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WTO/99

인권해설

1999년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도시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노동조합, 환경운동, 농민, 여성, 학생, 원주민,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서로 다른 언어와 요구를 가지고 거리로 나왔지만, 한 가지 공통된 질문 앞에 함께 서 있었다. 세계를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WTO/99>는 그 질문이 거리에서 폭발하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뉴스 화면과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의 촬영 영상, 시위대의 목소리를 통해 영화는 우리를 시애틀 투쟁의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서로 팔짱을 낀 수천 명의 시위대는 WTO 대표단의 회의장 진입을 막아섰고, 회의 시작을 지연시키며 조직된 대중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구호 중 하나는 “이윤보다 인간을(People Before Profits)”이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WTO 체제가 노동권과 생존권, 공공서비스와 민주주의를 시장의 논리에 종속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와 무역의 문제처럼 보였던 것은 사실 누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 누구의 삶을 희생시키고 있는가의 문제였다. 생명이 아니라 숫자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세계 속에서, 영화는 우리가 무엇을 외면하고 살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오늘날 주식과 성장 지표, 수익률의 숫자가 생명보다 우선되는 시대에 이 구호는 여전히 강력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영화는 국가폭력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지도 보여준다. 중무장한 경찰은 평화롭게 연좌하고 노래하던 시위대에게 최루가스와 고무탄, 곤봉을 동원해 폭력을 가했고 수백 명을 체포했다. 영화는 ‘폭력 시위’라는 익숙한 프레임 뒤에 가려진 국가폭력의 현실을 드러내며, 누가 폭력을 정의하고 누가 불법으로 규정되는가를 묻는다.

시애틀 투쟁은 이후 제노바와 뭄바이 등으로 이어진 대안세계화 운동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그것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전쟁에 맞선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다른 세계를 향한 급진적 상상력의 유산을 남겼다. 그것은 체제에 맞선 집단적 희망의 기억이었다. 26년이 지난 지금, 영화 속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소수 권력이 결정하는 세계의 규칙은 기후위기와 전쟁,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맨 먼저 밀려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WTO/99>는 묻는다. 당신은 어떤 세계를 원하는가. 당신이 원하는 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다른 이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민희(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프로그램 협력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체제전환운동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여 사회생태적 재생산을 중심에 두는 대안체제를 건설하는 운동이자,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수탈과 억압에 맞서 존엄과 평등을 위한 상호의존과 돌봄의 관계로 사회를 재조직하는 운동입니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는 체제전환운동으로 스스로를, 동료를, 운동을 조직하려는 단체와 개인들이 모인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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