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자 밥 Let's eat together

작품 줄거리

46살의 나이로 노들장애인야학에 입학한 조상지는 학교에 입학한 첫날을 기억한다. 그곳에는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게다가 학생은 밥이 공짜라고 했다.

프로그램 노트

2014년 노들야학은 급식을 시작한다. 급식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선배들의 서러운 밥상 이야기가 자리한다. 활동지원 없이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없었던 중증장애인 학생들은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먹거나, 굶기를 택하며 일상을 지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져갈 무렵, “밥 먹었냐”라는 안부 인사는 어느새 공동체 내부의 금기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야학에 다니는 학생들과 선생님, 활동보조인까지 모두가 함께 먹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3,000원으로 시작했던 급식은 부족한 수급비로 밥상에 앉기를 망설이는 학생들을 위해 2016년 무상으로 전환된다. 이 뿐만 아니다. 코로나19로 격리가 심화되었을 무렵, 활동가들은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없는 학생들의 명단을 꾸려 집집마다 급식을 배분한다. 문턱을 앞에 두고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반찬은 고립 속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매개가 된다.

한편 영화가 보여주는 연결됨의 감각은 비인간 존재로까지 뻗어나간다. 감독은 후원행사 부스에 전시되어있는 돼지의 사진을 본다. 그리고 우리에 갇힌 동물들로부터 시설화된 장애인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한 감상은 곧 비건 급식에 대한 실천으로 연결된다. 밥상은 단순 영양 섭취를 넘어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일에 대한 생각과 실천이 교차하는 장소가 된다.

이렇듯 ‘서러운 밥상’ 이야기에서 출발했던 영화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밥상’을 꿈꾼다. 밥이 “고립을 넘어서는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는 세상을 향해 해맑게 외친다. “함께 먹자 밥!”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현토

감독

조상지

중증뇌병변 장애인으로 집과 장애인거주시설에 40년동안 있다가 자립을 하면서 노들장애인야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노들영화반을 통해 영화를 배우고, 장애인들의 삶을 기록하는 증언과 관찰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권해설

세계의 밥을 짓는 기술

“밥 먹었어요?”라는 말이 금기어였던 학교가 있다.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이 없고, 식당은 온통 문턱이라 갈 수가 없고, 돈도 없어서 굶는 것이 너무 익숙해진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쫄쫄 굶는 학생들을 두고 “밥 먹는 게 죄짓는 느낌”이 들어 차라리 굶는 편을 택했던 비장애인 교사들이 다니는 학교. 학생들에게 식사지원을 요청받을까 봐 날쌘 걸음으로 못 본 체 지나가며 숨어서 밥을 먹던 활동가들이 일하던 학교. “밥 먹었어요?” 이 흔한 한마디에 서러움과 버거움, 미움과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 있는 학교, 바로, 노들장애인야학이다.

조상지 감독의 영화 〈함께 먹자, 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먹는 평등한 밥상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 온 노들야학에 바치는 러브레터다. 스스로 학교를 못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중증뇌병변장애인 조상지 감독이 서른 훌쩍 넘어 처음 도착한 노들야학에서 발견한 것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이동하고, 공부하며, 수다 떨며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풍경이었다. 비장애인에게 평범한 그 풍경이, 감독에게는 “꿈에서도 상상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다. 영화는 묻는다. ‘함께 밥 먹는’ 그 풍경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장애인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걸까? 이 질문을 따라 노들장애인야학을 쫓는다.

1993년부터, 평등과 투쟁의 공법으로 세계-짓기(world-ing)를 해오던 노들장애인야학은 “지금 준비가 안 됐어? 어쩔 수 없어? 준비를 우리가 다 하고 나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 이거 있어야 되잖아! 이거 해야 되잖아!” 외치며 화장실 옆 2평 공간에서 밥-짓기를 시작했다. 동시에 서울시청 앞에서 밥통을 두드리며 밥 먹을 권리를 외쳤다. 교육청을 찾아가 무상급식을 요구하고, 투쟁하며 밥-짓기를 해나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밥 먹는’ 평등한 풍경-짓기, 고립과 차별을 뛰어넘는 밥상-짓기,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을 잇는 반찬-짓기를 통해 평등한 세계-짓기를 넓혀나가고 있다.

평등, 이것만큼은 꼭 지켜내야 할 0번째 가치로 삼는 노들장애인야학이 지어낸 평등한 밥상에 깃든, 평등은 생동한다. “평등한 밥상”에 깃든 힘, 그 ‘힘’은 다시 우리를 일단 시작할 수 있는 힘, 투쟁하는 힘, 버텨나가는 힘, 이어 나가는 힘이 된다. 그 밥을 매일 먹고 있는 조상지 감독은 ‘힘’차게 말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한 상에 모일 때, 밥은 차별과 고립을 넘어서는 언어가 된다고! 그러니까, 함께 먹자, 밥!

-서한영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공동 프로그램 노들장애인야학

노들장애인야학은 학령기에 교육받지 못한 장애 성인을 위해 1993년 설립되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학교에 접근할 수 없어서, 장애인 시설에 수용되어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차별받아온 척박한 장애성인의 삶을 비틀어 보고 억압된 현실에 맞서, 이를 변화시켜 낼 수 있는 당사자 스스로의 생각과 실천의 힘을 기르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827회 서울인권영화제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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