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나눠요] 영화 <딩동> 보기를 제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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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눈을 가진 사람이다. 어깨까지의 상반신이 찍혀 있다. 검은 배경.

장애인은 분명히 내가 선 이곳에 존재하는데 내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차별의 흔적이다. 그래서 나는 한때 장애인 친구가 생기는 꿈을 꾸었다. 장애인 친구가 생긴다는 건 비장애인인 나의 가까이에, 장애인을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는 거니깐. 그리고 그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세상을 가리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꿈은 말 그대로 ‘한때’였던 것 같다. 내가 선 곳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고 ‘장애’와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떨어진 일로 생각하게 했으니깐. 무관심했으리.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장애인 동료가 생겼다. 그의 장애를 알게 된 건 옆에 있는 문자통역사의 존재와 조금 늦은 반응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별로 회의를 하는 때에 그의 눈동자와 내 눈동자가 맞닿으며 문자통역사의 자막 없이 그와 내가, 우리가 소통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문자통역사가 도착하기 전에 그가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람마다 장애의 모습이 다양하다곤 생각했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도통 알 수 없겠더라.

 

서로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그가 SNS를 통해 나의 동네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물었다. 조금 당황했는데, 나를 사실 당황케 한 건 그가 가진 장애가 무엇인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둘이 만나면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선뜻 그에게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가 동네에 도착하기 몇 분 전쯤에야 겨우 메시지로 물었는데, 그의 답은 “함 만나서 알아볼까요?”였다. 내가 조급했고 우리의 만남을 두려워했다는 걸 그때 느꼈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 알고 지내고자 하는 마음은 실제 그에 대한 이해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되게 막연하게 장애인은 장애에 대한 불편을 겪는다고 생각하고, 그들은 항시 불행한 삶을 보낼 거라고 믿으며, 장애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럽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본다. 앞선 경험에서 나의 조심스러움은 내 곁에서 찾기 어려운 장애인의 존재와 같은 차별의 흔적이지만,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오기 때문에 내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고 차별하는 무언가가 되는 건 아닐까? 좀 더 일찍 그에게 “어떤 소통 방법을 이용하면 좋을지” 물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영화 <딩동>은 관객에게 장애와 장애인을 얼마나 마주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여러 장애인과 장애인 주변인의 짤막한 이야기를 보이고 들려준다. 나의 경우, 장애를 가진 사람과 만나는 경험은 흔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애인과 장애와의 만남은 그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꼭 필요하다는 걸 장애를 가진 동료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느꼈다. 그래서 나는 초인종 벨인 ‘딩동’ 소리와 함께 장애와 장애인의 삶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고 제안한다. 영화에 담긴 이야기에 비추어 자신의 마음속 ‘장애’와 ‘장애인’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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