이며 반기후정책을 끊어내는 기후정의운동이다. 뭇 생명과 함께 공존할 권리, 안전하게 살 권리, 죽임당하지 않을 권리, 평화롭게 살 권리…. 시민이 정책의 주체가 아닌 통제의 대상이 될 때, 인권은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

새만금의 투쟁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정복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등한 주체임을 선언한 ‘생태적 인권’ 기록이다. 새만금은 정치적 야욕이나 이윤을 창출하는 수단이 아닌, 생태적 정의가 승리한 모든 생명들의 연대의 현장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갯벌이 다시 숨 쉬고 모두의 존엄을 위해 ‘우리를 구하는’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 김은정(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프로그램 협력 기후위기비상행동

2019년 9월 말 진행된 사상 최대의 글로벌 기후 파업(climate strike)과 연계해, 국내 각지에서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결성되었으며 이후 매년 9월 다른 기후정의운동 단체들과 함께 기후정의행진 조직을 주도하고 있음.

노동, 농민, 청소년, 여성, 반빈곤 단체 등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 단체와 환경, 인권, 보건의료, 동물권, 종교, 교육, 연구 분야 등 에서 활동하는 163개 시민사회 운동단체와 개인이 참여하고 있음.

모든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을 높이고,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결, 기후정의 실현과 정의로운 사회 전환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 포럼, 정책 제안 활동과 시민들의 힘을 조직하는 활동을 추진해오고 있음.

1527회 서울인권영화제이 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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