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 OSHIKA - Winds of Change

작품 줄거리

각자의 소중한 이유로 살아숨쉬는 오시카무라. 리니아 신칸센이 들어선다는 소식과 함께 사라지는 존재들이 보인다.

프로그램 노트

오시카무라의 사람들은 직접 기른 야채를 따먹고, 나무를 베어 땔감을 만들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을 환대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곳에서는 사람과 나무와 그곳에 거주하는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존재로서 관계한다. 영화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하고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를 지키려 하는 각자의 이유를 만나본다.

리니아 신칸센 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어떤 이에게는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공사이고, 어떤 이에게는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이며, 어떤 이에게는 도쿄와 나고야를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공사이기도 하다. 영화는 오시카무라 안팎을 넘나들며 여러 시선과 삶을 보여준다.

이 일은 비단 오시카무라의 일만이 아니다. 자본에 의해 삶의 공간이 파괴되는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고, 언제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나. 이 시대에 애정을 갖고 살아갈 공간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김명윤

1992년 인천 출생.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입학 이후 드라마 <아테네> 조명팀, 독립영화 협회 워크숍, 서울 영상미디어센터 <단 하나의 단편 시나리오> 워크숍 수료 이후 다수의 다큐와 단편 영화 작업 참여. 2021년 일본영화학교의 졸업작품인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을 제작 이후 도쿄에서 영화 및 다큐멘터리 제작회사에서 근무를 했으며 일본 영화 현장에서 한국어 지도 등을 겸하고 있다. 현재 재일교포 박수남 감독의 신작<갈등>을 제작 촬영 편집 중이다.

인권해설

장소를 지키는 일은 용감하고 동시에 슬픈일이다. 청계천 기술자들과 유통 상가가 밀집된 입정동의 철거가 201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에 을지로는 공사장이 되었다. 수천명의 기술장인들과 상인들이 비자발적 이주를 하거나 폐업했다. 을지면옥이 강제 철거 당했고, 맛집으로 소문난 갯마을 횟집이 사라지고, 안성집도 사라졌다. 40년 넘는 생산의 공간이 불시에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바뀌고 있다. 리슨투더시티 작업실이 있는 을지로 수표동도 지난주부터 본격적 철거가 시작되었다. 만선 호프가 을지 OB베어를 내쫓은 바로 그 동네이다. 타일 가게들과 공구가게가 밀집된 이 지역도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아는 을지로는 반절도 채 남지 않았다.

국가와 서울시는 일자리가 줄어든다 우려하면서 한쪽으로는 수천 명의 일자리를 당당하게 빼앗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의 생산 기능을 담당하는 을지로, 동대문, 문래, 영등포를 축소시키고, 아파트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광풍에 서울 아파트 가격은 몇 년 사이 무려 25%가 올랐고, 무리해서 빚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의 다수가 치솟는 금리로 감당 어려운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은 빚이라는 폭탄을 안고 상당수가 파산의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국가와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건전한 일자리는 없애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은, 아니 한국은 점점 위험한 부동산 사회가 되고 있다. 

일본 나가노현 오시카무라 마을의 풍경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산과, 마을을 소환했다. 천성산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 765KW 송전탑을 막기 위해 애를 썼던 밀양의 사람들,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 그 외에도 마을과 골목과 산과 강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떠오르는 영화이다.  

한국 정부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KTX를 건설하기 위해 무려 86개의 터널을 뚫었다. 그중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금정터널은 무려 20.3km,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 중 하나이다. 터널을 뚫는 게 대수냐 생각하겠지만 산에 터널을 뚫으면 산의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계곡이 마르게 되고, 지반이 침하된다. 고속철도가 터널을 지날 때 소음 및 땅이 울려서 겨울잠을 자는 양서류, 포유류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일부 학계는 천성산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도롱뇽 따위나 지키겠다고 국책사업 손실을 만드는 환경운동이라 프레임을 씌웠다. 산을 뚫지 않고 옆으로 철로를 내는 방법도 있었으나 국가는 결국 산을 뚫었다. 슬픈 일은 자연도 파괴되었지만 개발을 둘러싸고 작은 보상비라도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들과 돈보다는 자신의 땅을 지키겠다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으로 공동체가 파괴되었다는 사실이다.

사이먼 피코트 씨와 그의 가족들이 사는 이 산골 마을도 고도의 부동산 우리가 겪는 슬픔을 겪고 있다. 영화 등장하는 한 고등학생은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라고 묻는다. 그에 대해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양복을 입고 백지 같은 표정을 짓는 공무원들은 서로를 멀뚱히 쳐다볼 뿐이다. 기가 막힌 일은 터널이 뚫리고 공동체가 파괴된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치를 상실한 개발은 결국 사람들의 삶과 자연을 앗아갈 뿐이다. 그것이 개발주의와 관료주의가 뒤범벅된 사회의 얼굴이다. 개발이 지속된다면 사람들의 삶과 추억과 숱한 생명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공간은 천천히 그 찬란함을 잃어갈 것이다. 마을의 빛과 공기가 생기를 잃어가는 과정을 보는 일은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속에서 공간을 지키려는 용기는 부서져 가는 사회를 붙잡는 단단한 힘이 된다. 공간을 지키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연대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은선(리슨투더시티)


리슨투더시티 www.listentothecity.org

리슨투더시티는 2009년에 시작했으며, 미술, 디자인, 도시계획,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소규모 그룹이다. 리슨투더시티는 한국 환경적, 사회적 무책임, 부동산 만능주의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의문점을 가지고 시작했다. 우리는 지속가능하고 회복력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페미니스트적 관점으로 도시를 사고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225회 서울인권영화제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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