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나들이] 퀴어 유니버스, 당신에게 향하는 길
소식
퀴어 유니버스, 당신에게 향하는 길
– 제14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퀴어로드 : 우리의 행진이 만드는 길> 참여 후기 –
5월 21일 토요일 제14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퀴어로드 : 우리의 행진이 만드는 길>이 낙원상가 청어람 홀에서 열렸다. 인권포럼은 <세션 1. 성소수자 청년 들춰보기>, <세션 2. 내 일상의 공간에서 만드는 변화>, <세션 3. 그래도 퀴어는 나아간다> 총 3개의 세션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내용이 유익했지만 모든 이야기를 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이번에는 단편적으로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나열해 보려고 한다.
세션 1은 늦잠으로 인해 온라인 중계로 시청했다. 지각해버려서 처음부터 보지는 못했지만 인상 깊은 내용은 머릿속에 잘 들어왔다. 그중 가장 속상했던 것이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성소수자 내 페미니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잘 알고 있던 현상이었으나 다시 한번 통계로 마주하니 속이 아팠다. 트랜스젠더의 범주를 mtf과 ftm으로만 한정하는 현실부터 상상된(과장된) 공포와 낙인으로 약자를 범죄화하는 인식구조, 실질적으로 트랜스젠더가 겪는 소외와 배척의 사례가 순식간에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인간의 허용치를 재단하고 안과 밖을 구분 짓는 선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이 따갑게 느껴졌다.
세션 1이 끝나고 부랴부랴 움직였더니 다행히 늦지 않게 낙원상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열심히 토론을 듣던 중, 세션 3에 패널로 나오신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타리님 말이 귀에 박혔다. ‘침습’이라는 단어였다. 타리님은 “국가가 감염인을 사회와 격리하고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침습적 관계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주셨고, 이것은 전반적인 성소수자 차별에 있어 중요한 지적이었다. (타리님의 발제문을 인용하자면 “침습적인 관계를 거부한다”라는 문제의식이다.) 우리가 혐오 정동에서 의외로 자주 마주하는 태도는 “너네 여기 있는 거 알겠으니까 더 가까이 오지 마”이다. 이것은 차별에 대한 인권의식이 당위적인 차원을 넘지 못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머무를 때 생겨난다. 차별은 안되는데 내 곁에 있는 것도 안되는, 퀴어의 얼굴이 내 옆 사람의 얼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내가 이해하기로 ‘침습적인 관계’란 추상적인 인권의식을 직접적이고 실재적인 현실로 끌어오는 것이다. 포럼에서 들을 말로 표현하자면 설득 가능한 중간층을 선정하는 것,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까지는 아는 사람들에게 차별 없는 세상을 구체적으로 논하는 것이다. 성소수자와 내가 이웃사촌이 될 수도,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연인이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경험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커밍아웃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 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겠다.
우리의 세계는 분명 당신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에 퀴어를 넘어 더 확장된 범주의 ‘우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너머의 너머까지 성소수자 운동이 ‘침습’하는 이유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가, PL(People Living with HIV/AIDS)과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이 땅의 국민으로, 시민으로, 친구로 ‘당신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 말이다. 전략을 세우고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익숙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혐오와 다시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그때는 그동안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우리가 변화시켜온 가치들을 되돌아보고 나와 내 옆 사람을 챙기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우리는 나와 옆 사람을 챙기면서도 평등의 렌즈를 낀 퀴어 유니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잠깐! [제14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다시보기 및 자료집 링크 안내]
[인권나들이] 우리의 싸움이 혐오를 끝낸다!
소식
우리의 싸움이 혐오를 끝낸다!
–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 참여 후기 –
지난 5월 14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이하 아이다호 데이) 기념대회가 용산 집무실 근처에서 열렸습니다. 아이다호 데이는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질병분류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인데요. 공교롭게도 지난 11일에는 대통령 비서관이 “동성애는 치료 가능하다”고 혐오발언을 했습니다 (30년 지난 가짜뉴스입니다 김성회씨!). 이렇게 아직까지도 세상에 공고한 성소수자 혐오에 균열을 내기 위해, 그리고 멋진 우리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날씨 좋은 토요일 오후, 용산역으로 갔습니다.

[사진1. 용산역 광장에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앉아있다. 왼편에 여러 성소수자 시민단체의 깃발이 나부끼고, 오른편에 전광판이 설치된 행사 트럭이 있다. 트럭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형숙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용산역.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은 물론,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도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싸우는 몸, 분노의 외침, 권리의 연대”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다양한 존재가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추행죄 폐지, 가족 구성권 보장, 수술 없는 성별정정 보장 등을 외쳤습니다. 퀴어 댄스팀 큐캔디가 공연 전에 외치셨듯, “세상에는 성소수자만 차별하는 사람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이 연결되어야 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2. 국방부 별관(구청사)을 배경으로 다양한 성소수자 단체의 무지개 깃발이 나부낀다.]
한편 이번 아이다호 기념대회는 개최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용산경찰서가 행진에 대통령 관저 100m 이내가 포함된다며 집회를 불허한것입니다. 다행히 서울행정법원은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는 다르기 때문에 행진을 불허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려서 계획대로 행진을 할 수 있었는데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된 이후 처음으로 집무실 앞을 통과한 집회가 되어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여든 취재진을 보며, 아이다호에 쏟아진 관심만큼 40여일째 계속되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에도 많은 지지가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도록, 계속 계속 걸어나가야겠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미나상
[300호 특집] 인영씨가 만난 사람, 부깽
소식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서울인권영화제 심지, 선율

[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Errors 티셔츠를 입은 부깽이 웃고 있다.]
여의도 차별금지법제정 농성장과 멀지 않은 카페, 심지와 선율은 울림의 애독자이자 서인영 후원활동가인 부깽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부깽 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인터뷰어 심지가 던지는 모든 질문에 대해 정성껏 답변을 준비해서 들려 주셨다. 가장 진실과 가까운 표현을 만들기 위해 단어를 선택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기록자인 선율은 한 단어라도 놓칠세라 조그만 휴대용 키보드를 바쁘게 쳤다.
심지: 안녕하세요, 부깽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집회를 오가면서 자주 뵈었는데 이야기 나누는 건 오랜만이에요. 오늘 어떻게 인터뷰에 응하게 되셨나요!
부깽: 사실은 원래 주목받고 싶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뻔했어요. 그런데 하필 인터뷰 제안을 제가 하루 중 가장 방심하는 시간에 봐서 하겠다고 답을 한 거예요. 하루 중 조깅하는 시간이 있는데, 조깅하고 나면 정말 차분해지고 마음을 놓게, 방심하게 돼요. 그때 연락을 보고 좋다고 한 건데, 미리 보내주신 질문지를 받아 보고 갑자기 후회가 몰려왔어요. 왜 내가 방심했을까!
심지: 역시.. 부깽님이 방심한 틈을 노리길 잘했네요. 인터뷰를 요청하고 보니 새삼, 문득 부깽이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해졌는데요.
부깽: 부깽이라는 이름을 되게 오래 썼어요. 부깽의 뜻은… 원래 프랑스말이에요. 책, 책인데 약간 비하하는, ‘책 나부랭이’ 이렇게 부르는 단어예요. 저는 책을 많이 사는 사람이에요.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그냥 많이 사는 사람이에요. 저는 책을 많이 사고, 정말 많은 걸 책에서 배우고, 책을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부깽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부지깽이의 줄임말이라는 식으로 넘어가곤 했는데, 실은 이런 뜻이었다는 거고요.
심지: 또 스스로를 더 소개한다면?
부깽: 페미니스트예요. 되게 오랫동안 페미니스트로 살아서, 페미니스트로 산 날이 더 많아서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해도 거리낌이 없어요.
심지: 페미니스트가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부깽: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그런 것의 존재 자체를 몰랐고, 그런 세계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남들, 어떤 남들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남들과 똑같았죠. (부깽 님은 명확하고 정밀한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 곰곰이 생각하였다.)
알고 싶은 건 많았지만, 페미니즘과 접점은 많지 않았어요. 그때는 접점이 없는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 막 여성주의가 붐이었고, <달딸(달나라 딸세포)> 같은 잡지가 만들어지고, 대자보에는 ‘성희롱’이라는 처음 보는 단어가 쓰여 있었어요. 지금은 성폭력에 대한 체계가 훨씬 갖춰져서 개념과 대응하는 방식을 잘 알잖아요. 그때는 성폭력 사건에 피해자 이름을 붙이던 때였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고, 그 시절 저한테는 참 중요했어요. (페미니즘 관련한 공간에) 쭈뼛쭈뼛, 기웃기웃하면서 ‘쟤는 뭐지?’ 하고 보는 시선을 오랫동안 견뎠어요. 페미니즘은 정말 많은 것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준 것 같아요. 많이 위안도 받고요. 많은 사건을 보고 접하고, 그간의 역사와 변화를 보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 만난 사람들, 단체들과 접점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제 주변의 세상이 자연스럽게 훨씬 더 평화롭고 좋은 곳이 되었어요.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던 것 같아요.
심지: 버블 속에 사셨던 거죠.
부깽: 버블이라면, 버블 of 버블에 있었죠. 있다가… 있다가… (나오신 거 같나요, 이제?) 그랬나, 그러지 못했나… 모르겠어요. 여러 시절이 지난 거잖아요, 말씀드렸듯이 운이 좋았어요. 가끔 그런 생각 하거든요. 주변 환경이 다른 분위기였으면, 정말 모르고 살았다면… (페미니즘을 통해) 전에 모르던 걸 보고, 그게 그거였군! 하고 알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어요. 오래된 이야기죠.
심지: 페미니스트로서의 부깽님에 대해 잘 알게 된 기분이에요. 또 스스로를 소개할 방법이 있으실까요?
부깽: 자전거를 좋아해요. 자전거로 주로 이동을 많이 하는데요, 많이 나돌아다니는 편이 아니라, “자전거로 못 가는 곳은 가지 말자!” 하는 편이에요.
심지: 자전거로 가장 멀리 간 곳은 어디예요?
부깽: 유럽 갔다 왔어요! (심지: 유럽에 가셨다고요?!!) 한 번 비행기를 타기는 했죠. 그때는 6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어요. 국내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심지: 국내 여행도 버스나 기차를 한 번 타고 가셨나요?
부깽: 아니, 국내는 그냥 자전거로 다녀요. 좋은 국도들이 많이… 아, 저 자랑해도 되죠? 우리나라에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정말 좋은 길을 많이 다녔어요. 7번 국도가 예쁘기로 유명해서 많이들 가지만, 저는 오히려 그 옆에 있는 심곡항이 좋아요. (기록자인 선율이 잠시 본분을 잊고, 자전거 길 꿀 정보를 머릿속에 넣으며 심곡항에 가려다가 가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놓았다.) 거기 자전거를 타고 쭉 가면, 옆에서 파도가 들이쳐서 정말 예뻐요. 그리고… 35번 국도 안동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길도 좋았고, 제주도는 다 예뻤던 것 같아요.
심지: 원래는 되게 안 돌아다니는 것처럼 말씀하셨었는데…
부깽: 자전거로는 많이 다녀요. (웃음) 동네 얘기처럼 이야기하면 알고 해서 좋네요.
심지: 소개 잘 못하시겠다고 하더니… (웃음) 부깽님의 기나긴 자기 소개 잘 들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부깽: 그러니까요, 그게. 저의 일과는 조깅, 달리기와 맛있는 걸 하루에 한 끼 정도 해 먹는 것 정도예요. 그러면서 제가 활동하는 단체 중 하나인 빈고, 반자본주의 활동하는 그런 곳이에요. 요즘 ‘커먼즈’가, 전부터 있었던 개념이지만, 발견된 단어인 것처럼 요즘 유행하죠. 저는 ‘커먼즈’란 건 어떤 걸까 고민하고 시니컬해졌어요. 근데 제가 요리 레시피 사이트를 보면서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공유하는 걸 좋아한다. 이거야말로 진짜 공유다! 맛있는 걸 알고 있고, 그걸 남에게 나눠 주고 싶어 하는 것! 그래서 생각해요. 진정한 커먼즈는 레시피에 있다. 하하.
심지: 부깽 님도 많이 나누는 편이세요?
부깽: 저는 나누는 거, 잘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조깅한다고 말하거나, 맛있는 거 한다고 할 때요. 제가 감정표현을 자주 하거나 잘하지는 않지만, 달리기 하면서 세상의 풍경이나 볕의 느낌, 이런 걸 느낄 때 다른 사람들도 이걸 꼭 알았으면 하는 마음, 맛있는 걸 먹을 때, 아! 이렇게 맛있는 게 있는데! 나눠 먹어야 하는데! 생각이 들어요. 그때가 제 일상에서 약간 방심하는 순간, 경계가 낮아지는 순간이에요.
심지: 서인영 회의할 때도 항상 먹을 걸 가져오시죠. 은혜로운 분. 주머니에서 항상 뭐가 나와.
부깽: 오늘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없네요. (부깽 님은 아쉬운 모습으로 주머니를 잠시 만져보았다.)
심지: 부깽 님 SNS에 올려주시면 잘 볼게요. 레시피든 풍경이든.
부깽: 사실 제 레시피는 아니고,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따라 해 본 거예요. 따라 한 게 너무 맛있으면 첫째는, 내가 한 게 이렇게 맛있다고? 와! 둘째는, 이걸 나눠야 하는데!
심지: 부깽 님의 서재도 궁금해요.
부깽: 제 서재… 지금은 좀 병풍처럼 되어있지만… 읽는 것보다 사는 속도가 더 빠르지만…
심지: 저도 책 수집가에 가까워요. 공감합니다.
부깽: 아, 요즘 집을 조금씩 고치고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제가 되게 적응을 잘하고, 둔감한 사람인 것 같아요. 3년 전 즈음 친구들이 집 벽지를 다 뜯었어요. 곰팡이, 이것 좀 고치라고요. 처음엔 벽지가 뜯어져 있는 모습이 되게 거슬렸는데, 점점 “벽이 그럴 수도 있지. 뜯어져 있기도 하지…” 하고 별생각 없어지고, 벽이 뜯어진 곳에서 잘 지내게 됐어요. 오늘은 친구들과 작은 방 하나 벽지를 다 뜯었거든요. 뿌듯하더라고요.
심지: 오늘은 나름대로 역사적인 날이네요.
부깽: 하하. 벽지를 뜯을 때 노동요를 틀자기에 틀었어요. 그러다가 친구들이 ‘오늘 무슨 날 아니야?’하는데, 그러다 오늘이 518이라는 걸 알았네요. 뭐, 조용히 책 읽고, 조깅하고, 맛있는 거 해 먹고, 두문불출 하다가 가끔 집회 나가고, 하는 게 저의 요즘 일과예요.
심지: 요즘 작업은 어떠세요?
부깽: 일은 하죠. 밥벌이는 하죠. 밥벌이는 많이…는 안 해요. (심지는 “좋은 삶이다!”라고 외쳤다.) 많이 하진 않지만 조금씩 하고 있어요. 제가 친구에게 ‘나 계절을 타는 것 같다’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그걸 이제야 알았어?” 하더라고요. 제가 계절이 바뀌면 저조했다가 활기차졌다가 하거든요. 사계절이 있어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여튼 주기적으로, 일하고 노는 한 달과 약간 저조한 두 달이 있어요.
심지: 요즘은요?
부깽: 5월이잖아요! 오월은 모두 행복한 때잖아요. 날이 좋고, 나들이 가기도 좋고, 집회하기도 좋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기록자 선율이 또 본분을 잊고 자전거 타기는 더운 날씨가 아니냐고 묻는다.) 이동할 때 외에는 거의 안 타요. 이전에는 자전거만 타는 시간이 따로 있었으면, 요즘은 조깅을 훨씬 많이 해요.
~ 휴식 ~
잠시 인터뷰를 휴식하는 동안 부깽 님은 선율에게 요즘 한창 샛강에 출몰한다는 엄마 오리와 아홉 마리 새끼 오리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세상 모두가 이걸 본다면 세계 평화가 올 텐데!” 말하며, 새끼 오리들이 쪼르르 샛강을 건너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 주시는 부깽 님의 모습에서 그 말이 진실일 수 있음을 느꼈다.
심지: 자기소개를 부끄러워하는 듯하면서 굉장히 열심히 해 주셨어요. 쉬고 온 기념으로(?) 서인영 이야기를 해볼까요. 서인영과의 첫 만남에 대해 알려 주세요. 고운, 심지와의 첫 만남은 기억하세요?
부깽: 고운 님은 훨씬 전에도 본 적 있는데, 2019년, 2020년인가? 홈페이지를 만들자는 회의를 했어요. 하다가 중단됐죠. 작년에 다시 고운 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hrflix를 만들자고. 저는 JW플레이어라는 게 있는지 몰랐어요. 제가 그런 플레이어를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온라인에서 상영하는 툴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줄 알고, 그게 제 기술 수준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근데 그건 이미 있는 거였어요. 그렇게 심지님과 고운님을 처음 만났죠.
심지: hrflix 작업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는 작업하신 걸 보고, 서인영을 너무 잘 알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속으로 혼자 놀랐어요.
부깽: 서인영 작업은 즐거웠어요. 단체 홈페이지를 만든 적이 많은데, 누구나 홈페이지를 삐까번쩍 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모든 홈페이지가 처음엔 삐까번쩍 하지만, 갈수록 약간 키치하게 돼요. 많은 글자가 있는 웹자보를 올리고 하다 보면… 서인영 홈페이지에는 이미지를 많이 써 보고 싶었거든요.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면 예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가 너무 예쁘다며 호응한다. 선율은 아직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지만, 집에 가서 보겠다고 약속한다. 실제로 검정과 빨강의 조화가 세련되면서도 이미지가 가지런히 들어가 있어 너무 차갑지 않은 느낌으로 예뻤다.)
부깽: 요청이 있는 것도 좋았어요. 작년 말에 서인영에서 많은 영화를 상영했잖아요. 되게 많이 하고 연말 상영, 평등 수크린, bds 상영 등 많았죠. 그러면서 유용하게 쓰였고, 대관도 있었잖아요. 만든 게 잘 쓰이는 것이 좋았어요.
심지: 작업 도중인가 끝나면서인가 후원활동가로 가입해 주셨죠.
부깽: 그즈음에 고운 님, 심지 님과 일 말고도 인사하는 사이가 됐던 것 같아요. 두 분 페이스북을 봤는데, 너무 구구절절하게, 후원해 주세요, 하시는 글이 있어서…가 실제로 후원 이유고요. 고운 님은 페이스북에 가족인가 지인에게 “후원 끊었어?” 하고 확인하시는 댓글 쓰신 걸 봤어요. 심지 님은 생일 선물로 서인영 후원을 선물해 달라는 글을 쓰셨어요. 서인영의 재정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상임활동가가 두 분이잖아요. 또 두 분이 너무 열심히 하시니까. 쪼끔… 되게 쪼끔이지만,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심지: 저희의 절절한 전략이 통했군요! 울림도 잘 보고 계시겠죠? 최애 코너가 있으신가요?
부깽: 잘 보고 있죠. 활동가 편지를 제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나머지는 SNS 같은 곳에 올라와 있는 소식을 정리한 내용이라면, 활동가 편지는 그것과는 다른 내용이라서 달라서 재밌게 보고 있어요. 최근에 요다 님이 쓰신 <나의 서인영 잔류기>를 재밌게 봤어요.
심지: 울림을 열심히 읽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메일 오픈율에 많이 신경 쓰고 있는데요…
부깽: 전 단체에서 보낸 메일은 대체로 다 열어봐요.
심지: 주변에 서인영과 울림을 영업하시겠어요?
부깽: 영업해야 할 것 같아요.
심지: 울림 300호를 기념해 다른 후원활동가, 울림 구독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부깽: 이번 인권영화제는 좋은 세상에서 열리면 좋겠어요. 차별금지법 있는 곳에서 인권영화제가 최초로 열리는 9월이었으면 좋겠어요.
심지가 너무 좋은 말씀이라고 리액션하고,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활동가들도 영화제에 집중할 텐데…’ 하며 부깽 님에게 서인영의 최근 소식을 조금 더 전했다. 부깽 님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 주셨다. 부깽 님은 카페 앞에 주차해 둔 자전거를 끌고, 한산한 저녁의 여의도 길거리를 따라 샛강 방향으로 걸어갔다.
[300호 특집] 애독자엽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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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나눠요] 굿 마더, 상처는 언제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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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의 한수미에게는 성소수자인 딸이 있다. 수미는 그런 딸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지수와 지수의 연인 승을 만나 함께 밥을 먹으며 편히 대화하기도 하고 승을 그냥 친구라고 말하는 수미에게 지수가 여자친구라며 정정하자 “그래 내가 실수했다”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도 한다.
[굿마더 스틸컷 1. 엄마 한수미가 딸 지수와 지수의 연인, 승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 건너편에는 승의 뒷모습이 보인다.]
딸을 그 자체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던 수미는 동료 선생님과의 모임에 간다. 그러나 모임에서 있었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반대의 발언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사실 선생님 한수미는 교장 선생님의 부당한 지시에는 그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수미는 그 자리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 한다. 과연 같이 그 말에 아파하는 것일까, 그 말들의 당사자가 자기 딸이라는 것이 창피하고 망신스러워서였을까.
수미의 감정이 폭발한 시점은 동료 교사가 사위를 자랑하며 지수에게 결혼은 언제 할 거냐면서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등의 혐오 발언이 난무하던 저녁 식사 자리도 아니었고 지수와 함께 집에 돌아와 지수가 무지도 폭력이라며 같이 일하는 동료 교사들을 욕할 때도 아니었다. 딸 지수의 여행 가방에 김치를 넣어주려다 연인 승과 함께 캐나다에서 찍은 결혼 앨범을 발견했을 때 딸의 결혼 사실을 알고 화를 참으려 노력하지만 이내 자던 딸을 깨워 내 집에서 나가라며 울분을 터뜨린다.
“너 그렇게 얘기하고 나서 자랑스러웠던 너를 미워할 시간이라도 준 적 있니, 집에 제대로 내려온 적 있니, 단 한 번만이라도 엄마한테 엄마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본 적 있니.”라는 수미의 말에서 결혼을 알리지 않고 한 지수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이 느껴졌다. “온통 엄마에게 던져놓고 이게 맞는 거다. 저게 옳은 거다.”를 강요했다는 대사에서는 엄마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엄마 한수미가 말하는 버겁고 낯섦, 두려움과 외로움. 분명 스스로 정체화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들 또한 겪었을 감정이다. 우리는 상처받았던 기억과 또다시 상처받을까 하는 두려움에 우리의 엄마에게 너무 방어적으로 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알려주어야 하고 포기는 최대한 느리게 해야 한다. 후회하지 않도록. 한 사람에게 자신의 오롯한 생각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그 과정은 아마 매우 험난할 것이다. 무지가 폭력이라는 지수의 말처럼 그 과정에서는 수많은 폭력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냥 많이 상처 주고받아 가면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기다리자.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도 사회적 퀴어라는 감독의 말을 기억한다. 전에는 그저 남 얘기였던 성소수자 얘기가 이제는 나의 딸의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된 것이다. 이 영화는 당사자의 영역을 확장하며 레즈비언과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의 노력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당신의 노력을 바라보며 기다리겠습니다.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청
[활동펼치기] 우린 흐린 하늘에도 무지개를 띄워
소식
국회에 무지개꽃 피우자
평등텐트촌을 세우고 처음 맞이하는 토요일, 국회의 무지개꽃 피우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습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주관 문화제 “국회에 무지개꽃 피우자”를 찾은 이들이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고 혐오와 차별을 방관하는 국회를 향해 성소수자의 분노와 소망과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했습니다. 무지개행동 전속 아티스트 소주(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의 힘찬 노래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국회를 한 바퀴 돌며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을 다시 한 번 외쳤습니다.
기습 현수막 액션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민주당 당론 채택하라”
4월 26일, 미류와 종걸 단식 17일차 오전 11시경 국회 바로 맞은편 빌딩 옥상에서 대형 무지개 현수막을 내렸습니다. 무지개행동에서 긴급히 준비한 액션이었는데요, 5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바로 민주당은 책임지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외쳤습니다.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쟁취를 위한 성소수자 편지행동

🏳️🌈 차별금지법 제정을 자꾸만 뒤로 미루는 더불어민주당에 분노한 성소수자들이, 매일매일 공개적으로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그리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 4월 안에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편지를 적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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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편지(캔디) http://omn.kr/1yke1
여섯째 편지(이덕현) http://omn.kr/1yjk3
다섯째 편지(나영정) http://omn.kr/1yist
네번째 편지(박한희) http://omn.kr/1yifo
세번째 편지(이호림) http://omn.kr/1yi7y
두번째 편지(이심지) http://omn.kr/1yhmy
첫번째 편지(소성욱) http://omn.kr/1ygnd
🔥더불어민주당에게 차별금지법 4월 제정 반드시 하라고 성소수자들의 공개편지 링크를 복사하여 문자를 발송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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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 010-4500-2342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010-9042-890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010-5282-6811
[활동펼치기]-봄꽃이 지기 전에, 차별금지법
소식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는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

4월 7일 서울인권영화제의 상임활동가 고운, 심지, 후원활동가 부깽과 함께 점심 한끼를 먹는 대신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쳤습니다. 마침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이기도 한 자원활동가 레나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운과 심지도 이어말하기의 마지막에 지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싸우는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아픈 사람은 더 아파하면서 싸웁니다. 깊이 잠들지 못하는 이들은 잠을 더 설쳐가며 싸웁니다. 눈물이 많은 이들이 더 울어가며 싸웁니다. 이 세상은 그렇게 바뀌어왔고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의 범위를 넓혀가며 투쟁해왔습니다. 차별금지법,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계속 미뤄도 이미 차별을 말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사랑과 우정이 이깁니다.”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쟁취 평등텐트촌 & 단식투쟁
국회 앞에 집을 또 지었습니다.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쟁취를 위해 미류(인권운동사랑방), 종걸(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활동가가 단식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단식하는 동지들과 함께 봄꽃 지기 전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쟁취하기 위해 평등텐트촌도 함께 세웠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도 운영팀으로 함께하며 오가고 있습니다. 정말 이제 곧일까요? 반대 세력에서 위기감을 느꼈는지 혐오가 무엇인지 아주 잘 보여주는 피켓을 들고 몰려오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 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는 단식자들의 마음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혐오에 지지 말아요. 지난 23일 토요일 집중문화제에서는 각양각색의 이들이 국회 앞 거리를 가득 채웠답니다. 무지갯빛 세상을 부정하는 이들에게는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구요!


[활동가 편지] ‘새 친구’를 기다리면서
소식
울림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심지입니다. 다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요즘 여러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그 중에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보기 어려운 친구도 있고, 연락이 꽤 오래 끊겼다가 다시 닿은 친구도 있어요. 가끔 같이 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하곤 하지만, 그건 왠지 좀더 쑥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무튼,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더 빠른 호흡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편지를 쓰는 일도 재밌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 구구절절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요. 오늘도 친구의 다정한 편지를 받고서 얼마나 들떴는지, 그새 참지 못하고 또 답장을 써 버렸네요. (답장의 주기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그것도 궁금하네요.)
아무튼 그래서인지, 요즘 저는 편지를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수신인이 때로는 가슴 설레어 할, 언제고 꺼내보고 싶어 할, 얼른 답장을 보내고 싶어 안달이 날, 근사한 편지를 쓰는 것이 꿈이에요. 그러고 보면 결국은 다 ‘근사한 답장’을 받고 싶어 쓰는, 이기적인 목적의 편지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 편지에 ‘근사하다’는 표현을 너무 많이 써 버렸다는 걸 방금 알았지만, ‘근사하다’는 말만큼 근사한 표현을 지금 찾지 못해서 그대로 둡니다.)
아, 울림 구독자분들은 많이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최근에 좀 더 무거운(?) 성격의 편지를 쓰기도 했어요. 오늘의 편지는 그 답장을 기다리면서 쓰는 편지이기도 해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보내는 성소수자의 편지’ 행렬에 참여했거든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기획이에요.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실명과 사는 지역, 사진 등을 모두 걸고 아주 ‘구체적인 얼굴’로 편지를 썼답니다. 제목은 “박광온, 박홍근, 윤호중 의원님, 저의 친구가 되십시오”인데요. 요는 “저는 레즈비언 친구를 둔 대통령이 갖고 싶습니다. 저랑 친구 합시다”였던 것 같아요. 4월 26일, 아직 답장은 받지 못했네요.
사실 저는 “그래, 친구합시다” 하고 금방 누군가 답장을 줄 줄로만 알았어요. 역시 제 성격이 급한 거겠죠? 제가 정치인들을 너무 ‘근사한’ 사람으로 생각했을까요? 그런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곡기를 끊은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꼭 이 정치인들이 아니더라도, 다른 정치인이 대신 답장을 주기라도 한다면 좋겠어요. 저 세 명을 콕 집어 이야기하긴 했지만, 수신인이 꼭 저 세 사람만인 것은 아니니까요. (편지 기사 링크: http://omn.kr/1yhmy)
편지를 쓴다는 건 꽤나 귀찮고 품이 드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 ‘품이 드는 일’에 동참할 친구들을 찾는 데에 성공했으니, 이제 또 욕심 많은 저는 ‘새 친구’를 기다려봅니다. 그리고 새 친구로부터 도착할 편지를 조금은 간절히 기다려봅니다. 약속할게요. 저의 친구가 된다는 건, 꽤나 ‘근사한’ 일일 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심지 드림
[활동펼치기]워크숍2️⃣ 마주하다: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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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마로니에공원에서 처음 모인 지 일주일이 지나, 두 번째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줌을 열고 떨리는 마음으로 착석! 원래는 사전 요가 타임을 기획했는데요 다들 20분만 더 자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동단결하여 요가는 시원하게 패스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팀에서는 이번 워크숍의 콘셉트를 “마주하다: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로 잡았습니다.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디에 어떻게 담기는지 살펴볼 수 있길 바라며 기획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순서로 레나 활동가가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줌 화면을 옹기종기 채운 활동가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내가 요즘 관심있는 것’, ‘내가 요즘 관심있는 인권 이슈’를 주제로 포스트잇을 붙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 번째 질문을 할 틈도 없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어요…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저희에게는 두 분의 손님이 연달아 계셨기 때문에 세 번째 질문은 잠시 미뤄두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손님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공동집행위원으로 맹활약 중인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몽님이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중심으로 교차성과 반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평등으로 나아가는 역사가 곧 투쟁의 역사가 된 이유와 함께, 차별에 맞서 우리가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역시나 시간은 모자랐지만(😂) 다들 눈을 반짝이며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만나 우리의 싸움이 되는 과정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마지막에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레나님은 잠시만 ‘주접’을 떨겠다며, “대충 다 아는 내용이지 싶다가도 ‘내가 자원활동을 왜 하려고 했지?’하는 마음을 다잡게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다른 활동가들이 봐줄 수 있고, 그렇게 프로그래밍해오고 자원활동을 해왔던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우리들이 만들어나갈 시간에 대해 기대가 많이 된다는 이야기를 남겨주셨습니다. 한정된 시간이 아쉬웠지만 평등텐트촌이 진행되는 국회에서, 그리고 또 영화제에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인사와 함께 단체 사진도 찍었답니다.
두 번째 이야기손님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활동가 넝쿨님이었습니다. 미디어활동가로서의 고민과 작업 등을 통해 ‘인권영화’란 무엇일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마련한 시간이었는데요, 이야기 시간을 열며 “인권영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각자의 답변을 나누었습니다. 새로운 자원활동가 선우님이 먼저 “개인의 삶이나 경험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 동료 시민을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문화적 매개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어서 레나님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과 없는 지점이 사람마다 다를 텐데, 영화 속에서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또다른 소중한 답변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넝쿨 활동가는 “무엇이 인권영화인지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작품을 ‘인권영화’로 부를 수 있게 하는 게 상영활동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보태며 미디어활동 경험과 그 속에서의 고민들을 나눠주셨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가로서 우리는 영화를 통해 어떻게 인권의 서사를 전할 것인지 속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답니다!

그렇게 워크숍을 정리할 시간이 다가오고… 앞서 하지 못했던 세 번째 질문을 나눠보았습니다. 바로 25회 서울인권영화제를 함께 해나갈 우리, 어떤 기대와 포부 또는 희망 또는 걱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진 못했지만 패들릿에 각자의 기대와 걱정 등등을 쓰고 이야기하며 그래, 어쨌거나 즐겁게 해보자! 하는 실없는 말도 해보고 걱정이 많았는데 여러분을 만나서 힘이 납니다! 하는 달달한 얘기도 나눴답니다. 정말 힘이 나는 하루였습니다. 25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과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왠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때로는 막막할 때도 있겠지만 든든한 동료가 곁에 있다는 크나큰 위안 덕분이겠지요!
고운(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