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펼치기] 열한 번째 4월 16일, 그리고 1696번째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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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은 시간을 세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열한 번째 4월 16일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세월호 참사 11주기이기도 한 오늘,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관한 1696번째 수요시위에 다녀왔습니다. 고운 활동가의 발언을 공유하며 전쟁 폭력과 재난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하고 피해생존자와의 연대를 약속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동료들과 함께 온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고운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오늘 수요시위가 처음입니다. 첫 수요시위에서 이렇게 마이크까지 잡게 되니 더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1696회 수요시위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집 베란다에서 키운 바질의 씨앗을 얼마 전 수확했는데요, 먼지만한 씨앗들이 몇 개나 되나 세어 보다가 100개가 되기 전에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1천하고도 696번째의 수요일이라니. 그간 쌓인 시간이 어떠할지 차마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오늘은 4월 16일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날짜를 세기 시작한 후로 수천 번의 4월 16일이 있었겠지만 저에게는 오늘이 열한 번째 4월 16일입니다. 어떤 슬픔은 시간을 세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기억이라는 게 그저 머릿속에 있는 무형의 마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기억은 ‘하는 것’이기에 동사라는 것을 자주 떠올립니다. 기억은 움직이고, 행하고,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요.

저는 이 앞 카페에 자주 옵니다. 카페에 갈 때마다 울타리에 둘러싸인 평화의소녀상을 만나는데요, 쉽사리 지나칠 수가 없어 잠시 가만 들여다보곤 합니다. 소녀상이 있는 그대로 자유롭지 못하고 꽁꽁 싸여 있는 모습에 기분이 참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나긴 겨울을 보내며 역사를 부정하는 것, 기억을 부정하고 평화와 존엄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어떠한 폭력인지 다시금 경험했습니다. 평화의소녀상이 울타리 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은 부끄러운 역사를 인정하고 슬픈 역사를 위로하며, 그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먼저 희생당하지 않는 세상일 것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세상, 최소한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 약속하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아직도 태산입니다만, 저는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움직임을 계속하기로 약속합니다. 전쟁의 폭력으로 나비가 되신 할머니들을 애도하며, 꿋꿋이 싸움을 이어가시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함께하기로. 미래의 시간을 통째로 잃어야 했던 재난참사 피해자들을 애도하며, 남은 이들과 함께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기로. 그렇기에 기억을 계속하길, 손이든 발이든 무엇이든 계속 움직이길 스스로에게 약속합니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부는 요즘, 모두들 식사 잘 챙기시면서 따뜻한 날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05소식

[활동가 편지] 윤석열 파면을 맞이한 활동가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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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이 깃발을 들고 찍은 단체 사진. 왼쪽 부터 고운, 안나, 소하, 나기가 서 있다.
사진.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이 깃발을 들고 찍은 단체 사진. 왼쪽 부터 고운, 안나, 소하, 나기가 서 있다.

윤석열 파면을 맞이하기까지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함께 또 따로 긴 겨울을 지나왔습니다. 아직은 앞도 뒤도 희미하고 어지럽지만 지난했던 시간을 되짚으며, 앞으로 마주하고 싶은 세계를 상상하며 활동가들이 남긴 짧은 한 마디를 만나보세요.

○ 두부: 우선 탄핵의 기쁜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함께 짝짝짝~!!!! 우리 모두 너무 고생 많았어요. 지난 겨울, 저에게 인상 깊은 장면은 국회 집회 참석을 위해 한강 다리를 건너던 사람들의 모습과 저의 자우림 응원봉을 처음 광장에서 개시했던 순간이에요.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봄을 맞이하시나요? 아마 이렇게 떠올린 기억이 탄핵 이후에도 이어질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지 않을까요? 함께 기억해요,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의 모습을 함께 상상해봐요.

○ 나기: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해야한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게 투쟁과 행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4개월간 쌓인 것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언뜻 숨막히던 무기력감과 광장에서 헤드뱅잉을 하던 기억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이렇게 말하니 혼란스럽군요… 우리 축제하듯이 통통 터지는 깜찍한 빛무리가 되어 또 함께합시다. 뿅!

○ 요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분노가 가장 먼저 올라오지만 늘 그 바로 뒤엔 ‘흥,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롱’ 이라는 믿음이 따라옵니다. 입김이 나오던 겨울부터 봄비가 내리는 지금까지 가장 또렷했던 것은 연대와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광장에서 나부끼던 모든 깃발들을 기억하며 조금씩일지언정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로, 아무도 학살당하지 않는 세상으로 같이 뚜벅뚜벅 가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우리 모두 그 길에서 어느 날 만나 반가워하기를 바라봅니다. 

○ 소하: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었습니다. 4월이 되어서야 따스한 봄이 찾아온 것 같네요. 윤석열 때문에 봄에 치르던 대선이 초여름으로 밀린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스한 봄날에 대선으로 쉬면 기분이 좋았거든요. 다음에는 어떤 대통령이 올까요? 어쩌면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안나: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겨울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겨울 내내 방황하던 마음으로 나서던 꽉찬 광장이 저는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어요. 종종 사람이 가득찬 광장에서 행진을 할 때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남몰래 눈가를 훔치기도 했거든요. 앞으로도 우리가 연대로 가득한 광장에서 만나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 마주: 얼마 전, 사진첩에 들어가 12월부터 찍은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여전히 되돌아볼 만큼의 여유도 거리감도 없지만 지금이 오기까지 기억보다 더 많은 장면들이 있었더라고요.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광장의 깃발들만큼의 고민을 깃발보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며 울고 웃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나도 옆도 잘 챙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 고운: 윤석열 파면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바뀐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조금 더 이어졌고, 조금 더 엉켰습니다. 기꺼운 마음으로요. 광장이 일궈낸 승리는 결과값이 아니라 수식입니다. 우리는 더욱 마땅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이 하찮지 않고 우정이 가볍지 않은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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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펼치기] 404 president Not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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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집회에서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이 웃고 있다. 왼쪽부터 두부, 소하, 나기, 안나, 고운이 서있다.
사진. 집회에서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이 웃고 있다. 왼쪽부터 두부, 소하, 나기, 안나, 고운이 서있다.

지난 4일 금요일 오전 11시 22분, 우리는 드디어 이 문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8인의 헌법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판결로 파면을 선고하는 순간, 저는 함께 싸워 온 동지들을 얼싸 안고 방방 뛰었습니다. 윤석열이 어떻게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어겼는지 조목조목 읊으며 그 죄의 무거움을 말하는 20여 분의 선고를 듣는 동안, 민주 사회에서라면 이렇게 당연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기나긴 겨울을 싸워 온 우리의 얼굴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지난 달도 우리는 봄이 오는 줄도 모른 채 거리를, 광장을 집 삼아 추위를 벗 삼아 보냈습니다. 조금 따스해지는가 싶다가도 매서운 바람이 불어 오들오들 떨곤 했습니다. 봄이 오려다가도, 파면이 아직 안 되어 달아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요. 그 거센 바람에 산불이 번져 나가는 것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하며 정말 가슴 답답한 3월을 보냈습니다.

2024년 12월 3일부터 2025년 4월 4일까지, 겨울이 참 길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지난 해 12월 13일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를 시작하며 하루 빨리 상영을 마칠 수 있길 바랐습니다. 3월에 접어들 무렵에는 윤석열 파면이 머지 않아 상영회를 곧 마칠 것이니 부지런히 영화를 보시라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요.

온라인 영화관 HRflix에서 영화들이 상영되는 동안 활동가들은 깃대를 들고 광장을 지켰습니다. 매번은 아니어도 거의 매번 나간 것 같습니다.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과 함께하며 무지개존을 만들고 지켰습니다.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으로 비상행동 상황실에 파견되어 농성장을 지키거나 시민총파업, 리본행동 등의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자고 싶고, 놀고 싶고, 잘 안 읽는 책도 읽고 싶어질 정도로 정말 쉬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서울인권영화제는 어떻게든 꽉 채운 네 달을 보냈습니다. 생업•학업을 이어가면서도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는 자원활동가들이 함께했기에, 서울인권영화제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후원활동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2.3 내란의 밤을 지나고 광장이 열리던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광장이 ‘열렸다’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광장은 언제나 열려 있었으니까요. 광장을 짓밟고 닫으려는 힘에 굴하지 않고 광장을 채우는 이들은 언제나 있었으니까요. 평등 세상을 꿈꿔 온 이들 말입니다. 혐오와 차별 없는, 모두가 존엄한 세상을 꿈꿔 온, 당신과 같은 이들 말입니다. 이번 겨울 이들은 다시 한 번 빛이 났습니다. 메아리조차 없는 텅 빈 거리에도 좌절하지 않고 깃발을 들던 습관으로, 아니, 좌절할지라도 또 다른 희망을 믿어보는 습관으로, 광장에 모여 서로에게 힘을 주었으니까요. 저는 그런 습관을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물론 대통령 하나 파면 됐다고 싸움이 끝나는 건 아니지요. 하지만 이 승리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파면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이런 냉소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세상이 바뀔 거라는 보장이 있던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싸워오지 않았나요? 우리는 언제나 퇴행보다 한 발 앞서 갑니다.

광장에서 서로에게 주었던 힘을 잃지 않고, 만장일치 파면 선고를 이끌어낸 힘으로,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고 환호하던 힘으로, 또 다른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힘든 것도 사실이고 지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절망보다는 우리가 한 발 더 앞서 있다고 믿습니다. 나의 어제 빈 자리를 채워주는 동지에게 진 빚을 오늘 갚겠다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있으니까요. 저는 그 마음을 연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민주주의의 습관으로, 연대의 마음으로, 앞으로도 뚜벅뚜벅 함께하는 서울인권영화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또 광장에서 만나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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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펼치기]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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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포스터 위로 붉은 도창처럼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장이 찍혀있다.
이미지.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포스터 위로 붉은 도창처럼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장이 찍혀있다.

이렇게나 간절하게 영화제를 마칠 수 있기를 염원했던 적이 없습니다. 작년 12월 13일부터 지난 4월 6일까지 서울인권영화제는 역대 최장기간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하였습니다. 무려 4달에 걸친 영화제였습니다. 이름하야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며 광장의 시민과 공명하고자 시작하였습니다. 불온한 몸으로 기꺼이 얽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수많은 별빛이 만들어낸 광장의 이야기를 상영하였습니다.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12.3 비상계엄으로 모두가 혼란한 상황에서 서울인권영화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질문하며 기획되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국가의 통제와 자본주의의 횡포, ‘정상성’ 사회에 대항하는 투쟁의 전선을 드러내며 연대 지형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날 밤, 위헌과 위법, 계엄에 맞서 나온 사람은 누구의 얼굴을 하고 있었나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와 동료와 가족과 친구를, 우리의 이웃을 지키기 위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은 누구였나요. 광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며, 지금까지 광장을 지켜 온 싸움들이 있고, 그 광장에는 다양한 몸이 함께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윤석열 퇴진, 그리고 그 너머의 평등과 다양성의 시대를 향해 카메라를 드는 미디어활동가의 기록으로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퇴진까지 함께하는 영화제>는 서울인권영화제의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권재단 사람의 인권활동 119기금 지원 덕분에 무사히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상영작은 지난 26회 영화제 <그래도 너의 곁에서 함께 싸울게>의 상영작 위주로 초기에 편성했습니다. 상영을 요청하고픈 인권영화는 너무나도 많았지만, 긴급하고 경황이 없어 다 초대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이 다음 거리와 광장에서, 일일 상영회와 온라인 상영회에서 인권영화와 시민이 연결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흔쾌히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와 함께 해주신 영상/ 영화인께 다시 한 번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전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계엄령으로 상처입은 2024년 12월 3일 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뛰쳐나간 수많은 시민 덕분에 무사히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었습니다. 칼바람이 불던 도심 한복판에서 힘을 합쳐 빛을 쏘아올린 덕분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수 있었습니다. 남태령에서, 혜화에서, 광화문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과 성소수자와 노동자와 농민 덕분에, 장애인과 이주민과 성노동자와 ‘정상성’에 불화하는 몸 덕분에 우리는 거대한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울려퍼지던 무지갯빛 외침과 투쟁의 몸짓, 일상적이지만 담대한 시민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그런 우리가 모여 4월 4일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시켰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시민 여러분.

 이에,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는 막을 내립니다. 총 115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그동안 7천 여명의 시민이 영화제에 방문했습니다. 19편의 인권영화를 상영했고 700명 가까운 시민 관객이 영화를 봐주셨습니다.

계속해서 서울인권영화제는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전쟁 없는 세계를 위해,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06소식

[활동 펼치기] 3.8 여성파업대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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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여성파업 무대 위에 두 사람이 서있다. 오른쪽에 소하가 발언을 하고 있고, 왼쪽에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3.9 여성파업 무대 위에 두 사람이 서있다. 오른쪽에 소하가 발언을 하고 있고, 왼쪽에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에서는 여러 집회가 열렸습니다. 그 중에 서울인권영화제에는 3.8 여성파업대회에도 참여했습니다. 3.8 여성파업은 차별받는 모든 여성 및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 노동 문제를 공론화하고 노동자계급의 의제로 끌어올리고자 열린 대회입니다. 주로 여성 노동자가 많은 노조 지부에서 많이 동참하였고 여기에 뜻을 같이하는 성소수자, 남성 노동자들도 동참하였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소하도 이에 동참하여 활동가로서 그리고 성소수자로서 발언을 하였습니다.

아래, 발언문 전문을 싣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시민여러분!

저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이자 트랜스젠더 여성인 소하입니다.

트랜스젠더는 노동환경에 있어서 많은 차별을 받습니다. 특히, 성별정정을 하지못한 트랜스젠더는 정체화한 성별과 법적 성별이 달라 구직부터 어려움이 많습니다. 노동능력과는 상관없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숨기고 법적성별로 취직하거나 구인이 어려운 노동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으로 취직합니다. 취직 이후에도 트랜스젠더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정체화한 성별로 패싱 되지 않을까봐 늘 걱정하고 눈치를 봐야합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의 갈라치기 정치, 약자를 억압하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혐오의 언어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트랜스젠더 혐오 말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거짓말로 혐오를 선동하고있습니다. 트랜스젠더를 성소수자, 여성 커뮤니티 내에서 갈라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곳을 통해 연대의 힘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많은 소수자들이 광장에서 함께하고 있음을 얘기하고 있고,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소수자와 연대하고 있음을 말해주셨습니다. 

이 세상에는 없어져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들이 잔뜩있습니다.

인종 차별

이주민 차별

장애인 차별

아동, 청소년 차별

성 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

우리는 그것들을 연대의 힘으로 모두 없앨 것입니다!

성소수자. 트랜스젠더로서 연대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투쟁!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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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재정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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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 2,310,790원의 정기후원금과 150,000원의 일시후원금을 받았습니다.
  • 비상행동 활동지원비로 200,000원의 수입이 있었습니다.
  • 총 수입은 2,660,790원입니다. 후원해주신 여러분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출

운영비

  • 운영비로 총 2,254,805원을 지출했습니다.

사업비

  • 연대활동비 540,000원을 지출했습니다. 무지개행동 25년 활동비와 서울퀴어퍼레이드 부스 참가 비용으로 지출했습니다.
  • 총지출은 -2,924,805원입니다.

3월달 증감액은 -264,015원으로 적자입니다.

수입, 지출 금액이 비슷한 상황입니다. 올 6월에 600만원의 빚을 갚아야 합니다. 여전히 600만원의 빚을 갚기에는 보유금액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올해 30주년을 맞이합니다. 앞으로의 30년을 탄탄히 이끌어갈 수 있도록, 곧 펼쳐질 후원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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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드디어 막을 내리는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소식

이미지.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포스터 위로 붉은 도창처럼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장이 찍혀있다.
💓 드디어 윤석열 없는 주말, 무탈히 보내고 계신가요? 함께 분노하고, 함께 싸우며, 함께 울고 웃은 모두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도 드디어 막을 내립니다. 함께해주신 영상•영화인, 시민관객들께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일요일(6일) 자정까지 상영작을 보실 수 있으니,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상영회 페이지를 찾아와 주세요☺️✨🎞️
4월 4일 11시 22분, 그때의 기쁨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함께 승리합시다.
투쟁!✊🔥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www.hrflix.org 👉무료 온라인 상영
🚩오롯이 시민의 힘으로 운영되는 서울인권영화제 후원 👉 국민은행 746301-00-001515 (서울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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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사랑과 우정의 힘이 윤석열을 파면했다. 이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자!

소식

[성명] 사랑과 우정의 힘이 윤석열을 파면했다. 이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자!

 

오늘(4일) 11시, 헌법재판소가 드디어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선고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123일의 겨울을 거리에서 보내고, 이제야 광장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합니다. 사랑과 우정의 민주주의가 가져온 승리입니다.

우리는 항상 거리의 투쟁을 이어 왔습니다. 혐오와 불평등의 정치도, 자본과 권력의 폭력도 계엄 이전에 이미 극에 달했습니다. 힘든 날도 많았지만 우리는 광장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우리의 본능이고 민주주의는 우리의 습관이었으며 연대는 우리가 학습한 가장 값진 가치였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고유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동의 내일을 도모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윤석열 파면은 기나긴 싸움의 끝이면서 시작입니다. 혐오와 불평등의 정치는 오래도록 살아남아 발버둥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영원토록 잔존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언제나 영원보다 한 걸음 더 앞서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절망을 경험했기에 희망을 알고, 우리는 외로운 적 있기에 연대를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할 줄 알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곳곳에서 펄럭이던 퀴어의 무지개를 기억하며 평등으로 나아갑니다. 일손을 놓고 모인 노동자의 결의를 기억하며 존엄하게 나아갑니다. 행진을 앞장서며 깃발을 높이 든 장애인의 투지를 기억하며 자유로 나아갑니다. 트랙터와 함께 뜨거운 연대를 이끌어낸 농민의 기개를 기억하며 미래로 나아갑니다. 광장을 채운 여성과 어린이•청소년, 빈민, 외국인과 이주민, 난민, 빈민, 감염인, 트랜스젠더로 스스로를 호명한 이들, 그리고 호명되지 못했던 이들도, 우리 모두가 쌓아 올린 민주주의를 기억하며 다시 만날 세계로 나아갑니다. 사랑과 우정이 이깁니다. 서울인권영화제도 언제나, 그 투쟁의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2025년 4월 4일

서울인권영화제

38소식

[활동가 편지] 거짓말 같은 나날들입니다.

소식

[사진.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찍은 사진. 프로그레스 프라이드 깃발색의 우산 옆에서 서있는 소하]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소하입니다.

늦더위는 잘 이겨내셨는지요? 얼마전, 추석까지만 해도 더워서 무지 힘들었는데, 갑자기 선선해지다니… 그밖에도 거짓말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하수상한 때입니다.

저는 요즘 생계를 위해 서울인권영화제 상임 활동 외에도 아침마다 청소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단지의 상가 건물 청소인데요. 화장실 청소, 복도 청소, 계단 청소, 유리문 닦기를 매일매일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된 건물이냐면 화장실은 좌변기가 아닌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고 있고요. 매일매일 구석에 거미줄이 쳐있어서 보일때마다 제거하곤 합니다. 여름에 더위타는게 싫고, 겨울에 추위타는게 싫어서 건물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한 거였는데요. 에어콘이 나오는 곳은 복도뿐, 화장실이나 계단은 무지무지 더웠습니다. 언젠가는 서울인권영화제 재정이 풍족해져서 반상근이 아닌 상근으로 일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열심히 일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인권영화제의 재정이 많이 악화된 상태인데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음에도 불구하고 26회 영화제 이후 미납금을 갚아야하고 매월 적자인 재정도 해결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흑흑. 그렇다보니 요즘 서울인권영화제의 중요한 업무는 모금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서울인권영화제를 살리기위해 어떻게 모금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매일같이 고민 중입니다. 최근에는 후원활동가님께 전화를 걸어 증액요청을 드리고있는데요. 어려운 부탁을 드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나기도 합니다. 

10월 23일에는 전태일기념관에서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기상영회를 합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려요!

 

소하 드림

177소식

[함께 나눠요] 어디까지가 우리의 공기인가

소식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진다. 원래 한반도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날씨가 진짜 이상해.’라고 말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처서 매직’도 소용 없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숨 막히는 듯한 덥고 습한 여름이 이어지더라도 처서만 지나면 ‘마법처럼’ 시원해진다고 해서 ‘처서 매직’이다. 불가마에 녹아내리듯 기력이 뚝뚝 떨어지던 불타는 여름은 처서가 지나고도 한참 계속되었다. 처서는 무슨, 추석이 지나도 최고기온은 35도를 웃돌았다.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2021)를 보자. 노르웨이는 헌법에 환경 조항이 있는 소수 국가 중 하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석유 수출량 세계 상위권 국가이기도 하다. 2017년 노르웨이 정부는 북극해의 일부인 ‘바렌츠 해’에 석유 시추 라이선스를 낸다. 네이처앤유스 청소년 활동가, 그린피스 법조인, 조부모기후행동활동가, 과학자 등의 환경연합은 정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내고 기후 정의 운동을 펼친다. 이들은 노르웨이 정부의 시추 라이선스가 헌법 112조, ‘모든 이는 환경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를 통해 건강을 보호받으며 미래 세대도 같은 권리를 보장받는다.’라는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노르웨이 사상 최초로 시민이 정부의 사업을 헌법을 근거로 고소한 사건이었고, 노르웨이가 수출한 배기량이 헌법 112조 맥락에 해당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건이기도 했다. 

 

정부는 돈이 모여야 노동자가 지역에 머무르고 가정을 일구며 사회가 부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 기후학자는 해빙이 녹아 땅과 얼음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으며, 곧 빙하 속에 잠들어있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기온이 더 오를 것이라 전망한다.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노르웨이 곳곳이 물에 잠기고 토지와 건물이 떠내려갔다. 노르웨이 청소년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과연 이대로 우리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노르웨이의 석유산업으로 인한 부의 축적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의 이득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석유 산업을 통해 이득을 보는 자와 기후 위기로 인해 1차적인 참사는 겪는 자가 같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노르웨이 환경 연합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는 바렌츠 해 시추 라이선스가 직접적으로 노르웨이의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들은 하나 둘 마스크를 끼기 시작하고 법정은 온라인 법정으로 대체된다. 영화가 코로나19를 거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생태계 파괴로 동물과 사람의 생활 반경이 겹치며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기후 위기는 돌고 돌아 모두의 불안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디까지가 노르웨이의 공기인가요?” 이 말은 노르웨이의 석유 수출 정책이 노르웨이의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정부 대변인의 말에 반박하던 변호사의 일갈이었다.

 

이는 우리가 노르웨이의 기후 다큐멘터리를 한국에서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인권영화제 역시 기후 위기를 함께 고민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영화로, 사람으로 연대하고자 한다. 다음 달 서울인권영화제 정기 상영회에서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 상영회를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기후 위기는 곧 기후 재난이고, 재난은 반드시 사회적 불평등과 교차하므로, 기후 문제는 결국 정치 문제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정의를 고민하고 실현하는 게 정치 아니겠나. “어떻게 해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 중대한 질문 앞에 약자와 소수자, 노동자와 농/어업 종사자, 모두가 함께 사랑 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고민하자. 이 모든 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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