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다섯째 날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 영화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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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서울인권영화제 폐막은 평화바람 활동가들이 순례를 돌면서 만났던 이 땅의 투쟁현장을 담은 영화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였습니다. 25회 영화제를 개막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영화라니, 기분이 정말 이상하네요. 그동안은 영화를 관람한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었는데요. 이번에는 미리 감독님들을 모신 후 영화 관람 포인트를 듣고 영화를 보았답니다. 

 

발표회 모습. 딸기가 관객에게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

 

” 사람들을 만나보자,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뭔가 일어나지 않을까? 뭔가 불러일으켜지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만들었다. 95개의 현장 일정을 소화했는데 한 곳에서 2시간 이야기를 듣는게 우리 일이었다. “

” 운동이 서로 교차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사람이 교차해야 한다. 내가 잘 아는 곳, 아는 지역, 아는 주제에 한정하기 보다는 낯설고 잘 모르는 이야기더라도 가서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 그런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

-딸기

 

발표회 모습. 안창규가 관객들에게 영화 관람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

 

” 세월호가 있기 전에 팽목이 국제개발항구로 개발 예정이었다. 세월호 이후 미뤄지다가 9주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진도 안에서 다시 국제개발항구를 진행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팽목 그 자체에 의미가 있어 그 공간을 지키고 싶어하는 중이고 진도와 논의 중에 있다. “

” 공간의 이야기이자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지키고 싶은 공간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삶의 터전에 그 공간을 어떻게 지키고 살아갈 것인지에 초점을 두면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다. 이 현실 안에서 삶이 어떻게 위협받고, 그 안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삶 공간도 지키는지… “

-안창규

 

발표회 사진. 설해가 관객들에게 영화관람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

 

” 미군기지와 새만금으로 인해 서라진 644가구의 이야기다.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공간에 대한 기억과 관계가 여전히 남아있다. 평화바람의 기록을 엮어서 만든 영화인데, 이래서 기록을 남겨놓으면 언젠가 도움이 되는구나 생각했다. 할 수 있는 만큼 이야기를 꺼내놔야 하는 시대가 있는 거 같다. 지금의 그 시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다. “

-설해

 

이 땅에 얼마나 많은 투쟁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바꾸기 위해 외치고 있는지, 다들 얼마나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지 사실 우리는 정말 잘 알고있죠. 이 영화는 다들 잘 아는 그 사실을 온 감각으로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답니다. 11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갖고있지만 지루할 틈 없 잘 짜여진 영화인 거 같아요.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는 평화바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상영일정을 알 수 있고 상영회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요. 아쉽게 폐막식에 못 오신 분들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9월 21일 수요일부터 9월 25일 일요일 오늘까지, 5일간 진행되었던 25회 서울인권영화제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여러분이 있어 항상 우리는 함께 우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같이 길을 걸어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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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다섯째날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뿔 위의 생> 관객과의 대화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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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서울인권영화제의 마지막 날, 첫 상영작이었던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와 <뿔 위의 생>은 함께 상영되었습니다. 아침부터 극장을 찾아주신 분들과 이야기 손님으로 오신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김현우님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기후정의를 위한 개인의 실천이 거대한 구조 앞에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고민에 대해 변화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세상의 모든 변화는 모든 방식이 다 작동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 실천 하나하나는 너무 작고 조각난 것일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게 연결된다는 느낌을 가지면 신이 나죠. 서로 격려가 되고 그다음에 아까 얘기했던 기후 악당, 주범들도 더 가시화되고 이 조직, 이 기업이나 정부를 어떻게 혼내고 진짜 바꿀 수 있을지 방법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

사진1. 관객과의 대화 모습. 왼쪽부터 진행자 송연, 수어통역 혜진, 기후위기 비상행동 김현우.

 

영화 안에서 주민들이 석유시추사업이 들어오는 것을 두고 반대하는 입장과 지역의 경제성장 등을 이유로 찬성하는 입장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주셨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해주셨는데요, 어떤 산업 하나에만 의존한 발전이 아닌 어떤 지역이든 오염산업 말고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 오염산업에서 생기는 부담, 오염, 고갈이 어디에 쌓이고 있는지, 누가 이득을 얻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 힘을 낼 수 있는 이야기를 공유해주셨는데요, 모두 이런 마음을 가지고 힘을 잃지 않고 오래 함께 운동하고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기후위기를 사람들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원망스럽고 안타깝잖아요, 답답하고. 근데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 비양심적이어서, 자연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  기후위기가 경험해보지 못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굉장히 잠정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오는 재난이지만 깊게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중략) 그래서 저는 기후위기를 과학적 데이터보다는 느낌으로 나누고 전달할 것을 강조하는 편이에요.영화나 문화계 역할도 클 거예요.  숫자가 전하지 못하는 느낌이나 감정을 전할 수가 있죠. 재미나게 이런 걸 확산시키고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행동하지 않았다고 체념할 게 아니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렇게 하니까 효과가 있네? 이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변화가 있었어.  이렇게 우리 스스로 격려할 수 있는 방식으로 끌어나가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사진. 기후위기 비상행동 김현우가 마이크를 잡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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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넷째날] <애프터 미투>의 애프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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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저녁, 넷째날의 마지막 인권영화 <애프터 미투>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의 진행으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유경, <애프터 미투>의 이솜이(“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연출), 소람 감독(“그레이 섹스” 연출)까지 세 분의 이야기손님을 모셨습니다.

사진. 애프터 미투 관객과의 대화 모습. 왼쪽부터 진행 요다, 수어통역 수진, 감독 소람, 이솜이, 위티의 유경.

유경 활동가는 특히 스쿨미투를 이야기하면서 ‘피해자’를 ‘피해자’로 가두지 않아야 함을 말했습니다. 이들을 피해자라고만 하면, 이들은 피해밖에 말할 수 없기 때문에요. 구체적인 구조로부터 기인한 폭력이 분명한데, 불쌍한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차원으로 끝나버려서도 안 되고요. 이들이 피해자인 것만이 아니라 변화를 이야기하는 운동가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애프터 미투>의 마지막 에피소드 “그레이 섹스” 역시 피해자다움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여성의 성적 욕망을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구성, 각 에피소드에 얽힌 이야기 등을 묻고 답하며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진.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는 위티의 유경 활동가.
사진.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는 위티의 유경 활동가.

역시나 오픈채팅방도 후끈했는데요, ‘관객…’님은 “애프터미투는 다른 무엇보다 경험을 증언하고 기록하는 것이 어떻게 운동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기록하고 증언하고 기억하는 모두들 화이팅🥲”이라고 남겨주셨습니다.

사진. 소람, 이솜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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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셋째날] <코리도라스> 관객과의 대화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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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의 뜨거운 열기는 저녁까지 이어졌습니다. 6시 10분에는 [내가 세상과 만날 때]의 마지막 상영작 <코리도라스>의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회에서 세상과 불화하는 몸을 가진 존재들이 세상과 만나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고, 그런 삶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프로그래밍한 상영작이었는데요. 상영 이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류형석 감독님과 장애여성공감 진아 활동가님을 모시고 이에 대해 더 깊게 논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1. <코리도라스> 관객과의 대화 진행 현장. 무대에 왼쪽부터 자원활동가 나기, 성지윤 수어통역사, 류형석 감독, 장애여성공감 진아 활동가가 앉아있다. 객석에 관객들이 열댓명 앉아있다.

진아님께서는 미디어에서 흔히 장애를 타자화하고, 단편적이고 불행하게만 그리는 것과는 다르게 시인 동수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서 좋았다는 감상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제작 배경을 감독님께 들어보니 감독님께서 제작하실 때 이런 부분을 실제로 치열하게 고민하셨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한 관객분께서는 코리도라스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해주셨는데, 이에 대한 감독님의 답변에서 감독님이 고민하신 부분이 잘 드러났습니다.

“코리도라스는 사람들이 흔히 열대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 땅에서 떨어진 먹이들을 먹고 다른 물고기들에게 크게 피해 주지 않는 착한 물고기라고 나와 있는데 가끔 수면에 갑자기 올라왔다 내려가는 경우가 가끔씩 있어요. 그런 특성들이 처음에는 동수 형의 모습, 동수 형의 특성과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처음에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계속 찍어가면서 그리고 동수 형과 시간을 계속 보내고 나니까 사실 코리도라스의 특성, 동수 형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비유해서 엮은 건 제가 머릿속에 생각한 거였고,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찍어가면서 그런 상징이나 비유는 머리속에서 걷히고 그냥 박동수라는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제목을 계속 코리도라스라고 한 이유는 (…) 코리도라스라는 게 어떤 상징과 비유로 연결짓는 게 아니라 동수 형이 이 영화를 찍을 그 당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일 처음 시작을 박동수가 코리도라스를 사러 가는, 자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러 가는 것(을 담아봤어요). 지금은 다른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지내고 있거든요.” (류형석 감독)

한 관객분께서는 <코리도라스>를 통해  시인 박동수의 팬이 되었다는 감상을 남겨주시기도 하셨는데요. 단순한 수식어구로만으로 한정되지 않는 동수님의 매력이 담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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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셋째날] 명, 같지만 다른 우리! 웃음꽃 피어난 마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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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모습. 진행자 요다, 수어통역 명혜진, 감독 복순, 똘추, 노랭, 띵동 활동가 지희가 나란히 앉아있다. 노랭이 마이크를 잡고 말한다.

5시 10분부터 상영하는 <명: 우린 같지만 달라>를 감상하기 위해 5시 전부터 많은 분들께서 성미산마을극장을 찾아주셨어요. <명: 우린 같지만 달라>가 핫한 영화라는 걸 상영 전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노랭 감독님, 똘추 감독님, 복순 감독님 그리고 인권해설을 써주신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민지희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했어요. 많은 관객 분들이 계신 만큼, 많은 질문과 감상을 나눠주셨는데요,

관객 분께서 영화에 나오는 노똘복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시며 ‘차별금지법이 빨리 제정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전해주셨어요. 이 감상을 시작으로 오픈채팅 방에 많은 질문과 감상을 남겨주셨습니다.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모습. 이야기손님들이 앉아있는 뒷모습. 단차가 있는 객석에 관객들이 앉아있다.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모습. 이야기손님들이 앉아있는 뒷모습. 단차가 있는 객석에 관객들이 앉아있다.

“영화에 나온 ‘가까운 사람에게 커밍아웃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있을 것 같은데, 작품을 제작하시면서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라는 질문에 복순 감독님께서 촬영 이후에 실제로 커밍아웃을 했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이어서 ‘외부와 나를 단절시키는 반응’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퀴어 친구를 만나게 된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또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의미가 더욱 확장되기도 했는데요, 관객 분께서 영화의 첫 번째 자기소개와 마지막 자기소개가 다른 의도를 질문하셨어요. 노랭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퀴어로서 자기소개를 하고, 그 다음에는 그냥 나로서 소개하는, 좀 더 퀴어의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다르게 만들었다” 고 답해주셨습니다. 지희님께서 인권해설에 써 주신 “다양한 결을 지닌 총체적 한 사람” 과 연결되는 지점이었어요.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띵동의 지희 활동가가 명 감독 노똘복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관객과의 대화. 띵동의 지희 활동가가 명 감독 노똘복에게 질문하고 있다.

지희님께서는 띵동에서 하고 있던 띵똥식당, 띵똥포차 등 커뮤니티와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코로나로 인해 오래 중단된 것에 대한 갈증을 공유해 주셨는데요, 영화를 보시고 모임을 다시 열자는 다짐을 하셨다고 합니다. 앞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띵똥도 많이 찾아주세요 여러분! 

똘추 감독님께서는 이렇게 관객분들 반응을 직접 보고 이야기 나눈 게 처음이라서 좋다고 소감을 나눠주셨는데요, 관객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알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성미산마을극장에 오셔서 영화도 감상하시고, 관객과의 대화도 즐기시고 기념품 구경도 하고 가세요 여러분~!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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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셋째날]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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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셋째날이 밝았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과 관객분들은 눈을 떠주세요…

사진 1. 성미산마을극장 건물 외벽에 25회 서울인권영화제 현수막이 붙어있다. 건물 위쪽으로 보이는 하늘이 맑고 파랗다.

셋째날 첫 번째 상영작은 [삶의 공간] 섹션의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이었습니다. [삶의 공간]은 종종 개발이나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공간이 어떤 이들에게는 역사와 정체성이 담겨있는 소중한 삶의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프로그래밍 한 섹션입니다.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은 리니아 신칸센 공사를 바라보는 마을 안팎의  다양한 시선으로 관객을 초대하는데요, 영화 상영 후 김명윤 감독님을 모셔 영화 비하인드와 오시카무라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사진 2.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 관객과의 대화 현장. 무대 왼편에 자원활동가 노랭, 가운데에 성지윤 수어통역사, 오른편에 김명윤 감독이 앉아있다.

김명윤 감독님께서 오시카무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내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시면서 “영화를 만나게 되었다”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셨던 것이 인상깊었는데요. 오시카무라 주민들과 오랜 기간 함께 하시면서 만난 이야기를 충실히 영화로 담아내려고 노력하셨다는 것이 느껴지는 표현이었습니다. 

오시카무라를 갔는데, 공간에 압도되었어요.  거기 도착한 순간 ‘아, 이거 영화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분명히 여기서 오시카무라에서 내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이게 왜 오만한 생각이었냐면요, 만드는 게 아니라 만나는 거였더라고요,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일부러 만들려고 했다라기보다는 만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화가 이렇게 완성되는구나라는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김명윤 감독님)

마지막으로는 한국과 일본 여러 곳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관객분들과 만나면서 영화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오늘 찾아와주신 관객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시며 마무리했는데요. 감독님 말씀대로 사람으로부터 사람으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 인권영화의 힘 아닐까요? 오늘도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인권영화의 힘을 이어나가실 관객분들을 맞이하러 성미산마을극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남은 영화제 기간동안 쭈욱 관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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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셋째날] 저녁 8시, 춤을 춰! <무브@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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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8PM>, 그러니까 말하자면 저녁 8시에 춤추자는 거죠. 퀴어댄스팀 큐캔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무브@8PM>이 저녁 8시에 상영되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인권영화’로 불금을 보내는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 84분이 후딱 지나갔어요.

영화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에는 무려 다섯 분의 이야기손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큐캔디의 열렬한 팬이지만 오늘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대표하여 나온 지오 활동가, 연분홍치마의 활동가이자 <무브@8PM>을 연출한 빼갈, 그리고 박수갈채로 환영 받은 큐캔디 멤버이자 영화의 주인공 이안, 김유스, 돌! 진행을 맡은 서울인권영화제 나기와 성지윤 수어통역사까지, 무대가 꽉 채워졌습니다.

사진1. 무브@8PM 관객과의 대화 모습. 무대에 진행자와 이야기손님, 수어통역활동가가 나란히 앉아있다. 객석의 관객들은 삼삼오오 이를 지켜본다.

“큐캔디를 하면서 정말 이상한 두 세계에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어요.”

– 빼갈

<무브@8PM>의 이안, 김유스, 돌은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퀴어댄스팀 큐캔디에서 춤을 추고 세상에 말을 건네고 싸움의 현장과 연대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농성장에서도 큐캔디의 기운을 여러 번 받았는데요, 그 기운을 세게 받은 지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삶 곳곳에 묻어있는 차별의 이야기들이 이 영화에서도 드러나고, 이렇게 연결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지오

사진2.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 중인 마을극장. 객석 왼편에 문자통역사가 있다.

나기님은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내가 이 자리에 살아있음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 보며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이에 대해 이안님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퀴어로서 지워지고 배제되는 경험을 삶에서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더 많이 드러내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큐캔디도 항상 ‘퀴어댄스팀’이라고 소개를 해요. 그냥 ‘댄스팀’이 아니라.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내가 누구인지 계속 생각하면서 살고 있고, 그렇게 살아갈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 저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감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안

사진3. 관객과의 대화 중 서울인권영화제 오픈카톡방 스크린샷. 관객들이 저마다 큐캔디에 대한 팬심, 그리고 영화를 보고 궁금한 점을 남긴다.

그리고 오픈채팅방에 꽉 차도록 질문과 팬심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왔는데요, 마지막으로 “혐오를 견디는 법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오님은,

“잘 싸우는 존재가 되자고 하고 싶어요. 그래서 큐캔디가 소중한 것 같아요. 혐오에 견디는 법은… 글쎄요, 견디지 말고 싸워요, 우리.”

라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힘을 북돋웠습니다.

불금의 기운을 잔뜩 주고받은 시간! 이 기세로 우리 쭉 함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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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셋째날] <섬이없는지도> 관객과의 대화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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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삶의 공간] 섹션 두 번째 상영작 <섬이없는지도>의 상영이 이어졌는데요,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이 주로 오시카무라의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섬이없는지도>에서는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제주도를 둘러싼 개발 이슈 뿐 아니라 예멘 난민과 관련된 상황과 홍콩 민주화 운동까지 다양한 존재들의 이야기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상영 이후에는 김성은 감독님과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활동가 타리님을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지금 해외에 계신데도 줌으로 참석해주셔서 소중한 시간 함께해주셨습니다.

사진1. <섬이없는지도> 관객과의 대화 진행 현장. 무대 왼편에 자원활동가 미나상, 가운데에 성지윤 수어통역사, 오른편에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타리가 앉아 있다. 이야기 손님 뒤에 있는스크린에 김성은 감독이 줌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감독님께서는  “제주에 살고있는 원주민과 그곳에 오는 이주민. 그리고 개발에 반대하고 찬성하는 사람. 나눠서 생각하는 것보다 이분법 자체를 지양하는 방향성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영화를 제작하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들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활동가 타리님께서는 평소에 하고 계셨던 고민과 연결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내가 이 땅에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감각이 대체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사실 그건 내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땅에 대한 지배나 수탈이 제주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피해 경험으로 남아있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어떤 자격이 있는 순서가 왔을 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무리해서라도 내가 당사자고 당사자 외에는 자격이 없는 것을 만들어내야만 내가 생존할 수 있다는 감각도 되게 크지 않을까”라며 영화의 핵심인 땅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 짚어주셨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타리님께서 “갑자기 제가 사는 곳에 도로가 뚫릴 수도 있고 누구도 이 문제에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는데요. 이분법에 저항하는 몸들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존재에 대한 사유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주셨습니다. 

2소식

인권해설: <기다림>

인권해설

방글라데시를 떠나온 섹 알 마문 감독의 영화 <기다림 Why not>(2020)은 50여 년 전 방글라데시 해방전쟁 시기 전시강간 피해여성들의 증언으로 시작된다. ‘시작된다’고 했지만, 그 시작은 카메라가 포착한 주저함, 망설임, 불안한 몸짓을 통해 가까스로 열린 말문이었다.  감독은 한국에 이주한 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방글라데시 해방전쟁 기간 동안 자국의 여성들이 겪었던 강간피해와 그 이후의 삶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비랑고나(Birangona)와 일본군 ‘위안부’의 중첩된 증언을 통해서 강간 피해 이후 고향이나 고국으로 돌아와도 온전히 돌아올 수 없었던 시간들을 비춘다. 이들의 증언은 국가의 책임을 추궁하는 외교문제의 틀을 벗어나, ‘사회의 무능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1971년 12월 22일자 <뉴욕 포스트>에는 ‘영웅으로 불리는 강간당한 뱅골여성들(Raped Bengalis Called Heroes)’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971년 방글라데시 해방전쟁 기간 동안 수십만 명의 여성이 파키스탄 군대에 의해 강간을 당했고, 이러한 대규모 강간사태에 대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피해여성에게 ‘비랑고나’라는 칭호를 부여했는데, 이는 벵골어로 ‘용감한 여성’을 뜻한다. 그러나 이 칭호는 점차 방글라데시에서 ‘불명예스러운’ 또는 ‘침해당한 여성’을 의미하거나, 강간, 임신중지, 자살을 상기하는 표현이 되어 갔다.

여성이 외부로부터 격리된 채 살아가는 전통적인 벵골 촌락 사회에서 강간 피해생존자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이에 당국은 ‘영웅 선언’을 통하여 그녀들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재통합’을 꾀했지만, 무슬림 아버지들과 남편들은 자신의 딸을, 아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귀환한 일본군 ‘위안부’들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들은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떠나온 마을로 돌아와 살 수 없었고, 가족에게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혹은 말하지 않았다). 피해 생존자들의 삶은 귀환 후에도 ‘미귀환’의 시간 속에 놓이게 된다.   

9개월의 분쟁 기간 동안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수많은 피해생존자들이 당시 무엇보다 원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임신중지’였다. 경제력 있는 집안의 여성들은 캘커타의 병원으로 보내져 수술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은 출산을 위해 인도로 이주하거나, 자살하거나, 영아살해를 시도했다.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출산을 했고, 포화처럼 쏟아지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아이를 길러야 했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여 벵골 출신 여성 전문가들은 ‘사회 복귀’를 위한 모임을 만들어 임신중지 시술과 직업훈련에 조력하며 연대했고, 런던, 뉴욕, 로스엔젤레스, 스톡홀롬 등지에서 페미니스트 단체가 이 문제에 대응할 기구를 만들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전시성폭력에 초점을 맞춘 국제원조가 조직된 것이다. 

대규모 전시성폭력은 1971년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방글라데시의 사례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시성폭력과 대규모 강간이 그 복합적인 후유증까지 포함해 진지하게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1971년, 미국에서는 강간위기센터가 문을 열었고, 토론의 장(場)에서도 강간은 ‘성행위’가 아니라 ‘성범죄’로 새롭게 정의되는 등 성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이 가까스로 생겨났다. 무엇보다 당시의 페미니즘 운동이 강간을 정치적인 문제로 보는 새로운 인식을 가능케 하고, 원치 않는 임신의 해결책으로서 임신중지를 실용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덕분에 대규모 강간 사태에 주목하는 국제 공조라는 결정적인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아정(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InternationalWaters31)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nternationalWaters31은 회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을 당한 M과 연대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외국인보호소는 체류기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힌 비(非)국민들이 ‘보호’라는 명분하에 철창 속에 ‘구금’되어 그 삶을 유예당하는 곳입니다. International Waters는 ‘공해(公海)’, 즉 국경이 없는 모두의 바다라는 뜻이고, ‘31’은 한 달을 채우는 하루‘들’의 합산을 의미합니다. 31명이 모여서 M의 하루들을 번갈아 채워나가며 구금 트라우마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려는 바람을 담았어요. 지금은 탈시설운동으로 문제의식을 확장하여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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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권해설

인권해설: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

인권해설

장소를 지키는 일은 용감하고 동시에 슬픈일이다. 청계천 기술자들과 유통 상가가 밀집된 입정동의 철거가 201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에 을지로는 공사장이 되었다. 수천명의 기술장인들과 상인들이 비자발적 이주를 하거나 폐업했다. 을지면옥이 강제 철거 당했고, 맛집으로 소문난 갯마을 횟집이 사라지고, 안성집도 사라졌다. 40년 넘는 생산의 공간이 불시에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바뀌고 있다. 리슨투더시티 작업실이 있는 을지로 수표동도 지난주부터 본격적 철거가 시작되었다. 만선 호프가 을지 OB베어를 내쫓은 바로 그 동네이다. 타일 가게들과 공구가게가 밀집된 이 지역도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아는 을지로는 반절도 채 남지 않았다.

국가와 서울시는 일자리가 줄어든다 우려하면서 한쪽으로는 수천 명의 일자리를 당당하게 빼앗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의 생산 기능을 담당하는 을지로, 동대문, 문래, 영등포를 축소시키고, 아파트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광풍에 서울 아파트 가격은 몇 년 사이 무려 25%가 올랐고, 무리해서 빚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의 다수가 치솟는 금리로 감당 어려운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은 빚이라는 폭탄을 안고 상당수가 파산의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국가와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건전한 일자리는 없애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은, 아니 한국은 점점 위험한 부동산 사회가 되고 있다. 

일본 나가노현 오시카무라 마을의 풍경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산과, 마을을 소환했다. 천성산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 765KW 송전탑을 막기 위해 애를 썼던 밀양의 사람들,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 그 외에도 마을과 골목과 산과 강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떠오르는 영화이다.  

한국 정부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KTX를 건설하기 위해 무려 86개의 터널을 뚫었다. 그중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금정터널은 무려 20.3km,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 중 하나이다. 터널을 뚫는 게 대수냐 생각하겠지만 산에 터널을 뚫으면 산의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계곡이 마르게 되고, 지반이 침하된다. 고속철도가 터널을 지날 때 소음 및 땅이 울려서 겨울잠을 자는 양서류, 포유류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일부 학계는 천성산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도롱뇽 따위나 지키겠다고 국책사업 손실을 만드는 환경운동이라 프레임을 씌웠다. 산을 뚫지 않고 옆으로 철로를 내는 방법도 있었으나 국가는 결국 산을 뚫었다. 슬픈 일은 자연도 파괴되었지만 개발을 둘러싸고 작은 보상비라도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들과 돈보다는 자신의 땅을 지키겠다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으로 공동체가 파괴되었다는 사실이다.

사이먼 피코트 씨와 그의 가족들이 사는 이 산골 마을도 고도의 부동산 우리가 겪는 슬픔을 겪고 있다. 영화 등장하는 한 고등학생은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라고 묻는다. 그에 대해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양복을 입고 백지 같은 표정을 짓는 공무원들은 서로를 멀뚱히 쳐다볼 뿐이다. 기가 막힌 일은 터널이 뚫리고 공동체가 파괴된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치를 상실한 개발은 결국 사람들의 삶과 자연을 앗아갈 뿐이다. 그것이 개발주의와 관료주의가 뒤범벅된 사회의 얼굴이다. 개발이 지속된다면 사람들의 삶과 추억과 숱한 생명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공간은 천천히 그 찬란함을 잃어갈 것이다. 마을의 빛과 공기가 생기를 잃어가는 과정을 보는 일은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속에서 공간을 지키려는 용기는 부서져 가는 사회를 붙잡는 단단한 힘이 된다. 공간을 지키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연대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은선(리슨투더시티)


리슨투더시티 www.listentothecity.org

리슨투더시티는 2009년에 시작했으며, 미술, 디자인, 도시계획,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소규모 그룹이다. 리슨투더시티는 한국 환경적, 사회적 무책임, 부동산 만능주의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의문점을 가지고 시작했다. 우리는 지속가능하고 회복력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페미니스트적 관점으로 도시를 사고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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