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입니다.
지난 6월 4일부터 7일까지,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27회 서울인권영화제: 혐오의 궤도를 이탈하라”를 진행했습니다. 개막작 ⟨우리는 광장에서⟩부터 폐막작 ⟨이어달리기⟩까지 27편의 인권영화를 12개의 섹션으로 엮어 상영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총 58명의 이야기손님을 모시고 지금, 여기의 인권을 이야기하며 힘을 다졌습니다. 11개의 인권단체가 연대부스로 마로니에공원을 함께 채웠습니다. 나흘 동안 약 1,500명의 관객이 연대의 광장, 해방의 스크린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항상 가려진 존재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찾고 스크린으로 길어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특히 제삼자로서의 연대를 넘는 강력한 연결과 의지를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혐오의 궤도를 이탈하라”라는 슬로건은 혐오의 논리 위에 세워진 궤도에 맞서 사랑과 평등을 이야기 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그들만의 궤도’를 이탈한 존재들의 만남과 연대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만들어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확인하길 바랐습니다. 영화제를 찾아주신 분들께 그러한 마음이 전해졌길 소망합니다.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도 못내 떠오르지만, 앞으로 더 잘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대신해 봅니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서울인권영화제 말고도 많은 이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47개의 후원 협력 단체와 55인의 개막단 덕분에 무사히 개막을 할 수 있었고, 29개 단체에서 프로그램 협력으로 함께해주신 덕분에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눌 수 있었으며, 한국농인LGBT+의 협력 덕분에 농접근권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폐막 이후에는 굿즈를 통해 후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빚 없이 7월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운영을 위한 예산 마련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영화제는커녕 단체를 지속할 수 있을지 막막한 날이 참 많았는데, 함께해주신 여러분 덕분에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는 서울인권영화제가 1996년 1회 인권영화제로 첫발을 내디딘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영화제 활동가들은 30년을 이어 온 힘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지난해부터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지난해 가을 처음 모여 영화와 인권을 공부하고 토론하며 겨울을 맞이했고, 우리가 스크린으로 길어 올릴 이야기를 찾아가며 봄을 맞이했습니다. 각각의 영화를 어떻게 읽을지, 어떤 연결고리를 찾아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회의를 하고 글을 썼습니다. 다양한 몸을 가진 관객이 각자의 감각으로 영화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접근권을 실천하고자 자막해설과 화면해설을 만들고 수어 촬영과 편집을 하는 등 매일 밤늦게 사무실을 지켰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낸 끝에 맞이한 6월이었습니다. 각자의 생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과 밤을 쪼개가며 일한 활동가들이 서울인권영화제를 통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고민하며, 30년 이후를 이어가겠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개막식에서 힘차게 펄럭이던 깃발들을 다시 떠올립니다. 서울인권영화제를 함께 만들어주신 후원활동가 여러분,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의 광장과 해방의 스크린을 만들어주신 분들, 그 광장을 채워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6월 30일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 함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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