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 <두 사람> 상영회

소식

🙌 월간 서인영 5월호는 극장에서!! 🙌

🏳️‍🌈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맞이 <두 사람> 상영회&토크🏳️‍🌈

🎥 영화 <두 사람>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눕니다.
2023. 5. 21. (일) 15시
@홍대 인디스페이스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6, (동교동) 동교동 스타피카소 8층)
▷상영작: <두 사람>
▷이야기손님: 길벗❤️어나더(2년차 신혼부부), 서연❤️화영(17년차 집사부부)
▷진행: 넝쿨(인천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 극장의 좌석이 한정되어 있어 사전 신청을 받습니다. 상영회 진행과 혼인평등 투쟁기금 마련을 위해, 신청자께서는 5,000원 이상 후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주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X서울인권영화제X인천인권영화제X혼인평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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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Life Unrehearsed)
다큐멘터리 | 80분 | 2022
감독 반박지은
36년 전, 수현은 재독여신도회수련회에서 인선을 처음 만나 꽃을 선물한다. 당시 기혼자였던 인선은 남편의 협박과 한인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아 수현을 선택한다. 20대 때 언어도 통하지 않던 낯선 나라인 독일에 와서 간호사로 일했던 둘은 어느새 70대가 되었다. 베를린에서 같이 사는 두 사람은 30년 동안 인생의 동고동락을 함께 했다. 수현과 인선은 자신들과 같은 이방인을 위해 연대하고, 서로를 돌본다.
경계를 넘어온 둘의 사랑 이야기, 두 사람.
💬 토크 소개
혼인평등운동에 진심인 퀴어 활동가들, 그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부부가 함께 혼인평등(과 부부의 세계)에 대해 말합니다. 궁금한 모든 것, 다 물어보세요!
서연❤️화영
17년차 레즈비언 커플,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11년 전 어머니 칠순을 맞아 커밍아웃하고, 양쪽 본가의 경조사도 함께 한다. 2,30대에 만나 희로애락을 함께하다보니, 감성적인 F와 무심한 T도 서로에게 적응이 되어간다. 👩‍❤️‍👩
길벗❤️어나더
만난 지 7년차, 결혼은 2년차 게이 부부! 작년 9월 뉴욕에서 결혼했다. 집주인으로부터 “남자 둘이 사는 줄 알았으면 계약 안 했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싹 무시하고 꿋꿋이 살고 있다. 👨‍❤️‍👨
*서연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활동가, 길벗은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활동가입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집행위원으로서 혼인평등 투쟁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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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 보고회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으로 다시 쓰고, 존엄으로 기억하다>

소식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으로 다시 쓰고 존엄으로 기억하다

► 일시 장소 : 2023년 5월 15일(월) 오후 2시, 이룸센터 누리홀(영등포구 의사당대로 22)

► 주관: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단

► 주최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 지원 : 416 재단

► 보고회 순서

  • 사회 : 랄라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권리위원회)
  • 유가족 인사 :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
  • 발표1_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 고운 (서울인권영화제)
  • 발표2_피해자 인권침해 상황 : 박한희(공익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 당사자 발언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_ 고 김의진 가족 임현주/ 고 이재현 가족 송해진 – 10.29 이태원참사 생존자_ 이주현
  • 발표3_국가의 책무/사회의 책무 : 이서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발표4_결론 및 사회적 제언 : 기선(인권운동공간 활)

지난 5월 15일 월요일,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 보고회를 가졌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도 인권실태조사단에 참여하여 실태조사, 보고서 발행, 보고회 발표를 함께했습니다.

인권실태조사보고서 취지와 목적

인권활동가들은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단을 구성하여 (1)10.29 이태원 참사를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2)피해자들의 경험을 통해 국가와 사회로부터 행해졌던 인권침해의 문제를 드러내고, (3)사회적인 과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실태조사에는 참사와 연결 된 피해자(유가족,희생자지인,생존자,구조자,지역주민 등 총 26명)가 참여했습니다.
10월 29일 국가의 공백은 피해자들의 인권침해로 이어졌습니다. 희생자들의 생명과 마지막 순간 존엄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유가족과 생존자, 구조자,지역주민 등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인권실태조사단은 10.29 이태원 참사를 인권침해 사건으로 정리하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을 보장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재난 참사에서 국가의 역할, 피해자 권리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고자 합니다.
인권실태조사에 참여한 26명의 증언을 인권의 원칙으로 정리하여 <10.29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는 총 5개의 장으로, 1장 서론, 2장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3장 피해자 인권침해 상황, 4장 국가의 책무, 5장 사회의 책무, 6장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10.29 이태원 참사를 인권의 관점으로 다시 쓰고, 인간 존엄과 생명을 위한 기억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기록의 시작입니다.
<10.29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보러 가기
1029act.net 페이지 하단에서 pdf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

 

126소식

[활동 펼치기] 오월의 청춘

소식

전체회의 스케치

날짜 : 5월 4일 목요일

날씨: 햇빛 쨍쨍

제목 : 오월의 청춘

오늘은 엄마랑 백화점에 다녀왔다. 작년 말부터 운동(exercise)을 시작해서 요즘에는 쇼핑을 해도 운동복밖에 보이지 않는다. 몇 주 전부터 날씨가 더워져 운동하는 내내 후덥지근한 공기가 나를 싸악 감싸는데 시원하고 통기성 좋은 운동복이 필요할 거 같았다.

그렇다. 바야흐로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계절. 우리는 여름을 앞두고 있다.

저번주 일요일 서울인권영화제는 따로 날을 빼 ‘기틀다지기 모임’ 시간을 가졌다. 내가 가장 먼저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아니 글쎄 날씨가 너무 좋은 것이다. 나는 사무실에 옷과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 대문 앞에 앉아 사람들을 기다렸다. 고운님이 가장 먼저 오셨고 그 다음 미나상님, 조금 늦게 요다님이 도착하셨다.

우리는 밥버거와 컵라면을 먹으며 근황나누기를 했다. 간만에 만나서 그런지 우리는 한참 수다스러웠다. 이 세상에서 짜증스러웠던 경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어졌다.

밖에서 이야기하기 힘든 말을 편하고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인권활동가로서 너무나 안심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의 결집은 이런 식으로도 강해졌다.

후원활동가 2명이 더 들어왔다는 기쁜 소식을 나누고 장애여성공감에서 온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었다. 요즘 서인명의 야심작인 월간 서인영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가장 중요한 기틀다지기에 들어갔다.

서인영의 가장 중요한 모토는 1, 표현의 자유, 2. 인간을 위한 대안적 영상 발굴. 3. 장애인 접근권. 4. 인권감수성 확산이 있다. 그간 서인영에는 “정부/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 다”가 중요한 규칙으로 있었고 장애인접근권을 위한 수어통역과 문자통역, 자막해설, 휠체어 접근성 역시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장애인접근권의 개념이나 실천을 기계적인 업무 수행으로 해온 것은 아닌지, 오늘날 이 시대에 앞서 말한 4가지 가치를 더욱 진중하게 지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또는 재해석 되어 깊이 논의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통해 인권감수성을 확산하고 인권영화제의 정체성. 즉, “인권으로 연대하고 영화로 소통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이야기 했다. 활동가들에게 서인영에서 편안하게 이야기 하지 못한 것들을 안심하고 털어놓듯, 다른 활동가와 동지들에게도 서울인권영화제가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힘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햇빛이 쨍했지만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폭우와 강풍이 몰아친다고 한다. 매주, 매일 날씨가 격변이라 때마다 인사말도 다채로워지는 요즘이다. 우리의 안녕과 평안을 빌며 오늘의 일기를 마치려고 한다. 사랑하는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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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보고] 2023년 4월

소식

39소식

[함께 나눠요] 다 같이, 다 다르게

소식

<뚜렛히어로: 나의 입과 나>의 ‘뚜렛히어로’ 제스의 사랑스러움과 유쾌함을 전할 수 있다면 사람들과 힘, 에너지를 나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니 힘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어렵다고 생각했던 질문들의 답을 제스가 너무 명쾌하게 말함을 알 수 있었다. 

제스는 우리가 ‘완전히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권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우리가 완전히 새롭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제스는 종종 “다른 틱 다큐처럼 마트에 온 장면이야”, “뚜렛이 도서관에 온 장면이라니” 등 그동안 장애가 묘사되어 온 방식을 꼬집는다. 사회는 장애를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더욱 익숙하다.

뚜렛히어로:나의 입과 나 스틸컷1. 한 사람이 웃으며 앞을 응시하고 있다. 손에는 분홍색 반장갑이 끼워져 있다.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농인배우,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출연했다. 한국사회에서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으나 두 등장인물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장애를 이유로 “그럼 우린 친구네”라는 대사를 한다든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 ‘영희’의 스토리가 결국엔 장애인 언니가 있는 주인공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로맨틱한 남자주인공의 스토리로 어물쩍 넘어간다든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장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응당 요구되는 불편함, 편견, 극복같은 것들은 실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히도 이 외의 이야기들 역시  존재한다. 제스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이야기할 때 관객들은 비극이나 동정과는 다른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제스가 베케트의 극 <입>을 모티브로 한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장애를 극복하고 연극에 도전하는 제스의 이야기’로 함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에서 ‘연결’의 감각을 끊임없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케트의 연극 “내가 아니야”의 주인공 ‘입’과 틱과 함께 ‘말’하는 제스, 수어로 ‘연극’하는 샤르메인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말’하는 방법이 얼마나 많고 다양하겠는가. 제스가 만나는 사람들을 유심히 생각해 보는 것도 영화를 만끽하는 데 재미와 의미를 더해줄 수 있다. 이들의 각기 다른 자기소개는 또 한 번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고유한지 말하는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같고, 연결된 존재인지를 말해준다.

이 본질에 의하면 세상에서 누군가 ‘소외’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제스는 분명히 말한다. 소외는 적절한 자원이 없을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적절한 자원은 어떻게 했을 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신체적 ‘손상’ 때문이 아니라 다름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태도, 구조, 환경들 때문에 장애인이 되는 거죠.” 

적절한 자원이 없는 이유 역시 다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다름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정도가 아니라, 제스의 말처럼 “아주 특정한 몸과 마음만을 위한 세상” 이다. 생산과 소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몸, ‘정상’의 몸을 규정하고 그 이익과 요구에 맞춰서 환경을 구성한다.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이들은 그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렇게 짜여진 세상은 당연히 작고, 획일적이다. 그 모양에 맞추려면 나의 몸을 욱여넣어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좀 다치고 소외되더라도. 그 안에서 내 모습대로 살아갈 수 없더라도. 그렇게 세상은 둘로 나뉘게 된다. 철저히 “아주 특정한 몸과 마음을 위한” 것임에도 매우 넓은 ‘정상’의 세상, 그리고 “다양한 몸과 마음을 위한” 것임에도 매우 좁고 드문 세상. 개념적인 분리가 아니다.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 물리적인 분리가 일어난다.

‘밀려나는 몸’들은 어떻게 될까? 두 가지 세상이 분리된 채로 살아가다 보면, 이 공간에서 저 너머 공간의 몸과 관계 맺기 어렵다. 다양한 몸을 상상할 수 없다. 장애를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왜 익숙할까? 왜 비극적인 장애 묘사에서 동정과 혐오, 얄팍한 감정에서 비롯되는 생각과 행동을 쉬이 하는 걸까? ‘나’의 몸을 말하고, ‘너’의 몸을 마주하고, 그 관계성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세상을 조물조물 만들어갈 힘, 경계를 꼬물꼬물 흐리게 할 힘은 우리한테도 있다. 세상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고, 특정한 권력의 시장이 아니다. 다양한 몸과 마음을 가진 모든 존재가 살아가는 ‘장’이다. 분열적인 세상을 하나로 모아내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몸을 마주해야만 한다. 지하철에서 마주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뚜렛히어로:나의 입과 나 스틸컷3. 사람의 하관만 나타나 있다. 입을 벌리고 있고, 검정색 후드를 입고 있다.

“다 같이 하지만 다 다르게”

부끄럽지만 예전에는 운동에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빨리 해결되어야 하는 급한 문제가 있고 그래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인접근권을 실현하려면 오래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고… 일단은 어쩔 수 없이 그냥 해야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뚜렛히어로>를 보고 나니 그런 순서로 오는 세상은 없다. 어쩌면 여지껏 그렇게 와서 여전히 다 다른 방법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말을 할 방법을 못 찾았는지도 모른다. 천천히 가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급하게 끌 불이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럴 수록 다 같이, 다 다르게, 천천히 가자는 말이 하고 싶다. 지금은 교사가 된 서울인권영화제의 한 자원활동가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전교회장선거 후보 연설 영상에 밤을 새서 자막을 달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학교에 농인학생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막이 있는 영상을 경험했을 수백명의 학교 구성원들이 어떤 새로운 생각을 하고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가 중요하다. 제스의 12분짜리 연극을 본 사람들이 극장을 나가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 기대되는 것 처럼 말이다. 영상에는 자막과 수어통역이 있는 것이 당연한, 극장에서 누군가 소리를 내도 상관없는, 계단 옆에는 당연히 경사로가 있는 세상은 이런 새로운 경험에서 시작된다. 그러려면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는지도 제스는 말해준다. 

“모든 대화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화해야 한다. 아주 많은 수단과 방법으로, 빈번히. 생각이 같은 사람과도,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과도, 나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한 사람과도. 몸과 마음이 편안한 공간이 서로 같은 사람과도, 다른 사람과도. 대화는 나의 몸과 마음으로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를 알게 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대화가 세상을 만드는 모든 연대와 작업의 뿌리인 것이다. ‘입’이 쏟아내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쏟아내자. 제스가 사람들을 만나고 무대에서 마침내 ‘말’하는 것처럼 연결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내지르자. 다 같이, 하지만 다 다른 방법으로. 모든 방법이 고유하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에서 투쟁할 때 적절한 자원이 생기고 서로가 서로를 소외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남은 4월 동안 함께 대화 나누고 연결될 수 있는 연대의 장들을 소개하며 함께 나눠요를 마친다. 아직 영화를 통해 제스를 만나지 않았다면 제스를 꼭 만나길 바라며!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특별부록! 제22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투쟁일정

 

💡 시민여러분, 시민권 열차를 태워주십시오! 지하철 선전전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전 8시

○ 장소 : 대통령실역(삼각지역, 숙대입구역 방향 1-1 승강장)

○ 주최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장애인의 날 ‘거부하는 자’들의 장애인차별철폐날 기념식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전 10시 30분

○ 장소 : 63빌딩 컨벤션센터 앞

○ 주관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사전대회] 420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대회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1시

○ 장소 : 삼각지역 야외무대(10번출구, 파출소 옆)

○ 주최 : 한국피플퍼스트

 

💡 [본대회_1부] “The Struggle”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구축 촉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집중결의대회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1시 30분

○ 장소 : 삼각지역 야외무대(10번출구, 파출소 옆)

○ 주최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본대회_2부]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_

22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3시

○ 장소 : 삼각지역 야외무대(10번출구, 파출소 옆)

○ 주최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문화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문화제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7시

○ 장소 : 서울시청 서편 도로

○ 주최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지하철행동] 장애인권리입법・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지하철 행동

○ 일시 : 2023년 4월 21일(금) 오전 8시

○ 장소 : 서울도심 곳곳

○ 주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장애인평생교육법쟁취 결의대회 및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마무리 보고대회

○ 일시 : 2023년 4월 21일(금) 오전 10시

○ 장소 : 서울시청 서편 도로

○ 주최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일시 : 2023년 4월 27일(목) ~ 29일(토)

○ 장소 : 마로니에 공원

○ 시간표&프로그램 보러 가기: https://420sdff.com/

날짜별 상영 시간표

2023/04/19 수 ~ 2023/04/25 화
    103소식

    [울림 307호] 사랑스러운 점은 언제나🌸

    울림

     

    활동 펼치기와 활동가 편지, 애독자 엽서가 찾아왔어요
    서울인권영화제 울림 로고
    구분선
    서울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307호
    만든 사람들: 고운, 나기, 미나상, 송연, 요다
     $%name%$님, 꽃이 너무 일찍 져버린 봄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서울인권영화제의 최근 활동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아, 그리고 애독자 엽서 2탄이 찾아왔는데요! 참여해주신 분들께 소정의 선물도 드리니 많은 참여 기다립니다 😀
    구분선
    [활동 펼치기]
    월간 서인영을 시작하다
    3월호를 시작으로 출발한 “월간 서인영”. 이게 뭐지? 궁금하시다면, 그리고 3월호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소식을 봐주세요 🙂
    [활동 펼치기]
    나기의 2월 활동 후기
    “일단 시작해보고 조금씩 꾸준히 해봅시다. 그러다 가끔 불타오르고 충분히 휴식합시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구분선
    [애독자 엽서 2탄!] 잠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활동에서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고 잘 해왔던 점은 더 잘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를 애정하는 이유가 있다면,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니면 그냥 힘주고 싶다면! 정성껏 준비한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세요❤️
    구분선
    [활동가 편지]
    추운 봄날의 활동가 편지
    “사랑스러운 점은 언제나 있어요”
    자원활동가 요다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구분선
    서울인권영화제의 2023년 3월 수입 및 지출을 정리하였습니다.
    구분선
     새로운 후원활동가를 만나게 되면
    💝 월 100만원의 상임활동가 활동비를 조금이나마 인상할 수 있어요!
    💝 정기 상영회, 특별 상영회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어요!
    💝 내년 26회 서울인권영화제 예산을 마련할 수 있어요!
      🔥 정부와 기업의 후원 없이, 올해도 상영활동으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서인영이 될 수 있게 함께해주세요!
    구분선
    서울인권영화제
    hrffseoul@gmail.com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독립문로8안길 5-5 02-313-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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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울림

    [활동가 편지] 사랑스러운 점은 언제나

    소식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입니다~ 

    따뜻한 봄날이 와서 몸도 가벼워지고 괜히 노래도 나오고 산뜻했는데 

    어제는갑자기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차더라고요. 봄날에 추워서 새우잠을 자고 벚꽃은 다 져버렸겠지?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지 않을까? 하며 산책을 나갔는데 나무에 벚꽃이 한장도 없었어요. 그런데 흙 위에 널브러진 벚꽃 잎이 너무 예쁜 거 있죠.  아직 젖어있는 벤치에 잔뜩 묻어있는 벚꽃잎도요. 따뜻한 날에 갔던 벚꽃놀이에서보다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너무 추워서 호다닥 방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얼마전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라는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어요.

    사진. 비에 젖은 나무벤치에 젖은 벚꽃잎들이 잔뜩 붙어있다.

     “당신은 사랑스러워요.  사랑스러운 점은 언제나 있어요” 

    나무에 솜사탕처럼 피어있던 벚꽃송이도 비가와서 젖은 채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있는 벚꽃송이도 사랑스럽다니. 사랑스러운 점은 언제나 있다는 걸 손톱만한 꽃잎을 보며 새삼스럽게 깨달은 봄날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사랑스러운 점은 언제나 있다는 걸 느끼시나요? 

    사는 게 팍팍하고 아름답지 않은 세상이 될수록 오히려 순간의 아름다움, 사소한 것의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절망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힘이 생기고 동지가 기댈 옆을 마련해 놓을 여유도 생기니까요. 그러니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아주 열심히 작은 일에 폭소하고, 사랑을 느끼는 순간마다 마구 표현해야하겠죠. 그래서 저는 오늘 사랑스러운 울림 독자 여러분께 서울인권영화제와 함께해주어 너무너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어가렵니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여러분!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이제부터 여러분을 많이많이 만날 계획이에요~!  SNS 통해 소식 꼭 받아 보시고 사랑스러운 상영회들 함께 해요 🧡

    96소식

    [활동 펼치기] 월간 서인영을 시작하다

    소식

    월간 서인영 3월호 “학생인권 지지하면 다 퍼 가”, 다들 잘 받아보셨을까요?

    2023년의 야심찬 활동으로 계획한 것이 바로 서울인권영화제의 월례 정기상영회, 월간 서인영입니다. 매달 상영회라니…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하는 생각으로, 하수상한 세상이니만큼 많이 해보자! 하는 결의로 달리고 있답니다. 각 호마다 두세 명의 활동가가 팀을 이뤄 테마를 기획하고, 상영할 영화를 선정합니다.

    월간 서인영의 포스터와 상영작 소개가 책자 모양으로 합성되어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달 17일부터 2주간 첫 월간 서인영이 HRflix에서 열렸습니다. <명: 우린 같지만 달라>와 <유어 턴>, 이렇게 두 편의 작품을 상영했어요. 여러 지자체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개악의 움직임이 있어서 기획하게 된 상영회였습니다. 3월 17일부터 30일까지 400명이 넘는 분들이 HRflix에 접속했고, 60여 분의 관객이 영화를 보고 가셨어요.

    그리고 ‘함께 나눠요’도 읽어보셨나요? 아주 공들여 준비하는 글인데요, 영화를 징검다리 삼아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가들이 이 상영회/인권영화를 어떻게 보고 읽는지 알 수 있답니다. 영화 페이지와 함께 나눠요 모두 댓글도 남길 수 있으니 종종 남겨주세요 🙂

    4월호도 궁금하실 텐데요, 420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맞이하여 <뚜렛히어로: 나의 입과 나>와 함께 다시 찾아뵐 예정입니다. 그럼 곧 만나요!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88소식

    [재정 보고] 2023년 3월

    소식

    2023년 3월 서울인권영화제 결산표. 총 수입은 정기후원금 2천2백7십3만4백2십원, 총 지출은 운영비 백5십7만천6백원. 3월 증감액은 6십5만2천백8십원으로 잔액은 2천3백2십3만4백5십9원이다.

    32소식

    [함께 나눠요] 지켜라 학생인권, 지켜라 성소수자!

    소식

    장면들

    하나. 청소년 시기, 누군가 내게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다. 언니, 나 사실 그거야. 이런 식으로 말을 꺼냈던 것 같다. 그거? 나는 어림짐작을 하면서도 이렇게 되물었던 듯하다. 기억은 흐릿하다. ‘띵’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끄덕였다. 그 대화는 비밀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 정말 최선을 다해 그 친구를 “평범하게” 대했다.

    둘. 열일곱 살 때였던 것 같다. 작은 학교였고, 학생과 교사도 몇 안 됐다. 우리는 한창 “만약 선생님 아들이 게이라면”이라는 질문을 했다. 목적은 단순했다. 선생님을 당황시키는 것. 대부분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넘어갔고, 한 선생님만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런 거지. 다만 걔가 그렇다고 해서 괴롭힘을 받거나 차별을 받으면 내가 싸워야지.” 우리는 감명받은 얼굴로 오오, 하며 박수를 쳤다. 우리 사이에 ‘그런’ 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채로.

    괴짜 만들기

    한국에는 현재 6개의 학생인권조례가 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에서 제정 및 시행되었다. 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교육에 대한 권리와 함께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5조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말하면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의 법령에서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한 최초의 조항이다.

    나는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 복장과 두발에 대한 단속이 있었고 교사마다 자신만의 훈육법(아주 다양한 체벌 방식)이 있었다. 교실 게시판에는 교칙, 특히 용모 규정이 상세하게 인쇄되어 붙어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꽤 자주, 꼼꼼히 살폈다. (머리를 특정 길이 이상 기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삭발도 안 된다는 조항이 제일 웃겼다.)  사실 교칙 하나하나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차별을 강화하는 근거가 된다. 염색 및 펌 금지는 모든 학생들이 검정색 생머리로 다녀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곧 이주민 학생은 상상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눈동자 색이 조금 밝으면 렌즈를 꼈냐고 혼나고, 피부색이 조금 밝으면 뭘 발랐냐고 혼났다. ‘여학생’, ‘남학생’의 복장 및 두발 규정이 각각 엄격하게 달랐고, 요구되는 행동 양식이나 역할 모두 정확히 성별이분법적이었다. 학교에서 규정한 표준/정상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눈에 띄게 했다. 학생들 내부에서도 그런 ‘괴짜’는 기피하게끔 만드는 근거이기도 했다.

    우린 같지만 달라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노.똘.복 세 사람과 다른 사람 2명이 컴퓨터로 온라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림.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노, 똘, 복 세 사람과 다른 사람 2명이 컴퓨터로 온라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림.

    “2020년 서울의 한 마을에 청소년 퀴어 노랭, 똘추, 복순이 살았습니다. ‘노똘복’은 자신과 같은 퀴어 청소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영화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은 주인공(?)이자 감독인 노똘복의 친구 찾기 여정을 그린다. 친구 두 글자(!)로 뭉뚱그려지지 않는, 퀴어 청소년 동료시민을 찾고 만나는 여정이기도 하다. 길거리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기도 하고(누군가의 공격으로 찢긴 전단지를 다시 붙이기도 한다), 트위터에 홍보를 하기도 하고, 하나둘 연락해온 이들을 직접 만나러 가거나 줌 화면 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커밍아웃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또는 커밍아웃이 어려운 이유를 털어놓거나, 퀴어 청소년으로서 친구를 어디서 사귀고 만나는지 정보를 나누기도 하며 아니면 그냥 마라탕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수 차례 보면서 문득 청소년 시기의 몇 가지 장면들이 떠올랐다. 친구의 커밍아웃과 “선생님 아들이 게이라면” 테스트. 나의 불량한 기억력에 비해 이 장면들이 유독 생생한 이유는 그게 분명 불편한 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퀴어임을 말한 친구를 퀴어가 아닌 척 “평범하게” 대하려고 했던 것도, 그런 테스트에 웃고 떠들며 동조했던 것도, 부끄럽고 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혐오를 증명하다

    내가 그 두 장면을 기억하고 불편해하며 때로는 쪽팔리기도 한 건 시절을 거듭하며 차별을 감각했기 때문이다. 교육의 현장 안에서 차별을 없애고 권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끊임없는 발견과 실천일 수밖에 없다. 차별금지법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차별이 뿅, 하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 학생인권조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청소년에게 인권이 뿅, 하고 나타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근거와 힘은 된다. 어, 이거 이상한데? 이거 차별적인데? 말할 수 있게 하는 것. 말하더라도 맞지 않고 비정상으로 내쳐지지 않는 것.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에서는 내가 차별을 받는 것도,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도 보다 예민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악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해롭다. 용기 있는 말과 행동을, 온전한 ‘나’로서의 존재를 위태롭게 한다. 2018년, 충남에서는 주민발의안으로 인권조례를 폐지한 바 있다. 2020년 마침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시행 중이나, 올초 폐지 움직임이 다시 거세다. 여러 이유를 나름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제15조, 차별 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반발이다. 차별금지 사유로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폐지안과 개정안이 각각 발의되었다. 개정안은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하는, 개정이 아닌 개악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로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와 동료 시민이 상처 받고 싸워야 했는가. “빼야 한다”, 또는 “없애야 한다”는 것 모두 “너의 존재는 빠져도 된다”, “너의 존재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지난 3월 10일 종료된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는 폐지안과 개정안 모두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음 회기에서 또 다시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기에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화가 나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2월 서울시의회가 교육청에 의견제출을 요청한 학교 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은 이러한 움직임들이 결국 성소수자 혐오일 뿐임을 드러낸다. 조례안을 살펴보면 ‘혼인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정신적, 육체적 연합을 의미한다’,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개인의 불변적인 생물학적 성별을 의미하고, 이는 생식기와 성염색체에 의해서만 객관적으로 결정된다’와 같이 노골적인 성소수자 혐오·차별 조항들이 줄줄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보수 기독교 단체의 민원을 수리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이는 결국 해당 조례안이 어떤 의미인지 필터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수성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다.

    이는 성소수자 혐오·차별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비인격화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청소년 시기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탐구하고, 이에 기반하여 관계를 맺을 기회를 차단시키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자신들이 규정하는 ‘정상’적인 학생이 되어야만 한다는,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맹목적인 오만함은 참 뻔뻔하기까지 하다.  그 모습들은 결국 자신들의 혐오와 차별을 고해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학생인권조례가 소중한 이유를 방증한다.

    성소수자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

    성소수자가 여기 있음은, 사실 여기에나 저기에나 어디에나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명명백백하다. 학교 공간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시도가 계속 된다. 지난 2월 서울 시민청에서 진행되었던 제15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퀴어, 정의, 운동”의 <성소수자 없이 제대로 된 교육 없다> 세션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지은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성소수자’라는 말 자체가 교육과정에 들어간 적이 없”음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2022 개정교육과정 시안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로 ‘성소수자’가 드디어 등장하는데, 이마저 보수세력의 반발과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최종 확정안에서는 ‘성소수자’와 ‘성평등’이 모두 삭제되었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교육지원관은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인 청소년기에 교육과정 안에 성소수자가 사회적 소수자의 구체적 예시로 들어갔을 때 발생할 여러 청소년들의 정체성 혼란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과서에서 ‘성소수자’와 ‘성평등’을 지운다고 해서 퀴어 청소년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이주 외국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한 문장은 미미해보일 수 있다. 그 안에 “성소수자” 단어 하나는 더더욱 작아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순간 속에서 교실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보다 다양하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단어 하나의 삭제는 곧 그 기회의 박탈이기도 하다. 그리고 뭐가 어찌 됐든 간에 넣었다 빼는 것, ‘삭제’는 정말 굉장한 모욕이다. (화가 나니 잠시 숨을 돌리자.) 아무리 발악을 해봤자 성소수자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

    다음의 장면들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귀여운 그림체로 무지개 앞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명: 우린 같지만 달라>의 스틸컷. 귀여운 그림체로 무지개 앞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알량한 혐오와 차별 따위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할 수 없고 청소년을, 성소수자를 모욕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 동료 시민들은 그간 평등을 향한 투쟁을 경험하며 쌓아온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이 펼쳐나갈 다음의 장면들을 기대한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만으로도 상처가 쌓이고 굳은살이 베기기도 한다.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되물으며, 어렵게 낸 용기조차 다시 감추어야 할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노똘복에게 서로가 있듯이, 이들이 새로운 동료들을 찾아나서고 만났듯이, 무엇보다 그 시간 속에서 울고 웃으며 어깨를 맞댈 수 있었듯이 우리에게는 우리가 있다. 폐지나 개악을 외치는 이들은 우리를 상대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쉽지 않으리라고, 장담한다. 혐오는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이길 수 없음을 알기에.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 본 글은 고 변희수 하사 2주기를 맞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서 진행한 릴레이연재 중 하나로, 얼룩소(https://alook.so/posts/J5tyWl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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