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이제 그만! 혐오는, 쓰레기통에!

소식

※ 12월 6일 수요일 아침 8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민사회 행동 “우리는 함께 평등열차를 타겠다”의 일환으로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연대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원래 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관계자들과 경찰들의 극렬한 방해로 역사 바깥에서 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이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으로 함께한 연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사진1.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활동가들이 기자회견 중이다. 가운데 고운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우리는 함께 평등열차를 타겠다”고 적혀있다.
사진1.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활동가들이 기자회견 중이다. 가운데 고운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우리는 함께 평등열차를 타겠다”고 적혀있다.

평등열차를 타기 위해 모인 이들이 함께하는 세 번째 아침입니다. 아니, 세 번째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2년 전 12월 3일부터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날을 함께했습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누구나 평등하게 자유롭게 이동하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수많은 이들이 함께 싸우고 서로를 지켜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사랑하는 동료를, 친구를, 가족을 잃어야 하기도 했습니다.

끝없는 싸움이 계속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하철을 타겠다는 것, 버스를 타겠다는 것입니다. 시설 바깥에서, 집밖으로 나가서, 교통카드를 찍고 대중교통을 타서 밥을 먹고 은행에 가고 극장에 가고 병원에, 공원에, 마트에 가겠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고 관계를 맺고 일상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너무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예산이 없어서? 그렇다면 예산이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증액하지 않는, 승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장애인의 일상은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그냥 집에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 시설에서 살면 되는 것 아니냐. 왜 굳이 나오려고 하느냐. 왜 굳이 뭘 하려고 하느냐. 가만히 있어라. 우리는 이를 차별이라고 부릅니다. 아주 선명한 차별입니다. 외면하려고 해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는 차별입니다.

차별에 저항하면 혐오의 낙인이 찍히곤 합니다. 무엇보다 대책 마련을 위해 힘써야 할 서울시장은 출근길 행동을 두고 ‘사회적 테러’라고 합니다. 지하철에, 버스에 오르려는 장애인을 경찰이 가로막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다고, 갈라칠 것이 없는 문제를 갈라치기 합니다. 보이지 말아라. 눈에 띄지 말아라. 우리는 이를 혐오라고 부릅니다. 아주 명백한 혐오입니다. 국가가, 지자체가 나서서 혐오를 일삼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역시 일상 속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는 성별이 같다는 이유로 수리되지 않습니다. HIV/AIDS 감염인의 섹스는  전파매개죄라고 합니다. 트랜스젠더가 수술 없이 성별을 인정 받고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희박합니다. 동성 군인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해도 추행이라고 합니다. 학생인권조례는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폐지의 압박에 시달립니다. 이것이 바로 차별이라고, 혐오라고 싸우는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존중은 하지만 눈에 띄지는 말라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숨어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동정을 받아야 할 대상도 아닙니다. 우리는 불평등한 세상을, 혐오와 차별이 당연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무엇이 무섭습니까? 무엇이 두렵습니까?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성소수자가 광장에 나와 행진을 하고, HIV/AIDS 감염인이 섹스를 하고, 게이 군인이 군 복무를 하고, 동성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고, 퀴어 청소년이 숨지 않고 학교에 다녀도 세상은 망하지 않습니다. 평등은 해롭지 않습니다. 평등한 세상은, 소수자가 행복한 세상은 그렇지 않은 세상보다 백 배 천 배 만 배 즐겁고 이롭습니다. 

평등을 향한, 모두가 존엄한 세상을 향한 역사는 우리의 평등열차를 타고 전진할 것입니다. 그 누구도 남겨두지 않고, 모든 이의 해방을 꿈꾸며 끝까지 전진할 것입니다. 이해가 안 되면 외우십시오. 차별은 나쁜 것, 평등은 좋은 것이라고 외우십시오. 정치는 하루 빨리 이 평등열차에 탑승하시길 바랍니다. 차별은, 이제 그만! 혐오는, 쓰레기통에! 투쟁!


※12월 8일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서울도로교통공사와 경찰은 장애인 이동권을 외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고 입을 막았습니다. 결국 8명이 연행되고 혜화역 바깥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2. 서울인권영화제의 고운, 두부가 서울시의 차별 행정을 규탄하는 피켓을 각각 들고 있다.
사진2. 서울인권영화제의 고운, 두부가 서울시의 차별 행정을 규탄하는 피켓을 각각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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