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마 Perm

작품 줄거리

니샤는 병식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 때문에 병식과 한국에서 단란하게 살기가 쉽지 않다. 니샤는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프로그램 노트

니샤는 맞닥뜨리는 게 참 많다. ‘결혼 이주 여성’에 관한 잘못된 편견, 출산에 대한 압박, 니샤가 지니는 문화에 대한 존중은 없으면서 강요되는 ‘며느리’의 모습, 차별과 무시. 니샤는 어떻게 해서 이 상황을 지내왔을까. 니샤는 끝내 이 모든 걸 감당하게 하는 장소에서 “씨발”이라 외치고 자리를 박차며 나간다. 그는 시간이 흐른 뒤, 탈(脫) 하지 않고 있었던 장소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곳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 니샤가 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다른 인물들은 성찰하게 되며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힘을 얻는다. 니샤는 세상 너머를 그렸지, 세상을 탈(脫) 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세상을 탈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결혼 이주 여성의 상황이라면 또한 그럴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것들도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이지, 이곳을 탈출해 우주에 둥둥 뜨며 살기를 바라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우주 쓰레기처럼 내가 내던져진 것인지 내 힘으로 나온 것인지도 모를 것 같다. 우리는 관계로 엮인 존재들이다. 어느 관계는 자의든 타의든 단절되기도 하지만 모든 관계를 끊고 살기란 어렵다. 단절만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복합적인 상황과 감정을 폭발시키는 니샤의 탈(脫)은 일시의 적막 속에서 성찰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고 안정되게 한다. 관계는 그와 같이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행동을 하기에 대해 의미를 새긴다. 모두가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하는 방식으로 싸우려는 건 아닐 거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는 강력한 힘에 부딪혀 상황의 요구와 선택에 따라 우리 자리를 내걸게 된다. 그러나 우리, 누군가의 자리가 강제로 빼앗기지 않도록 연대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힘써보자. 그렇게 세상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여기서 같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힘써보자.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섹 알 마문

1974년 방글라데시 다카 출생. 대학교 재학 중이던 1998년한국에 입국, 2001년부터 이주노동자 인권 운동에 투신하였다. 2012년 보터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이주민 문화예술지원단체인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의 기획국 상근활동가로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4325회 서울인권영화제존재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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