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월 Yellow Ribbon

작품 줄거리

매해 찾아오는 ‘그날’.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어느 날 문득 가슴을 찌르고 찾아오는 그 날, 2014년 4월 16일. 오늘도 그날의 기억을 지우려는 힘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 매년 학생들과 세월호 추모 활동을 하는 중학교 선생님. 기록관리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학생을 ‘딸’이라 부르는 진도 어부. 이젠 철거되고 없는 세월호 천막을 자신의 자리에서 짓고 또 짓는 사람들. 그들에게 ‘4월’은 어떻게 반복되고 있을까?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채영

프로그램 노트

2020년 9월 30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7일에 걸친 청와대 앞 농성을 마쳤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 이번 농성에서도 가족들의 요구는 똑같았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바꾼 지 3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이란 단어는 뉴스에서 사라졌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은 여전히 청와대 앞에 서있다.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광장에서 함께 약속했다. 겨울의 추위도 이겨낸 약속이었다. 따뜻한 봄을 되찾겠다는 굳은 다짐이었다.

하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길 몇 차례. 광화문 광장을 지키던 노란 리본은 광장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한다. 광장을 채우던 백만 개의 촛불을. 며칠 전 거리에서 마주쳤던 노란 리본을. 4월이 되면 잊지 않고 ‘세월호’를 말하는 사람들을. 그렇기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란 리본 곁을 지키던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근무하는 학교에서 매해 학생들과 416기억행사를 열던 선생님은 5년 만에 처음으로 동료 교사와 함께 행사를 준비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뜨거운 물과 라면을 준비했던 카페 사장님은 오늘도 노란 리본을 붙인 빵을 판매한다. 애써 뉴스를 피하고 수능을 준비하던 고3 학생은 지금 대학교에서 기록관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오늘도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하루를 시작한다.

세월호 광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잊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광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은 또 다른 기억을 불러내어 세월호 광장으로 사람들을 불러낸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로를 경계해야 하고 사람이 사람 곁에 다가갈 수 없는 요즘, 광장은 사라진 것 같다. 사람이 없는 공터는 ‘광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사람이 있는 곳은 언제든 ‘광장’이 될 수 있다. 서로의 온기를, 그 연결을 잊지 않는 한 우리의 광장은 다시 가능하다. 당신, 나. 우리가 광장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주현숙 JU Hyun-sook

주현숙 JU Hyun-sook
1972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계속된다-미등록이주노동자 기록되다>(2004),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2004), <멋진 그녀들>(2007), <가난뱅이의 역습>(2013), <족장, 발 디딜 곳>(2014), <빨간 벽돌>(2017) 등을 연출했다. 2004년에 연출한 장편 <계속된다-미등록이주노동자 기록되다>로 제30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을 받았다.

인권해설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만 6년이 훌쩍 넘었다.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났지만 4월 16일 그날의  아침은 여전히 분초 단위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나만 그럴까 싶어 주변에 물어보면 대부분 자신도 그렇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다함께 지고 가야 할 십자가여서 그런 것일까. 그날을 지나 온 우리는 모두 세월호 참사의 목격자이자, 당사자이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그런 우리들, 나,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이다.

감독이 영화 출연을 제안 했을 때 거절할까도 싶었다.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단으로 <금요일엔 돌아오렴>과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를 통해 유가족의 목소리가 이 사회에 들리도록 하려고 했다지만, 지금은 ‘참사의 해결은 누구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다’ 생각하고 지낼 뿐, 실천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절을 못한 이유는 바로 동일한 이유, 즉 실천적 활동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마음의 무거움 때문이었다. 미안함에 지지 않으려고 참여했다. 미안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실의 배를 더 침몰시키는 게 아닐까.
사실 많은 이들이 열심히 투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끄럽다며 계속 삼킨다면, 침묵만 하나 하나 쌓여갈 것이다. 그러다 결국, 우리가 함께 했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이 물거품으로 되지는 않을까. 사람은 미안함이 크면 처음엔 숨을 쥐구멍을 찾다가, 미안함이 계속되면 결국 자신을 합리화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우리 모두 항상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위해 크고 작은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진실의 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오늘도 작은 실천들로 고군분투하고 있지 않은가. 노란 리본을 달고 붙이고, 노란 팔찌를 끼는 등.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이다 보면 언젠가 거대한 파도가 될 수 있을지도! ”<당신의 사월>은 어떠했느냐”고 영화는 묻는다. 영화를 보며 답하자. 아직도 우리는 그 사월에 살고 있으며, 잊지 않을 것이고, 그 사월을 가린 장막을 걷어낼 때까지 끈질기게 그날의 기억을 가져갈 것이라고.

정주연

장애인접근권 연출 보석(서울인권영화제) 태환, 엠마(한국농인LGBT)
한국수어통역 엠마(한국농인LGBT)
자막해설 채영(서울인권영화제)
자막 망나, 윤하, 젬마, 채은, 효민(서울인권영화제)

224회 서울인권영화제파동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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