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서울인권영화제 마로니에공원 장소 신청 완료! 다가오는 봄의 활동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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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영화는 누구나 차별 없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서울인권영화제가 공동으로 트랜스젠더가시화의날을 맞아 함께 영화를 보고 트랜스젠의 삶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자리를 가집니다. <엄마 나는 공주님이야> 영화(47분)을 보고 참가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가집니다.
– 일시 : 3. 30.(토) 16시 – 18시30분
– 장소 : 전태일기념관 2층 다목적공연장(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05 )
– 주최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X 서울인권영화제
– 대화의 시간
: 사회 | 한희(무지개행동)
: 이야기손님 | 한성(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노동∙정치∙사람), 연수(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인권팀)
* 영화 해설보기 : https://hrflix.org/film/엄마-나는-공주님이야/
* 참여자 수 파악을 위해 사전 신청을 진행합니다. 신청 없이 현장에 바로 오셔도 참여 가능합니다.
https://bit.ly/2024tdov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입니다. 봄날의 첫 울림을 반가운 소식으로 시작할 수 있어 기쁜 마음입니다. 그 소식이란 바로 바로… 서울인권영화제가 드디어 새로운 상임활동가를 맞이했다는 사실! 2022년 8월 이후로 1인 상근 조직으로 버텨오던 서울인권영화제가, 26회 영화제 개최 준비를 앞두고 소하님을 새 동료로 모셨습니다. 사실 ‘새’ 동료는 아니랍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자원활동가로 합류하여 열심히 활동해오셨던 분이거든요.
물론 걱정도 많습니다. 생계를 보장하기 어려운 활동비, 코앞에 닥친 사무실 계약 문제, 26회 영화제 개최를 위해 산더미 같이 쌓인 업무들… 하지만 소하님이 앞으로 서인영과 오랫동안 함께하며 인권활동가로서 마음껏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많은 응원이 필요한데요!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성원해주시고 마음모아주시고 후원 홍보도 사발팔방 부탁드립니다.
(혼자가 아니다! 야호!)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의 새로운 상임 활동가가 된 소하입니다. 지난번 울림에서는 자원활동가로 인터뷰로 찾아뵀었는데요, 상임활동가로 금세 다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10여 년간 게임기획자 일을 했었습니다. 게임기획자는 게임의 규칙을 문서화하고 다른 부서에 이를 전달하여 게임 개발이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만큼 기획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일에는 많이 능숙하다고 자부하는데요. 이 역량을 활동가로서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에는 게임업계가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을 하게 되면서는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게임업계의 현실은 즐거움을 추구하기보단 사행성을 통해 수익을 얻기에 바빠 보였습니다. 그래서, 과연 게임이라는 것이 사회에 이로운 것일까란 회의감이 종종 들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업계 내에서 종사하는 것보다 좀 더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남길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기획자 일을 그만두고 활동가가 되기로 한 이유는 그동안 활동가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현대사회에서 사회를 바꿔나간다는 점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 재학시절 노동관련 문제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였어요. 운동권이라고 하기에는 소소한 활동들 뿐이였지만, 나름 노동관련 집회에도 나가고 학내 등록금 투쟁도 했던 기억이나네요. 그러다가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서는 회사 일에 바빠 사회문제에 맞서 활동할 시간이 없었어요.그래서 더 회의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게임업계를 떠나 방황하는 세월을 1여 년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짧게 말씀드렸었는데요. 방황하는 동안 인권활동가의 꿈을 조금씩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인권단체에 가입해서 활동도 하고, 생계를 위해 오토바이 정비일도 하면서요. 그런 저에게 고운님이 상임활동가직을 제안해주셔서 기쁘게 받아드렸습니다. 저에게 상임활동가의 역할은 인생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운 님과 그리고 우리 자원활동가 여러분과 함께 잘 꾸려나가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소하 올림.
p.s. 서울인권영화제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고운 님과 제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을 더 열심히 펼칠 수 있도록 많은 후원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쌍둥이 자녀를 둔 어머니 ‘가비’가 나와 인터뷰를 한다. 가비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잔잔하게 다가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가비는 아이를 낳았다. 의사는 이 아이들이 쌍둥이 “형제”라고 말했다. 한 아이는 칼과 자동차를 좋아했고 한 아이는 칼과 자동차에 관심이 없었다. 대신 인형을 갖고 놀며 치마를 입고 싶어 했다. 아이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는 공주님이야.”
처음에는 소아과 상담을 통해 아이를 교정하려고 했다. 아이에게서 “여성성”을 지우고 “남성성”을 주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는 4살이 되던 해 자기 입으로 선언한다. “난 여자고 루아나예요.” 이게 무얼 뜻하는지 몰랐던 가비는 어느 날 8살 트랜스젠더 아동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비로소 루아나를 이해하게 된다. 새로운 정의와 만남, 루아나를 정의할 수 있는 개념과 접촉은 가비에게 어떠한 해방감과 사명감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루아나에게 필요했던 것이 교정이 아니라 존중이었다는 걸 깨닫고 자신의 딸이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제 루아나는 집에서 마음 편히 치마를 입는다. 인형을 가지고 논다. 루아나의 쌍둥이 오빠는 가비보다 먼저 루아나의 정체성을 알고 “너는 예뻐.”라고 말해주었다. 집안에서 루아나는 자신이 원하는 “공주님”으로 있을 수 있었다.
문제는 사회다. 성별 이분법이 명확한 사회는 어린시절부터 성(性)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나누어 생각한다. 루아나는 여전히 서류 상에서는 남자아이였고 유치원 선생님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나눠 줄을 세웠다. 루아나가 여자아이들 쪽에 있으려고 하면 이를 저지했다. 이듬해 가비가 유치원과 협의한 후 루아나의 반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나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그 과정에서 루아나가 다른 아이를 ‘전염’시키지 않을 거라며 “무해함”을 피력해야 했다. 트랜스젠더가 도대체 무엇을 ‘전염’시킨단 말인가? 또한 그렇다한들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루아나가 반에 전염시키는 것이 있다면 그 이름은 “성평등”, 또는 “젠더 평등”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을 던지기에 이 사회는 이분법과 편견으로 너무나 공고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희망이 깃든 파문을 일으킨다. 루아나가 법적 성별정정에 성공해 최초의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된다는 점도 고무적이지만, 아이와 만나는 주변 커뮤니티가 점차 변화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루아나가 자신의 성별을 트랜스(trans) 하여 성별정정을 한 것처럼 주변인들도 이분법적인 자신의 삶을 트랜스 하여 더 넓은 세상과 맞닿는다. 당장 가비만 해도 퀴어 앨라이로서 아이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되었지 않나. 처음에는 루아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모들도 점차 조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남녀로 분리되지 않아도 줄을 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루아나와 친구가 된 아이들은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과 남성이, 그리고 더 다양한 젠더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일 때, 그리고 내가 나를 존중하는 사회에 속할 때 우리는 보다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영화는 가비의 인터뷰를 통해 루아나가 어떻게 자신을 인식하고 긍정하는지, 또 그 과정에서 이해와 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면서 이분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 루아나는 자기 삶을 일구며 또다른 취향과 스타일이 생길 것이고 여러 경험과 만남을 통해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여성으로 성장할 것이다.
<엄마, 나는 공주님이야>는 서울인권영화제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공동 주최하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3.31) 기념 상영회에서 볼 수 있다. 상영회는 3월 30일 오후 4시 전태일 기념관 2층 다목적공연장에서 진행된다. 47분의 영화 상영 뒤엔 관련 활동가와 당사자 활동가,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우리의 경험을 복기하고 서로를 보듬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언제나 우리의 만남을 응원하며 글을 맺는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영화제 스크린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에 어떤 답을 내리는지가 바로 그 영화제의 정체성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지금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바로 그 작업, 상영작 선정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선정된 영화들은 여러 개의 섹션으로 프로그래밍되어 관객을 만나게 됩니다. 121편의 국내 공모작과 147편의 해외 공모작을 마주하다 보니 비로소 영화제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전체 회의를 하기 전, 각자의 자리에서 논의해야 할 영화를 보고 와야 하는데요. 홀로 영화를 보며 떠올린 생각 혹은 고민들을 매주 돌아오는 전체회의에서 내어놓습니다. 요샌 ‘과연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궁금해 하며 회의에 나가고 있습니다. 한 영화를 보고서도 각자의 감상과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기에 논의에 앞서 서로의 의견을 잘 반영하기 위한 방식 또한 합의했는데요. 치열하고도 평화롭게 영화 안팎을 살피고 영화 간의 관계를 고려하며 함께하고 싶은 영화들을 추려 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공모작 이외에도 26회 서울인권영화제와 함께할 인권영화들을 기대해주세요. 상영작을 논의하는 동시에 지금의 현실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펼쳐낼 것인지 매일 고심하고 있답니다. 해외작품을 찾기 위한 여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마다 온라인으로 모여 각자 찾아 본 작품을 이야기하고, 상영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엮어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열띤 토론을 벌인답니다. 최종적으로 상영하게 될 영화들을 모아 보았을 때 과연 어떤 색이 펼쳐질지 저 또한 무척 궁금합니다.
또 하나의 헤쳐 나가야 할 과제는 바로 2024년 서울인권영화제의 슬로건을 정하는 것! 슬로건은 그해 영화제가 표방하는 가치를 선명히 보여주는 말일 텐데요. 그간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 ‘우리의 거리를 마주하라’, ‘적막을 부수는 소란의 파동’과 같은 주옥같은 슬로건들이 있어왔습니다… 올해 서인영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 각자 지니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사무실 한쪽 벽을 슬로건에 대한 아이디어로 채워나갔습니다. 혼란한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요?
6월에 있을 영화제 현장에서 나란히 앉아 지금을 살피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남은 전체회의에서도 올해 서울인권영화제의 형태를 치열히 잡아나가 보겠습니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2년 만에, 26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찾아옵니다.
혐오와 차별, 낙인과 배제, 삭제와 검열, 답보와 퇴행이 거듭되는 암울한 시대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더 불온해지고 더 소란해지기로 했습니다. 서로를 마주하며 연대의 힘을 느끼고자 합니다. 그래서 올해 서울인권영화제는 6년 만에 광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4일,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와 다목적홀 공간 사용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심사는 4월 둘째주에 완료된다고 합니다. 불합리한 이유로 거절(검열)되지 않는다면 오는 6월 마로니에공원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는 6월 13일부터 16일, 다시, 광장에서, 거리에서 만납시다.
– 26회 서울인권영화제 개최 비용은 약 3천만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재계약과 겹쳐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 후원으로 2024년을 함께해주세요!
불온한 몸으로, 연약한 몸짓으로, 거대한 폭풍을
서울시가 4년간 지원해 오던 ‘장애인인권영화제’ 예산을 미집행하며 올해 ‘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2003년부터 장애인권과 장애운동을 스크린과 객석에 펼쳐 온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가로막겠다는 알량한 검열입니다. 이에 맞서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최 의지를 다지고, 이를 위해 연대의 힘을 모으는 기자회견이 지난 3월 5일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있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도 동료 인권영화제로서 분노의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고운 활동가의 발언과 함께 소식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입니다.
사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 서울인권영화제를 간혹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지난 상영작 중에 어떤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하시는데 저희 상영작이 아니어서 “혹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찾으시나요?”라고 여쭤보면 거의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이름도 비슷하고, 저희도 코로나 이전에는 마로니에공원에서 영화제를 진행했고… 무엇보다 서울인권영화제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나 ‘인권영화제’입니다. 인권영화제 활동가로서, 함께 분노하는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인권영화제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조직이면서 동시에 인권운동을 하는 곳입니다. 영화제로써 인권운동을 하기 위해 여러 활동가들이 모여 밤낮으로 고민하고 토론하고 준비합니다. 상영작들 역시 그러합니다.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인권영화들은 CGV나 롯데시네마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입니다. 자본이나 권력의 편이 아닌 인간의 편에서, 삶의 서사와 투쟁의 현장을 담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영화를 모아 상영하고, 관련 활동가들과 당사자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고,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인권영화제는 만남의 광장이자 연대의 공간입니다. 때로는 서로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고, 때로는 승리를 기념하거나 기원하며 투쟁의 의지를 다집니다. 한편 그러한 광장에서 누군가 차별 받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평등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한땀한땀 자막해설을 제작하고, 한국수어 통역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경로와 화장실을 찾습니다. 인권영화는 누구나 차별 없이 만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2003년 이후로 매년 장애인권과 장애운동의 현장을 담은 영화를 소개해왔습니다. 그 프로그램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장애인권과 운동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치열하게 연대의 광장을 열어왔습니다. 차별과 배제 없는 상영 환경 조성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배리어프리제작학교를 진행하며 이러한 시도가 영화제 바깥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귀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이러한 활동에, 서울시의 응답은 고작 ’선정 단체 없음’입니까?
지난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슬로건은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였습니다. 우리는 이 열차의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10년을 갇혀있고 누군가는 지하철 10분 지연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개찰구를 ‘시위 가는 거 아니냐’며 역무원이 막아섭니다.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을, 피켓을 든 장애인을 ‘불법’이라고 연행해갑니다. 우리가 원하는 열차는 그 누구도 막지 않는 열차, 누구나 평등하게 탑승할 수 있는 열차, 장애인이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열차입니다. 그 열차는 그냥 칙칙폭폭 달리지 않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마주하고 울림을 만드는 사회, 차별과 배제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 있는 그대로의 나와 너를 보는 사회,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혁명의 시작을 만드는 선언이자 약속으로 열차는 달립니다. 열차는 달리며 불평등한 세상을, 혐오와 차별이 당연한 세상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비문명’이라고 말도 안 되는 혐오발언을 일삼는 정치를 뒤로 하고, 명백한 블랙리스트로 검열하는 서울시를 딛고, 어떻게든 장애운동을 지우고 부수려는 ‘어둠’을 헤치고 열차는 달립니다.
사진2. 기자회견이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고운이 연대발언문을 읽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인천시는 인천여성영화제 “환란의 시대: 무너뜨리고 연결하기”에 대해 공모사업 지원을 핑계로 “퀴어 영화는 인천 시민 모두가 동의하지 않고 갈등이 생길 향을 끼친”다며 성소수자 관련 영화 상영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얼마 전 종로구청은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제에 대하여 ‘공원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로니에공원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참 다양한 방법으로 심의와 검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대한 서울시의 장애인인권영화제 사업 미선정 사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어둠을 헤치고 달리는 평등의 열차가 무서웠던 걸까요?
서울인권영화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96년도부터 사전 심의를 거부한 채 영화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전 심의 없이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은 ‘불법’이라 하여 거리로 나와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더 넓은 하늘을 향해 존엄과 자유를, 평등을 외쳤습니다. 때로 우리에게는 이 작은 앰프가, 몇 인치 안 되는 스크린이,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유일한 길입니다. 사회적 약자/소수자로서 배제되어 온 경험이 많은 이들일수록 이 연대의 광장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때문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지키는 것, 그 목적이 빤한 서울시에 함께 맞서는 것이, 지금 이 골때리는 검열의 현장을 함께 헤치고 달리는 것은 서울인권영화제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속이 빤히 보이는 장애운동 죽이기를 이제 그만 멈추길 바랍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미선정, 취소의 이름으로 심의와 검열을 계속하더라도 투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척박한 세상에서 21년 동안 뚜벅뚜벅 영화제 개최를 이어온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서울시가 무슨 수로 상대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 일인지, 이걸 해내는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이들인지,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불온한 몸으로, 연약한 몸짓으로,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어둠을 헤치고 끝내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가져올 이 열차를 더 이상 막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과 나의 해방에, 인권영화제의 한 식구로서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투쟁!”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