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Drained by Dreams

작품 줄거리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이주노동자 셀림. 잠시 지낼 곳이 필요했던 셀림은 친구이자 직장 동료였던 라흐만의 거처가 있는 가구공장 단지를 방문한다. 여기서 라흐만, 프랑코, 성일과의 만난다.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귀국에 실패한 셀림은 라흐만과 함께 가구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내던 중, 단속이 들이닥치며 균열이 시작된다.

프로그램 노트

한국은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고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들을 동원하는 식이다. 저출생·고령화로 그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노동력은 환영하되 노동하는 사람은 배격한다. ‘비국민’이라는 이름표 아래 이러한 차별은 정당화된다.

국민과 비국민을 가르는 기준은 근대 국가가 인위적으로 구성한 경계에 기초한다. 국적 부여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고, 등록과 미등록의 경계 역시 자본과 국가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각종 핑계로 고정불변하고 근원적인 개념으로 추대되지만, ‘국민‘ 개념의 기반은 어설프기만 하다. 분명한 것은 국적이나 등록 여부로 한 사람의 존엄한 삶을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빨대〉는 이주노동자들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노동력’이기 이전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고유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렇게 동고동락하던 셀림, 라흐만, 프랑코, 성일에게 단속이라는 위기가 찾아온다. ‘불법체류 조장 출입국사범’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단속의 정당성을 ‘국민 안전’에서 찾지만 실상은 다르다. 불안정한 체류 현실을 유지함으로써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와 같은 부조리를 겪어도 침묵하게 만들고, 그로써 영구적인 착취 구조를 고착할 뿐이다. 자본에 복무하는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인 것이다.

영화는 이주 노동의 참담한 현실을 폭로하며 질문한다. 제거해야 할 오류는 이주노동자인가, 아니면 그들을 오류로 만드는 시스템인가?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성원

감독

섹 알 마문

섹 알 마문은 1974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태어났다. 대학생 시절인 1998년, 이주민으로 한국에 온 그는, 2001년부터 이주노동자 인권운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이주민 문화 예술 단체 아시아 미디어컬처팩토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파키>(2013), <굿바이>(2014), <하루 또하루>(2016), <피난>(2016), <꿈, 떠나다>(2017),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2018), <세컨드 홈>(2018), <기다림>(2020) <빠마>(2021) <노 웨이 아웃>(2022)< 미호의 여정>(2023)을 비롯한 여러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인권해설

슬퍼서 아름다운 영화 ‘빨대’ 이야기

아름다운 서울의 청계천 모습, 그 청계천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 그곳에서 춤을 추는 사람의 이야기, 그렇게 영화가 시작된다.

그런데 영화의 제목은 빨대이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빨대이기도 하지만 또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빨대를 꽂고 산다. 한국에서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등에 꽂힌 빨대는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이걸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Drained by Dreams’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 주인공 셀림에게 꽂힌 그 빨대가 사실은 꿈이 아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이며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 즉 한국 사회라는 게 참 씁쓸하다. 10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는 후배 라흐만의 공장 기숙사, 그 공장의 사장도 셀림을 보자마자 놀면 뭐 하냐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라고 말한다.

 공장장과 사장이 나누는 대화, 빨대들의 세계다.  셀림의 가족들은 전화로 계속 돈을 요구하며 고향으로 돌아오지 말고 계속 일하라고 재촉한다. 그런 셀림을 보고 만난 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마석공단에서 같이 부대끼는 성일은 그렇게 말한다. 

‘너는 어느 쪽 사람도 아니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라.’

빨대가 아닌 사람의 관계, 그것이 천국이다. 셀림, 라흐만, 남, 성일 이 네 명이 빨대가 아닌 관계로 만나는 모습에서 만드는 천국이 이 영화에서 만나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라흐만과 남의 사랑을 축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빨대가 아닌 이 사람들뿐이다. 셀림과 성일이 다시 나누는 대화 ‘가족은 누구인가- 현재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장애인 성일과 비장애인 셀림 라흐만 남이 함께 성일을 키워준 엄마를 만나러 가는 장면, 기억에 남는다.

안타까운 것은 이 현재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이다.

라흐만이 사랑했던 남은 단속반에 의해 체포되어서 수갑을 찬 채 강제로 송환되고, 라흐만은 낙심한 채 무기력하게 삶을 이어가고….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미등록노동자라 귀국하지 못했던 남은 그렇게 어머님의 나라로 끌려갔다. 가족의 부탁으로 결국 다시 빨대 꽂힌 삶으로 돌아갔던 셀림은 어떻게 될까….

‘누가 가족이며 누가 빨대인가?’ 

우리에게 묻고 있는 영화 빨대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너무 실감나게 담았다. 그래서 슬프다. 그래서 누군가의 슬픔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영화의 마지막, 시작할 때 보였던 청계천의 그 춤이 마석공단의 공장 옥상에서 이어진다. 

Don’t let me alone….

– 김헌주(사람이 왔다-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집행위원)

프로그램 협력 사람이 왔다_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사람이 왔다_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는  이주노동자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며 동등한 권리보장을 위해 45개 노동·인권·이주·안전보건·사회운동 단체들이 모여서 2025년 결성한 연대모임입니다. 네트워크는 ①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고 ②노동,사회운동 내에서 이주노동자가 동등한 노동자이자 동지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며 ③이주노동자와 더불어 살기 위한 대안과 전망을 모색하는 공부와 실천을 통해 현실을 바꿔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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