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폭력> 속 그녀들은 앉았다가, 등을 보이며 먼 곳을 응시하기도 하다가, 아마 오래 무겁게 닫혀있었을 입을 뗀다. 그녀들은 모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녀들의 모습은 어딘가 겹친다.
‘친밀한 폭력’이 발생했다. ‘사랑’이라고 했다. 금세 폭력은 ‘없는 일’이 되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공간의 폭력을 증명하는 건 풀이 바위를 뚫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침묵을 뚫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가 증언을 시작하자 그곳의 공기는 바뀌었다. 우리는 친밀한 사람이 가한 폭력의 순간에 그녀와 함께 놓인다. 그녀의 이야기를 오롯이 듣는 것으로 그때에는 미처 닦아주지 못했던 눈물을 수십 번 닦아낸다. 세상의 입막음에 저항해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얼마나 캄캄한 침묵 안에 갇혀있었는지 깨닫는다. 그렇게 우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위계가 드러난다. 피해생존자들의 말하기는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 저항이다.
그녀들은 폭력의 순간에 영원히 갇혀 있지 않는다. 계속해서 살아가고 나아가며, 자신의 삶을 가꾼다. 작은 이야기들로 시작했지만 그 이야기들은 연결된다. 이야기는 듣는 이들을 통해 침묵을 한 뼘씩 밝혀나간다. 그렇게 폭력의 사슬을 끊어내는 저항이 된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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