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들 Das Deutsche Volk

작품 줄거리

2020년 2월 9일,  독일 하나우시에서 극우 인종차별주의자에 의한 총기 테러가 발생했다. 이주 배경을 지닌 9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슬픔과 함께 진실과 정의를 밝히기 위해 싸우고, 이 참사의 기억과 의미를 남기기 위해 시의 중심 광장에 추모비를 세우려 한다.

프로그램 노트

하나우 중심부 마르크트 광장에는 시민들이 도시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하나우 출신 그림 형제의 동상이 독일인의 이름으로 세워져 있다. 그림 형제는 독일 언어학자이자 민속학자로서 독일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독일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과연 누가 독일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질문하는 동시에 ‘독일 사람들’의 맨얼굴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의 관객들은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며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고립감. 도망칠 수 없었고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참사 희생자들. 지연된 경찰의 출동과 생사 여부 확인. 진실과 정의를 찾아 투쟁하는 유가족과 생존자들. 그리고 한 유가족이 자신의 아버지가 독일에 파견된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1960년대에 일하러 외국으로 떠났던 역사를 한국과 공유하는 사람들이 저 먼 땅에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2025년 2월 치러진 총선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제1야당이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독일 정보기관은 AfD를 반헌법적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뿐일까. 화교를 욕으로 쓰는 사람들, 모스크 앞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돼지머리를 전시하는 사람들, 성소수자와 장애인에게 차별을 당당히 일삼는 사람들. 많은 정치인들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곳이 이곳 한국이다. 시대가 역행한다면 우리는 다시 역행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방향은 물론 차별 없는 평등 세상이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윤진

감독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 MARCIN WIERZCHOWSKI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1984년생)는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과 바르샤바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2011/12년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다가 2013년 마인츠 조형예술대학교로 옮겨 순수미술을 전공했으며, 2017년에 졸업했다. 졸업 논문으로 라이온스 클럽 장학금을 수상했으며, 존 스쿠그 교수의 마이스터슐러(석사 과정 수료생)였다. 2019년에는 프로덕션 회사 milk&water를 설립했다. 〈Eine Nacht und ihre Folgen(하룻밤과 그 여파)〉는 2022년 그림메 상을 수상했으며, 또 다른 극장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2021년 게르트 루게 장학금을 받았다. 다양한 연극 프로젝트에서 영상 예술가로, 최근에는 무대 디자이너로도 활동해왔다. 현재는 첫 번째 픽션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인권해설

분노는 어디를 향하는가?

<독일 사람들>은 2020년 2월 19일 독일 헤센 주 하나우 시에서 발생한 인종주의 총기 테러의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투쟁을 조명한다. 다큐멘터리는 세 종류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연대, 추모, 분노. 그들은 계속해서 모이고 서로를 위로하며 불의에 맞서 함께 행동한다. 유가족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의 장소를 만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들은 분노한다.

그들의 분노는 어디를 향하는가? 생존자와 유가족의 분노는 가해자 토비아스 라트옌을 향하지 않는다. 그들의 분노는 답이 없는 국가를 향한다. 그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 기관들이 그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경찰을 찾아가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00:24:51). 

“나는 답이 필요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왜? 왜? 왜?”(00:33:00). 

“매번, 매주.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언제나 같은 이야기가”(01:51:03).

희생자가 신분증을 갖고 있었음에도 가족들은 연락받지 못했다. 사건 현장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그 밤, 아버지는 아들이 희생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다음 날 아침 출근했다. 희생자들의 유해는 현장에 27시간 방치됐고, 생존자는 혼자 3킬로미터를 걸어가 진술하라는 경찰의 안내를 받았다. 가해자를 막으려 했던 희생자(빌리 비오렐 퍼운)는 경찰에 네 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못한 채 희생당했다. 경찰은 잠긴 비상 출입구를 수사하지 않았고, 사전에 선언문을 발표한 가해자를 조사하지도 않았다.

“인종주의자의 손에 죽고, 그다음엔 또 다른 인종주의가 기다리고 있었다.”(00:27:53).

“당신들이 허용했고, 당신들이 보호했고, 당신들이 키워왔고, 외면했다.”(00:34:30).

그들의 분노가 말해주는 건 하나였다. 이것은 살인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그들의 분노는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그 죽음마저 침묵시키는 시스템을 향하고 있다.

이 분노는 낯설지 않다. 오는 6월 24일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2주기다. 불법 파견, 안전교육 부재, 정규직에만 열리는 문, 유일한 출입문 앞에 방치된 리튬전지. 참사 이틀 전 동일한 폭발 사고가 있었으나 아무 조치도 없었다. 지난 4월 항소심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받았다. 하나우의 유가족이 국가 기관에 던진 질문을 우리도 던져야 한다. 아리셀의 죽음 앞에서, 끊일 줄 모르는 이주노동자 폭행 사건들 앞에서 우리의 분노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분노는 응답받고 있는가.

– 김서현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운영위원)

프로그램 협력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는 이주민 인권 옹호와 이주 의제의 공론화를 도모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국민국가 틈새에서 부유하는 서발턴(Subaltern)으로서의 이주민·디아스포라의 ‘몫소리’를 듣고, 읽고, 전파합니다. 소수자를 향하는 차별과 배제에 맞서 평등과 환대의 장소를 상상하고, 선주민 이웃과의 공생을 위한 연대와 마주침의 자리를 만들어갑니다.

727회 서울인권영화제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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