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세계가치관조사(2017-2022)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92.9%가 ‘HIV 감염인과 이웃으로 지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HIV 감염인을 멀리하려 하는 우리 사회와 영화 속 새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대비된다. 하지만 무리를 지어 어떠한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 날아다니는 찌르레기들처럼, 사실 HIV 감염인도 우리 사회를 함께, 저렇게 구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HIV 감염인은 이미 우리가 서로 형성한/할 관계의 일부다.
“Money for AIDS, Not for War” 한국은 건강보험제도가 시민들의 건강과 공중보건을 위해 HIV 감염인이 필요한 약값을 지원하고 있어서 HIV 치료접근권이 비교적 잘 보장되어 있지만, 전 지구적으로 살펴보면 아직도 가난하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약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약값을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해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과거 2000년대에, 인권활동가이자 HIV 감염인 활동가인 윤가브리엘을 중심으로 윤가브리엘에게 필요했지만 한국에 없었던 HIV 치료제, ‘푸제온’을 쟁취하기 위한 이른바 푸제온 투쟁이 진행되었는데, 그 당시 푸제온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의 한국 지사장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의약품 공급에 관한 문제는 해당 국가 국민이 해당 의약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 돈이 없고 가난하면, 약값이 없으면 건강과 생명에 필수적인 의약품에 접근하거나 획득할 자격이 없다는 발언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을 잊으면 남는 건 침묵뿐이야. 그리고 그 침묵은 우리의 일부를 지워버려서, 우리는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지”
영화에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했던, 그리고 처절했던 장면이 등장한다. 에이즈팬데믹 시절 미국에서, HIV 감염인 친구, 연인,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죽은 이들의 재를 백악관에 뿌리는 투쟁. 사랑하는 사람의 재를 뿌리며, 그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짖었던 투쟁. 그것은 의약품 접근권 보장을 위한 아주 중요한 투쟁이었다. 마치 독백 같기도 한 저 대화가 그 처절했던 투쟁 장면과 부딪혀 보인다. 인권해설을 써 내려가며, 돌아본다. 혹시 우리가 잊은 ‘먼저 왔던 사람들’은 없나? 혹시 이미 지워져 버린 ‘우리의 일부’는 없나? 혹시 이미 볼 수 없게 된 존재가 있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중요한 구호로 사용되는 ‘Silence=Death(침묵은 곧 죽음)’가 저 독백 같은 대화로 나아갔다가, 그리고 또다시 구호로 돌아온다. ‘우리’를 위해 영원히 ‘보이는 존재’가 되고 싶다.
– 소성욱(HIV/AIDS인권행동 알)

프로그램 협력 HIV/AIDS인권행동 알
HIV/AIDS 감염인의 인권증진과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2011년 12월 1일에 설립되었습니다. HIV 감염인 노동권 침해 대응, 진료거부 및 의료차별 대응, 전파매개행위죄 폐지 운동 등 HIV/AIDS 인권증진을 위한 행동을 합니다. ‘HIV/AIDS정보사이트 아카히브’를 제작, 유지하고 있고 청소년 청년 HIV 감염인이 차별없이 안전하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매해 인권캠프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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