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수요일 저녁,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를 전태일 기념관에서 상영했습니다. 이야기 손님으로는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위 영화는 2021년도에 제작되으며,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에서 상영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왜 다시 이 영화를 월간 서인영으로 만났을까요?
영화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중이다. 스크린 앞으로 진행자 두부, 이야기손님 한재각, 수어통역사 이현진이 앉아있다.
2016년, 노르웨이 정부는 13개의 석유 회사들에게 북극해 연안 바렌츠해의 석유 탐사를 허가했습니다. 이에 청소년 환경단체인 ‘네이처 & 유스’와 그린피스 노르웨이 지부, 조부모 기후행동 활동가들은 헌법 112조에 따라 ‘모든 사람은 건강에 이롭고 생산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자연환경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다음 세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석유 탐사 허가를 반대하며 노르웨이 정부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영화는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노르웨이의 기후위기 현황과 석유 시추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도 내용은 다르지만 ‘기후소송’이 있었습니다.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법’에서 설명하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이 적절한 수준인지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미흡하다며 위 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환경권’을 쟁취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지만,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헌법에 합치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하는 청소년들과 시민, 영유아 소송자들이 이번 기후소송의 결과를 반쪽짜리 승리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은 최근 동해 석유 탐사시추 작업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기도 합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주체인 한국석유공사가 첫 탐사시추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고, 승인 과정에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정부는 원전 수출과 방산 수출을 위해 지속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은 없고, 자본의 논리와 이윤축적의 논리만 남아 있다는 점이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와 닮아 있습니다.
영화에서 정부 대리인은 “(기후가 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태평양, 방글라데시 등에 생기는 일은 노르웨이 관할권 밖입니다. 노르웨이에 영향이 있어야만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국가의 책임과 역할은 오직 노르웨이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영향에 국한해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한재각님은 “사회적 영향(기후위기) 같은 게 싹 사라져버린 것이 답답한 상황”이라며 “2022년에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같이 아프리카, 방글라데시, 그리고 한국 내에서도 지금 기후위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래서 이 위기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건지, 또 이 위기가 누구를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잘 따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책임 없는 자들이 가장 먼저 내몰리는 불평등한 상황에서 위기를 가속시키는 현재 체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하기 위한 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서로를 넘나들며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는 ‘기후정의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청소년 기후활동가는 묻습니다. “남아 있는 대기 중 얼만큼이 노르웨이 것입니까? 의회에서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얼만큼이 노르웨이 겁니까?”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의 원제는 ‘노르웨이의 두통’(Norwegian Headache)입니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두통은 일상생활을 잠깐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로 끝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볍게 여겼던 그 두통이, 바쁘다고,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넘어갔던 그 두통이 돌이킬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기후위기 상황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외 다른 위협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는 노르웨이의 정부 대변인의 말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노르웨이의 은퇴한 대법관이자 조부모 기후 캠페인 참가자가 재판에서 했던 발언으로 마무리합니다.
“기후변화로 가장 고통받는 것은, 우리 노르웨이의 후손뿐만 아니라 세계의 비특권층과 섬, 북극 지역 주민들입니다.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노르웨이는 이 지구적 부정의를 통해 이득을 얻고 즐겁게 고통받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도 무지개행동과 함께 성소수자 차별도 윤석열도 없는 사회를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12월 4일은 광화문에서, 5일부터 7일은 국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과 평등 세상을 외쳤습니다. 동지들과 함께 무지개를 휘날리며 매서운 추위를 견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지난 주 탄핵 투표는 불성립되었지만, 차별도 불평등도 윤석열도 없는 무지갯빛 세상을 위해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이번주에는 13일 금요일, 그리고 14일 토요일에 국회 앞으로 갑니다! 따뜻하게, 반갑게, 광장에서 만나요.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는 민주주의를 모욕한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고 평등과 다양성의 광장을 만들어가는 미디어활동가, 영화인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릴레이 상영합니다.
상영 작품이 추가되는 대로 홈페이지 및 SNS에 공지됩니다.
7차 상영작 (2/27부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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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헌트
조성봉|74분|한국|다큐멘터리|1997
[시놉시스] 70년 전 제주도에선 ‘빨갱이 사냥’이라 불리는 학살이 벌어졌다. 다랑쉬굴에서, 정방폭포에서, 북촌 옴팡밭에서. 6년이 넘도록 생존자들의 눈앞에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삶이 아스러졌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준은 없었다. 그 뒤에는 제주도를 둘러싸고 뒤엉켜있는 지독한 이념적, 정치적 명령과 전략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동안 학살의 생존자들은 입을 틀어막아야만 했다. 학살이 일어난 지 49년이 지나서야 <레드헌트>의 생존자들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 사라질 수 없는 기억을 증언한다. 이 증언들 안에는 분명히 사람과 삶이 존재한다.
[조성봉] 부산에서 40년을 바다바람과 살다 홀연 지리산 구례로 들어가 산바람과 8년을 또 살았다. 문득 깨어보니 한라산과 푸른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제주에서 폴짝거리며 살고 있다. 어디였던 늘 바람은 불었지만 지금 여기, 강정의 바람은 피바람이다.
버스를 타자!
박종필|58분|한국|다큐멘터리|2002
[시놉시스]장애인이동권연대는 작년 1월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 참사를 계기로 대중교통과 장애인의 이동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서울시, 그리고 국무총리 등 관련부처에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대한 계획의 수립을 요구하며 투쟁해오고 있다. 그러나 관련부처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며 장애인무료셔틀버스 등 오히려 장애인을 더 더욱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전시행정만을 일삼고있다. 그리고 2002년 5월 또 다시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결국 장애인이동권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하는데…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요구를 위해 1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왜 버스를 점거하고 광화문 사거리 한가운데서 사다리와 쇠사슬에 온몸을 묶고 투쟁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목숨을 건 단식투쟁까지, [장애인이동권연대]의 투쟁보고서이다.
[박종필] 장애인들과 빈민들이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우는 현장을 늘 함께 지키며 영상으로 기록하려고 했던 영상 활동가 박종필 감독은 청각장애인 학생들에 처절한 투쟁이었던 에바다 사건을 다룬 “끝없는 싸움-에바다” 장애인 이동권을 처음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버스를 타자”, 그리고 장애인 교육권를 다룬 “노들바람” 등 작품을 남겼으며 2017년 지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다. 박종필 감독은 쫓겨나고 내몰리는 이들의 곁에 머무르며 힘과 권력보다 더 강한 것은 기록이다라는 믿음을 실천한 영상활동가였다.
6차 상영작 (2/05부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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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를 잇는 법
김윤겸, 윤누리, 여인서, 재원, 임수빈|81분|한국|다큐멘터리|2022년
[시놉시스] 차별금지법 농성장에서 처음 만난 2030 퀴어페미니스트 감독들. 그들이 발 딯고 있는 일상의 공간에서 차별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4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영화는 사적 서사에 기반하여 임신중단과 정신병에 대해 말하고, 다른 세대와 차별의 경험을 포개어 보며, 당사자와 비당사자를 가르는 경계를 되돌아본다. 5개의 이야기는 한 가지의 질문으로 향한다. 무수한 관계들 속에 놓여있는 우리가 ‘평등한 우리’ 없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차온다(차별금지법 온에어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팀)] 차별은 ‘나’의 바깥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타나는 구별들, 그것은 내가 만든 질문일까? 그런 구별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다시 화합할 수 있는 것일까?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과 내가 함께 해방되기 위해서 나의 자리는 어디여야 할까? 수없이 많은 질문들은 하나의 문장으로 묶인다. 차별을 끝장내는 것은 우리들의 연결이라고.
5차 상영작 (1/22부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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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 턴
엘리자 카파이|93분|브라질|다큐멘터리|2019년
[시놉시스] 브라질 상파울루, 2013년 교통비 인하 투쟁에서 시작된 우리의 투쟁은 2018년 공립학교 통폐합 반대 투쟁까지 흘러왔어. 온갖 차별로 뒤엉킨 사회에 맞서 거리로 나오고 학교를 점거했지. 그런데, 불편한 소리 내지 말고 가만 있으라고? 그런 권력자들의 말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우리는 유쾌하고 단단하게, 우리의 색으로 새로운 세상을 물들이고 있으니까. 노래하고 춤추며 거리를 채우는 우리의 혁명! 온몸으로 부딪히며 서로의 세계를 넓혀나가는 혁명이 세상을,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자, 이제 당신의 혁명을 초대할게.
[엘리자 카파이 감독] 사회의 이슈를 드러내고 창의적인 제작, 내레이션, 배급을 고민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이다. <유어턴>은 브라질의 교육 예산 삭감에 대항하는 학생들의 학교 점거를 다뤘으며, 현재는 MIT 오픈독랩에서 연구 중이다.
4차 상영작 (12/27부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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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
카나스 리우|15분|홍콩|다큐멘터리|2020년
[시놉시스] 거리에는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고 방독면과 마스크, 고글 등을 쓴 검은 옷의 사람들이 함께 구호를 외친다. 무장을 한 경찰들은 이들을 향해 무력을 행사한다. 이들 중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어 기록을 남기고 누군가는 최전선의 동지들을 돕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이들은 최루탄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경찰의 무력진압에 쓰러지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외친다. ‘광복홍콩 시대혁명’
[감독이 전하는 말] “뉴스를 보고 한국의 시민들이 걱정됐습니다. 이 현대 문명에서 정말 황당한 일입니다. 이 상영회가 잘 개최되길, 사람들이 원하는 바에 유의미한 변화가 찾아오길, 온 마음으로 바랍니다.”
[카나스 리우 감독] 홍콩의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문화연구를 전공했다. 홍콩의 시위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사회 운동을 시작해 우산 혁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19년부터 홍콩의 송환법 반대 운동을 촬영하고 있다.
미래의 집
로 킨 훙 알빈|30분|홍콩|다큐멘터리|2020년
[시놉시스] 찬란한 마천루로 빼곡한 홍콩 어딘가, 잿빛 건물이 늘어선 웨스트 이스테이트.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아파트, 2층 침대를 이어붙인 방, 늘어진 전선이 가득한 곳. 부서진 벽들. 이곳에는 월세 60만원의 집을 찾아 헤매는 노인이, 노래로 자신을 말하는 퀴어가, 임신중단수술을 반복해야 했던 여성이, 어린 시절 본토에서 돈이 없어 소풍에 가지 못했던 이주민이 산다. 각자의 삶으로 불평등한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들. ‘집’은 언제나 ‘미래’의 것인 이들에게 홍콩이란, 투쟁이란 무엇일까.
[감독이 전하는 말] “한국의 상황이 국제뉴스의 헤드라인으로 나왔고, 깊이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특별한 정국에서 <미래의 집>을 다시 상영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행운을 보냅니다.”
[로 킨 훙 알빈 감독] 홍콩중문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연출작 <미래의 집>으로 데뷔하였으며, 장편 각본 <Exiled>가 HAF 필름랩에서 제작될 예정이다.
오류시장
최종호|79분|한국|다큐멘터리|2024년
[시놉시스] 이른 아침. 오류시장의 어두운 골목을 이곳에서 40년 넘게 떡을 만들고 팔아온 이가 걸어간다.
56년의 역사를 지닌 오류시장은 지하 5층, 지상 21층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정비’될 예정이다.
2024년 현재 오류시장에는 16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감독이 전하는 말] “지난 2017년 박근혜 퇴진이 이루어진 직후, 오류시장에서는 잘못된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갔습니다. 그날들을 아프게 기억하며, 다만 정권의 퇴진뿐 아니라 일상 곳곳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 내고 계신 분들께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세상의 어두운 곳을 잘 주시하고 함께 움직여 보아요 우리!”
[최종호 감독] 2016년부터 서울 구로에서 활동하며 잘못된 재개발 문제에 처한 오류시장을 기록해왔습니다. 오류시장을 처음 만났던 해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미디어팀 활동을 병행했었습니다. 그때의 광장, 그리고 이후의 시간들을 마음 깊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3차 상영작 (12/17 00시부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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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 프로젝트: with you 10.29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16분 5초|한국|다큐멘터리|2022
[시놉시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 위원회는 생존자, 구조자와 만나고 곁이 되고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드랙아티스트 모어, 생존자 이주현, 감독 김일란, 김의현의 유가족 김혜인, 배우 우현과 함께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붙여진 추모메시지를 낭독하고 자신과 이태원이 이어지는 여러 기억을 담아본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영상이 속보로 떴다. 그날 밤 우리는 간신히 유지되어온 일상이 한순간 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 밤은 우리에게 처음이 아니었다. 2022년 10월 29일도, 그 이전에도, 그 후에도 그런 참사는 있었다. 사회적 소수자를 비롯한 시민의 생명을 가볍게 여긴 정권에 미래는 없다. 참사 이후,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늘 그렇듯 카메라를 들고 나갈 것이다.
[상영기간] 2024. 12. 17. ~ 퇴진까지
귀귀퀴퀴
새훈|22분|한국|다큐멘터리, 실험영화|2022년
[시놉시스] ‘퀴어’, ‘일스’, ‘일틱’, ‘언니’, ‘은둔’, ‘벽장’… 여러 말이 뒤섞이고 엉키고 흐른다. 근데, 퀴어가 뭐야?
[새훈 감독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저에게 살아감은 투쟁입니다. 일상에서의 대화와 그 속의 규범, 각종 배치가 만들어내는 기본값들과의 불화를 버티며 조금씩 비틀어보려는 습관이 저에게는 투쟁입니다. 하지만 종종 투쟁할/살아갈 일상이 부서지는 경험을 합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상상 바깥의 통제와 폭력이 발생할 때, (모두의 거리라 여겨지는) 거리로 온 힘을 쏟게 됩니다. 저의 부스럭거림을, 즉 일상에서의 투쟁을 박탈해간 계엄과 이후 쌓이는 대응으로 그나마의 믿음이 깨졌다 붙었다 반복하는 와중입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의 물음이 ‘대의’라는 이름에 완전히 가려져야만 국회 앞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일부) 소수자들은 이미 그 믿음을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하고 싶지 않더라도)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적 물음이 선별적인 ‘대의’를 획득 받은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소수자성을 둘러싼 의제는 늘 ‘대의’ 바깥에 위치되어야 하는 걸까요. 저에게 투쟁은 삶을 향한 질문입니다.
(생기길 바라는) 탄핵/퇴진 이후의 논의들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중요한’ 곳에서는 침묵을 강요당하는 게 익숙한 소수자들의 깃발이 국회 주변에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이 거리의 웅성거림이 무색하게 그런 ‘중요한’ 논의에서는 대체로 뒷전이 된 채 늘 나중을 희망삼아야 하는 소수자들의 몸과 소리가 응원봉과 함께 지금 여기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깃발은 각자의 거리를 줄곧 채워오고 있었다는 사실, 각각의 일상에서 부스럭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외치는 분들과 뜻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투쟁은 외면의 반의어입니다. 때론 망각하고 싶은 깃발이 거리에서, 제 몸과 마음 어딘가에서 여전히 펄럭입니다.
[상영기간] 2024. 12. 17. ~ 12. 31.
퀴어의 방
권아람|29분|한국|다큐멘터리|2018
[시놉시스] 첫 번째 방. 나의 정체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없는 곳을 찾다가 오게 된 “거부하우스”. 이곳에서 마침내 ‘나’를 봐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두 번째 방. 벽 한가득 붙어 있는 동물 사진과 포스터, 그리고 직접 쓴 글귀들. 붉은 생고기가 놓인 냉장고 한 칸에 자리 잡은 ‘비건푸드’. 가족 안에서 나의 ‘비정상성’을 지켜주는 것들이다. 세 번째 방은 이태원에 있다. ‘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가 ‘나’를 위협하지만, 삶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 안에서 ‘나’는 안전함을 느낀다. 마지막 방. 애인을 따라 그녀가 사는 집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동거인들은 우리가 레즈비언인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이 집을 둘러싼 퀴어 아우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준다. 내가 ‘나’로 온전해지는 곳, 사회의 ‘정상성’에 맞서는 여기는, “퀴어의 방”이다.
[권아람 감독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광장의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평등과 평화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지기를 바랍니다.
[상영기간] 2024. 12. 17. ~ 퇴진까지
2차 상영작 (12/14 00시부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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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cm
김소정|22분|한국|극영화|2023
[시놉시스] 시각장애인 가영과 그녀의 애인 은정은 함께 사는 커플이다. 하지만 가영 옆의 은정은 그저 ‘착한 친구’로 비춰진다. 은정은 이것이 못마땅하다. 더운 날 마라톤 준비를 하는 두 사람. 날씨 때문일까? 땀 흘리며 달리던 두 사람은, 서로 다투기 시작한다.
[김소정 감독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제 영화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랍니다. 윤석열 씨는 힘들길 바랍니다.”
[상영기간] 2024. 12. 13. ~ 12. 31.
기억의 공간들
마주|52분|한국|다큐멘터리|2023
[시놉시스]참사는 왜 기억되고 기록해야하는가? 애도를 위한 공간은 왜 중요한가? 철거 위기에 처한 서울시의회 옆 세월호 기억공간, 당시 단원고 교실의 형태를 복원해 기록한 4.16기억교실, 왁자지껄한 추모공원을 꿈꾸지만 공사가 계속 미뤄지는 생명안전공원. 이 세 기억공간의 위기와 탄생 사이에서 함께해 온 사람들을 통해 질문의 답을 찾아본다.
[마주 감독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광장에는 수많은 몸과 목소리, 빛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절망하지 않았고 무력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기로 한 세대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2024년,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시간을 마주하며 다시 한번 현장을 잇고, 투쟁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공동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또 다시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은 언제나 불의와 독재에 저항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다른 세상을 향해 함께 연대하며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우리의 카메라도 꺼지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
1차 상영작 (12/13 00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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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마
섹 알 마문|30분|한국|극영화|2021
[시놉시스] 니샤는 병식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 때문에 병식과 한국에서 단란하게 살기가 쉽지 않다. 니샤는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섹 알 마문 감독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시민들을 고통에 빠뜨린 윤석열 정권이지만, 설마 비상계엄까지 선포할 줄이야… 하지만 다행히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비상계엄을 막아냈고 국민을 외면하는 윤석열을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시민들은 승리해왔고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다. 나도 그 길에 함께할 것이다.”
[상영 기간] 2024. 12. 13. ~ 2025. 1. 12.
언허드: 마사페르 야타를 지켜라
권순목|40분|한국,팔레스타인|다큐멘터리|2023
[시놉시스] 가옥이 무너진다. 사람이 내쫓긴다. 올리브나무가 쓰러진다. 그 현장에 HD현대의 포크레인이 바삐 움직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고 불법 정착촌을 건설하며 학살을 계속하고 있다. 점령의 자리에 어떤 이들이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연대의 손을 뻗을 수 있을까. 인종 청소의 한복판, 마사페르 야타에서 그 응답을 만난다.
[권순목 감독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12월 3일, 누군가가 휘두른 거대한 권력에 수많은 이들의 삶이 위협 아래 놓이게 됐습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또 한 번 변화를 만들어내길 소원합니다. 한편 누구의 목소리도 외면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차별 없고 배제 없는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뭉치고 뭉쳤을 때 진정으로 더 나은 세상이 오리라 믿습니다.
하루 또 하루
섹 알 마문|25분|한국|극영화|2016
[시놉시스] <하루 또 하루>는 사람답게 살아가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등록과 미등록의 구분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삶을 어떻게 조각내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그들을 바라보는 혐오 어린 시선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속 째깍거리는 소리는 이 순간에도 그들의 시간은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섹 알 마문 감독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시민들을 고통에 빠뜨린 윤석열 정권이지만, 설마 비상계엄까지 선포할 줄이야… 하지만 다행히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비상계엄을 막아냈고 국민을 외면하는 윤석열을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시민들은 승리해왔고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다. 나도 그 길에 함께할 것이다.”
[상영 기간] 2024. 12. 13. ~ 2025. 1. 12.
My First Funeral
이은혜|37분|한국|다큐멘터리|2023
[시놉시스] 나를 위한 장례식을 꿈꾼다. 가부장적이지 않은, 이성애 중심주의적이지 않은, 호모포비아가 준비하지 않는, 오직 나와 친구들을 위한 레즈비언 장례식을 꿈꾼다. 사랑하는 친구와 연인과 동반자가 편지를 쓰고 꽃을 건네는 우리를 위한 애도. 그렇게 나는 스물세살에 첫 번째 장례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은혜 감독이 2024년 겨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살기 위해 존재를 숨겨야 했던 우리가, 이제는 살기 위해 광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것도 지켜야 할 것도 너무 많은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 모였습니다.
어젯밤, 저는 국회 앞에서 수많은 퀴어-페미니스트들과 마주했습니다. 아픔과 분노, 희망과 결의가 뒤섞인 공간.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세상이, 거짓말 같은 현실이 우리를 외면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장으로 나온 우리는 서로를 보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 존재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지킬 때,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지난 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은 명백한 위헌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44년 만의 계엄령이었고, 국회는 세 시간 만에 비상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으며, 대통령은 단독 담화로 여섯 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했습니다.
분노로 보낸 한밤의 여섯 시간이었습니다. 피땀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를 일순간에 부정하는 상황은 당혹스러웠습니다. 서울 시내를 활보하고 국회로 강제 진입하는 계엄군을 보며 두려워 했습니다. 민주 국가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정치,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자 폭주하는 권력자에게 분노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여섯 시간은 믿음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가짜보다 더 가짜 같은 계엄 선포를 보며 당장 국회로 달려간 이들이 있었습니다. 계엄군이 정치를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지켜낸 이들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일터에서, 곳곳에서 서로의 안부와 안전을 물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도모하고 지켜야 할 것들을 밤새 고민하고 토론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그 어떤 개인의 권력이 아니라, 보다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의 분투로써 실현되는 것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믿었습니다.
이제 광장이 열릴 것입니다. 이 광장은 위헌∙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윤석열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실현시킬 것입니다. 일부의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막무가내로 사회 기반을 흔들 수 없는 국가를 만드는 광장이 될 것입니다. 정치는 계엄 해제에 안주하지 말고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평등하고 안전한 광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지금까지 민주 사회를 만들어 온 수많은 광장을 생각합니다. 계엄 선포의 순간에도 불평등과 불의에 맞서 이미 행진을 하고 농성을 하고 있던 동지들의 투쟁을 생각합니다.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며, 불온한 몸으로 소란의 파동을 일으켜 온 우리의 거리를 생각합니다. 우리의 거리는 대통령의 퇴진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 권력자의 마음대로 흔들릴 수 있는 시대를 끝낼 것입니다. 자유롭게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위하는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 길에 차별과 혐오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까지 싸워오던 대로, 불온한 몸으로 소란스럽게 투쟁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광장에서 만납시다. 서로의 차가운 손을 데우고 추운 내일을 밝힙시다.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을 만들어나가고 지켜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픈 마음에 기획한 특집 인터뷰 시리즈! 서인영의 인연들을 만나보는 시간, “인영의 인연들”입니다. 네 번째 인연들은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두부와 안나입니다. 역대급으로 산만하고 웃음꽃이 만개했다는 인터뷰를 드디어 공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근황을 들려주세요.
두부 : 최근에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두부입니다. 신입 활동가가 되었어요.
(박수)
두부 : 요즘엔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러닝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안 뛰면 좀 어색해서 오늘도 집 가서 뛸까 고민 중입니다.
안나 : 안녕하세요. 안나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자원활동가로 일하고 있어요.
두부 : 저도요.
(웃음)
안나 : 저는 최근 코로나에 걸렸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일자리를 잃었고요. 그래서 힘들었지만 이겨냈고! 그리고 생태환경단체에서 진행하는 교사로 캠프에 다녀왔습니다. 그런 삶을 살고 있답니다.
사진. 인터뷰 중인 안나와 두부. 노란 머리의 안나가 서울인권영화제 티셔츠를 입고 앉아 있으며, 두부가 미소를 띠고 앉아 있다.
Q. 두 분이 서인영과 함께 한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는데요. 어쩌다가 서인영에 들어오게 되셨는지, 언제부터 활동하셨는지 말해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두부 : 아마 안나님이랑 동시에 들어왔던 것 같은데요.
안나 : 맞아. 맞아. 같이 들어왔죠.
두부 : 작년 8월에 처음 들어왔습니다. 그때 ‘영화제에서 활동하고 싶다’ 생각을 해서 찾고 있었는데 서울인권영화제 공고가 올라왔고, 신청 기한이 마지막 하루 남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냉큼 신청했죠. 근데 신청하고 다음 날, ‘연장되었습니다’라는 게시글이.
안나 : 나 연장 첫날에 신청했던 것 같아.
두부 : 그래서 ‘여기 뭔가 지금 사람이 없나 보다’ 느껴버렸죠. 그래도 다른 영화제도 있었지만, 여기를 지원했던 건 서인영은 영화제 때만 잠깐 자원봉사하는 게 아니라 영화제를 같이 만들고 꾸려나갈 수 있는 곳이기에 선택했던 것 같아요.
안나 : 저도 작년 8월에 들어왔는데요. 근데 이 이야기 너무 육수 우리듯 똑같은 이야기 계속하게 되는데요. 왜 들어오게 됐냐. 요약할게요. 제가 고등학생 때 혜화에서 서인영을 봤습니다. 그러니까 야외 상영을 할 때 우연히 보게 됐는데, 그때 본 영화가 아직도 기억나요. <공동정범>이라는 영화를 처음으로 봤거든요. 제가 당시 용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근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얘기였어요. 용산 참사에 관한 얘기를. 왜냐하면 참사 당시는 제가 너무 어렸고, 또 뭔가 배울 일이나 들어볼 일이 없어서 아예 모르고 있었는데 참사 현장이 저희 학교에서 진짜 가까운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약간 그 영화를 보면서 되게 충격받았거든요. 뭔가 ‘이런 영화를 틀어주는 영화제가 있구나’ 이런 거를 처음 알게 돼서. 그때 진짜 약간 첫눈에 반했달까. 그래서 그다음 날이랑 다다음 날 계속 가서 앉아 있었거든요. 혜화 마로니에 광장에. 원래는 성인이 되면 이 영화제에서 일하고 싶다, 바로 신청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한동안 서인영이 마로니에에서 영화제를 못 했기 때문에 없어진 줄 알고 있다가 우연히 인스타 알고리즘을 타고 왔어요. 그 스토리 광고에 뜨더라고요. 아무튼 그걸 보고 ‘나도 신청을 해봐야겠다. 영화제가 안 없어지고 있었구나’ 하고 신청을 했더라. 그렇습니다.
Q. 사실 ‘자원활동’을 지속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서인영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두부 : 같이 활동하는 분들 때문이죠.
안나 : 혹시 대본 받으셨어요? 저만 모르게?
두부 : 근데 진짜 진심이에요.
안나 : 저도요. 저도요.
(웃음)
두부 : 특히 이번 영화제 1월부터 준비하면서 좀 더 확 친해진 것 같긴 해요. 좀 너무 많이 친해졌나? 지금 오랜만에 봤는데도 별로 안 어색하고 지금 이렇다는 것 자체가.
안나 : 맞아. 거의 가족이죠. 종신제니까.
두부 : 그러니까 이게 사람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사람 관계가 편해져 버리니까 떠날 이유가 없는 거죠. 바쁘면 못 나오기도 하고 그러지만, 이제 그만해야지 할 이유가 없는 거죠. 되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린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 중 혹시 들어오고 싶어 고민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환영입니다. Q. 안나 님은 어떤가요?
안나 : 저도 일단 사람이 좋은 게 가장 첫 번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사실 여기서 일하기 전에 다른 영화제에서 몇 번 일했었는데 그때마다 ‘이제 영화 진짜 관둬야겠다’라고 생각한 첫 번째 이유가 그런 거대한 영화제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때문이었어요. 20대 초중반의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너무 싫고 환멸나고 이래서 안 한 거였거든요.
근데 여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일단 첫 번째로 좋았고, 또 제가 영화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 같이 있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뭐 영화든지 사람이라든지.
사진. 인터뷰 중인 안나가 엄지를 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부는 팔찌를 찬 손으로 안경을 올리고 있다.
Q. 서인영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었다면.
안나 : 일단 영화제를 했을 때가 가장 인상 깊긴 했는데. 너무 뻔한 답변이니까. (웃음) 다른 인상 깊었던 순간은 우리 SK빌딩 앞에서 야외 상영했었잖아요. 그때 저희가 처음으로 야외 상영 활동을 해본 거였는데요. 사실 되게 이슈가 엄청 많았잖아요. 그래서 진땀을 빼긴 했지만 그래도 끝나고 나서 ‘되게 재밌다’ 이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우리가 그냥 사무실에서만 있다가, 밖에 나가서 영화를 틀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러저러한 것들이 사실 우리가 다 초보인데 그런 걸 다 준비하고 잘 끝내고 나니까 너무 재밌고 뿌듯하고 즐겁고. 그래서 그때 약간 여기서 일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달까. 그래서 좀 인상이 깊었다.
두부 : 저는 이번 영화제 폐막식 때, 저희 다 같이 나가서 한마디씩 얘기했잖아요. 그때 앞에 관객분들 저희 영화제 찾아와주신 분들이 쫙 앉아 있는 게 되게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영화제 활동은 저희가 하고 있지만 이 영화제가 이어지는 거는 정말 우리만으로 안 되는 일이구나 느꼈던 것 같고.
영화제 끝나고 나서 종종 다양한 현장이라든가 공간에서 영화제 티셔츠 입은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언제는 후원 활동가분도 만난 적 있어요. 그럼 그만큼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괜히 내적 친밀감 생기고. 티셔츠 입고 있는 거나 에코백 들고 있는 거나. 그래서 뭔가 그렇게 함께해 주시는 분들이랑 연대하는 순간순간 마주치는 순간순간이 되게 인상 깊어요.
Q. 서인영 활동을 하다보면 슬로건 선정부터 팸플릿 접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는데. 나와 제일 잘 맞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안나 : 저는 연대 활동이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단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그리고 우리가 다른 단체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새롭게 배우게 되는 것들이 저는 많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아직 약간 아기 활동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뭔가 더 다양한 사람들의, 더 다양한 관점들을 듣거나 다양한 생각이나 이런 것들을 듣는 시간들이 너무너무 재밌고. 그리고 서로의 목소리에 약간 힘을 보태주는 그런 활동들이 너무 저한테는 뜻깊거든요. 그래서 연대 활동을 할 때 재미나 보람이 배가 되는 것 같다.
Q. 두부님은 어떤가요?
두부 : 다들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저도 물론이고. 그래서 영화 선정할 때가 제일 재밌었어요 내가 본 이 영화를 또 다른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 저의 생각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 영화 선정하는 거를 가장 재밌고 잘 맞는다고 느꼈던 것 같고. 저 자체가 제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남들한테 소개시켜주거나 보여주는 걸 되게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시험 기간 끝나면 영화 트는 시간 맞아 맞아 항상 제가 외장하드 가져가서 영화 틀고 그때 넷플릭스도 없었거든요. 그런 거 다 제가 정해서 영화 보여주고 그랬었는데. 서인영을 통해 그런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게 인권 활동이랑 또 연결되어 있어서 더 좋고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안나 : 근데 저도 진짜 비슷했거든요. 학교 다닐 때. 근데 항상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갖고 와서 틀면 애들이 재미없다 그랬어요.
두부 :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틀면 안 되지. 저는 아이들이 어떤 영화를 봐야 재미있어할까 고민하고 틀었어요. (웃음)
안나 : 나는 생각이 짧았다? (웃음) 근데 뭔가 평소에 못 볼 만한 걸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왜냐면 흔히 볼 수 있는 영화는 각자 찾아서 볼 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런 거 말고, 약간 이런 거 어때? 이런 이야기 나눠보지 않을래? 나만의 작은 상영회 이렇게 했는데 반응이… 제가 실험 정신이 폭발해서 독립 영화만 들고 갔거든요.
Q. 우리는 영화제니까 영화에 대해 묻겠습니다.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를 소개해 주신다면.
안나 :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최근에 <애프터썬>이 재개봉해서 보러 갔는데요. 제 친구 중에 <애프터썬>을 진짜 최고의 인생 영화로 꼽는 친구가 있어요. 그래서 재개봉을 했길래 영화관에 가서 봤거든요. 근데 영화가 너무 힘든 거예요. 약간 공황이 올 정도로.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데 집에 가면서 생각해 보니 영화가 너무 내 얘기 같아서 트라우마가 건드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좋은 거예요. 어떤 영화를 보고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것도 처음이고, 영화가 좀 힘들지만 꼭 다시 영화관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인상 깊었어요. 그냥 영화 전체가 너무 감정선이 세밀해서, 주인공이 느끼는 저 감정이 뭔지 너무 알겠어서 힘든 느낌. 과하게 공감된달까.
Q. 주로 어떤 내용인가요?
안나 : 어떤 내용이냐면 주인공이 어린 시절 아빠랑 같이 터키로 여행을 가요. 함께 살지 않는 아빠와 휴가를 같이 보내는 거죠. 근데 아빠도 아직 어린 거예요. 그래서 자기만의 방황도 있고, 아빠도 불안정한 청년인 거예요. 근데 그걸 보는 아이도 다 느끼고 있죠. 모르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둘이 터키에서 함께하며 일어난 일에 관한 영화인데, 연출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반전도 있고.
Q. 두부님은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가 있었나요.
두부 : 저는 최근에 <룩백>을 봤는데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두 캐릭터가 서로 반대되는 모습으로 연출되는데. 그 둘이 상호 보완하면서 같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되게 좋았고 연출도 좋고. 그리고 영화가 되게 짧아요. 1시간 정도. 그래서 깔끔하게 딱 보기 좋다.
Q. 두부님이 서인영 외 하고 계신 활동에 대해 더 소개해 주신다면?
두부 : 아까 자기소개에서 말했다시피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요. 이 단체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분들을 지원하고 그곳 마을을 지원하거나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단체예요. 평화 단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최근 9월부터 시작해서 이제 막 한 달 일을 했는데 되게 재밌어요. 아직까지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과 크게 다르진 않거든요. 홍보 활동을 주로 맡아서 하고 있는데. 피켓 만들거나 SNS 관리를 한다거나 다양한 홍보물들 만들고 있고 그런 느낌이에요. 어? 평소 하듯 웹자보를 만들었는데 돈을 주네? 물론 돈이 다는 아니고 당연히 돈 때문에 이런 것도 아니지만. (웃음)
상근 활동가로 일을 하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고요. 그 외에는 예비 병역 거부자여서 아마 1~2년 안에 병역 거부를 진행하고 재판을 좀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Q. 두부님은 비건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서인영 MT에서도 비건 바베큐를 해먹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비건 음식이나 소개 시켜줄 만한 비건 식당이 있으신지.
두부 : 제가 이걸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사실 제일 자주 가는 곳은 집 근처에 있는 마라샹궈집인데. 흑석 칠기 마라탕이라고. 여기가 지금까지 먹었던 마라탕 중에 제일 맛있어요. 여긴 그냥 제가 자주 가는 곳이고 근데 추천하고 싶은 거는 영등포에 차호록이라고 있거든. 거기는 일단 예약해서 가야 되고 비건 식당이에요.
거기 사장님이 미리 준비하고 따뜻할 때 밥을 먹게 하는 걸 좋아하셔가지고 찬물도 안 나와요. 정식 느낌이거든요. 음식도 되게 맛있고 엄청 건강한 맛인데 분위기가 좋아요. 테이블도 3개인가 4개인가 그래서 가끔 친구들이랑 약속 잡을 때 여기로 가면 정말 좋습니다. 완전 강추.
사진. 서울인권영화제 MT 때 만들었던 비건 바베큐. 버섯과 비건 햄 등이 석쇠 위에서 구워지고 있다.
Q. 안나 님은 평소 영화를 많이 보시는 걸로 유명한데요.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영화가 무엇인가요?
안나 : 제가 왜 이 질문의 답변을 감명 깊게 본 영화와 나눠서 생각을 했냐면, 뭔가 이 질문은 제 감상을 넘어서 추천하고 싶은 영화를 말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제가 너무 많이 말해서 지루할 수도 있는데 영화 <딸에 대하여>가 개봉 했잖아요. 아니 진짜. 제가 이거를 작년 이맘때부터 얘기하고 다녔어요. 왜냐하면 부국제 때 처음 봤었거든요. 얼마 전에 감독님께서 초대해 주셔서 GV를 갔다 왔는데 그날 가면서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몇 번 봤지? 7번을 봤더라고요. 개봉 전에 7번을 본 거예요. 진짜 너무 좋아요. 영화가 그냥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두부 : 따로 얘기했어야 됐네. 이 정도면.
안나: 일단 <딸에 대하여>는 원작 책이 있어요. 뭔가 제가 생각했을 때 책을 영상화하면 좀 책을 읽을 때 보다 감동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책을 읽을 때는 각자 상상하는 바가 다 다르잖아요. 같은 책을 읽어도 내가 생각하는 이 캐릭터는 이런 모습이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이 캐릭터는 이런 모습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상화 했을때 각자의 상상과 달라서 재미가 반감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딸에 대하여>는 책을 읽었을 때도 너무 좋았는데 진짜 영화 자체가 약간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해야 되나. 되게 잔잔하고 어떤 일상인데 그게 잔잔해 보이지만 그 안에 엄청난 파도가 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약간 좀 버거울 때도 있고. 그런데 진짜 책을 영화화하는 경우 중 정말 잘 된 예라 생각해요.
Q. 서인영의 백종원, 안나님. 울림 구독자 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레시피가 있을지요.
안나 : 이 질문을 보고 진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도대체 뭐라고 얘기해야 되지. 최근에 코로나 걸려서 집에만 있으면서 베이킹을 시작했어요.
나기 : 난 이게 너무 대단하다. 코로나로 집에 있던 시간에 베이킹을 시작했다니.
안나 : 완전 비장의 레몬 파운드 케이크가 있거든요. 나중에 한 번 구워 드릴게요. 근데 들어가는 들어간 재료가 별로 없어요. 레시피를 말해야 하나. 이제 레몬 제스트 그리고 박력분! 계란. 그리고 비건이라면 두유를 사용하고, 아니면 생크림을 넣으면 좋아요. 팩에 담긴 생크림을 넣으면 촉촉해요. 오일 좀 넣고. 그리고 레몬즙. 그냥 그것만 넣으면 돼요. 그렇게 오란다 틀에 넣고, 그냥 뚝딱. 체 칠 필요도 없어요. 뚝딱이야. 근데 왜 이걸 만들게 됐냐 하면, 제가 테라로사에서 파는 레몬 파운드 케이크를 진짜 좋아했어요. 거기서 파는 레몬 파운드 케이크가 진짜 비싼데 너무 맛있어요. 촉촉하고 상큼하고 너무 맛있어서 베이킹을 시작하고 그걸 만들어야겠다고 바로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제가 레시피를 좀 수정해서 가장 완벽한, 그거하고 가장 비슷한 레몬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어 냈거든요. 나중에 맛 보여드릴게요. 진짜.
마주 : 그걸 먹을 때까지 서인영 활동을 해봐야겠다.
안나 : 근데 이거는 만들기 좀 어려울 수 있으니까, 사실 진짜로 생각한 레시피는 ‘돼지 파스타’예요. 유튜버 통닭 천사가 알려주는 돼지 파스타가 있는데요.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돼지 파스타가 아니라 그냥 돼지처럼 먹게 돼서 돼지 파스타거든요. 오일 파스타를 만드는 건데 들어가는 재료가 그냥 다진 마늘, 올리브 오일, 치킨 스톡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요. 근데 진짜 맛있어요. 약간 강추드려요. 집에 재료가 아무것도 없을 때 진짜 최고.
Q. 인터뷰를 끝내며,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부 : 아까도 말했지만 서인영 활동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서인영을 지지해 주시는 분들과 만났을 때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의 행복을 위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나 : 저는 빠른 시일 내에 또 다음 영화제가 열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보는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시면 좋고 혹시라도 내년에 서울인권영화제를 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많은 관심을 꾸준히 가져달라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최근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친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친구는 트랜스젠더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았다. 유서도 없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알고 싶었서 계속해서 생각했다. 고민한 끝에 얻은 결론은 우울증이었다.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 이때문에 마음이 시름시름 병들어 갔을 것이다. 그게 전부였을 것이다.
곧, 11월 20일이 다가온다. 이 날은 트랜스젠더의 추모의 날이다.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과 다르게 트랜스젠더에게만 추모의 날이 있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가 그만큼 사회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날을 맞아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나는 여러 생각이 든다.
“나는 무사히 생존해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내 주위에 위험에 처한 친구가 더 있을까? 내가 그들을 구할 수있을까?”, “어떻게 트랜스젠더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까?”
내가 <파랑 너머>를 처음 본 것은 26회 서울인권영화제 해외작 선정 과정에서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바로 감이 왔다. “이 영화는 트랜스젠더를 조명한 영화 중에서도 귀한 작품이다.”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작품은 트랜스젠더가 받는 차별에 집중한다. 차별을 고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차별을 받는 상황에만 집중하다 보면 보고 있는 트랜스젠더는 답답하다. 트랜스젠더에겐 이미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랑 너머>는 달랐다. 트랜스젠더가 받는 차별에 집중하면서 피해자로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한 트랜스젠더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 그는 ‘차별 받는 트랜스젠더’에서 더 나아가 투쟁의지를 가진 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나는 큰 힘을 느꼈다. 이렇게 트랜스젠더에게 힘이 되어주는 영화는 정말 귀하다.
영화의 주인공, 그의 이름은 닐이다. FtM으로, 카메라는 오랜 시간 동안 트랜지션하는 닐을 관찰한다. 그런데 영화의 시간 순서가 좀 특이하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시간의 흐름에따라 트랜지션하면서 변화하는 닐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랜지션에 의한 변화에 주목할 테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시간 순서가 제멋대로이다. 트랜지션으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이 아니라 닐이라는 사람의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영화는 닐이 가부장제에,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인권영화제와 TDoR집회 기획단은 공동으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아 <파랑 너머>를 상영하기로 했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슬픔에만 머무르는 추모가 아니라, 서로에게 용기가 되는 추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디 많은 트랜스젠더가 와서 많은 용기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물론 트랜스젠더만 오라는 것은 아니다. 시스젠더들도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며 트랜스젠더의 소중한 동료가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서울인권영화제 전 상임활동가 레고님의 파트너이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인권영화제의 빛나는 자원활동가로 따뜻한 곁을 내주었던 김혜지님께서 지난 10월 23일 오후 불의의 사고로 먼저 먼 길을 떠났습니다.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장례를 치렀고, 29일 저녁에는 많은 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추모식을 가졌습니다.
혜지님은 22회, 23회, 24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국내/해외 프로그램팀, 장애인접근권팀, 후원/홍보팀, 기념품팀 등에 함께하며 다양한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영화제 활동가들과 함께 혜지님은 치열하게 활동했고, 때로는 아픈 이야기들을 깊은 마음으로 나누었으며, 작은 일에도 가장 크게 웃곤 했습니다. 모두가 존엄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묵묵한 꿈을 꾸었고, 명랑한 웃음과 너른 품으로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넓은 세상 긴 인생을 바라보던 혜지님의 부고에 애통한 마음을 가릴 수 없습니다. 곳곳에 남아있는 혜지님의 커다란 미소와 다정한 진심을 기억하며, 그의 평안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동지이자 반려였던 혜지님을 먼저 떠나보낸 우리의 동료 레고님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를 응원해주시는 여러분께서도 레고님의 슬픔을 위로해주시고, 혜지님의 생을 기억하며 명복을 빌어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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