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로드 연대의 말

인권해설

연대의 말

비트랜스젠더 이성애주의가 정상성의 기본값일 때 성별 규범을 거스르는 퀴어한 존재는 낙인찍히고 비난당한다. 심지어 가해자 취급을 받는다. 소수인종일 경우 더욱 강력한 혐오의 표적이 된다. 거침없는 성별 표현은 불쾌감을 조성한다고 비난당하고, 친구에게 건넨 설레는 고백은 성적인 괴롭힘과 등치되어 버린다. 성적인 ‘비정상성’과 인종적 ‘열등성’이 서로를 강화한다고 여겨진다. 성소수자 혐오범죄가 비성소수자의 정당한 자기 방어로 재구성되는 일도 흔하다. 성적 인종적 측면에서 소수자성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두고 가해나 범죄로 의미화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핵심 기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를 만들어내고 적대하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을 정확하게 문제 삼는다.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법으로서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잘 작동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화(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57인권해설

게이비 베이비 연대의 말

인권해설

연대의 말

한국에서 동성 배우자와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은 법의 배제 앞에 불안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동성 커플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나 또는 배우자가 갑자기 아프거나 다쳤을 때 서로의 보호자로서 치료와 돌봄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성 부부라면 결혼제도를 통해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는 평범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동성커플이 경험하는 부당하고 무의미한 불안은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차별에 목소리를 낼 용기를 줍니다. 가구넷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보태며,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호림(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53인권해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연대의 말

인권해설

연대의 말

간성(intersex)의 존재는 성소수자운동에서 LGBTI라는 말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표현할 때 ‘I’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간성을 성발달장애로 이름 짓고 장애의 관점에서 권리운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들이 겪는 주된 문제들은 유아기 때 이러한 조건이 발견되어 본인의 동의 없이 부모와 의사의 결정으로 한쪽 성에 귀속되는 교정수술을 받거나, 2차 성징 때 성적인 성장의 과정에서 드러났으나 부모나 주변인들의 외면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가졌다는 이유로 더 이상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쫒겨나거나 군대 등의 집단 생활에서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본인의 동의 없이 여자로 귀속되는 교정수술을 받았으나 자신의 성별정체성이 남성이라는 점을 확립한 이후에 큰 혼란을 겪고, 남성으로서의 힘든 삶을 꾸려 나가기도 합니다. 얼마 전 몰타라는 나라에서는 간성 아동에 대해 본인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교정수술을 금지하고 충분히 성장한 이후 자신의 성별을 결정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간성(intersex)이 겪는 문제를 인권침해로 인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더디지만, 이루어지고 있는것은 분명히 고무적입니다. 동시에 본인이 자신의 성별을 충분히 숙고하고 결정할 때 어떤 선택지를 내놓을 것인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다양성을 사회적인 규범과 법적인 장치로 표현할 때 남성과 여성이면 충분할까요?

나영정(장애여성공감)
20회 서울인권영화제 인권해설 발췌

59인권해설

<우리가 여기 있다> 연대의 말

인권해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특별상영회: 나중은 없다 연대의 말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든 있다. 그 말은 구금시설에서 수용 중인 사람들 중에도 마찬가지로 있다는 것이다. 2020년에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13명의 트랜스젠더 수용자가 있었다. 그러나 구금시설 내에서 트랜스젠더들은 지속적인 인권침해와 차별을 마주한다. 자유형이라는 이름 하에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하는 그곳은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살아갈 자유 역시 박탈한다. 기본적으로 남과 여, 두 가지 성별로 구분된 수용시설 앞에서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체성을 부정당한다. 앞서 확인된 13명의 수용자 중에도 법적성별과 달리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따라 수용된 사람은 1명뿐이었다.

죄의 대가로 형벌이 부과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존재’ 그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됨은 당연하다. 자신의 성별에 따라 존재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인정되어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그 시작이다. 그렇기에 외친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인권해설 발췌

51인권해설

“누가 잔디라를 죽였을까?”

인권해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2016년 1∼9월에 불법 낙태수술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다 사망한 여성 환자는 1,2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네 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2015년 사망 환자 수는 1, 664명이었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인 경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신경관 결손 태아(‘무뇌아’)인 경우에 한해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 중 신경관 결손 태아의 경우 2012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낙태가 합법화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도 등장하는 브라질 보수 복음주의 교회의 목사들은 의회로 진출해 성폭행에 의한 임신까지 포함하여 낙태를 전면 금지시키고자 하고 있다. “누가 잔디라를 죽였을까?”라는 질문에 그들은 “그녀 자신”이라고 답한다. 그들이 말하는 1,215명의 잔디라들은 “무책임하고 방탕하게 섹스를 하고 경솔하게 임신을 했으며, 결국 불법 낙태 시술로 위험을 자초한 여자들”이다.

한편,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범죄를 모니터링하는 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동안 확인된 수치로만 144명의 트랜스젠더가 살해되었다. 이 사이트의 운영이 시작되었던 2008년 당시 5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8년 만에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13년부터 동성결혼이 전면적으로 법적 인정을 받게 되었으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폭력과 살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룰라 대통령 퇴임 이후 지우마 호세프 정권을 흔들기 위해 대대적으로 나선 우파 정치의 득세, 경제적 혼란과 같은 맥락을 떼어놓고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잔디라의 끔찍한 죽음으로부터 시작한 이 영화는 잔디라를 죽인 브라질 사회의 위선을 꼼꼼히 찾아 고발한다. 신의 이름과 태아의 생명권을 내세워 낙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보수 복음주의 목사들은 성적 타락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해 막대한 돈을 모으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한다. 낙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들 논리의 핵심에는 결국 남성, 가부장 중심의 이성애 가족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의 성을 통제하고 단속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리하여 이는 자연스럽게 여성, 트랜스젠더, 동성애자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혐오로 이어진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감독은 이에 머물지 않고 브라질 사회에 미친 식민주의의 영향을 짚는다. 브라질 선주민들과 흑인 노예를 정복하고 다스려야 할 자연, 짐승과 같은 존재로 다루었던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은 기독교를 문명으로, 선주민의 문화를 사탄의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정복을 정당화했다. 신체를 구속하고, 노동력의 생산을 통제하며, 인식과 문화까지 뒤바꿀 수 있는 성적 통제와 처벌은 효율적인 식민 통치를 위한 핵심고리였다.

그래서 ‘섹스’와 ‘설교’는 결국 ‘정치’다. 역사와 생명을 좌우하는. 식민 통치를 위해,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선주민과 흑인들의 생명을 잔인하게 빼앗았던 정복자들의 논리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여성들과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들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정치 논리와 연결된다.

때문에 이 질문은 너무나 중요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누가 잔디라를 죽였을까?”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54인권해설

섹스, 설교 그리고 정치 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낙태수술을 하러 간 뒤 시체로 발견된 잔디라.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낙태를 금지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거리집회 참여자부터, 낙태의 책임은 사회에 있다고 말하는 인권활동가, 낙태는 살인이라고 외치는 복음주의 기독교 의원들까지.
브라질의 복음주의 기독교 의원들은 낙태를 택한 여성 모두를 살인자로 몰아가며, 낙태 합법화를 외치는 자들은 살인을 부추기는 자들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시선 속에서 낙태를 결정한 여성들은 태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벗어날 수 없다.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는 비난도 여성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임신은 여성 혼자 할 수 없는데도, 낙태에 대한 책임만큼은 오롯이 여성에게 지워진다.

이에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혐오범죄 1위는 브라질이라고. 그리고 외친다. 소수자를 차별하는 이 사회에 맞서 우리는 투쟁할 것이라고. 브라질의 해결책은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나올 것이라고. 이 외침은 브라질에서만 맴돌지 않는다.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땅 위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 세상을 위해 계속해서 맞서 싸울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누구의 존재를 줄 세울 수 없기에.

65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노트: 모든 것은 반드시 무너진다

프로그램 노트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여성, 저소득층 시민들은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되어 대학입학이 가능해진다. 이에 정부는 대학보조금을 줄이는 정책을 펼친다. 특권층이 다니던 대학은 등록금을 인상하고, 작은 규모의 대학도 잇달아 등록금을 인상한다. 비츠대학교에서 매년 8-9%인상되던 등록금은 2015년 10.5% 인상된다. 꾸준히 상승하던 등록금 인상률이 매우 ‘자의적’이라는 사실에, 이들은 기업화된 대학과 상업화된 교육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시작한다. 비츠대학을 포함한 28개 대학이 학교를 폐쇄하고 셔터를 내린다.

닫힌 대학교에 모인 시위참여자들은 학습을 이어나간다. 투쟁단위 내부에 존재하는 여성, 퀴어에 대한 혐오를 부수고, ‘공정’과 ‘정의’가 부재한 학교에서 무엇이 공정과 정의인지를 합의하는 토론을 이어나간다. 이들을 의식한 정부와 학교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이전보다 낮은 등록금 인상률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고 ‘아프리카에 사는 아프리카 사람을 싼 값’으로 취급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보다 근본적인 혁명을 일으킨다. 빈곤과 불평등 해결이 이 투쟁의 궁국적인 목표이기에, 이들은 끝까지 무상교육을 주장한다.

이들의 투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뿌리깊은 식민주의를 타파하고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이 겪고 있는 빈곤한 상황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투쟁’으로 더더욱 확장된다. 하지만 투쟁이 길어지자 미디어는 이 운동이 끝났다고 말하고, 연대했던 정당은 등을 돌린다. 정부는 틈을 타 이들을 불온한 세력으로 몰아가며 공권력을 이용해 무자비하게 탄압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빚어낸 투쟁의 막이 닫힌다. 이 운동의 가치를 몸에 새긴 이들은 말한다. 한번 확장된 투쟁의 가치는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의 혁명은 불씨로 남아 다시 그곳에서 발화되고, 숨을 불어넣어 반드시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모든 것은 반드시 무너진다 스틸컷1. 학교 건물 앞에서 시위참여자들이 돌을 든 채 서성이고 있다. 한 참여자는 경찰이 들고 있던 안전모와 방패를 든채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모든 것은 반드시 무너진다 스틸컷1. 학교 건물 앞에서 시위참여자들이 돌을 든 채 서성이고 있다. 한 참여자는 경찰이 들고 있던 안전모와 방패를 든채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66프로그램 노트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

미분류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 바로가기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 국민동의청원 드디어 시작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인권의 상식이자
더는 늦출 수 없는 평등의 약속 차별금지법,
10만행동으로 함께 제정합시다!

차별금지법을 바라는 시민이 발의자가 되는 10만행동에 함께 하고,
주변의 동료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세요~!

📌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바로가기 : https://bit.ly/equality100000

60미분류

BDS 실천 가이드북

소식

🇵🇸온라인 pdf본 보기: https://bit.ly/BDSguide2020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BDS 운동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BDS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정리한 한국어 정보가 많지 않아 실천 방법을 알 수 있도록 이 가이드북을 제작했습니다.

이 가이드북은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국제 사회에 호소하는 요구와 문화보이콧 대상을 가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서울인권영화제가 BDS운동에 동참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사례들을 모아 만들었습니다.
BDS운동 중에서도 특히 문화보이콧 운동은 적용하고 실천하는 입장에서 어렵다고 느껴지거나 고민되는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있어 이런 궁금증과 고민을 모아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과 문화보이콧 운동을 누구나 실천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 이 가이드북을 통해 독자들은<<
1)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BDS 요청과 BDS운동의 필요성을 인식 하고
2) BDS운동, 그중에서도 문화보이콧 운동에 해당하는 대상의 기준을 파악하며
3)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살펴보고 적용할 수 있습니다.

BDS운동에 함께하는 것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이 가이드북을 통해 그러한 부분들이 해소하기를 기대합니다.

🇵🇸온라인 pdf본 보기: https://bit.ly/BDSguide2020 

☮️ BDS란?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Boycott, Divestment, Sactions)의 영문 앞글자를 딴 이름!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일조하며 이익을 얻는 기업과 기관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어내도록 하여,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더 이상 살상과 인권유린이라는 만행을 지속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 X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소식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은

인권해설

7년 만에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의원이 용기낸 결과다. 국가인권위가 의견 표명한 평등법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7월 언론 인터뷰 이후 소식이 더디다. 11월 11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이상민 의원은 “종교계에서도 불합리한 차별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 이라며 “우려가 여전하다면 이를 뜨럽게 토론해서라도 입법 우선순위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어떠한 사유로도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법률로써 실현하고자 하는 법 규범이다. 말하자면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원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를 담은 법률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 법률이, 14년 째 제정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 세력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반대와 가짜뉴스 등 때문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히거나 발의하는 의원의 지역구 개신교 교인들이 집단적인 항의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여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겁박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우리는 좀 더 정확하게 이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우리 사회에 있는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무엇이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도대체 왜 발의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용기내기 어려웠었을까?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는 것 자체가 입법과 행정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지 물어야하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주체는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 대기업, 언론 등 힘 있는 권력 기관들이다. 이러한 기관의 존재 근거인 제도, 정책 자체가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다큐 <모든 것은 반드시 무너진다>의 운동 주체들도 투쟁의 궁극적인 목표인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학생들 만의 문제가 아니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2011년 출범 이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놓여있는 차별에 대한 그릇된 문화와 인식 개선, 그리고 실질적인 구제 조치 등의 시행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소수자 운동 전반이 함께 모여 차별의 현실을 말하고 평등의 의미를 성찰하고 실천하는 반차별운동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구체적인 과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다각도로 실천해왔다.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한 투쟁을 한다는 것은 가슴이 뜨겁게 뛰는 말이지만,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놓여있는 차별의 현실을 법 제정을 통해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별의 현실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계획을 세우면서 조금씩 실천해가자는 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소수자에 차별을 용인하는 세력들에 대한 정치권의 눈치보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을 해소한다는 것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 이로운 것인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용기를 내기 위한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권력기관으로서 차별적 정책과 제도 등이 국가와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스스로 밝히고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 없이 권력의 주체가 차별을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차별금지법은 국가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줄 수 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 없는 세상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종걸(차별금지법제정연대)

62인권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