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스와니: 1989 아세아스와니 원정투쟁의 기록

인권해설

1989년 미요시 사장을 찾아 떠났던 여성/청소년/노동자들은 2015년, 여전히 일터에 있다.

‘견습 김덕순’은 현장실습생과 ‘알바’가 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교육이라 부르지만 산업체에서는 값싼 인력으로 혹사당하는 노동자. ‘용돈’벌이로 치부당하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 나이가 어리다고 폭언은 예사고 매사에 무시당하며 괴롭힘에 시달리는 노동자. 경력이 쌓여도 만년 수습인 노동자.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최고의 일자리라 여기는 노동자가 되어 있다. 시커먼 시멘트벽으로 어두컴컴했던 공장이 온갖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연회장으로, 드륵 드륵 미싱 소리가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로 바뀌었을 뿐이다. 노동자의 인권은 변함이 없다.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모르고 일하는 것도 비슷하다. 연회장과 돌잔치 뷔페 등에서 일을 하려면 중간업체를 통해야 한다. 중간업체가 있으니 사업주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노동자를 필요할 때만 부를 수 있으니 비용도 절감된다. 노동조합이 생길까 걱정할 이유도 없다. 중간업체는 더 많은 이득을 남기기 위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청소년노동자를 선호한다. 청소년노동자가 하루 13시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6만원 남짓. 시급으로 계산하면 올해 최저임금 5580원에도 못 미친다. 학업을 병행하는 청소년이라면 주말에 일할 수 있고, 일당이 바로 지급되기에 그나마 매력적인(?) 일터다. 부당한 노동조건을 알지만 모른 척 꾹 참고 견뎌낼 때가 더 많다. 노동부에 진정을 해봤자 일하면서 당했던 모욕에 대한 사과는커녕 체불된 임금만 겨우 받을 뿐이다. 다른 노동조건은 결코 고려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인권을 오롯이 챙기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가짜 사장 뒤에 숨어 잇속만 챙기는 진짜 사장,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행정관청의 직무유기,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법을 사업주 입장에서 치우쳐 해석하는 법원, 폭언·폭행하는 고객과 지위를 악용해 괴롭힘을 일삼는 관리자 등등. 26년 전 그 산을 함께 넘었던 수많은 연대와 싸움은 그들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라는 인식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청소년노동자에게도 연대가 절실하다. 청소년노동자, “너는 나다” 는 생각에서 시작
하는 연대 말이다.

이수정(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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