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열두 살의 아담은 아빠 사이드가 궁금하다. 감옥에서 아빠는 괜찮았을까? 아담은 아빠가 감옥에서 몰래 써 온 희곡을 찾아 읽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배도 아프고, 잠도 오지 않는다.
프로그램 노트
아담의 아빠 사이드는 감옥에 수감되었던 적이 있다. 사이드가 감옥에서 몰래 써 온 희곡을 아담이 읽을 때마다,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다.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빠가 고통스럽지는 않았을지. 아담은 팔레스타인에 살아본 적이 없는 어린이인 듯하다.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지만, 이유 모를 복통에 시달린다. 사이드는 이라크를 거쳐 지금 있는 곳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그렇게 옮긴 삶터에서도 아주 흔한 전기파 치료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스라엘이 만든 감옥은 장벽 안 모든 팔레스타인인과 1948년 나크바 이후 고향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 모두를 수감자로 만든다. 한편 라메 이브라힘 감독의 다른 영화 <이드>의 노부부는 고향 땅을 떠나 시리아에서 살아간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희생된 아들의 시신을 송환하지 못하고, 아들이 묻힌 묘소에도 갈 수 없다.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트라우마는 국경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대물림된다. <이드>의 노부부와 <감옥>의 부자에게 ‘감옥’이 아닌 곳은 오직 해방된 팔레스타인 땅이다. 이들이 그 땅을 밟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감독의 두 영화 모두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구호의 무게를 더 무겁고, 목이 메게 만든다. 세상 어디에서나 팔레스타인 민중의 삶은 이어질 것이고 아이들은 태어날 것이다. 그 수많은 어린이의 눈동자를 감히 상상해 본다. 세드나야 교도소에서 이 기록(희곡)을 몰래 빼낸 감독의 아버지와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마음을 이어받아 서울인권영화제의 광장에서 기록하고 싶다. 점령의 폭력과 그에 맞서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투지와 기억을. 해방된 팔레스타인 땅으로 귀환할 날을 함께 외치고 싶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요다
감독
라메 이브라힘은 팔레스타인계 캐나다인 영화감독으로, 팔레스타인의 강제 이주 현실, 세대 간 트라우마, 그리고 주체성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이드〉, 〈Ahmed 아흐메드〉, 〈감옥〉 등의 작품이 국제적으로 상영되었으며, 〈감옥〉은 영 디렉터 어워즈와 아랍 영화제 후보에 올랐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MFA)를 취득했으며, DOXA 및 VIFF 멘토십 프로그램 출신이다.
인권해설
팔레스타인 땅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보다 난민으로 사는 팔레스타인인이 더 많다.
1948년 5월 14일, 영국이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를 끝내고 팔레스타인 땅에서 철수했던 날, 유대인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한다. 시온주의 민병대는 팔레스타인 마을 530곳을 파괴하고 원주민 1만 5천 명을 학살했다. 그렇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하면서 건국된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나크바라고 부르는 시기, 바로 대재앙의 날들이다.
이때 추방된 팔레스타인 원주민의 규모는 당시 인구 절반에 달하는 80만 명이었다. 이들은 난민이 되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인접한 국가인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로 흩어졌다. 유엔 총회는 창립 초부터 팔레스타인 난민이 고향땅에 돌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제194호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스라엘 식민당국은 7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을 부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상징이기도 한 ‘열쇠’는 쫓겨난 고향집 열쇠를 보관하면서 다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정신을 뜻한다.
서울인권영화제에 상영되는 〈이드〉와 〈감옥〉의 감독, 라메 이브라힘은 나크바 시기 강제추방된 팔레스타인인 조상에 뿌리를 둔 팔레스타인계 캐나다인이다. 그의 두 영화 역시 팔레스타인 난민으로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서 활동했던 삼촌과 시리아 세드나야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아버지 이야기로 만든 자전적 작품이다.
영화 〈이드〉는 시리아에 사는 타맘 아와드 부부가 요르단행 허가증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요르단에는 이들의 아들, 1985년 이스라엘 점령군에 살해된 해방운동가이자 미술작가였던 압델아지즈 이브라힘—감독 자신의 삼촌—의 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맘 아와드 부부는 팔레스타인 난민이라는 지위 때문에 서류를 구비해도 출국이 거부당하기 일쑤였고, 그렇게 아들이 요르단 땅에 묻힌지 34년만인 2019년이 되어서야 요르단에 묻힌 아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 〈감옥〉은—감독 자신으로도 보이는—열두 살 소년 아담의 시선으로 시리아 세드나야 교도소에서 풀려나온 아버지 사이드를 따라간다. 아담은 아버지에서 흉 진 채찍 자국을 목격한 뒤로 이유 없이 배가 아프다. 어느날은 함께 병원에 갔을 때, 물리치료용 전기 의료기 앞에서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자 아담은 끝내 구토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아담의 생일 파티 장면이다. 슬로우 모션의 영상 위로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쓴 희곡이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전깃줄이 내 등에 꽂힐 때마다 나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소리쳤습니다. 비명이 더 커질수록. 내 몸이 무너질수록 …” 그렇게 아담은 열두 살 생일 케이크 앞에서 “성인식을 맞는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경험들을 자전적으로 풀어내는 두 영화는 국경과 정책이 한 인간이 이동할 권리와 애도할 권리를 얼마나 박탈하는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로 시작해 연쇄하는 국가폭력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대물림되는지를 들려 준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땅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보다 난민으로 사는 팔레스타인인이 더 많다는 사실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대부분의 주민들 역시 고향 마을로부터 쫓겨난 난민임을, 오늘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인종청소로 나크바는 계속되고 있음을, 요르단강부터 지중해까지, 그곳이 팔레스타인 난민이 되찾을 집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 “팔레스타인 소년은 처음으로 법봉 휘두르는 소리를 듣거나 가녀린 손목에 닿는 차가운 쇠를 느낄 때 강제로 어른이 된다. 침이 고인 웅덩이에 비친 제 모습을 본다. 흰머리가 보인다. 심문실 형광등 달빛 아래서 자라며 성인식을 맞는다.” — 모함메드 엘쿠르드, 『완벽한 피해자』, 박종주 옮김, 마티, 161쪽.
– 자두(팔레스타인평화연대)

프로그램 협력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1948년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화와 아파르트헤이트, 군사점령 문제를 한국사회에 알리며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연대하는 국제주의 페미니스트 단체입니다.
이스라엘의 체계적 억압에 공모하는 기업을 보이콧하거나 투자철회를 요청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군사·경제 제재를 가해 이스라엘이 식민화를 끝내도록 강제하자는 BDS운동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리뷰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