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우린 같지만 달라 Diversity

작품 줄거리

노똘복은 성미산마을의 퀴어청소년인 노랭, 똘추, 복순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 노똘복은 전국 각지의 퀴어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며, 그렇게 만난 퀴어청소년들과 같으며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프로그램 노트

영화는 성미산마을의 퀴어청소년인 노똘복(노: 노랭, 똘: 똘추, 복: 복순)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퀴어청소년을 만나 서로 ‘다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SNS뿐만 아니라 직접 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스터를 붙이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스스로 퀴어임을 자각하는 순간, 커밍아웃, 안전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 이들이 이야기보다 음식에 집중하는 것 같아 관객은 웃음이 나기도 한다.

노똘복의 용기 있는 행동이 유달리 대단해 보이는 한편 그들 자신을 자신으로 존재하게 하려는 몸짓으로도 느껴진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정체성을 지켜나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므로 옆에서 지지해줄 주변인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서로 마주한 적 없는 존재들이 모여 내가 나로서 있게 하는 노똘복의 경험은 퀴어문화축제에 모인 이들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혐오와 차별, 때로는 무지와 무관심을 뚫고 전국 각지의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의 동료이자 앨라이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존재는 큰 힘이 되고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되는 감각을 선사한다. 안전감, 자신에 대한 존중, 억압된 에너지의 발산. 드디어 만났다는 안도와 환희 속에 견고하고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사이. 영화에서도 제한된 현재의 세상이 아니라 새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는 힘을 보여준다. 직접 소통하며 전국 각지의 퀴어들과 연결된 세상. 멀지만 가까운 곳에서, 맞이할 새 세상과 서로를 지지하는 존재들을 보여준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김규림, 김민교, 박혜진

김규림(똘추), 김민교(복순), 박혜진(노랭)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마라탕, 수박, 새벽이, 잔디, 식초, 간장이, 후추, 삼색이, 희동이, 누링이를 좋아한다. 우리는 멋지게 살고싶다! 완전 큰일났다.

인권해설

“2020년 서울의 한 마을에 청소년 퀴어 노랭, 똘추, 복순이 살았습니다. ‘노똘복’은 자신과 같은 퀴어 청소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10명의 청소년이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차례로 소개하는 화면으로 시작해, ‘노똘복’ 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청소년 성소수자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노똘복’은 집, 학교, 사회에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환경을 마주하고 있는 다른 청소년들의 안부를 궁금해했고,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더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였습니다.

2015년 활동을 시작한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는 매일같이 ‘노똘복’과 같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찾아오고, ‘노똘복’과 같은 마음과 고민을 나눠줍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 주변에서 접하기 어렵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나 커뮤니티가 거의 없다 보니, 도대체 나 말고 청소년 성소수자가 있긴 한 건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건지 알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기 때문이겠지요. 분명 청소년 성소수자는 우리 세계 안에서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임에도, 집과 학교, 미디어 등에서 마치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설령 존재가 드러난다고 해도 차별과 혐오로 힘들어한다는 모습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노똘복’ 세 사람은 직접 자신들과 같은 청소년 성소수자를 찾아 나섭니다.

‘노똘복’은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청소년 성소수자를 찾기 위해 SNS(온라인)뿐만 아니라 동네 곳곳에 포스터(오프라인)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는 여러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전봇대에 붙여 두었던 포스터는 어디 떨어진 것도 아니고, 아예 사라져버립니다. ‘마치 없는 것’이 되어 버리는 이런 순간들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나를 드러내길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노똘복은 순간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한 듯 다시 한번, 이번에는 더욱 꼼꼼하게 포스터를 붙입니다.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여기 있다’라는 당당한 존재감과 다른 청소년 성소수자와 꼭 만나고자 하는 열망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누군가의 용기 있는 시도가 결국 우리를 닿게, 서로 연결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용기 있는 시도로, 드디어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안녕하세요”라고 들뜬 인사를 나누는 순간은 어쩐지 뭉클하기까지 합니다. 여느 청소년들처럼 마라탕과 떡볶이를 먹으며, 처음 정체성을 깨달은 순간, 커밍아웃과 나의 안전에 대해서 솔직한 이야기들을 터놓습니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듣는 사람’이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라는 나의 중요한 정체성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드러내는 일은 귀하고 드물기에, 누군가가 사려 깊게 경청해주는 경험은 나라는 존재의 어떤 한 부분을 제외한 채가 아니라 온전히 한 사람으로 존중받는 경험일 것입니다. 어떤 한 마디에 순간 모두 웃음이 터지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건 정말 싫다고 공감하고, 차이점을 발견하는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관객 또한 은근슬쩍 이들과 함께 화상전화를 하는 것처럼 노트북 앞으로 초대되고, 경청하게 됩니다.

영화상에서 청소년 성소수자가 정체성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은 ‘노똘복’의 학교 또는 온라인입니다. 물론 2020년이었다면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안전을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커뮤니티가 얼마나 부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식사하면서 청소년들이 “‘외부’가 무섭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 한편 ‘외부’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는 당당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얘기합니다. 부모님에 관한 얘기에서 가늠할 수 있듯 ‘내부’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곳은 아니며, 그 때문에 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안과 밖이 아닌 무엇이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살게끔 하는 가능성의 조건일까요?

10명의 청소년 성소수자가 우리에게 기꺼이 내어준 말들을 한번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도 누구든 자연스럽게 여기면서 하는 대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게 잘못된 것이지 성소수자가 잘못이 아님을 아는 것,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동료들, 인권을 바탕에 두고 만날 수 있는 곳들. 이런 것들이 나는 성소수자로서만 혹은 성소수자 정체성은 제외하고서가 아닌 다양한 결을 지닌 총체적인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우리 사회에 잘 드러나지 않던 목소리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지희(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http://DDingDong.kr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이하 띵동)은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신체적‧정신적 안녕을 보장받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대한 자아존중감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합니다.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자립을 위해 도움을 주는 종합적인 기관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주거대안공간 설립과 더불어, 전국에 있는 청소년 쉼터가 성소수자 친화적인 공간이 되도록 변화를 만들어내는 ‘홈 프라이드 홈(Home, PRIDE HOM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25회 서울인권영화제내가 세상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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