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코미디 클럽 Palestine Comedy Club

작품 줄거리

팔레스타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6인조. 직접 대본을 쓰고 무대에 오르며 투어를 다닌다. 서안지구 곳곳을 누비고 때로는 악명 높은 이스라엘의 국경 검문을 통과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코미디언으로서 이들은 어떤 웃음을 꿈꾸고 있을까.

프로그램 노트

매회 영화제를 준비하며 항상 팔레스타인 영화를 찾는다.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리고 좀 더 바라자면 팔레스타인인이 만든 영화. 그 마음이 실은 무척 얄팍한 것이라는 것도 안다. 내가, 우리가 뭐라고 그저 작품을 기다린다는 말인가. 그런데 사실, 너무도 증명하고 싶다. 팔레스타인에서도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그 속에서 웃음도 사랑도 이어진다는 것을. 최첨단으로 구현된 증오와 폭력이 팔레스타인 말살을 오랫동안 시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에는 죽음과 눈물 너머의 순간들이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코미디 클럽>의 코미디언들은 이를 몸소 보여준다. “지금 팔레스타인에는 토론과 웃음이 필요”하므로, 그리고 어떻게든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의 이야기가 터져 나오기 때문에, 이들은 팔레스타인의 첫 스탠드업 코미디 씬을 꾸려 순회공연을 떠난다. 지역마다 고유하게 품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역사와 아픔을 돌아보면서, 이를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내고 관중을 웃게 할 것인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닿는 곳곳마다 점령의 폭력이 묻어 있지만, 그래서인지 관중의 웃음을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지역과 국가를 이동하기는 더욱 더 어렵지만, 투어는 계속된다.

그 여정에 함께하며 우리는 해방의 여정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깨닫는다. 절멸의 위협 앞에서 끝내 웃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 코미디언들이, 어떻게 끝내 해방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팔레스타인에도 영화가 있는지, 코미디가 있는지, 문화가 있는지, 예술이 있는지, 퀴어가 있는지 묻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이 영화를 내밀고 싶다.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감독

알라 알라이압달라 Alaa Aliabdallah

레가쉬(알라 알라이압달라)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나블루스 출신의 사진가이자 영화감독이다. 팔레스타인 서커스 스쿨, 프리덤 시어터, 스테레오48 댄스 컴퍼니, 사레예트 라말라 등 다양한 예술가 및 단체와 협업해왔다. 온라인 팔로워 2만 명 이상을 보유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물 사진·거리 사진 작가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잡지를 위한 사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코미디 클럽〉은 레가시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로, 코미디 투어 전 과정과 6개의 공연, 5개의 인터뷰를 직접 촬영했다. 투어에서 방문한 각 도시의 콜라주 스토리를 통해 팔레스타인 곳곳의 다양한 문화를 관객에게 깊이 있게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거리 사진 작업도 영화에 담았다.

인권해설

⦅팔레스타인 코미디 클럽⦆(2025) 인권해설

화(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팔레스타인 땅은 시온주의 정착식민지배와 군사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로 조각났다. 크게는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화한 48년 팔레스타인과 점령지로 분리된다. 점령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는 경계조차 접촉하지 않는다. 서안지구는 세 구역으로 나뉘고, 합치면 80퍼센트가 넘는 두 구역이 점령국의 직접 치하에 있으며, 점령국민 전용의 기간 시설과 불법 정착촌이 증가함에 따라 무수한 지역이 제각기 섬처럼 존재한다. 동예루살렘은 서안지구와 붙어있는 것이 무색하게 오가려면 따로 허가를 받아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존립이라는 팔레스타인 나크바의 가장 최근 양식으로서의 집단학살과 지난 약 이십 년 간의 완전봉쇄 전부터 이미 지극히 제한된 경우만 출입이 가능했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48년 팔레스타인과 점령지 팔레스타인과 인근 아랍국가 난민촌과 세계 각지로 흩어져 살아간다. 점령국 사회 안에서 별도의 집단으로 핍박받고, 강제추방 당한 가족의 고향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떠밀려 정착한 곳에서도 재차 내쫓겨 점점 더 비좁은 영역만을 할당받는다. 무차별적으로 체포되어 식민 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하며, 구금 시설을 둘러싼 분리 통치와 봉쇄라는 수용체제에 집단적으로 가둬져 생활 전부를 통제당한다. 한정 없는 대기와 소요 시간을 가늠 못할 이동에 속수무책, 출입 허가를 기다리고 분리장벽을 우회하고 검문소를 통과하는 데 드는 시간이 무망하리만치 하염없다. 당장 몇 시간 뒤의 사정마저 알 수 없으므로 나중이라는 것도 당연하지 않다. 계획은 언제나 실현이 불투명하다. 언제라도 닥칠 수 있고 부디 면하고 싶은 살해의 순간과 전망하기 어려우나 바라기를 포기할 수 없는 석방 및 해방의 순간을 번갈아 상상하며, 지배적 시간과 더불어 흐르지 못하는 주변적 현재성 속에서 심신이 쇠한다. 정치수감자로 삼십팔 년 간 식민 감옥에 갇혔다 사망한 왈리드 다카는 이처럼 구금된 시간을 온전히 흐르지 못하고 맴도는 “과거진행형”의 현재로 규정한다. 

팔레스타인 코미디 클럽의 팔레스타인 순회 공연은 팔레스타인의 파편화에 저항한다. 단일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식이 아니다. 파편을 도로 이어붙이지 않는다. 원래 모습을 복구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모아 놓는다. 같이 있도록 한다. 팔레스타인 코미디언과 팔레스타인 코미디언을 같이 있도록 하고 팔레스타인 코미디언과 팔레스타인 관객을 같이 있도록 한다. 코미디언과 관객이 하나의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하거나 듣도록 한다. 여섯 코미디언은 “조국”(혹은 “고향”)을 제목으로 저마다 다른 배경과 저마다 다른 위치성과 그에 대한 자기 해석을 고백함으로써 하나의 무대에서 팔레스타인 사회의 차이를 펴보이고 피억압 현실을 입체화한다. 저항운동의 산실 제닌 난민촌과 점령체제에 협조하는 자치정부의 행정 거점 라말라의 환경이 다르다. 48년 팔레스타인의 하이파에서는 지중해의 수평선이 보이지만, 점령지 서안지구의 베이트 아와에서는 48년 팔레스타인에서 거래용으로 넘어오는 중고가전이며 처리 안 된 쓰레기의 ‘바다’가 파도친다. 히잡을 쓰는 무슬림 팔레스타인 여성과 세속적으로 살기를 택한 드루즈인 팔레스타인 여성의 경험이 같지 않으며, 점령국 대도시에서 이른바 소수 민족으로 체화한 남성성과 점령지 전통의 대도시에서 자라며 익힌 규범적 남성성도 결이 다르다. 팔레스타인 사람도 팔레스타인 경험도 단수가 아닌 복수임을, 여섯 코미디언은 도시별 관객에게, 온몸으로, 육성으로, 자기 자신과 자기 주변을 관찰해 분석한 사람만이 엮어낼 수 있는 농담으로 제시한다. 

클럽은 “조국”(혹은 “고향”)을 서안지구 주요 도시 뿐만 아니라 수도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국립극장에도 가져가고 48년 팔레스타인의 나사렛과 하이파로도 가져간다. 점령국 신분증으로는 역사적 팔레스타인 내부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점령국의 공항 항만을 이용하여 외부로 직항 이동까지 할 수 있지만, 점령지 신분증으로는 역사적 팔레스타인 내부의 경계를 넘기부터가 쉽지 않다. 하이파 사람과 골란 고원 사람이 48년 팔레스타인 땅에서 둘이 먼저 만나 점령지 신분증 소지자인 나머지 네 명이 무사히 건너오기를 기다린다. 만료된 생체인식카드 갱신을 못한 구성원은 방문 목적을 병원 용무로 꾸며 불과 열두시간 짜리 임시 허가를 받아 간신히 동료들과 동행한다. 허가 받은 시간이 시시각각 줄어들어 초조한 가운데 드디어 넷이 검문을 통과해 기다리던 둘과 접선하는 장면은, 점령국에 대한 분노와 와보지 못하던 땅에 발을 디뎠다는 기쁨과 공연 구성원이 다 모였다는 안도에 활기차다. 일행은 조금이라도 어색해 하다가는 불심검문의 표적이 되어 공연을 그르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로, 다닐 만한 데를 다닌다, 마땅히 이곳을 통행할 자격이 있다,는 유의 태도, 이른바 유럽 관광객과 같은 제스처를 장착하기로 한다. 빼앗긴 조국 땅의 원래 주인이 시온주의 약탈 세력의 유구한 뒷배이자 어디를 가나 아무렇지 않게 제 집처럼 구는 서구 열강 주체의 느긋한 오만을 위장해 안전을 도모한다는 발상이다. 모순을 관통하는 인물의 형상화를 훈련한 몸이라 현실적인 작전이었을 것이다. 고통과 공포를 안겨주는 권력의 작용에서 핵심 원리만을 농담으로 간결히 긷는 코미디언의 통찰에서 비롯된 전략이었을 것이다. 가로막힐 위험을 무릅쓰고 길을 떠나 정해둔 시간 정해둔 무대에 서고자 분투하는 여정은, 지배받는 땅 위에서 단절된 영토 사이로 기어이 이동함으로써 이동권을 실현하고, 직접 만든 시간표를 지키고자 방안을 강구하며 시간의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팔레스타인 순회 공연을 마친 클럽은 런던에서 초청을 받고 인원을 절반으로 재구성하여 출장을 간다. 2023년 10월로, 현지에 체류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시작된다. 클럽이 공연을 갈 수도 없었고 멤버를 구할 수도 없었던 고립된 땅, 엄연한 팔레스타인의 일부가 초토화되는 과정을 이들은 속보로 따라간다. 서안지구에서도 점령군 활동과 정착민 폭력의 강도가 급증하고, 코미디언들은 가족 친척 친구들과 연락하며 우리 아직 살아있다는 문장을 읽고 듣는 순간만 아주 잠시 안심한다. 영국 출장 팀의 일원이었던 영화의 내레이터 알라는 요르단과 서안지구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개방되는 틈을 타 겨우 제닌으로 귀향한다. 하지만 그는 머지 않아 다시 떠난다. 정착민의 살해 시도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공포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에 벌써 열 달째 산다. 런던에 공연도 간다. 클럽 동료들도 각자 자기 식으로 살아남고 있다. 라말라의 칼릴은 정착민과 부딪칠 일을 최대한 피하고자 시외곽으로는 전혀 나가지 않는다. 헤브론의 라에드는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데 여념이 없다. 48년 팔레스타인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공격하고 단속하는 분위기 또한 더욱 삼엄해져, 한나는 하이파에서의 운신을 평소보다 더욱 조심한다. 골란 고원 출신 이바는 알라처럼 고향을 떠났다. 베를린에서 길을 찾는다. 다이애나는 이스라엘이 최신의 집단학살을 개시한 이후 중고가전 거래 시장의 ‘바다’마저 말라버린 베이트 아와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한 놀이교실을 운영한다. 클럽원 전원이 화상 통화로 모인 날, 동료들은 다같이 다이애나의 생일을 축하한다. 누군가의 생일이 돌아올 정도로 시간이 흐른 것이다. 다들 아직 살아있다. 순회 공연 이후의 시간, 협동 작업의 미래에 다다라 있다.

영화 말미, 런던에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알라를 위해 제닌에 남은 어머니가 축원을 올려준다. 신께서 모든 관객이 너를 좋아하도록 해 주시기를. 너를 사랑하도록 해 주시기를. 너에게 힘을 주기를. 우리는 너의 자리에 이 영화와 인물들을 놓고 관객의 자리에 우리를 놓고 어머니의 말을 들어도 좋겠다. 너의 자리에 팔레스타인을 넣고 관객의 자리에 세계를 앉히고 세계의 일원으로 어머니의 말을 경청해도 좋겠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제닌 자유극장의 벽화에는 뒷짐 지고 돌아선 한달라 위로 다음과 같은 영어 문장이 적혀 있다. “The past will also be present in the future.” 과거(past)와 현재(present)와 미래(future)만 다른 색으로 구분되어 있다. 필시 강조된 단어를 각각이 가리키는 시간순으로 배치해 만든 말이다. 여러 번역이 가능하다. 과거는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미래에는 과거도 있을 것이다. 뜻을 파고든다면, 과거의 유산이 미래를 일굴 것이라거나 역사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이해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조된 단어 순서를 살리는 방법으로 옮겨보고 싶다. 한국어로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원문과 같이 차례로 놓는 문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 과거는 또한 현재일 것이다 미래 안에서. 카메라가 벽화와 문장을 비추는 순간 알라는 수무드를 되뇐다.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팔레스타인 인민 불굴의 의지를 되새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투쟁. 지금 이 순간을 과거로 품어줄 미래로 간다. 

민족 절멸 위기의 상황에 농담을 해도 괜찮을까 싶지만, 팔레스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 자체가 존재 증명의 선언이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웃고 웃기며 버텨내므로, 알라는 영화가 끝나는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알라의 무대가 이어지면 좋겠다. 팔레스타인 코미디 클럽의 농담이 먼 곳까지 가닿으면 좋겠다. 한달라가 돌아보고 웃어주는 그날까지 그 다음날까지 더 먼 미래까지.

– 화(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프로그램 협력 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퀴어팔레스타인연대 QK48(Queers in Korea for Palestine QK48)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과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간 연대를 모색하고 팔레스타인 퀴어를 지지하는 활동가 네트워크입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격화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에 살아가는 퀴어들과 연대하고자 2024년 5월 발족했습니다.

1527회 서울인권영화제특별 섹션: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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