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요] 지켜라 학생인권, 지켜라 성소수자!

소식

장면들

하나. 청소년 시기, 누군가 내게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다. 언니, 나 사실 그거야. 이런 식으로 말을 꺼냈던 것 같다. 그거? 나는 어림짐작을 하면서도 이렇게 되물었던 듯하다. 기억은 흐릿하다. ‘띵’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끄덕였다. 그 대화는 비밀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 정말 최선을 다해 그 친구를 “평범하게” 대했다.

둘. 열일곱 살 때였던 것 같다. 작은 학교였고, 학생과 교사도 몇 안 됐다. 우리는 한창 “만약 선생님 아들이 게이라면”이라는 질문을 했다. 목적은 단순했다. 선생님을 당황시키는 것. 대부분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넘어갔고, 한 선생님만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런 거지. 다만 걔가 그렇다고 해서 괴롭힘을 받거나 차별을 받으면 내가 싸워야지.” 우리는 감명받은 얼굴로 오오, 하며 박수를 쳤다. 우리 사이에 ‘그런’ 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채로.

괴짜 만들기

한국에는 현재 6개의 학생인권조례가 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에서 제정 및 시행되었다. 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교육에 대한 권리와 함께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5조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말하면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의 법령에서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한 최초의 조항이다.

나는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 복장과 두발에 대한 단속이 있었고 교사마다 자신만의 훈육법(아주 다양한 체벌 방식)이 있었다. 교실 게시판에는 교칙, 특히 용모 규정이 상세하게 인쇄되어 붙어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꽤 자주, 꼼꼼히 살폈다. (머리를 특정 길이 이상 기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삭발도 안 된다는 조항이 제일 웃겼다.)  사실 교칙 하나하나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차별을 강화하는 근거가 된다. 염색 및 펌 금지는 모든 학생들이 검정색 생머리로 다녀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곧 이주민 학생은 상상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눈동자 색이 조금 밝으면 렌즈를 꼈냐고 혼나고, 피부색이 조금 밝으면 뭘 발랐냐고 혼났다. ‘여학생’, ‘남학생’의 복장 및 두발 규정이 각각 엄격하게 달랐고, 요구되는 행동 양식이나 역할 모두 정확히 성별이분법적이었다. 학교에서 규정한 표준/정상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눈에 띄게 했다. 학생들 내부에서도 그런 ‘괴짜’는 기피하게끔 만드는 근거이기도 했다.

우린 같지만 달라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노.똘.복 세 사람과 다른 사람 2명이 컴퓨터로 온라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림.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노, 똘, 복 세 사람과 다른 사람 2명이 컴퓨터로 온라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림.

“2020년 서울의 한 마을에 청소년 퀴어 노랭, 똘추, 복순이 살았습니다. ‘노똘복’은 자신과 같은 퀴어 청소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영화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은 주인공(?)이자 감독인 노똘복의 친구 찾기 여정을 그린다. 친구 두 글자(!)로 뭉뚱그려지지 않는, 퀴어 청소년 동료시민을 찾고 만나는 여정이기도 하다. 길거리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기도 하고(누군가의 공격으로 찢긴 전단지를 다시 붙이기도 한다), 트위터에 홍보를 하기도 하고, 하나둘 연락해온 이들을 직접 만나러 가거나 줌 화면 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커밍아웃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또는 커밍아웃이 어려운 이유를 털어놓거나, 퀴어 청소년으로서 친구를 어디서 사귀고 만나는지 정보를 나누기도 하며 아니면 그냥 마라탕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수 차례 보면서 문득 청소년 시기의 몇 가지 장면들이 떠올랐다. 친구의 커밍아웃과 “선생님 아들이 게이라면” 테스트. 나의 불량한 기억력에 비해 이 장면들이 유독 생생한 이유는 그게 분명 불편한 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퀴어임을 말한 친구를 퀴어가 아닌 척 “평범하게” 대하려고 했던 것도, 그런 테스트에 웃고 떠들며 동조했던 것도, 부끄럽고 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혐오를 증명하다

내가 그 두 장면을 기억하고 불편해하며 때로는 쪽팔리기도 한 건 시절을 거듭하며 차별을 감각했기 때문이다. 교육의 현장 안에서 차별을 없애고 권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끊임없는 발견과 실천일 수밖에 없다. 차별금지법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차별이 뿅, 하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 학생인권조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청소년에게 인권이 뿅, 하고 나타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근거와 힘은 된다. 어, 이거 이상한데? 이거 차별적인데? 말할 수 있게 하는 것. 말하더라도 맞지 않고 비정상으로 내쳐지지 않는 것.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에서는 내가 차별을 받는 것도,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도 보다 예민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악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해롭다. 용기 있는 말과 행동을, 온전한 ‘나’로서의 존재를 위태롭게 한다. 2018년, 충남에서는 주민발의안으로 인권조례를 폐지한 바 있다. 2020년 마침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시행 중이나, 올초 폐지 움직임이 다시 거세다. 여러 이유를 나름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제15조, 차별 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반발이다. 차별금지 사유로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폐지안과 개정안이 각각 발의되었다. 개정안은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하는, 개정이 아닌 개악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로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와 동료 시민이 상처 받고 싸워야 했는가. “빼야 한다”, 또는 “없애야 한다”는 것 모두 “너의 존재는 빠져도 된다”, “너의 존재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지난 3월 10일 종료된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는 폐지안과 개정안 모두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음 회기에서 또 다시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기에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화가 나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2월 서울시의회가 교육청에 의견제출을 요청한 학교 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은 이러한 움직임들이 결국 성소수자 혐오일 뿐임을 드러낸다. 조례안을 살펴보면 ‘혼인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정신적, 육체적 연합을 의미한다’,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개인의 불변적인 생물학적 성별을 의미하고, 이는 생식기와 성염색체에 의해서만 객관적으로 결정된다’와 같이 노골적인 성소수자 혐오·차별 조항들이 줄줄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보수 기독교 단체의 민원을 수리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이는 결국 해당 조례안이 어떤 의미인지 필터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수성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다.

이는 성소수자 혐오·차별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비인격화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청소년 시기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탐구하고, 이에 기반하여 관계를 맺을 기회를 차단시키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자신들이 규정하는 ‘정상’적인 학생이 되어야만 한다는,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맹목적인 오만함은 참 뻔뻔하기까지 하다.  그 모습들은 결국 자신들의 혐오와 차별을 고해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학생인권조례가 소중한 이유를 방증한다.

성소수자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

성소수자가 여기 있음은, 사실 여기에나 저기에나 어디에나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명명백백하다. 학교 공간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시도가 계속 된다. 지난 2월 서울 시민청에서 진행되었던 제15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퀴어, 정의, 운동”의 <성소수자 없이 제대로 된 교육 없다> 세션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지은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성소수자’라는 말 자체가 교육과정에 들어간 적이 없”음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2022 개정교육과정 시안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로 ‘성소수자’가 드디어 등장하는데, 이마저 보수세력의 반발과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최종 확정안에서는 ‘성소수자’와 ‘성평등’이 모두 삭제되었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교육지원관은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인 청소년기에 교육과정 안에 성소수자가 사회적 소수자의 구체적 예시로 들어갔을 때 발생할 여러 청소년들의 정체성 혼란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과서에서 ‘성소수자’와 ‘성평등’을 지운다고 해서 퀴어 청소년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이주 외국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한 문장은 미미해보일 수 있다. 그 안에 “성소수자” 단어 하나는 더더욱 작아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순간 속에서 교실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보다 다양하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단어 하나의 삭제는 곧 그 기회의 박탈이기도 하다. 그리고 뭐가 어찌 됐든 간에 넣었다 빼는 것, ‘삭제’는 정말 굉장한 모욕이다. (화가 나니 잠시 숨을 돌리자.) 아무리 발악을 해봤자 성소수자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

다음의 장면들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귀여운 그림체로 무지개 앞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귀여운 그림체로 무지개 앞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알량한 혐오와 차별 따위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할 수 없고 청소년을, 성소수자를 모욕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 동료 시민들은 그간 평등을 향한 투쟁을 경험하며 쌓아온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이 펼쳐나갈 다음의 장면들을 기대한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만으로도 상처가 쌓이고 굳은살이 베기기도 한다.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되물으며, 어렵게 낸 용기조차 다시 감추어야 할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노똘복에게 서로가 있듯이, 이들이 새로운 동료들을 찾아나서고 만났듯이, 무엇보다 그 시간 속에서 울고 웃으며 어깨를 맞댈 수 있었듯이 우리에게는 우리가 있다. 폐지나 개악을 외치는 이들은 우리를 상대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쉽지 않으리라고, 장담한다. 혐오는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이길 수 없음을 알기에.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 본 글은 고 변희수 하사 2주기를 맞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서 진행한 릴레이연재 중 하나로, 얼룩소(https://alook.so/posts/J5tyWl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169소식

[함께 나눠요] 메아리가 되고 파동이 되어

소식

마치 한편의 극영화 같은 다큐멘터리였다. 짜임새있는 구성과 독창적인 비디오 효과, 풍부한 사운드와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이 브라질 학생/청소년운동의 전말을 탄탄하게 끌고 나간다. 영화는 2013년 무상교통실현운동을 시작으로 공립학교 통폐합 반대 운동을 거쳐, 극우파 정치인의 탄압과 폭력을 고발하고 시민의 연대를 주창하며 공교육 정상화를 외친다. 학생들은 주지사의 집앞에 찾아가 목소리를 높이고 가두시위를 하며 축제와 같은 혁명을 연일 경험한다. 학교를 점거해 학생의 손으로 직접 학교를 운영하고 일상이 혁명이되는 시공간 속에서 연대와 협력을,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경험한다. 

브라질 학생운동의 핵심은 ‘빈익빈 부익부’에 있다. 영화에서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무상교통실현운동은 2013년 상파울루주 주지사가 교통비를 인상하면서 생존권에 타격을 입은 빈곤층 학생들의 반발로 시작되었다. 교통비 인상은 주거지 안에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된 부유층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 내 문화시설이 부족해 대중교통을 통해  도시와 동네를 오가야 하는 빈곤층에게 이 문제는 심각하다. 공립학교 통폐합 역시 같은 문제다. 2015년 브라질 주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해 공립학교 인원을 재배치하겠다고 선언한다. 한 반에 학생을 몰아넣고 공립교사는 축소해 90여개의 학교를 폐교시키려는 계획이었다. 이 역시 사립학교에 다니는 ‘부자 학생’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는 사건이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당사자만이 그 심각성을 알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유어턴 스틸컷2.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 중이다.

주지사 집앞에 찾아가 외치고 가두시위를 하는 학생들에게 ‘어른’은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건 폭력이고 불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지적하듯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쳤는가? 권리와 생존을 위협받았을 때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지 가르쳤는가? 아무리 말해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려주었는가? 투쟁이 폭력이 되는 이유는 학교와 사회가 이것을 폭력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자의 목소리를 묵살하기 때문이다. 투쟁이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브라질 학생들은 스스로 시위대를 조직하고 거리로 뛰어나가 외친다. 온 몸으로 국가의 탄압에 맞서고 그 손에서 민주주의가 피어난다. 동질감에서 연합이, 연합에서 투쟁이, 차이에서 연대가, 연대에서 혁명이 피어난다. 결국 교통비 인상과 공립학교 통폐합은 결국 폐지되었다. 학생들은 연대와 자주의 힘으로 여론을 형성했고 시민을 설득하며 민주주의의 실현을 직접 이루었다. 다양한 사람이 섞여 마치 파티를 하듯 혁명의 현장을 기억하고 체현한다. 노래하고 선언하며 행진한다. 폭죽을 터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껴안으며 기쁘게 웃는다.  

그리고 2017년, 다시금 거리는 경찰의 폭압으로 시름한다. 테메르 정권이 공교육 예산을 20년간 동결한 것이다. 두 차례 승리를 거머쥔 학생들이 다시금 거리로 나오자 상파울루 주지사는 학생을 상대로 발포허가를 내려버린다. 앞선 두 차례의 승리와 대비되는 폭압의 현장이 화면에 비친다. 극적으로 전개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문득 원래도 혁명이란 시리즈 영화 같은 것이고 오히려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역동의 현장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투쟁만 하면 세상은 지난하게도 반복된다. 지켜내는 만큼 붕괴하고 회복하는 만큼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계속 투쟁을 하는가? 왜 다시 거리로 뛰쳐나오는가? 

메아리가 되고 파동이 되기 위함이다. 이 거리를 보라. 학생과 퀴어가, 흑인과 여성이 함께 달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곳에서 다시금 힘을 되찾는다. 우리는 서로를 믿고, 서로를 보듬는다. 메아리가 되고 파동이 되어 세상에 열릴 것을 알기 때문에.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117소식

[설문조사] 서울인권영화제 애독자 엽서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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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소식

[재정 보고]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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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펼치기] 벌써 2월이 끝나간다

소식

으레 새해가 되면 다들 이전 년도와 헷갈리고는 하죠. 2023년을 2022년으로잘 못 썼다가 마지막 2 아래에 교묘하게 선을 이어 다른 숫자보다 유독 큰 숫자 3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당차게 신년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저 년도만 바뀐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계실 수도 있겠군요. 저번 호 울림에서 서울인권영화제가 새해 활동목표를 세웠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죠. 이번 회의에서도 저희는 올해활동의 초석을 다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온라인 회의 스크린 샷. 네 명의 활동가가 각각 토끼, 감자튀김, 선인장 그림이 있는 필터를 씌운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온라인 회의 스크린 샷. 네 명의 활동가가 각각 토끼, 감자튀김, 선인장 그림이 있는 필터를 씌운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1) 활동목표 잡기 (2) 월간서인영 준비 (3) 울림 발행 이렇게 세가지 갈래로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 영화로 연대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한 창작자가 아닌 영화제를 개최하는 입장에서 소통의 장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차별과 배제 없는 평등한 공간에 대해, 본질적으로 인권운동과 그 운동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한두달 잠깐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요. 아마 서울인권영화제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서울인권영화제를 사랑하시고, 어떤 서울인권영화제를 기대하시나요? 생각이 있으시다면 아래 설문조사에 응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애독자 엽서 2탄 바로가기

3월에 있을 ‘월간 서인영’을 준비하며 영화 2편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월간 서인영’은 월별 주제를 정해 영화 한 두편을 여러분과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첫 시작은 학생인권과 성소수자 이슈를 엮어 준비해 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월간 서인영”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화제 기간이 아닐 때에도 여러분과 영화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준비 한 프로젝트입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예전에 영화제에서 봤던 영화를 다시 보고 싶으신 분들, 언제든 편하게 와서 영화 보고 가세요.

이 글을 쓰는 지금 2월 중순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2023년을 2022년으로 쓰는 실수도 하지 않아요. 시작이 반입니다. 일단 시작해보고 조금씩 꾸준히 해봅시다. 그러다 가끔 불타오르고 충분히 휴식합시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럼 다음 울림에서 찾아뵙겠습니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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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권영화제 울림 306호] 마주하는 새해

울림




[서울인권영화제 울림 306호] 마주하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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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펼치기] 2023년 첫 워크숍을 마쳤어요

소식

때는 바야흐로 지난 14일,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눈 내리는 밤 외박(!)을 했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년 워크숍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적은 인원으로 25회 서울인권영화제를 마쳤는데요, 그래서 다들 떠나가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았어요. 그러나 평가회의를 하면서 자연스레 2023년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서인영 자원활동가들! 아쉽게도 전참은 하지 못했지만 소소한 1박2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사진. 회의실에 앉은 고운과 나기가 환호성을 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첫날에는 먼저 2022년 결산 보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회계를 처음 맡아봐서 너무 떨렸지만 다행히 1원의 오차도 없이 잘 정리가 되어 뿌듯했답니다. 결산표를 자세히 뜯어보며 서인영의 재정을 잘 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했습니다. 작년에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았어요. 물론… 영화제를 치뤄서 그렇습니다. 26회에는 적자 없이 영화제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다음 순서로 넘어갔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기틀다지기 시간이 있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목표를 돌아보며 우리의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목표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할지 열띤 토론을 벌였어요. 서울인권영화제는 1) ‘표현의 자유’를 위하여, 2) 인권감수성 확산을 위하여, 3) 장애인접근권 실현을 위하여, 4) 인간을 위한 대안적 영상 발굴을 위하여 활동해왔습니다. 이 목표를 되짚어보며 우리가 상영활동을 통해 인권운동을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아직 이야기는 진행 중인데요,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를 만든다는 것이었어요. 스크린 앞에 ‘모여있음’으로부터 어떤 힘을 낼 수 있을까, 앞으로도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나눌 것 같습니다.

사진. 화이트보드 앞에 선 나기가 글자를 적고 있다. 보드에는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목표가 적혀있고 의견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저녁을 맛있게 난 후에는 게임을 했습니다. 전통 카드놀이(^^)도 하고, 타로카드로 활동가들의 올해 운세를 점쳐보기도 했지요. (어떤 타로인지 궁금하신가요? 놀러오세요!)

둘째날에는 올해 어떤 활동을 해나갈지, 전날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정기 영화제를 하지 않는 해인 만큼 기틀다지기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다양한 상영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장애인접근권 관련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후원활동가 모집 캠페인과 함께 26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자는 포부를 다졌습니다. 앗, 벌써 약간의 스포를 해버렸는데요… 3월부터 서울인권영화제 정기 상영회 “월간 서인영”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살짝 흘려봅니다.

이렇게 대략의 연간 계획을 바탕으로 2023년 예산안까지 짜본 다음 점심 식사를 하고 타로 시간을 한 번 더 가진 뒤에야 워크숍은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번 306호가 정말 오랜만의 울림인데요, 그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요. 앞으로 으쌰으쌰 힘내서 서인영이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활동을 펼쳐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사진.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자원활동가 미나상이 온풍기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녹인다. 미나상의 뒤로는 1년의 계획이 적힌 캐비닛이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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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펼치기]인인영❤️서인영, 우리는 찰떡궁합이야

소식

서울인권영화제는 지난 11월에 열린 27회 인천인권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25회 서울인권영화제의 개막을 물심양면 도와주셨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27회 인천인권영화제는 2022년 11월 24일부터 11월 27일까지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렸는데요, 영화공간주안이 정말 탐나더라구요… 개막식 전에 리허설을 함께 보고 아주 미약한 도움을 드리면서 오… 이런 건 이렇게… 메모… 벤치마킹할 생각을 마구 했습니다. 

사진. 스크린 앞에 앉아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치명타, 한국농인 LGBT 보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애린, 한국청소년·청년커뮤니티알 소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기선이 이들을 마주보고 서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27회인천인권영화제 슬로건 싸우는 몸, 애도의 시간 거리에 서 글자가 무지개빛 배경에 써있고 오른쪽 하단에 문자통역이 나오고 있다.[사진. 스크린 앞에 앉아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치명타, 한국농인 LGBT 보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애린, 한국청소년·청년커뮤니티알 소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기선이 이들을 마주보고 서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27회인천인권영화제 슬로건 싸우는 몸, 애도의 시간 거리에 서 글자가 무지개빛 배경에 써있고 오른쪽 하단에 문자통역이 나오고 있다. ]

27회 인천인권영화제는 슬로건도 너무 멋졌어요. <싸우는 몸, 애도의 시간: 거리에 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13편의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인천인권영화제의 개막식은 매년 그해에 주목하는 ‘인권의 얼굴들’과 함께 한다고 해요. 한국청소년·청년커뮤니티알 활동가 소주님의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남편 오소리님과 함께 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중 2심 재판부가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긴 하지만 희망찬 소식을 전해주시니 투쟁 의지가 솟아 올랐습니다. 

이어서 개막작 <두 사람>을 감상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인선님과 수현님의 연륜과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티키타카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왜인지 모르게 먹먹해져서 울기도 했어요. 가족구성권이나 혼인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명작이었습니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독일에 계신 인선님, 수현님을 화상연결을 통해 만날 수 있었어요. 최근에 법적 부부가 되셨다는 소식도 전해주셨습니다. 

영화제의 참맛은 관객과의 대화 이후 상영관에서 나와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과 삼삼오오 모여 영화와 대화시간에 대한 후기를 나누는 순간 아닐까 싶어요. 인천인권영화제 역시 많은 관객분들, 기록활동가,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시더라구요. 두근두근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서울인권영화제도 어서 영화제나 상영회를 통해 직접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움받은 것의 배로 도와드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갔으나 간식만 잔뜩 얻어먹고 좋은 영화 감상하고 멋진 대화의 시간까지 함께하고 온 관객1인의 인천인권영화제 후기였습니다. 인천인권영화제 화이팅!! 서울인권영화제 화이팅!! 인권 화이팅!! 우리 모두 화이팅!!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108소식

모두 여러분답게 살 수 있는 한 해 되기를 바라며

소식

울림 구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년 1월 1일 신정도 지나가고, 얼마 전 구정도 지나갔으니 이제 정말 찐으로 새해입니다. 이말인즉슨 이제 더는 새해 결심을 미룰 수 없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말이죠. 네? 진정한 새해는 역시 새학기가 시작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3월부터라구요?

사진 설명: 가수 별이 노래 “12월 32일”을 부르고 있다. 자막에 “내게 1월 1일은 없다고 / 32일 이라고 / 33일 이라고”라고 써 있다.
벌써 12월 60일 입니다…

독자님은 새해 계획을 세우셨나요?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저는 계획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이기엔 민망하고, 새해 다짐 정도를 다이어리에 적었는데요, “2023년에는 책임감있으면서도 행복한 사람이 되자”라고 썼습니다. 적은 것들을 모두 지키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을 도와줄 이정표를 세운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서인영도 새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서인영의 핵심 가치를 다시금 명확히 하고 2023년 활동 계획도 세웠는데요. 서인영의 새해 다짐을 한 줄로 정리하면 “2023년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확장하자” 쯤이 될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활동 펼치기에서 만나보셔요!)

위에서 계획은 다 지키지 못하더라도 세운 것 자체로도 효용이 있다고 썼지만서도, 계획은 역시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아주 요긴하게도 얼마전에 새해 계획 잘 지키는 꿀팁을 들었는데요, 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계획을 잘 지키려면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여행 계획은 지키려고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하게 되는데 왜인지 새해 결심은 매해 똑같은 것들이 반복되죠.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것들을 계획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대개 우리의 내면에서 오는 소리가 아니라 외부에서 꾸짖는 말들이죠.

서인영의 올해 활동 목표를 보면 버겁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보다는 얼른 하고 싶어서 기대되는 마음이 더 큰 걸 보니 제대로 계획을 세운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계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고, 서인영이 서인영다운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에게도 2023년은 나 자신답게 살 수 있는 한 해 되기를 바랍니다. 또 모두가 어렵지 않기 그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즐겁게 투쟁하는 한 해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미나상

110소식

2022년 재정 결산 보고

소식

2022년 서울인권영화제 수입 및 지출 결산표

2022년 서울인권영화제 수입 및 지출 결산 보고

수입

►후원금 39,185,130원

◼︎정기후원금: 32,685,130원

◼︎부정기후원금: 6,500,000원

 

►사업수익 7,957,792원

◼︎상영지원: 4,070,000원

◼︎25회 영화제 후원: 3,887,792원 

– 현장 현금 후원 714,000원, 일시후원(계좌이체) 1,274,000원, 텀블벅 후원 2,613,792

 

잡이익 633,017원

◼︎이자수익 14,217원

◼︎잡이익 618,800원 

– 일자리지원금, 이체오류 등

 

지출

운영비 39,330,343원

◼︎공과금: 603,720원

◼︎교통비: 37,200원

◼︎복리후생비: 1,338,000원

– 상임활동가 퇴직금 1,000,000원 포함

◼︎사회보험비: 3,077,270원

◼︎상임활동비: 22,558,400원

◼︎소모품비: 430,690원

◼︎임차료: 3,016,700원

◼︎지급수수료: 4,885,063원

– HRflix.org 보안플레이어 JWPlayer 연간결제 3,005,194원 포함

◼︎통신비: 714,820원

– 인터넷/전화 이용 및 우편발송

◼︎회의비: 2,668,480원

– AUD 사회적협동조합 조합비(월 50,000원*12개월), 문자통역 등

 

►사업비 17,584,912원

◼︎25회 영화제: 15,785,592원

  • 작품비 1,842,087원
  • 홍보 3,323,620원
  • 기념품 3,450,655원
  • 기자재 341,500원
  • 식사 416,100원
  • 현장진행 511,230원
  • 장애인접근권(현장 문자통역 및 수어통역, 상영작 수어통역) 2,732,000원
  • 교통비 173,400원
  • 인권해설 고료 550,000원
  • 대관료 2,145,000원
  • 공연비 300,000원

◼︎연대활동비: 525,000원

– 연대체 분담금, 활동가대회 참가비 등

◼︎장애인접근권실현을위한활동: 224,250원

– 문자통역 이용료

◼︎홍보비: 46,60원

◼︎상영지원: 1,003,470원

– 작품 상영료

 

잡손실 40,000원

– 후원금 중복 입금 건

 

2022 서울인권영화제 현금 및 예금 잔액

►수입-지출=-9,447,716원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사업비 지출, 정기후원 감소 등으로 2022년은 수입보다 지출이 9,447,716원 많았습니다.

►현재 잔액 22,799,859원

(전년도 이월액 11,533,575원)+(사무실 보증금 반환 20,000,000원)+(2022년도 증감액 -9,447,71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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