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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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하는 삶을 본다. 그 기억은 각기 다르지만 엮이고 뭉쳐 하나의 힘을 만든다. 기억을 이루는 말들은 힘을 가진다. 기억을 만드는 힘은 듣고, 보고, 읽는 것이다. 연대하는 이들이 기억의 문을 여는 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듣고, 보고, 읽어야 한다.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기억의 문을 함께 열고, 그 문턱이 닳을 때까지 드나들고, 문고리가 느슨해질 때까지 열고 또 여는 것이다.

<기다림>의 생존자들은 용기를 말한다. 힘을 말한다. 기억을 말한다. 우리가 기대어 살아온 삶을 말한다. 방글라데시와 한국은 전쟁이 있었고, 전쟁으로 파괴된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그들을 위안부라고 이야기하고, 방글라데시에서는 비렁거나라고 이야기한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름을 말하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비렁거나 할머니들은 서로 마주한 적 없겠지만 그 얼굴에 담긴 진실함은 같다. (너무 비약적인지) 일본과 파키스탄이 역사를 인정하고 사죄하기를 바라는 것. 역사를 똑바로 마주하고 세월로 덮지 않는 것.

그들의 기억은 선명하다. 그때의 걸음, 무게, 소리, 시선까지 여전히 생생하다. 생생한 기억은 더 이상 과거로 남겨져 있지 않다. 기억은 영원히 ‘있었던 것’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필연적인 일이다. ‘없었던 것’이 될 수 없다. ‘없었던 것’으로 덮어버리려는 국가는 피의자를 재판하지도, 처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하기’를 시작해야 한다. 영화에서 말했던 것처럼, 진실은 반드시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국가주의적으로 귀결될 때 생은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을 듣고 보고 읽으려 노력해야 한다. 기억이 떠내려가지 않게. 더 많은 기억 속에 이들의 이야기가 남겨지길 바라며 기억의 문고리를 잡자.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10일 11:00
22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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