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점령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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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은 팔레스타인 민중들에게 비극적인 날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일방적으로 국가 수립을 선포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년 5월 15일을 기리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영토를 빼앗긴 ‘나크바(대재앙을 뜻하는 아랍어)’이고, 이스라엘인들에게는 건국기념일인 것이다.

영국과 여타 제국주의 열강의 암묵적 승인과 협조 속에 세워진 이스라엘은 지금까지도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식민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법은 팔레스타인 인구를 줄이고 싶은 지역마다 ‘불법건물’이라는 명목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을 부수고 유대인 정착촌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가옥 파괴와 불법 정착촌 건설 정책은 1973년부터 동예루살렘과 서안지역에 특히 집중되고 있다.

예루살렘은 흔히 이스라엘 영토로 알려진 것과 달리 오랫동안 동과 서로 나뉜 채 동예루살렘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서예루살렘에는 유대인들이 주로 거주해 온 곳이다. 이를 무시한 채 이스라엘은 1994년 ‘예루살렘 거대화 정책’을 공식 채택한 이후 지금까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심장부로 탈바꿈하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결과 동예루살렘에서는 2014년에만 590채의 팔레스타인 건물이 파괴되고 1,177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강제이주를 당했다.

가옥 파괴는 거주자의 법적 대응이 어렵도록 이른 새벽에 들이닥친 수십 명의 무장 경찰들에 의해 신속히 이뤄진다. 거주자들은 극도의 공포감 속에서 방금 전까지 자신을 품고 있던 삶의 터전을 잃고, 건물 잔해를 일정 기한 내에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통보까지 받는다. 가옥파괴를 당한 이들의 삶은 이스라엘의 관심 밖이며, 오히려 그 삶을 밀어낸 자리에는 유대인 정착촌과 함께 공원이나 고속도로가 들어선다. 당연히 이스라엘 전용 시설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지도상의 작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둘 사이의 분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볼때 그 땅 위의 현실은 일방적이고 불법적으로 찢겨진 팔레스타인인의 삶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점령의 그림자>가 숫자들로만 회자되기 쉬운 그 삶들을 함께 들여다보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일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세라(팔레스타인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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