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불온한 당신

인권해설

불온하다[형용사]
온당하지 아니하다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
※ 온당하다 – 판단이나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알맞다.

불온한 당신
판단이나 태도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는 사람
한국 사회에서 ‘불온’은 상대적인 단어이다.
2016년 지금, 이곳에서 불온한 당신은 누구인가.

영화는 현재의 불온한 당신들과, 당신들에게 불온하다고 외치는 이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불온에 대한 판단에 앞서, 불온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다양한 각도로 되짚어가며, 도대체 불온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어떤 이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더 이상 우리 국민들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그리고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퀴어문화축제 현장에 나온 그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동성연애자들이 빤스축제를 한다”고 비난한다. 이 두 상황에서 그가 동시에 하는 말은 단 하나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외침은 한국 사회에서 불온이라는 단어를 점유하고자 사람들을 대변한다.

한편, 한국의 바지씨1) ‘이묵’, 일본의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은 불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지씨인 이 묵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삶을 살아야 했기에 어떤 것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진과 쓰나미라는 대재앙 이후 논과 텐은 불온한 사람들로 낙인찍힐지라도, 재난이 닥쳤을 때 서로 의 생사 여부를 공적으로 물을 수 있는 공인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보수화 되어가고 있다는, 한국 사회의 순응할 수 없는 체제의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불온한 당신이다. 우리는 모두 어떠한 부분에서는 낙인 찍히고, 손가락질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낙인의 낙원인 이 세상은 이미 불온하며, 우리는 불온한 세상에 불온한 서로를 바라보며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불온이 불온이기에 더 이상 불온은 불온하지 않다.

그렇다면 불온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존재할 권리, 사랑할 권리,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수 있는 권리, 건강한 노동자로 살아갈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를 외치는 불온한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 이야기하는 불온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자, 다시 한 번 묻는다. ‘불온한 당신’은 누구인가.

 

캔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1)서구의 ‘부치’ 또는 ‘다이크’에 해당하는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옛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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