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없는지도 Map without Island

작품 줄거리

예멘에서 온 야스민과 성은은 제주에서 만났다. 둘은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약속했지만, 야스민이 난민 심사에서 떨어진 후 육지로 떠나게 되면서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야스민이 떠난 후 바로 그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예멘 난민을 비롯해, 제주 비자림, 강정마을 주민, 홍콩 시민 등 비자발적 이주‘존재’들의 연대기를 엮어낸다. 돌아올 곳을 잃어버린 존재들과 지워지는 장소들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충실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프로그램 노트

내전 중인 예멘을 떠나야 했던 야스민은 여러 나라를 거쳐 2018년 제주라는 섬에 도착했다. 그는 이곳에서 성은을 만나 친구가 되고, 카메라를 배우고,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야스민은 생계 문제로 또 한 번 육지로 ‘떠나야’했다. 난민 심사 이후 주어진 인도적 체류자라는 불확실한 지위와 함께.

<섬이 없는 지도>는 제주를 떠나며 야스민이 성은에게 남긴 편지로 시작해 예멘 난민을 비롯해, 제주 비자림, 강정마을 주민, 홍콩 시민 등 뿌리뽑힌 존재들의 연대기를 엮어낸다. 일본에서 들어온 비자나무는 또다시 도로를 지어야 한다고 강제로 베어진다. 일평생 땀 흘려 마농밭(마늘밭)을 일구어온 삶이 얼굴에 새겨진 강정마을 삼춘은 이제 그 마농밭에 해군기지가 세워지는 것을 목격한다. 영화는 이처럼 돌아올 곳을 잃어버린 존재들과 지워지는 장소들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충실히 기록한다.

우리는 장소에 단지 잠시 머무르다 가지만 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장소의 모양, 빛깔, 냄새, 소리, 그 속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텅 빈 공간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장소로 다가온다. 장소에서의 경험은 몸에 새겨지고 정체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비로소 장소는 ‘나’의 일부가 된다. 영화에서 평화운동가 에밀리가 증언하듯 “국경이 몸에 그어진” 느낌을 받거나 “한 곳에서 여러 땅을 밟으며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도 장소와 정체성의 긴밀함 때문일 것이다.

개개의 존재에게는 삶을 뿌리내리는 장소를 제삼자가 개발의 공간, 권력 쟁탈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러한 인식에 따른 행위에는 어떤 결과가 따르고 그 값은 누가 치르는가? 제삼자가 아닌 장소에 거주하는 당사자들이 개발과 권력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장소의 다른 구성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예멘, 제주, 홍콩을 오가는 이야기로 감독은 관객에게 장소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으로 초대한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김성은

활동가와 영상작가, 영화감독 사이를 즐겁게 횡단하며 제주에서 살고 있다. 카메라를 매개로 관계 맺는 것, 공동의 기억을 기록하고 감각하는 연대의 장으로서의 영화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325회 서울인권영화제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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