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함께 먹자 밥

인권해설

세계의 밥을 짓는 기술

“밥 먹었어요?”라는 말이 금기어였던 학교가 있다.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이 없고, 식당은 온통 문턱이라 갈 수가 없고, 돈도 없어서 굶는 것이 너무 익숙해진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쫄쫄 굶는 학생들을 두고 “밥 먹는 게 죄짓는 느낌”이 들어 차라리 굶는 편을 택했던 비장애인 교사들이 다니는 학교. 학생들에게 식사지원을 요청받을까 봐 날쌘 걸음으로 못 본 체 지나가며 숨어서 밥을 먹던 활동가들이 일하던 학교. “밥 먹었어요?” 이 흔한 한마디에 서러움과 버거움, 미움과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 있는 학교, 바로, 노들장애인야학이다.

조상지 감독의 영화 〈함께 먹자, 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먹는 평등한 밥상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 온 노들야학에 바치는 러브레터다. 스스로 학교를 못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중증뇌병변장애인 조상지 감독이 서른 훌쩍 넘어 처음 도착한 노들야학에서 발견한 것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이동하고, 공부하며, 수다 떨며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풍경이었다. 비장애인에게 평범한 그 풍경이, 감독에게는 “꿈에서도 상상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다. 영화는 묻는다. ‘함께 밥 먹는’ 그 풍경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장애인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걸까? 이 질문을 따라 노들장애인야학을 쫓는다.

1993년부터, 평등과 투쟁의 공법으로 세계-짓기(world-ing)를 해오던 노들장애인야학은 “지금 준비가 안 됐어? 어쩔 수 없어? 준비를 우리가 다 하고 나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 이거 있어야 되잖아! 이거 해야 되잖아!” 외치며 화장실 옆 2평 공간에서 밥-짓기를 시작했다. 동시에 서울시청 앞에서 밥통을 두드리며 밥 먹을 권리를 외쳤다. 교육청을 찾아가 무상급식을 요구하고, 투쟁하며 밥-짓기를 해나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밥 먹는’ 평등한 풍경-짓기, 고립과 차별을 뛰어넘는 밥상-짓기,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을 잇는 반찬-짓기를 통해 평등한 세계-짓기를 넓혀나가고 있다.

평등, 이것만큼은 꼭 지켜내야 할 0번째 가치로 삼는 노들장애인야학이 지어낸 평등한 밥상에 깃든, 평등은 생동한다. “평등한 밥상”에 깃든 힘, 그 ‘힘’은 다시 우리를 일단 시작할 수 있는 힘, 투쟁하는 힘, 버텨나가는 힘, 이어 나가는 힘이 된다. 그 밥을 매일 먹고 있는 조상지 감독은 ‘힘’차게 말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한 상에 모일 때, 밥은 차별과 고립을 넘어서는 언어가 된다고! 그러니까, 함께 먹자, 밥!

-서한영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공동 프로그램 노들장애인야학

노들장애인야학은 학령기에 교육받지 못한 장애 성인을 위해 1993년 설립되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학교에 접근할 수 없어서, 장애인 시설에 수용되어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차별받아온 척박한 장애성인의 삶을 비틀어 보고 억압된 현실에 맞서, 이를 변화시켜 낼 수 있는 당사자 스스로의 생각과 실천의 힘을 기르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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