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미투> 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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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 ‘이후’가 있을까?

미투 이후는 한 줄의 시간선이 아니라 수많은 결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뒤로 돌아가기도 하고 뚝 끊겼다가 엉켰다가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지기도 하며 만들어진 지형이다. 세상 속에서 무너지고 지워지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지층을 가진 단단하면서도 복잡다면한 지형을 만든다. ‘나를 용서한다’고 소리 내서 내게 말해주고 비슷한 서로를 직접 찾아 나서고, 끝없이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나의 평화를 찾고 누군가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서. 

영화에 나오는 이들과 ‘우리’는 고통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각자 다른 형태로 찾아오는 기억과 고통, 아무런 잘못이 없는 나를 돌아보았던 순간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두려워하며 이야기한다. 이처럼 ‘미투’와 ‘이후’의 의미는 모두에게 다르다. 하지만 ‘피해자’라는 말 앞에서 자신을 무엇이라고 부를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미투 이후라는 복잡한 지형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감정들은 실존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분명히 존재하는 이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말로 내뱉는 것을 막고 때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전’과 같이 자기 삶을 돌보기 위해서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도, 연대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매우 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왜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껴지는 연결된 감각을 가지고 피해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말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도우며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을 해 나간다. 이렇게 서로의 목소리가 모여 세상에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갈 때 ‘해소되지 못한 마음의 목소리’는 역사가 된다.  

혐오와 차별을 기반으로 한 폭력적인 가부장 사회가 끝장났을 때, 세상에서 성폭력이라는 것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미투’라고 말하는 일은 끝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부단히 그런 세상을 일궈 나가는 중이다. 역사라는 것이 과거에 있었던 사건 혹은 시기를 의미한다면 혐오범죄와 성폭력이 일어나는 지금의 남성중심사회, 가부장사회는 가까운 앞날의 사람들이 역겨워할 시기이기를. 역사가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무형의 흐름을 의미한다면 끝나지 않는 폭력과 혐오의 굴레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타인을 치유하고 끝없이 ‘미투가 바꿀 세상’을 말하며 맞서 싸우는 사람 그 자체이기를.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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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09월 24일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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