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설교 그리고 정치 Sex, Sermons and Politics

작품 줄거리

낙태가 불법인 브라질에서는 40세 이하의 여성 중 20%가 낙태를 경험한다. 낙태수술로 사망한 사람 중 한 명인 잔디라는 이 통계 밖에 위치한다. 낙태수술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시술소, 낙태의 불법화를 외치는 의원들, 낙태를 결정한 여성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안전한 병원에 가는 것조차 꺼리게 만드는 사회. 이 속에서 영화는 계속해서 묻는다. “누가 잔디라를 죽였을까?” “이 문제는 잔디라에게만 해당하는 걸까?” 생명을 중시한다는 영화 속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에게 임신을 중단한 사람은 모두 살인자다. 이들에 의해 살인자가 된 여성들과 사회에서 부정적인 존재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함께 만나 투쟁한다. 낙태, 성교육, 성소수자 혐오, 여성 혐오… 이 모든 것에 대해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연결되어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윤하

프로그램 노트

낙태수술을 하러 간 뒤 시체로 발견된 잔디라.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낙태를 금지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거리집회 참여자부터, 낙태의 책임은 사회에 있다고 말하는 인권활동가, 낙태는 살인이라고 외치는 복음주의 기독교 의원들까지.
브라질의 복음주의 기독교 의원들은 낙태를 택한 여성 모두를 살인자로 몰아가며, 낙태 합법화를 외치는 자들은 살인을 부추기는 자들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시선 속에서 낙태를 결정한 여성들은 태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벗어날 수 없다.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는 비난도 여성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임신은 여성 혼자 할 수 없는데도, 낙태에 대한 책임만큼은 오롯이 여성에게 지워진다.

이에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혐오범죄 1위는 브라질이라고. 그리고 외친다. 소수자를 차별하는 이 사회에 맞서 우리는 투쟁할 것이라고. 브라질의 해결책은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나올 것이라고. 이 외침은 브라질에서만 맴돌지 않는다.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땅 위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 세상을 위해 계속해서 맞서 싸울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누구의 존재를 줄 세울 수 없기에.

프로그램노트: 모든 것은 반드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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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오드 슈발리에-보멜 Aude Chevalier-Beaumel

오드-슈발리에는 카포에라를 프랑스에서 배우던 중에 브라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카포에라의 역사와 의식,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더욱 브라질 문화에 빠져들었다. 처음 여행 갔을 때, 다큐멘터리라는 방식을 통해 그곳을 담아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2009년 작품 <Estrada>는 총격 사건으로 살해된 청소년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피해자들이 주로 15~25세 사이의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이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후 그녀는 자연스럽게 브라질 여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섹스, 설교 그리고 정치>는 브라질에서 섹슈얼리티의 정치적 지형을 담아내고자 한 작품이다.

엘 기메네즈 Michael Gimenez

미카엘 기메네즈는 지역 신문의 기자 일을 그만두고 예술과 영화라는 원래의 관심사로 돌아왔다. 그는 사람들의 의견을 구성하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고민해왔다. 2009년에 오드-슈발레어-보멜 감독의 <Estrada> 작업을 위해 처음 브라질에 갔다. 브라질 몇몇 지역에서 경찰권 남용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에도 오드와 공동작업을 계속했고, 이 작품은 함께 작업하는 5번째 작품이다.

인권해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2016년 1∼9월에 불법 낙태수술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다 사망한 여성 환자는 1,2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네 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2015년 사망 환자 수는 1, 664명이었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인 경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신경관 결손 태아(‘무뇌아’)인 경우에 한해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 중 신경관 결손 태아의 경우 2012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낙태가 합법화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도 등장하는 브라질 보수 복음주의 교회의 목사들은 의회로 진출해 성폭행에 의한 임신까지 포함하여 낙태를 전면 금지시키고자 하고 있다. “누가 잔디라를 죽였을까?”라는 질문에 그들은 “그녀 자신”이라고 답한다. 그들이 말하는 1,215명의 잔디라들은 “무책임하고 방탕하게 섹스를 하고 경솔하게 임신을 했으며, 결국 불법 낙태 시술로 위험을 자초한 여자들”이다.

한편,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범죄를 모니터링하는 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동안 확인된 수치로만 144명의 트랜스젠더가 살해되었다. 이 사이트의 운영이 시작되었던 2008년 당시 5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8년 만에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13년부터 동성결혼이 전면적으로 법적 인정을 받게 되었으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폭력과 살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룰라 대통령 퇴임 이후 지우마 호세프 정권을 흔들기 위해 대대적으로 나선 우파 정치의 득세, 경제적 혼란과 같은 맥락을 떼어놓고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잔디라의 끔찍한 죽음으로부터 시작한 이 영화는 잔디라를 죽인 브라질 사회의 위선을 꼼꼼히 찾아 고발한다. 신의 이름과 태아의 생명권을 내세워 낙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보수 복음주의 목사들은 성적 타락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해 막대한 돈을 모으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한다. 낙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들 논리의 핵심에는 결국 남성, 가부장 중심의 이성애 가족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의 성을 통제하고 단속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리하여 이는 자연스럽게 여성, 트랜스젠더, 동성애자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혐오로 이어진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감독은 이에 머물지 않고 브라질 사회에 미친 식민주의의 영향을 짚는다. 브라질 선주민들과 흑인 노예를 정복하고 다스려야 할 자연, 짐승과 같은 존재로 다루었던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은 기독교를 문명으로, 선주민의 문화를 사탄의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정복을 정당화했다. 신체를 구속하고, 노동력의 생산을 통제하며, 인식과 문화까지 뒤바꿀 수 있는 성적 통제와 처벌은 효율적인 식민 통치를 위한 핵심고리였다.

그래서 ‘섹스’와 ‘설교’는 결국 ‘정치’다. 역사와 생명을 좌우하는. 식민 통치를 위해,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선주민과 흑인들의 생명을 잔인하게 빼앗았던 정복자들의 논리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여성들과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들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정치 논리와 연결된다.

때문에 이 질문은 너무나 중요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누가 잔디라를 죽였을까?”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222회 서울인권영화제나중은 없다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특별상영작다시, 함께, 내일도!다시, 함께,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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