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청계천 개발을 하며 쫓겨난 판자촌 주민들이 산기슭으로 모였다. 그렇게 가난한 동네 ‘정릉골’이 탄생한다. 영화는 사연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담담하게 다룬다. 길게는 60년, 짧아도 10년 넘는 시간 한마을에 살았던 이들. 각자 품고 있는 이야기가 가벼울 리 없다. 그 이야기를 다 담아내는 건 불가능하리라. 감독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주민들 이야기를 정릉골 풍경에 담아낸다.
가난한 마을 정릉골의 주민들이 모두 퇴거당하고, 집이 철거당하면 그 자리에는 ‘북한산 아래 서울의 최고를 넘어, 월드 클래스 명품 단지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고급 주택단지 ‘르테라스 757’이 지어진다. 가난한 이들이 만들었고, 가난한 이들의 자기 최후의 보금자리로 여기며 살아왔건만 개발 계획에 임대주택은 단 한 채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서울의 재개발은 이웃 도시들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대규모’로 이뤄진다. 전면재개발로 구역 전체를 한 번에 들어내니 가난한 세입자는 자구책을 찾기도 어렵다. 이웃 동네로 이사 간다는 개념도 불가하다. 이웃 동네라 부를만한 곳도 모두 재개발구역으로 묶여있고 한 순간에 사라지니, 일자리와 관계망, 주거가 통째로 삭제된다.
영화에서 다루고 있듯, 투기 목적으로 좁은 부지 땅을 서른한 명이 산 경우도 있다. 영화에서 다루지 않지만, 어느 세입자의 집은 지난 10년간 7명의 주인이 바뀌었다. 투기꾼들과 브로커들의 말장난 앞에 월세 10만원, 15만원 남짓한 집들의 가격이 수천만 원 오르며 개발 분위기가 형성됐다. 살고 있는 이들에게 정릉골은 터전이자 공동체이지만, 투기꾼들과 호사가들에게는 집과 땅은 상품 그 이상의 것이 아니다.
영화는 재개발의 정당성을 따지고 묻지 않는다. 다만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이 재정착할 곳이 없는 서울의 현실을 정릉골의 풍경과 함께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빈집을 찍고 싶지 않다는 감독의 말에는 그런 함의가 있다. 아직 이 풍경이 ‘폐허’가 아니며,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노라고. 그러니 세입자 주민, 토박이, 자연, 고양이를 비롯한 정릉골을 구성하는 존재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이 개발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해야 하지 않느냐고.
영화가 다뤘던 시점에서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마을은 26년 5월 27일 이후로 언제든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계고장이 붙어 한바탕 난리였다. 영화 초입, 성북구청 앞 발언으로 출연한 세입자 주거대책위원장 김우권 님은 자신과 이웃의 집을 지키기 위해 일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마을로 돌아왔다. 그의 표정이 다급해 보였다. 상황이 지나간 뒤, 마을에 오카리나 소리가 울려 퍼지고, 불안한 마음 이내 누그러졌다. 그날에도 김태영 님은 연주를 했다. 여전히 정릉골에 사람이 있다.
– 이종건(옥바라지선교센터)

프로그램 협력 옥바라지선교센터
2016년 5월, 서대문형무소 건너편에 위치한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 반대투쟁을 하며 결성됐습니다. 이후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등 도시문제 전반에 관심을 가지며 ‘쫓겨남이 없는 도시’를 모토 삼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달동네인 ‘정릉골’에서 세입자 주거권 보장을 위한 투쟁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소유권만을 유일한 권리로 인정하는 납작한 도시를 반대하며, 쫓겨남이 없는 도시를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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