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 텀블벅

미분류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 텀블벅 바로가기
63미분류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시간표

소개

9.21 9.22 9.23 9.24 9.25
11:00

기다림 60′ TA

11:00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58′ TA

뿔 위의 생25′ TA

13:00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87′ TA

12:30

기억의 숨결95′ TA

13:00

특별상영당신과 나를 잇는 법80′ TA

14:00

파디아의 나무82′ TA

15:00

섬이없는지도91′ TA

15:10

긱 이즈 업88′ TA

16:00

2차 송환156′ TA

17:10

명: 우린 같지만 달라23′ TA

16:00

멜팅 아이스크림70′ TA

17:20

특별상영대우조선해양 파업투쟁 특별상영30′ TA

개막

19:00
19:10

빠마30′ TA 화면해설

18:10

코리도라스87′ TA 화면해설

17:50

세월98′ TA

폐막

19:00
(여는영화)바스티안62′ TA
20:10

로힝야를 거닐다87′ TA

20:10

무브@8PM84′ TA

20:00

애프터 미투85′ TA

(잇는영화)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114′ TA

날짜별 상영 시간표

2022/09/21 수
2022/09/22 목
2022/09/23 금
2022/09/24 토
2022/09/25 일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21일 19:00
스틸컷1. 창문 너머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는 파디아의 뒷모습.
  • 2022년 09월 22일 14:00
스틸컷1. 녹색 식물이 가득한 마당. 김영식 선생이 돋보기로 작은 나무의 이파리를 들여다 본다.
  • 2022년 09월 22일 16:00
스틸컷1. 니샤가 웃으며 자전거를 타고 있고 뒤에서는 남편이 자전거를 밀고 있다.
  • 2022년 09월 22일 19:10
스틸컷2.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 여러 사람들이 서있고 그 너머로 노을이 보인다.
  • 2022년 09월 22일 20:10
스틸컷2. 난로 주위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는 오시카무라 주민들.
  • 2022년 09월 23일 11:00
  • 2022년 09월 23일 15:00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귀여운 그림체로 무지개 앞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 2022년 09월 23일 17:10
스틸컷1. 박동수가 어항에서 헤엄치는 코리도라스를 바라본다.
  • 2022년 09월 23일 18:10
  • 2022년 09월 23일 20:10
  • 2022년 09월 24일 11:00
스틸컷1. 다카우 포로수용소 행사의 초대장을 꺼내드는 루시. 백발의 머리에 얼굴에는 세월의 주름이 앉아있다.
  • 2022년 09월 24일 12:30
  • 2022년 09월 24일 16:00
  • 2022년 09월 24일 17:50
  • 2022년 09월 24일 20:00
  • 2022년 09월 25일 11:00
  • 2022년 09월 25일 12:00
사진. 늦은 저녁, 불이 환하게 켜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농성장의 풍경. 사람들이 간이 의자에 가득 앉아있거나 서있다.
  • 2022년 09월 25일 13:00
  • 2022년 09월 25일 15:10
사진. 대우조선해양 파업투쟁 노동자들의 단체사진.
  • 2022년 09월 25일 17:20
  • 2022년 09월 25일 19:00
21소개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

프로그램 노트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삶의 공간에 자본의 거대한 폭력이 들어온다. 길게는 몇십 년을 일한 곳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쫓겨난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지만 존재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된다.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화를 말했을 뿐인데 전쟁 같은 일상을 치러야 한다. 기업과 국가는 마을 공동체를 깨부수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봄바람 순례단이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투쟁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투쟁은 늘 즐거워야 한다고 말한다. 힘겹고 지난한 싸움은 어떻게 즐거울 수 있을까? 함께 싸우는 사람들은 서로의 위안이 된다. 누군가는 ‘연대하러 와서 오히려 힘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렇게 싸우며 나아가는 길에서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고 울고 웃으며 어느새 함께하게 된 사람들은 투쟁을 즐겁게 이어갈 수 있게 만든다. 투쟁하는 데 필요한 힘을 얻는 ‘현장’은 그렇기에 소중하다. 힘이 확장되는 공간이고 무너지면 일으켜줄 사람을 얻는 곳, 언젠간 다른 세상이 올 거라는 확신을 얻는 곳이기 때문이다.

연대하며 점점 불어나는 ‘싸우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서로를 만나며 말하지 않아도 공유되는 어떠한 ‘감각’을 경험한다. ‘나’의 싸움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함께 싸우는 사람들을 만나 이 감각을 느끼는 순간 노동자, 여성, 장애인, 퀴어, 국가폭력 피해자, 유가족, 소성리/월성/지리산의 주민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싸우는 사람’의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 싸우는 사람들은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다. 너무 거대한 장벽을 넘어야 해서 불가능해 보이는 싸움을 멈추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 장벽을 조금씩 부수고 세상을 한 걸음씩 앞으로 옮겨낸다.

‘싸우는 사람’들의 싸워 본 경험과, 싸우고 있는 현재는 자신이 속한 영역의 변화를 위한 연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다른 세상’을 위한 거시적 연대를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미 함께 싸우고 함께 기억하고 함께 나아가며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모든 싸움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세상이 와도 ‘우리의 말을 잘 가꾸며’, 언젠가 동료가 될 사람들을 환영하며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다른 세상은, 기필코 온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25일 19:00
52프로그램 노트

<멜팅 아이스크림> 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오랜 시간 뭉뚱그려져 젖고 녹아내린 기록을 다시 보존하고 끄집어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지난했던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 사람들이다. 독재정권 시기에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자 사진운동이 그 공백을 메웠다. 사진운동은 투쟁의 현장을 여실히 전달했던 소식통이었고 사진기록운동가는 대한민국 근현대의 민주화투쟁과 노동운동을 겪어온 당사자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들의 회고가 시작된다.

분파에 따라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느냐와 작가주의를 추구하느냐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사진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았다. 뉴스와 신문이 전달하지 않는 역사의 증인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이들은 혁명가들과 함께 격랑의 한복판에서 민주화를 꿈꿨다.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이 보편의제로 자리 잡는 과정부터 87년 6월과 노동자대투쟁, 6・29민주화 선언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기록하며 여성노동해방과 비정규직철폐, 액팅워킹비자를 외치는 청년노동운동가들의 목소리도 빠짐없이 담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시절의 민주화 테제가 추상적이었고 안일했음을 고백한다. 걸출했던 노동운동가들이 대거 정치권으로 투신하자 싸움을 이끌고 계획하던 모습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민주주의 정부를 열망했으나 그 이후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고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김영삼은 삼당합당을 했고 김대중은 JP와 손잡았다. 노무현 정권에서조차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노동의 유연화는 악화되고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같은 방식으로 무시당했다.

역사 속 영웅과 황홀경은 사그라들었다. 같은 역사가 반복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잊힌 역사를, 물에 젖고 녹아내린 시절을 끄집어낸다. 회고하고 비판하며 현실의 역사와 마주한다. 잊지 않겠다는 것은 곧 그다음을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그다음을 생각하겠다는 것은 역사를 이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회의보다 역동할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24일 15:00
53프로그램 노트

<세월> 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영화 <세월>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예은 아빠’ 유경근이 또 다른 유족들을 만난다. 이들은 세월호를, 대구 지하철 화재를,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를 겪었다. 그 ‘사건’들을 통과했다. 무심하고도 잔인한 사실은, 상실로 인해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려도 삶은 나아간다는 것이다. 세월은 흐른다.

그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싸우는 사람’이 된다. 차마 과거에 기억을 던져둘 수 없으므로. 내가 겪은 사건이 누구에게도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므로. 이들은 세상의 무관심과 싸우고, 사회의 불합리와 싸운다. 마땅히 ‘국가의 몫’인 일들을, 이들은 묵묵히 해낸다. 그것이 ‘떠난 이’들이 ‘남겨진 이’들에게 내준 숙제이므로.

그런데 세월호를 겪은 유경근은 왜 이한열의 어머니 배은심‘도’ 만날까? ‘공동체’의 변화를 요청하는 어떤 ‘사건’들을 몸소 겪고 ‘싸움’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들은 닮았다. 누군가 “싸워본 사람들만이 싸우는 사람들의 심정을 안다”고 했던가. 이들 역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배은심 역시 유경근의 ‘선배’다.

이들은 그래서, 만나서 무엇을 하나? 역사를 새로 쓴다. 익명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수많은 주인공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그리하여 그 기억과 기록을 서로 잇는 일은,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다. 그 숙제를 하면서, 이들은 ‘새로운 미래’로 갈 것이다. 그 여정에 기꺼이 당신을 초대한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24일 19:00
56프로그램 노트

<애프터 미투> 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미투에 ‘이후’가 있을까?

미투 이후는 한 줄의 시간선이 아니라 수많은 결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뒤로 돌아가기도 하고 뚝 끊겼다가 엉켰다가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지기도 하며 만들어진 지형이다. 세상 속에서 무너지고 지워지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지층을 가진 단단하면서도 복잡다면한 지형을 만든다. ‘나를 용서한다’고 소리 내서 내게 말해주고 비슷한 서로를 직접 찾아 나서고, 끝없이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나의 평화를 찾고 누군가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서. 

영화에 나오는 이들과 ‘우리’는 고통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각자 다른 형태로 찾아오는 기억과 고통, 아무런 잘못이 없는 나를 돌아보았던 순간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두려워하며 이야기한다. 이처럼 ‘미투’와 ‘이후’의 의미는 모두에게 다르다. 하지만 ‘피해자’라는 말 앞에서 자신을 무엇이라고 부를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미투 이후라는 복잡한 지형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감정들은 실존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분명히 존재하는 이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말로 내뱉는 것을 막고 때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전’과 같이 자기 삶을 돌보기 위해서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도, 연대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매우 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왜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껴지는 연결된 감각을 가지고 피해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말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도우며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을 해 나간다. 이렇게 서로의 목소리가 모여 세상에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갈 때 ‘해소되지 못한 마음의 목소리’는 역사가 된다.  

혐오와 차별을 기반으로 한 폭력적인 가부장 사회가 끝장났을 때, 세상에서 성폭력이라는 것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미투’라고 말하는 일은 끝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부단히 그런 세상을 일궈 나가는 중이다. 역사라는 것이 과거에 있었던 사건 혹은 시기를 의미한다면 혐오범죄와 성폭력이 일어나는 지금의 남성중심사회, 가부장사회는 가까운 앞날의 사람들이 역겨워할 시기이기를. 역사가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무형의 흐름을 의미한다면 끝나지 않는 폭력과 혐오의 굴레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타인을 치유하고 끝없이 ‘미투가 바꿀 세상’을 말하며 맞서 싸우는 사람 그 자체이기를.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24일 17:20
57프로그램 노트

<기억의 숨결> 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루치아노, 루치아나, 혹은 루시. 그녀가 보여주는 삶의 궤적은 이탈리아의 최연장자 트랜스여성이라는 수식 너머로 흘러 넘친다. <기억의 숨결>은 루시가 풀어내는 90여 년의 기억을 그대로 담아내며, 그 이야기를 듣는 그녀 주변인들의 표정과 응답, 손짓 하나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쫓아간다.

90년이 넘는 기억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까. 루시가 그녀의 기억을 곱씹고 꺼내어 펼쳐놓음으로써 우리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마주한다. 루시의 이야기는 정제되지 않은, 그녀 자신의 언어로 발화된다. 가장 사적이면서도 가장 생생한 이야기. <기억의 숨결>의 관객들은 그 이야기의 기록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루시가 살아낸 생에는 성직자로부터의 성폭력, 성매매, 전쟁에서의 징병과 포로 생활 등의 기억들이 얽혀있다. 루시는 이 기억들을 ‘극복’했다고 하지 않는다. 이야기할 때마다 몸서리치기도 하며, 그 감정을 그대로 전한다. 루시의 이야기 속에는 루시가 어떻게 이러한 삶을 살아냈고 살아왔는지, 밀도 높은 역사가 담겨있다. 꾹 닫아놓아도 힘들 기억들을 루시는 어떻게 열어냈을까.

루시가 기억의 문을 여는 힘은 그녀 스스로의 강인함에도 있겠지만, 그녀 주위에서 삶을 함께하는 이들의 존재에 있기도 하다. 서로의 곁이 되어주며 돌봄을 나누는 이들의 목소리, 고갯짓 하나하나가 기억의 문을 여는 힘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보며 가만히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마주하며 사는가. 96세 트랜스여성의 삶을 그려본 적이 있었던가. 노년 퀴어의 얼굴을, 삶을, 그 속의 기억을 그려본 적이 있었던가. 당사자도, 주변인도, 우리는 쉽사리 노년의 기억에 대해 떠올리기 어렵다.

그러나 기억의 숨결이 나에게서 너에게로 전해질 때, 그렇게 나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남아 흐를 때, 우리는 좀 더 미래의 기억에 대해 편안하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힘이 되자고, 기억의 문을 여는 힘이 되어주자고 그려본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스틸컷1. 다카우 포로수용소 행사의 초대장을 꺼내드는 루시. 백발의 머리에 얼굴에는 세월의 주름이 앉아있다.
  • 2022년 09월 10일 12:30
63프로그램 노트

<기다림> 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교차하는 삶을 본다. 그 기억은 각기 다르지만 엮이고 뭉쳐 하나의 힘을 만든다. 기억을 이루는 말들은 힘을 가진다. 기억을 만드는 힘은 듣고, 보고, 읽는 것이다. 연대하는 이들이 기억의 문을 여는 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듣고, 보고, 읽어야 한다.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기억의 문을 함께 열고, 그 문턱이 닳을 때까지 드나들고, 문고리가 느슨해질 때까지 열고 또 여는 것이다.

<기다림>의 생존자들은 용기를 말한다. 힘을 말한다. 기억을 말한다. 우리가 기대어 살아온 삶을 말한다. 방글라데시와 한국은 전쟁이 있었고, 전쟁으로 파괴된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그들을 위안부라고 이야기하고, 방글라데시에서는 비렁거나라고 이야기한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름을 말하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비렁거나 할머니들은 서로 마주한 적 없겠지만 그 얼굴에 담긴 진실함은 같다. (너무 비약적인지) 일본과 파키스탄이 역사를 인정하고 사죄하기를 바라는 것. 역사를 똑바로 마주하고 세월로 덮지 않는 것.

그들의 기억은 선명하다. 그때의 걸음, 무게, 소리, 시선까지 여전히 생생하다. 생생한 기억은 더 이상 과거로 남겨져 있지 않다. 기억은 영원히 ‘있었던 것’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필연적인 일이다. ‘없었던 것’이 될 수 없다. ‘없었던 것’으로 덮어버리려는 국가는 피의자를 재판하지도, 처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하기’를 시작해야 한다. 영화에서 말했던 것처럼, 진실은 반드시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국가주의적으로 귀결될 때 생은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을 듣고 보고 읽으려 노력해야 한다. 기억이 떠내려가지 않게. 더 많은 기억 속에 이들의 이야기가 남겨지길 바라며 기억의 문고리를 잡자.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10일 11:00
65프로그램 노트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 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오시카무라의 사람들은 직접 기른 야채를 따먹고, 나무를 베어 땔감을 만들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을 환대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곳에서는 사람과 나무와 그곳에 거주하는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존재로서 관계한다. 영화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하고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를 지키려 하는 각자의 이유를 만나본다.

리니아 신칸센 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어떤 이에게는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공사이고, 어떤 이에게는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이며, 어떤 이에게는 도쿄와 나고야를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공사이기도 하다. 영화는 오시카무라 안팎을 넘나들며 여러 시선과 삶을 보여준다.

이 일은 비단 오시카무라의 일만이 아니다. 자본에 의해 삶의 공간이 파괴되는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고, 언제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나. 이 시대에 애정을 갖고 살아갈 공간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스틸컷2. 난로 주위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는 오시카무라 주민들.
  • 2022년 09월 09일 13:00
56프로그램 노트

<섬이없는지도> 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내전 중인 예멘을 떠나야 했던 야스민은 여러 나라를 거쳐 2018년 제주라는 섬에 도착했다. 그는 이곳에서 성은을 만나 친구가 되고, 카메라를 배우고,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야스민은 생계 문제로 또 한 번 육지로 ‘떠나야’했다. 난민 심사 이후 주어진 인도적 체류자라는 불확실한 지위와 함께.

<섬이 없는 지도>는 제주를 떠나며 야스민이 성은에게 남긴 편지로 시작해 예멘 난민을 비롯해, 제주 비자림, 강정마을 주민, 홍콩 시민 등 뿌리뽑힌 존재들의 연대기를 엮어낸다. 일본에서 들어온 비자나무는 또다시 도로를 지어야 한다고 강제로 베어진다. 일평생 땀 흘려 마농밭(마늘밭)을 일구어온 삶이 얼굴에 새겨진 강정마을 삼춘은 이제 그 마농밭에 해군기지가 세워지는 것을 목격한다. 영화는 이처럼 돌아올 곳을 잃어버린 존재들과 지워지는 장소들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충실히 기록한다.

우리는 장소에 단지 잠시 머무르다 가지만 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장소의 모양, 빛깔, 냄새, 소리, 그 속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텅 빈 공간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장소로 다가온다. 장소에서의 경험은 몸에 새겨지고 정체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비로소 장소는 ‘나’의 일부가 된다. 영화에서 평화운동가 에밀리가 증언하듯 “국경이 몸에 그어진” 느낌을 받거나 “한 곳에서 여러 땅을 밟으며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도 장소와 정체성의 긴밀함 때문일 것이다.

개개의 존재에게는 삶을 뿌리내리는 장소를 제삼자가 개발의 공간, 권력 쟁탈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러한 인식에 따른 행위에는 어떤 결과가 따르고 그 값은 누가 치르는가? 제삼자가 아닌 장소에 거주하는 당사자들이 개발과 권력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장소의 다른 구성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예멘, 제주, 홍콩을 오가는 이야기로 감독은 관객에게 장소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으로 초대한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23일 15:00
52프로그램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