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처럼 Strike a Rock

작품 줄거리

201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리카나의 광산에서, 경찰에게 37명의 파업 노동자가 학살당한다. 노동자들은 광산 개발권의 대가로 사회 기반 시설을 확충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당한 요구는 응답하지 않는 기업에게, 그들을 살해한 국가에게 짓밟힌다. 이들을 기억하며 투쟁을 이어가는 여성들이 있다. 마리카나에서 투쟁하는 투메카와 정당에 가입해 의회에서 발언권을 얻는 프림로즈. 마리카나 학살이 알려지는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국가는 사과하지 않는다. 마리카나에서 멀어진 프림로즈는 마리카나 사람들과 투메카에게 비난받는다. 프림로즈는 그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프림로즈와 투메카의 우정은, 그리고 마리카나 사람들의 투쟁은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프로그램 노트

마리카나 학살 이후에도 그곳에서 살며 삶을 가꾸어 가는 여성들이 있다. 다림질을 하고, 배수가 안 돼 집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는 마리카나의 여성들은, 서로의 안녕을 물으며 서로의 목소리가 된다. 각자의 눈물을 마주하고, 삶을 들으며 점점 마리카나 여성들은 론민(Lonmin)과 남아공 정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감정을 모아간다.
그 기반을 딛고 프림로즈는 EFF 정당에 들어가 의회 발언권을 얻는다. 이는 아무리 소리쳐도 세상에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던 마리카나 여성들에게 주어진 기회였다. 하지만 정치는 생각 같지 않았다. 프림로즈는 진보정당의 한 의원의 얼굴로 더 많이 비춰졌고, 프림로즈가 마리카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리고 정치의 과정을 거치며 편집되고 재구성되는 프림로즈의 목소리는 더 이상 마리카나 여성들의 목소리와 닮아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분명 닮았던, 프림로즈의 얼굴과 마리카나 여성들의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달라진다.
애초부터 마리카나의 투쟁은 정돈될 수 없는 서사였다. 마리카나 학살로 남편이 죽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론민에 취직해야 했고, 아무리 기다려도 개발되지 않는 마리카나가 너무나 지겹지만 자신의 사람과 삶, 이야기의 터전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마리카나 여성들의 목소리는 정치라는 정리된 방식으로 전해질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이제 시위에 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숨기지 않고 자신들의 분노를 말한다. 의회가 아닌 거리에서, 세상이 편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내비친다.
투쟁은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천천히 파동을 만들며 투쟁 전후의 시간과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그 면면은 결코 단일하지 않고, 수많은 이야기의 집합이다. 또한, 기존에 없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투명하게 비춰지는 감정들을 마주하자. 목소리가 없던 여성들이 내는 목소리를 들어보자.

감독

알리키 사라가스 Aliki Saragas

알리키 사라가스

알리키 사라가스는 남아공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사진작가 이다. 그녀는 2015년 석사과정을 마친 후 여성들의 복잡하지 만 강렬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 여성 다큐멘터리 제작회사 엘 라포스(Elafos Productions)를 시작했다. 알리키는 현재 새 로 설립된 방송 및 영화계 여성노동조합에서 활동 중이다. < 바위처럼>은 알리키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인권해설

2012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찰은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그 중, 37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치안을 위한 최선’이었다고 설명했다. 1994년 4월 27일, 최초 흑인 투표가 시작되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 만델라가 당선된 지 20년 만의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정부였는지 검색을 해보니, 당시 대통령이었던 제이콥 주마는 2018년 비선 실세 의혹과 정경유착으로 사임했다고 한다. 임기 동안 수차례 탄핵 시도가 되었다고 하니 한국의 지난 몇 년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영화 ‘바위처럼’의 시작은 광업회사 론민 CEO의 전하는 말로 시작한다.
“광업회사들은 주주, 투자자, 정부와 함께 호황기가 온다면 수익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호황기’가 만들어지기까지 노동을 착취당하고, 목숨을 빼앗기고, 살아남은 마리카나 여성들의 시간을 담고 있다. 살아남은 여성, 투메카는 말한다. “공동체의 치유가 목표다” 삶의 터를 빼앗기고, 가족과 친구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살아남은 이들에게 치유는 무엇일까.

여성들은 단결하며 단체를 만든다. 단체의 이름은 ‘우리는 함께 눈물 흘린다’는 뜻을 지닌 ‘시칼라 손케’다. 여성들은 함께 모여 서로의 아픔을 듣고, 묻고, 서로를 돌본다. 노래하며 춤춘다. 단체의 리더인 프림로즈의 ‘울지 말고 강해져’라는 말은 ‘함께 흘리는 눈물’이 좌절이나 절망이 아닌, 현재를 버티고 미래를 바꿔가기 위한 힘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어야 함을 말해준다. ‘함께 아픔을 나누는 것이 치유다’

프림로즈는 의원이 되어 국회로 향하고 마리카나는 시칼라 손케의 리더를 맡는다. ‘울지 않고 강해지는’ 길을 택한다. 프림로즈는 정치권에서 마리카나의 상황을 알리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마리카나는 공동체를 보듬으며 책임자들에게 목소리를 낸다.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두 리더는 더는 아픔을 함께 나누고 소통할 수 없게 된다. 각자의 역할을 ‘울지 않고 강하게’ 해내고 있지만, 서로에게 더는 ‘함께 눈물 흘리는’ 이가 되어주지 못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싸움이 공동체의 치유다’

강하게, 강하게 버티며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버티던 두 사람은 다시 ‘함께 눈물 흘리며’ 강함의 약함을 서로 알아봐 준다. ‘함께 싸우는 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치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투메카는 바다 앞에서 영국을 상상한다.
그 바다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론민의 사장들이 있을 것이고, 론민에서 채취한 백금을 팔고 사는 이들이 있을 테고, 그런 물건들을 수입하는 한국이 있을 것이고,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핸드폰 어딘가에, 자동차 어딘가에 그녀들이 채취한 백금이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자신의 폭력을 알아가는 과정이 치유다’

지난주 인터넷 기사에는 영국의 고위 관료, 베이츠 부장관의 사임 이유가 화제였다. 국회 출석을 3분 지각한 그는 “아주 중요한 질의의 첫 부분에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결례를 범하게 된 것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나는 항상 입법부의 합법적인 질의에 응할 때는 최대한의 예의범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품격이 다른 영국 의회의 분위기에 많은 이들이 찬사와 부러움을 보였다. 투메카에게는 어떻게 비추어질까. ‘나의 품격이 누구를 발판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는 것이 치유다’

그녀들의 삶을 내 삶으로 느끼는 과정, 그녀들의 삶이 내 삶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있어야 투메카가 목표했던 ‘공동체의 치유’가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우선, 그들의 아픔에 귀를 열고, 아픔의 원인의 원인까지 함께 알아가는 과정에서 변하는 세상이 ‘공동체의 치유’가 아닐까. 그녀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과정 속에는 인류가 나가야 할 방향이 있으니까.

김미성(와락치유단 치유활동가)

323회 서울인권영화제투쟁의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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