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느낀다 I Spy with My Little Eyes

작품 줄거리

흐린 초점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는 시력의 5%만으로 살아가는 ‘얀’의 시야를 의미한다. 세상을 ‘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져 버린 사회에서 그는 세상을 ‘느끼며’ 살아간다. 영화는 얀이 느끼는 세상을, 그리고 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길을 묻고 그 길을 찾아가는 것조차 그에겐 쉽지 않다. 점점 흐려지는 시야에, 그의 감각들은 점차 예민해진다. 그는 실물화상기를 통해 책을 읽기도 하고, 화면확대기를 사용하여 글을 쓰기도 하며 자신의 방법으로 살아간다.

비장애인에 의해, 모두가 비장애인이라는 전제하에 정해진 ‘표준’, 세상은 그 표준에 맞춰져 있다. 그 표준에 맞춰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영화는 이 사회가 ‘다르다’고 부르는 몸으로 산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비장애 중심적인 사회가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왔는지, 그리고 왜 그 불편함은 오로지 내가 감당하고 극복해야 하는지 묻는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지윤

감독

비비엔 하르트만

비비엔 하르트만

1985년 독일 출생. 여행과 다른 문화를 알아가는 것을 사랑한다. 고등학교 때 에콰도르, 키토에서 1년 동안 살았고, 졸업 후 인도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4개월을 보냈다. 독일로 돌아와서 프랑크푸르트 비아드리나 유럽대학교에서 문화학, 문학, 영상인류학을 공부했다. 2007년, 10개월 동안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에서 공부하며 첫 단편영화를 제작 했으며 졸업 후 조연출, 조감독으로 일했다. 2011~2012년 겨울에 첫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라오스로 여행을 갔다. 현재 바덴뷔르텀베르크 영화전문대학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있다. 2014년에 파리 소재 라 페이스 영화학교와 합동으로 장편, 단편 영화를 감독했다.

인권해설

흐릿한 영상으로 시작하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답답함이 생긴다. 기존의 익숙한 장면과 시선이 아니다. 뒤틀려있고 다른 것은 꼭꼭 숨기려 해도, 숨기면 숨길수록 어디에서나 분명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 일상 속의 티 나는 몸과 마음의 다름은 사람들의 다른 시선으로 이어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들장애인야학의 중증장애인 학생들과 같이 이동을 하면 시민 몇 명이 꼬깃꼬깃한 몇천 원을 쥐어주곤 했다. 이 돈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어눌한 어투와 귓가에 꽂히는 다른 음색, 뒤틀려있거나 ‘정상적’이라고 규정되는 신체와는 다른 몸. 이러한 다름을 보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왜 집구석에 있지 않고 밖에 나와 돌아다니느냐”, “밥은 혼자 먹을 수 있냐”고 손가락질 한다. 이것들이 바로, ‘시민들이 쥐어준 몇천 원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으로 돌아오는 것들이다.

최근에 계양구 보건소에서 ‘장애예방 5계명’이라는 자(문구용품)가 배포되었다. 그 안의 내용은 “안전벨트를 착용한다”, “위험한 장난을 하지 않는다”,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다” 등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약속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 사업은 계양구 보건소의 독자적인 사업이 아닌,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가 추진한 사업이었다. 장애예방교육 강사가 학교 내로 파견되어 교육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 사업의 목적은 “장애를 예방하지 않으면 개인과 사회에 막대한 복지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이처럼 여전히 ‘장애’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들 가운데 중도장애인 대부분이 “혼자서 살 수 없는 몸이 된 후 가족의 지원이 불가한 환경 속에서 시설을 택하게 됐다”라고 이야기 한다. 왜 그들은 시설에 갔어야 했고 지역사회 내에서 ‘거리의 턱’으로, 차가운 시선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을까.

우린 대체 어떻게 “함께 살자”라고 외칠까. “이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라는 물음이 그 시작이다. 다름을 유난히 특별한 것이 아닌 보통의 삶 속 개인으로 인정하고 바라봐 주는 것. 그리고 처음부터 ‘정상적인’ 신체의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이동할 수 있도록 거리의 턱을 낮추는 등의 일상 속의 변화를 만들자.

휠체어를 탄 친구와 내가 거리의 턱 앞에서, 나만이 이동하고 그이는 갈 수 없을 때 그 공간에서 나와 친구는 다른 몸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우리가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건널 수 있을 때, 너와 내가 평등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며 너와 나의 다름은 달라진다.

 

명희 (노들장애인야학)

521회 서울인권영화제나의 몸이 세상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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