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 We Are Not Alone

작품 줄거리

55%. 2013년 스페인이 기록한 청년 실업률이다. 높은 자부심으로 지켜오던 공공 의료 시스템은 망가지고, 은행이 휘두르는 자본의 횡포는 심해져 간다. 그 밖에도 이런저런 갑갑한 일들이 시민들의 목을 조여온다.

하지만 그들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조여오는 숨통은 연대로 트인다. 철학 교사, 배우, 음악가, 퇴직 주부 등 여러 평범한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서로와 연대한다. 연대의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기차와 버스를 구해 수도인 마드리드로 원정을 떠나는 것, 은행에서 기습적으로 전통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 낡은 담배공장에서 오페라를 준비하여 올리는 것, 집에서 손수 피켓을 만들어 집회에 나온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것까지.

각기 다른 이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연대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고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고통이 무엇인지는 다를지라도 서로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영화의 인물들이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미 함께 맞설 동료를 만나고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벌이는 투쟁은 축제가 된다. 이제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축제에 함께 하시겠습니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고운

감독

뻬레 호안 벤뚜라

뻬레 호안 벤뚜라

Pere Joan Ventura는 마드리드와 바로셀로나의 거리에서 촬영을 시작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강해진 분노의 감정과 저항감은 영화의 동력이 된다. 그는 <The Iguacu Effect>으로 최고다큐멘터리고야상을 수상한다. 1970년대에 그는 해외 반프랑코 투쟁에 사진들을 보내는 시네마조직에 참여한 바 있으며, 또한 그는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하 스페인 정부와 국민당에 관한 영화인 <There is Reason!(2004)>의 기획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권해설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는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활발하게 진행된 스페인의 15-M 운동(Movimiento 15-M)을 배경으로 다양한 운동 의제들과 그 주체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다.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의 본래 제목은 <We Are Not Alone>(우리는 혼자가 아니다)이다. 이처럼 스페인의 15M 운동 곳곳에서 문화를,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는 과정이자 연대로서 바라본다. 다큐멘터리의 원제 자체가 집회나 시위의 프로그램, 대중적 참여를 위한 장치로서 의 ‘문화’에 머물지 않고 삶과 연대의 기반으로서의 ‘문화’를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

한국 사회에서 문화 혹은 문화를 둘러 싼 권리는 지나치게 좁게 해석된다. 또는 그것들이 너무 많은 이데올로기에 둘러싸여 있다. “문화는 현실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문화의 탈정치화), “문화는 먹고 살 만해야 하는 것이다”(문화의 주변화), “문화는 예술가들의 영역이다”(문화의 장르화) 등이 그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문화는 일상에서 분리되거나, 주체적 권리가 아닌 부차적이고 수동적인 향유권 중심으로 왜곡되어 왔다.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는 새로운 사회 변화를 꾀하는 주체들에게 “문화란 무엇인가”, “사회운동과 문화는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질문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다양한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문화가 특별한 사람들의 행위이거나 공급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운동의 측면에서 문화는 “특정한 시기에 한 사회 안에서 우세하게 발현되는 가치, 태도, 신념, 지향점, 전제조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문화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삶의 영역들을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네 분야로 나눌 때 그 네 분야의 ‘하나’로서의 문화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의 다른 모든 영역들에서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안내하고 협동과 조정을 통해 공유하는 가치 및 의미의 체계다. 이 의미의 문화는 학문, 예술, 여가 활동과 구별되며, 장식적이고 부가적인 활동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문화 개념과도 구별된다.

문화는 기본의 질서를 뛰어 넘는 새로운 주체가 탄생하고 마주치는 장(field)이며 행위이고 과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권리는 예술, 대중문화 등에 제한된 권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둘러싼 보편적인 권리다. 문화권리는 표현의 자유일 뿐만 아니라 정체성과 다양성, 언어와 커뮤니케이션, 장소성과 커뮤니티, 공간과 도시환경, 커뮤니티와 지역 등을 횡단하며 생성되는 삶의 권리다. 문화권리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공존하고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권리다.

 

이원재 (문화연대)

421회 서울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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