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우리는 귀엽다

소식

25회 서울인권영화제가 9월 25일 폐막하고 어느새 한달이 조금 지났다. 폐막과 평가회의 사이 2주 동안 우리 활동가들은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리는 대면 행사였던 만큼 소회가 남달랐을 것이고 적은 인원으로 정신없이 달려오다보니 곧바로 후 작업을 하기 보다는 기간을 두고 영화제에 쏟아부었던 감정이나 열정같은 것들을 풀어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고 돌아온 만큼 평가회의는 열정적이고 활발하게 돌아갔다. 

사진. 사무실에 모여 평가회의를 한다. 책상 위 모니터에는 회의록과 함께 온라인으로 접속한 활동가들이 있다. 책상에 둘러앉은 활동가들이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사진. 사무실에 모여 평가회의를 한다. 책상 위 모니터에는 회의록과 함께 온라인으로 접속한 활동가들이 있다. 책상에 둘러앉은 활동가들이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평가회의는 10월 13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올 초에 진행되었던 활동가 워크숍부터 후원·홍보와 소식지발행(울림), 영화선정, 행사 준비 과정과 타임라인, 공간, 실무, 장애인접근권, 기념품 등등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훑으며 피드백 했다. 귀엽고 아담한 활동가 인원과 야외상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시작으로 상영사고에 대한 피드백과 해결책 강구, 전체적인 타임라인을 앞당기고 상영본 검수와 상영 리허설 시간을 더욱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중간에 빠지는 인원을 고려하여 초반부터 자원활동가를 더 많이 모집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 김에 말하자면 이 활동 정말 재밌고 보람차니까 영화에 관심있거나, 평론에 관심있거나, 문화기획에 관심있거나, 수다스럽거나 생각이 많아 그걸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찾아와주시면 참 좋겠다. 

사진. 25회 서울인권영화제 폐막식 후 기념사진. 서인영 활동가들이 슬로건 현수막을 함께 잡고 서로를 쳐다본다.
사진. 25회 서울인권영화제 폐막식 후 기념사진. 서인영 활동가들이 슬로건 현수막을 함께 잡고 서로를 쳐다본다.

25회 서울인권영화제는 9월 21일 수요일부터 9월 25일 일요일까지 닷새간 개최되었으며 총 8개의 색션을 통해 20개의 영화를 상영했다. 이 기간동안 영화제에 상주한 영화제 활동가는 다섯명, 영화제에서 사건사고가 아예 없었다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적은 인원으로 큰 사고 없이,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행사가 마무리 되어 다행이다. 더불어 위기의 순간마다 기적처럼 나타나 손을 보태주신 외부 활동가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당탕탕 서울인권영화제를 무사히 이끌어온 우리 활동가들 너무 귀엽고 대단하다. 흔쾌히 영화제에 찾아와 말을 나눠주신 관객과의 대화 이야기 손님들도 너무 귀엽고 멋있다. 마포구에 있는 작은 마을극장까지 찾아와 영화제와 함께해주신 관객분들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는 귀엽다. 

 

– 나기(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108소식

[활동가편지] 잘 잤어? 이렇게 인사를 건네

소식

잘 잤어? 제가 지인들에게 종종 묻는 말입니다. 상대방은 관습적으로 묻는 말인 줄 알고 별 다른 대답 없이 대화를 이어가고눈 합니다. 그러면 저는 다시 한 번 ‘잘 잤어?’ 라고 묻습니다. 진짜로 물어보는거였냐며 놀라던 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정말로 궁금하거든요. 잘 잤는지. 깨지 않고 잤는지. 잡을 설쳤는지. 등등이요. 저는 한 번 잠들면 깨지 않고 자는데요. 요 몇 달간은 밤에 몇시에 잠에 들든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나고는 합니다. 다시 자려고 해도 그러기가 애매한 시간이거나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이미 일어나버려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잠을 자는 건 중요해요. 인간의 삼대요소는 의식주인데요. 집이라고 했지만 실제 거주지가 아니더라도 가기의 공간이 있는 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편하 쉴 수 있는 곳. 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곳. 잔다는 것, 잘 잤다는 건 안전한 공간에서 편하게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절대적인 수면시간이 부족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개인적인 건강 문제도 있어서 더 쉽게 피로하고 지치는 요즘입니다. 아침에 잘 잤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예요. 맑은 정신으로 일어난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재웁니다. 어쨌든 자야 할 것 같아서요.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들도 일단 잘 자셨으면 좋겠습니다. 불면증이 있으시다면 더욱더 잘 자셨으면 좋겠습니다. 자고 우리 또 만나요. 길을 걷다가 우연히, 약속을 잡아서, 어느 행사에서. 일상에서, 곳곳에서.

– 해랑(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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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해설: <바스티안>

인권해설

트랜스젠더는 바로 당신이 답하길 바라/보고 있다

전 흔히들 트랜스젠더 인권에 관하여 논할 때 나타나는 어떤 상상적인 구도에 관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트랜스젠더(또는 그 옆에 서 있는 트랜스젠더 인권 옹호자들)가 답하길 바라/보고 서 있는 구도. 이해하기엔 낯설고 불쾌하고 두려운 모습-말하자면 두껍고 어색한 화장 따위-으로 서 있는, 어쩌다 마주친 트랜스젠더를 응시하는 구도 말입니다. 그 구도 속에서 트랜스젠더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트랜스젠더가 대체 왜 그런 삶을 선택했을지,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지, 남성이나 여성으로서의 삶이 무엇인지는 알고 저러는지 관해 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럴 때 왠지 우물쭈물 하는 트랜스젠더. 답이라고 해봐야 모순에 불과한 답답한 소리만 내놓는 트랜스젠더. 그런 주제 자신이 남성/여성이라고 ‘주장’하며 화를 내고 찡찡대는 억지스러운 트랜스젠더들. 그러니 그들이 ‘주장’하는 권리라고 할 것들이 과연 ‘예상될 수 있는 문제’(예컨대 화장실 안전 문제 따위)를 떠안아야 할 만큼 보장 돼 마땅할 것일지… 트랜스젠더는 허상이 아닐지.

그러나 트랜스젠더가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니고서야 현실에서 이런 구도 속에서 다른 이들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그렇게 흔하진 않습니다. 앞선 구도가 불쾌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 구도가 성립되기 위해선 하나의 마주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로서, 다른 이들과 사회적 관계에서 부대낄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전제해야 합니다. 저런 상상적인 구도를 전제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러저러한 혐오적인 밈 따위를 내놓는 사람들에게 제가 어처구니 없음을 느끼는 지점은 바로 여깁니다. 그러니까 저런 대화를 나누려면 우선 트랜스젠더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트랜스젠더가 학교에, 일터에, 길거리에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여유와 함께 충분히 존재하는지, 존재할 수 있는지? 저는 그래서인지 “우리 곁에 트랜스젠더가 있(을 수도)다”는 말이 텅빈 것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말그대로(인구 비율이 0.25퍼센트라는 점을 보더라도) 우연적인 확률로 트랜스젠더‘인’ 사람이 불특정 장소에 있을 수는 있지만, 그가 ‘트랜스젠더’로, 다른 사람과 충분한 소통을 가질 수 있을만큼 ‘곁에’ 있을 가능성… 트랜스젠더로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는 장소를 놓쳐야 했던, 말하기를 멈춰야 했던-이를테면 학업, 경력, 진로, 가족과의 관계를 놓아버려야만 했던 저, 그리고 수많은 트랜스젠더의 역사-사람들을 떠올릴 때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트랜스젠더들이 말하기를, 어떤 장소에 있기를 단념하고만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이들과 ‘트랜스젠더’로서 마주치려는 계기를 만들고자 치열하게 말하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이들이 그 몸짓과 말을 너무나 쉽게 흘려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즉 저는 앞에서 말한 경우처럼 트랜스젠더만이 질문 받는 것이 아닌, 트랜스젠더도 어떤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분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로선 변희수 하사와 숙명여대 A, 그렇게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아닐지라도 청소년기부터 “너무 (어려서) 헷갈리는 것이다”라는 부모나 사회의 애썬 무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과 성별과 미래와 욕망과 삶을 말하고 새기려는 트랜스젠더들… 부모에게, 의사에게, 주변인에게 정체성을 말하기 위해, 그리고 그에 맞춰 자신의 삶을 조직하기 위해, 이를 위한 단 한 번의 분명한 마주침을 위해, 얼마나 많은 트랜스젠더(청소년)들이 그 긴 고립의 시간동안 말과 욕망을 벼려내야 하는지… 남에 의해 규정되는 삶이 아닌 자신의 고유한 역사를 창출하는 그 한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부모를, 주변인을, 자신을 책임져야 마땅할 그 모든 사람들을 그들이 보지 않더라도(또는 애써 무시하더라도) 얼마나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지, 당신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제게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해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곤 합니다. 그때마다 이런저런 법적인 이러저러한 제도, 인식 등등 그런 흔한 답변을 내놓곤 했지만 왠지 불충분한 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바스티안>에서 주인공이 20살이 되는 장면을 보고, 제 20살 때를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불현 듯 20살을 맞아 처음으로 가졌던 기자회견문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은 (…) 누구보다 뜨거운 의지와 열망을 갖고 살고 있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학교를 비롯한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증명하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의 짝사랑이었던 당신들이, 그래서 많은 트랜스젠더들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줬던 당신들이, 교육청이 우리 트랜스젠더들만 당신들에게 우리를 증명하고 갈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응답할 때입니다. (…) 우리가 불쌍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들이 없으면 실패할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 당신이 마땅히 우리의 존재와 열망에 응답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물러서지 말고 응답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이제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구도를 바꾸는 것. 당신들만이 우리를 응시하고, 답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당신들을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도 당신들에게 답을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 그 사실을 새기는 것.

한성(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39인권해설

25회 다섯째 날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 영화제 마무리

소식

25회 서울인권영화제 폐막은 평화바람 활동가들이 순례를 돌면서 만났던 이 땅의 투쟁현장을 담은 영화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였습니다. 25회 영화제를 개막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영화라니, 기분이 정말 이상하네요. 그동안은 영화를 관람한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었는데요. 이번에는 미리 감독님들을 모신 후 영화 관람 포인트를 듣고 영화를 보았답니다. 

 

발표회 모습. 딸기가 관객에게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

 

” 사람들을 만나보자,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뭔가 일어나지 않을까? 뭔가 불러일으켜지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만들었다. 95개의 현장 일정을 소화했는데 한 곳에서 2시간 이야기를 듣는게 우리 일이었다. “

” 운동이 서로 교차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사람이 교차해야 한다. 내가 잘 아는 곳, 아는 지역, 아는 주제에 한정하기 보다는 낯설고 잘 모르는 이야기더라도 가서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 그런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

-딸기

 

발표회 모습. 안창규가 관객들에게 영화 관람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

 

” 세월호가 있기 전에 팽목이 국제개발항구로 개발 예정이었다. 세월호 이후 미뤄지다가 9주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진도 안에서 다시 국제개발항구를 진행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팽목 그 자체에 의미가 있어 그 공간을 지키고 싶어하는 중이고 진도와 논의 중에 있다. “

” 공간의 이야기이자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지키고 싶은 공간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삶의 터전에 그 공간을 어떻게 지키고 살아갈 것인지에 초점을 두면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다. 이 현실 안에서 삶이 어떻게 위협받고, 그 안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삶 공간도 지키는지… “

-안창규

 

발표회 사진. 설해가 관객들에게 영화관람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

 

” 미군기지와 새만금으로 인해 서라진 644가구의 이야기다.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공간에 대한 기억과 관계가 여전히 남아있다. 평화바람의 기록을 엮어서 만든 영화인데, 이래서 기록을 남겨놓으면 언젠가 도움이 되는구나 생각했다. 할 수 있는 만큼 이야기를 꺼내놔야 하는 시대가 있는 거 같다. 지금의 그 시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다. “

-설해

 

이 땅에 얼마나 많은 투쟁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바꾸기 위해 외치고 있는지, 다들 얼마나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지 사실 우리는 정말 잘 알고있죠. 이 영화는 다들 잘 아는 그 사실을 온 감각으로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답니다. 11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갖고있지만 지루할 틈 없 잘 짜여진 영화인 거 같아요.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는 평화바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상영일정을 알 수 있고 상영회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요. 아쉽게 폐막식에 못 오신 분들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9월 21일 수요일부터 9월 25일 일요일 오늘까지, 5일간 진행되었던 25회 서울인권영화제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여러분이 있어 항상 우리는 함께 우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같이 길을 걸어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32소식

25회 다섯째날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뿔 위의 생> 관객과의 대화 스케치

소식

25회 서울인권영화제의 마지막 날, 첫 상영작이었던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와 <뿔 위의 생>은 함께 상영되었습니다. 아침부터 극장을 찾아주신 분들과 이야기 손님으로 오신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김현우님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기후정의를 위한 개인의 실천이 거대한 구조 앞에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고민에 대해 변화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세상의 모든 변화는 모든 방식이 다 작동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 실천 하나하나는 너무 작고 조각난 것일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게 연결된다는 느낌을 가지면 신이 나죠. 서로 격려가 되고 그다음에 아까 얘기했던 기후 악당, 주범들도 더 가시화되고 이 조직, 이 기업이나 정부를 어떻게 혼내고 진짜 바꿀 수 있을지 방법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

사진1. 관객과의 대화 모습. 왼쪽부터 진행자 송연, 수어통역 혜진, 기후위기 비상행동 김현우.

 

영화 안에서 주민들이 석유시추사업이 들어오는 것을 두고 반대하는 입장과 지역의 경제성장 등을 이유로 찬성하는 입장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주셨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해주셨는데요, 어떤 산업 하나에만 의존한 발전이 아닌 어떤 지역이든 오염산업 말고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 오염산업에서 생기는 부담, 오염, 고갈이 어디에 쌓이고 있는지, 누가 이득을 얻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 힘을 낼 수 있는 이야기를 공유해주셨는데요, 모두 이런 마음을 가지고 힘을 잃지 않고 오래 함께 운동하고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기후위기를 사람들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원망스럽고 안타깝잖아요, 답답하고. 근데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 비양심적이어서, 자연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  기후위기가 경험해보지 못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굉장히 잠정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오는 재난이지만 깊게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중략) 그래서 저는 기후위기를 과학적 데이터보다는 느낌으로 나누고 전달할 것을 강조하는 편이에요.영화나 문화계 역할도 클 거예요.  숫자가 전하지 못하는 느낌이나 감정을 전할 수가 있죠. 재미나게 이런 걸 확산시키고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행동하지 않았다고 체념할 게 아니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렇게 하니까 효과가 있네? 이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변화가 있었어.  이렇게 우리 스스로 격려할 수 있는 방식으로 끌어나가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사진. 기후위기 비상행동 김현우가 마이크를 잡고 말하고 있다.

34소식

[25회 넷째날] <애프터 미투>의 애프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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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저녁, 넷째날의 마지막 인권영화 <애프터 미투>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의 진행으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유경, <애프터 미투>의 이솜이(“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연출), 소람 감독(“그레이 섹스” 연출)까지 세 분의 이야기손님을 모셨습니다.

사진. 애프터 미투 관객과의 대화 모습. 왼쪽부터 진행 요다, 수어통역 수진, 감독 소람, 이솜이, 위티의 유경.

유경 활동가는 특히 스쿨미투를 이야기하면서 ‘피해자’를 ‘피해자’로 가두지 않아야 함을 말했습니다. 이들을 피해자라고만 하면, 이들은 피해밖에 말할 수 없기 때문에요. 구체적인 구조로부터 기인한 폭력이 분명한데, 불쌍한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차원으로 끝나버려서도 안 되고요. 이들이 피해자인 것만이 아니라 변화를 이야기하는 운동가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애프터 미투>의 마지막 에피소드 “그레이 섹스” 역시 피해자다움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여성의 성적 욕망을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구성, 각 에피소드에 얽힌 이야기 등을 묻고 답하며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진.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는 위티의 유경 활동가.
사진.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는 위티의 유경 활동가.

역시나 오픈채팅방도 후끈했는데요, ‘관객…’님은 “애프터미투는 다른 무엇보다 경험을 증언하고 기록하는 것이 어떻게 운동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기록하고 증언하고 기억하는 모두들 화이팅🥲”이라고 남겨주셨습니다.

사진. 소람, 이솜이 감독.
36소식

[25회 셋째날] <코리도라스> 관객과의 대화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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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의 뜨거운 열기는 저녁까지 이어졌습니다. 6시 10분에는 [내가 세상과 만날 때]의 마지막 상영작 <코리도라스>의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회에서 세상과 불화하는 몸을 가진 존재들이 세상과 만나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고, 그런 삶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프로그래밍한 상영작이었는데요. 상영 이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류형석 감독님과 장애여성공감 진아 활동가님을 모시고 이에 대해 더 깊게 논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1. <코리도라스> 관객과의 대화 진행 현장. 무대에 왼쪽부터 자원활동가 나기, 성지윤 수어통역사, 류형석 감독, 장애여성공감 진아 활동가가 앉아있다. 객석에 관객들이 열댓명 앉아있다.

진아님께서는 미디어에서 흔히 장애를 타자화하고, 단편적이고 불행하게만 그리는 것과는 다르게 시인 동수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서 좋았다는 감상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제작 배경을 감독님께 들어보니 감독님께서 제작하실 때 이런 부분을 실제로 치열하게 고민하셨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한 관객분께서는 코리도라스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해주셨는데, 이에 대한 감독님의 답변에서 감독님이 고민하신 부분이 잘 드러났습니다.

“코리도라스는 사람들이 흔히 열대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 땅에서 떨어진 먹이들을 먹고 다른 물고기들에게 크게 피해 주지 않는 착한 물고기라고 나와 있는데 가끔 수면에 갑자기 올라왔다 내려가는 경우가 가끔씩 있어요. 그런 특성들이 처음에는 동수 형의 모습, 동수 형의 특성과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처음에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계속 찍어가면서 그리고 동수 형과 시간을 계속 보내고 나니까 사실 코리도라스의 특성, 동수 형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비유해서 엮은 건 제가 머릿속에 생각한 거였고,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찍어가면서 그런 상징이나 비유는 머리속에서 걷히고 그냥 박동수라는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제목을 계속 코리도라스라고 한 이유는 (…) 코리도라스라는 게 어떤 상징과 비유로 연결짓는 게 아니라 동수 형이 이 영화를 찍을 그 당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일 처음 시작을 박동수가 코리도라스를 사러 가는, 자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러 가는 것(을 담아봤어요). 지금은 다른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지내고 있거든요.” (류형석 감독)

한 관객분께서는 <코리도라스>를 통해  시인 박동수의 팬이 되었다는 감상을 남겨주시기도 하셨는데요. 단순한 수식어구로만으로 한정되지 않는 동수님의 매력이 담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38소식

[25회 셋째날] 명, 같지만 다른 우리! 웃음꽃 피어난 마을극장🫂

소식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모습. 진행자 요다, 수어통역 명혜진, 감독 복순, 똘추, 노랭, 띵동 활동가 지희가 나란히 앉아있다. 노랭이 마이크를 잡고 말한다.

5시 10분부터 상영하는 <명: 우린 같지만 달라>를 감상하기 위해 5시 전부터 많은 분들께서 성미산마을극장을 찾아주셨어요. <명: 우린 같지만 달라>가 핫한 영화라는 걸 상영 전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노랭 감독님, 똘추 감독님, 복순 감독님 그리고 인권해설을 써주신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민지희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했어요. 많은 관객 분들이 계신 만큼, 많은 질문과 감상을 나눠주셨는데요,

관객 분께서 영화에 나오는 노똘복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시며 ‘차별금지법이 빨리 제정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전해주셨어요. 이 감상을 시작으로 오픈채팅 방에 많은 질문과 감상을 남겨주셨습니다.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모습. 이야기손님들이 앉아있는 뒷모습. 단차가 있는 객석에 관객들이 앉아있다.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모습. 이야기손님들이 앉아있는 뒷모습. 단차가 있는 객석에 관객들이 앉아있다.

“영화에 나온 ‘가까운 사람에게 커밍아웃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있을 것 같은데, 작품을 제작하시면서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라는 질문에 복순 감독님께서 촬영 이후에 실제로 커밍아웃을 했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이어서 ‘외부와 나를 단절시키는 반응’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퀴어 친구를 만나게 된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또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의미가 더욱 확장되기도 했는데요, 관객 분께서 영화의 첫 번째 자기소개와 마지막 자기소개가 다른 의도를 질문하셨어요. 노랭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퀴어로서 자기소개를 하고, 그 다음에는 그냥 나로서 소개하는, 좀 더 퀴어의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다르게 만들었다” 고 답해주셨습니다. 지희님께서 인권해설에 써 주신 “다양한 결을 지닌 총체적 한 사람” 과 연결되는 지점이었어요.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띵동의 지희 활동가가 명 감독 노똘복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띵동의 지희 활동가가 명 감독 노똘복에게 질문하고 있다.

지희님께서는 띵동에서 하고 있던 띵똥식당, 띵똥포차 등 커뮤니티와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코로나로 인해 오래 중단된 것에 대한 갈증을 공유해 주셨는데요, 영화를 보시고 모임을 다시 열자는 다짐을 하셨다고 합니다. 앞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띵똥도 많이 찾아주세요 여러분! 

똘추 감독님께서는 이렇게 관객분들 반응을 직접 보고 이야기 나눈 게 처음이라서 좋다고 소감을 나눠주셨는데요, 관객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알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성미산마을극장에 오셔서 영화도 감상하시고, 관객과의 대화도 즐기시고 기념품 구경도 하고 가세요 여러분~!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33소식

[25회 셋째날]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을 만나다

소식

25회 셋째날이 밝았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과 관객분들은 눈을 떠주세요…

사진 1. 성미산마을극장 건물 외벽에 25회 서울인권영화제 현수막이 붙어있다. 건물 위쪽으로 보이는 하늘이 맑고 파랗다.

셋째날 첫 번째 상영작은 [삶의 공간] 섹션의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이었습니다. [삶의 공간]은 종종 개발이나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공간이 어떤 이들에게는 역사와 정체성이 담겨있는 소중한 삶의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프로그래밍 한 섹션입니다.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은 리니아 신칸센 공사를 바라보는 마을 안팎의  다양한 시선으로 관객을 초대하는데요, 영화 상영 후 김명윤 감독님을 모셔 영화 비하인드와 오시카무라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사진 2.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 관객과의 대화 현장. 무대 왼편에 자원활동가 노랭, 가운데에 성지윤 수어통역사, 오른편에 김명윤 감독이 앉아있다.

김명윤 감독님께서 오시카무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내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시면서 “영화를 만나게 되었다”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셨던 것이 인상깊었는데요. 오시카무라 주민들과 오랜 기간 함께 하시면서 만난 이야기를 충실히 영화로 담아내려고 노력하셨다는 것이 느껴지는 표현이었습니다. 

오시카무라를 갔는데, 공간에 압도되었어요.  거기 도착한 순간 ‘아, 이거 영화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분명히 여기서 오시카무라에서 내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이게 왜 오만한 생각이었냐면요, 만드는 게 아니라 만나는 거였더라고요,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일부러 만들려고 했다라기보다는 만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화가 이렇게 완성되는구나라는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김명윤 감독님)

마지막으로는 한국과 일본 여러 곳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관객분들과 만나면서 영화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오늘 찾아와주신 관객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시며 마무리했는데요. 감독님 말씀대로 사람으로부터 사람으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 인권영화의 힘 아닐까요? 오늘도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인권영화의 힘을 이어나가실 관객분들을 맞이하러 성미산마을극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남은 영화제 기간동안 쭈욱 관심 부탁드려요. 🙂

31소식

[25회 셋째날] 저녁 8시, 춤을 춰! <무브@8PM>

소식

<무브@8PM>, 그러니까 말하자면 저녁 8시에 춤추자는 거죠. 퀴어댄스팀 큐캔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무브@8PM>이 저녁 8시에 상영되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인권영화’로 불금을 보내는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 84분이 후딱 지나갔어요.

영화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에는 무려 다섯 분의 이야기손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큐캔디의 열렬한 팬이지만 오늘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대표하여 나온 지오 활동가, 연분홍치마의 활동가이자 <무브@8PM>을 연출한 빼갈, 그리고 박수갈채로 환영 받은 큐캔디 멤버이자 영화의 주인공 이안, 김유스, 돌! 진행을 맡은 서울인권영화제 나기와 성지윤 수어통역사까지, 무대가 꽉 채워졌습니다.

사진1. 무브@8PM 관객과의 대화 모습. 무대에 진행자와 이야기손님, 수어통역활동가가 나란히 앉아있다. 객석의 관객들은 삼삼오오 이를 지켜본다.

“큐캔디를 하면서 정말 이상한 두 세계에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어요.”

– 빼갈

<무브@8PM>의 이안, 김유스, 돌은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퀴어댄스팀 큐캔디에서 춤을 추고 세상에 말을 건네고 싸움의 현장과 연대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농성장에서도 큐캔디의 기운을 여러 번 받았는데요, 그 기운을 세게 받은 지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삶 곳곳에 묻어있는 차별의 이야기들이 이 영화에서도 드러나고, 이렇게 연결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지오

사진2.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 중인 마을극장. 객석 왼편에 문자통역사가 있다.

나기님은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내가 이 자리에 살아있음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 보며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이에 대해 이안님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퀴어로서 지워지고 배제되는 경험을 삶에서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더 많이 드러내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큐캔디도 항상 ‘퀴어댄스팀’이라고 소개를 해요. 그냥 ‘댄스팀’이 아니라.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내가 누구인지 계속 생각하면서 살고 있고, 그렇게 살아갈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 저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감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안

사진3. 관객과의 대화 중 서울인권영화제 오픈카톡방 스크린샷. 관객들이 저마다 큐캔디에 대한 팬심, 그리고 영화를 보고 궁금한 점을 남긴다.

그리고 오픈채팅방에 꽉 차도록 질문과 팬심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왔는데요, 마지막으로 “혐오를 견디는 법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오님은,

“잘 싸우는 존재가 되자고 하고 싶어요. 그래서 큐캔디가 소중한 것 같아요. 혐오에 견디는 법은… 글쎄요, 견디지 말고 싸워요, 우리.”

라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힘을 북돋웠습니다.

불금의 기운을 잔뜩 주고받은 시간! 이 기세로 우리 쭉 함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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