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는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활발하게 진행된 스페인의 15-M 운동(Movimiento 15-M)을 배경으로 다양한 운동 의제들과 그 주체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다.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의 본래 제목은 <We Are Not Alone>(우리는 혼자가 아니다)이다. 이처럼 스페인의 15M 운동 곳곳에서 문화를,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는 과정이자 연대로서 바라본다. 다큐멘터리의 원제 자체가 집회나 시위의 프로그램, 대중적 참여를 위한 장치로서 의 ‘문화’에 머물지 않고 삶과 연대의 기반으로서의 ‘문화’를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
한국 사회에서 문화 혹은 문화를 둘러 싼 권리는 지나치게 좁게 해석된다. 또는 그것들이 너무 많은 이데올로기에 둘러싸여 있다. “문화는 현실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문화의 탈정치화), “문화는 먹고 살 만해야 하는 것이다”(문화의 주변화), “문화는 예술가들의 영역이다”(문화의 장르화) 등이 그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문화는 일상에서 분리되거나, 주체적 권리가 아닌 부차적이고 수동적인 향유권 중심으로 왜곡되어 왔다.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는 새로운 사회 변화를 꾀하는 주체들에게 “문화란 무엇인가”, “사회운동과 문화는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질문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다양한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문화가 특별한 사람들의 행위이거나 공급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운동의 측면에서 문화는 “특정한 시기에 한 사회 안에서 우세하게 발현되는 가치, 태도, 신념, 지향점, 전제조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문화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삶의 영역들을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네 분야로 나눌 때 그 네 분야의 ‘하나’로서의 문화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의 다른 모든 영역들에서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안내하고 협동과 조정을 통해 공유하는 가치 및 의미의 체계다. 이 의미의 문화는 학문, 예술, 여가 활동과 구별되며, 장식적이고 부가적인 활동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문화 개념과도 구별된다.
문화는 기본의 질서를 뛰어 넘는 새로운 주체가 탄생하고 마주치는 장(field)이며 행위이고 과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권리는 예술, 대중문화 등에 제한된 권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둘러싼 보편적인 권리다. 문화권리는 표현의 자유일 뿐만 아니라 정체성과 다양성, 언어와 커뮤니케이션, 장소성과 커뮤니티, 공간과 도시환경, 커뮤니티와 지역 등을 횡단하며 생성되는 삶의 권리다. 문화권리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공존하고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권리다.
이원재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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