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

인권해설

서로 돌보는 힘이 여는 관계, 끈질기게 다르게 살아가는 힘

장애여성인 나는 활동지원 530시간을 받으며 살아간다.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가 없었던 시기엔 장애가 있는 엄마가 나와 쌍둥이 언니 둘을 주로 돌봤다. 때론 내가 언니를, 언니가 엄마를, 언니가 나를 돌보며 살아왔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제도화되고 활동지원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지금도, 장애가 있는 우리 세 모녀의 서로 돌보기는 끝날 줄 모른다. 

측은하거나 안쓰럽게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우리에게 더 많은, 더 특별한 돌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사는 사람, 더 많은 세금을 들여 지원해야 하는 취약계층. 영화 속 민아도 이런 사회 속에서 자신의 ‘다름’을 특수하고 어려운 조건으로 인식하며 과연 본인이 마루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우려하며 낮게 말한다. “나는 좀 다르잖아요.” 나 역시도 늘 남과 다른 내가 자격이 부족하고, 그래서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러나 그 다름에서 새로운 의존과 돌봄의 정치가 피어난다. 사회는 장애와 질병이 있는 이들에게 누군가를 돌보는 역할을 기대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 취약함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감각을 익히고, 구불구불한 몸으로 서로 기대어 사는 방법을 개발한다. 의존하며 살아오는 삶을 부정하며 시민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자리에서, 상호의존과 서로돌봄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끈질기게 다르게 살아간다. 

국가는 여전히 돌봄이 일부 취약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특수한 서비스라고 여긴다. 돌봄노동은 여전히 개인과 가족의 탓으로 넘겨지고 많은 여성이 감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돌봄 공백과 위기를 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시기가 지나니 다시 돌봄에 대한 논의는 납작해진다. 공공성을 확대하고 민주적인 돌봄관계를 더 확대하며 서로를 지지하는 체계를 고민해야 함에도 2024년 4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조례는 폐지되었고, 5월 23일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을 해산했다. 공공돌봄을 권리로 보장하는 대신 예산 효율을 명분으로 돌봄을 중단시킨 퇴행이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 충분하진 않았지만, 사회서비스원은 사각지대의 중증장애인을 지원함으로써 공공돌봄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더 확대되어 돌봄의 그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서울시는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비용 논리로 해체하였다. 재난과 위기 속에서 증명되었던 공공돌봄의 가치는 여전히 부정당하고 있다.

장애여성인 나의 위치가 단지 돌봄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남겨질 때 돌봄 노동의 의미가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과 돌봄노동자의 권리 모두가 존중받지 못하고 함께 무너진다. 모두가 돌봄 받는 구조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이지 않게 하는 사회, 돌봄 받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하는 사회, 돌봄 받을 자격을 묻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돌봄은 시장화되고 공공성은 흐려지며, 소비자로서의 선택만 남게 된다. 자본주의적 계산법으로 나뉘는 소비자가 아닌 시민으로서 돌봄을 말하고 싶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로, 모두에게 필요한 권리로, 돌봄을 국가가 이야기하길 바란다. 보호주의를 내세우며 시설에 가두는 돌봄 말고, 돌봄으로 더 자유롭고 평등해지고 싶다. 

나는 돌봄을 받지 못 할 거라는 불안이 아닌 삶을 나눌 수 있고 갈등을 같이 겪어 나갈 수 있는, 서로의 존엄을 고민하는 관계를 맺어 가고 싶다. 하지만 이는 혼자의 바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결국 돌봄을 받는 이의 존엄과 돌봄노동자의 권리는 연결되어 있기에, 이 시작은 국가가 책임지는 단단한 공공돌봄 안에서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이 토대 위에서 서로 돌보는 힘이 여는 관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끈질기게 다르게 살아가는 힘으로 시설을 폐쇄하고, 지역사회에서 울퉁불퉁, 구불구불 끝까지 살아가고 싶다. 

– 진은선(장애여성공감 활동가)

프로그램 협력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 인권운동단체로, 장애여성과 소수자를 차별하는 시설사회에 맞서 정상성에 도전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을 합니다. 문화예술·반성폭력·탈시설·인권상담 현장에서 장애여성의 몸, 섹슈얼리티, 돌봄, 성·재생산 권리 등 의제를 장애여성의 삶을 통해 드러냅니다. 불구의 정치로 소수자와 연대하며, 서로를 돌보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험과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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