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펼치기] <긱 이즈 업> 공동상영회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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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수요일 저녁,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체칠리아홀에서 <긱 이즈 업> 공동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와 인천인권영화제, 진보네트워크센터,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쿠팡 대책위)까지 무려 네 개의 단위가 함께 진행한 상영회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다양한 단위가 뭉쳤을까요?

영화 <긱 이즈 업>은 각양각색의 플랫폼 노동자들을 따라갑니다. 배달 라이더, 우버 기사, 인공지능 학습, 설문 수행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10센트, 20센트에 순간순간 고용되는 이들입니다. 알고리즘은 이들의 수행 능력을 초 단위로 분석하고, 알고리즘의 논리와 연산으로 노동자를 평가하여 생계를 가로막기도 합니다. 그 알고리즘은 누구의 입장에서 작동할까요? 명확히 자본과 기업의 입장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인천인권영화제의 희우 활동가의 진행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이야기손님으로 함께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김혜진 활동가와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는 지금 한국 플랫폼 노동 현장의 모습과 그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주었습니다. 플랫폼 노동은 마치 이 노동이 노동자의 온전한 ‘선택’인 것처럼 포장합니다. 노동자가 선택해서 콜을 수락한 거고, 선택해서 태스크를 수행하는 거고, 선택해서 이상한 일일계약을 하는 것이고…… 그러나 구조가 애당초 그렇게 짜여져버린 속에서 사람들은 그 선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노동의 현장을 아주 편협하게 축소합니다. 영화 <긱 이즈 업>에서 레일라가 말했듯 ‘대기 시간’은 임금으로 절대 환산되지 않습니다. 25평, 30평, 40평 아파트 모두 4시간 안에 가사노동을 마치고 또 그 다음 집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플랫폼 노동의 시스템 안에서 그 이동시간은 ‘노동’이 아니게 됩니다.

이렇게 고용과 해지를 기업의 입장에서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 노동을 최대한 쪼개고 쪼개기 위해 알고리즘이 사용됩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뭔가 되게 혁신적이고 그다음에 심지어 지적노동까지 자동화하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사실 여전히 그 뒤에는 파편화된 그리고 인간의 단순노동이 존재한다는 거죠.” 오병일 활동가의 말처럼 알고리즘이든 인공지능이든 항상 사람의 노동이 뒷받침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마치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사람 없이 독립된 혁명적인 기술인 것처럼 말하고 그 이면을 가리고 있습니다.

사진.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나란히 앉은 희우와 혜진이 병일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뒤 스크린에는 문자통역 텍스트가 있고 혜진과 병일 사이에 수어통역사가 통역을 하고 있다.

<긱 이즈 업>에서 레일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객들은 주문 버튼만 누르면 우리가 나타나는 줄 알지만, 우리는 ‘나타나는’ 게 아니라고. 물건을 실으러 가고 싣고 트램과 버스를 지나 횡단보도와 언덕을 지나서 오는 것이라고. 버튼과 버튼 사이의 세계를 우리는 너무 자주 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에서 대표로 상영회를 찾아오신 김진수 조직국장의 말로 상영회 스케치를 마무리합니다.

“제가 알기로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구, 동탄, 인천, 옥천 등등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근무하시던 저희 동료분들이 연달아 돌아가시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쿠팡 택배기사님들도 최근 몇 분이 돌아가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쿠팡은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앞에서는 대표가 책임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형사고발과 노조탄압을 하는 그런 자본의 전형적인 잔혹함을 보여줬습니다. (…) 지금까지도 아직 정신 못 차린 이놈의 플랫폼 기업 쿠팡의 온갖 인권유린은 현재진행형이고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여러분과 민중 여러분, 저희 쿠팡 물류센터 경찰과 권력, 탄압과 착취를 뚫으면서 인권과 권리를 외치고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저희 쿠팡 노동자를 잊지 마시고 함께 연대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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