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울인권영화제, 전쟁없는세상, 한베평화재단이 함께한 두부의 병역 거부 상영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상영회는 권위주의와 군사주의가 팽배하는 평화 불모지 한국에서 대체복무제라는 결실을 얻어내기까지의 병역거부 활동을 다루는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 상영을 시작으로, 완전 거부로써 현행 대체복무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두부와의 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징집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세상에 병역 거부라는 도전장을 내밂으로써, 군대와 전쟁은 없고 평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은유하는 듯한 구성이었습니다.
대체복무제는 2001년부터 이어진 병역거부 운동의 결실로 2020년에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대화와 비폭력의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가는 선택지가 존재함을 공표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현행 대체복무제는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을 존중하는 방향이 아닌, 병역거부자를 단죄하고자 징벌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체복무를 신청하려면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위원회의 절반 이상은 국방부, 병무청 그리고 국회국방위의 추천 인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심사는 신청자가 얼마나 평화적인 신념을 지니고 살아왔는지를 취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는 군사주의적이고 자의적인 시선으로 평화를 재단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대체복무 신청 요건은 현역입대가능자로 한정되어 있어 있습니다. 기존 형태의 복무를 진행 중인 이들에게는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입니다. 이는 신념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상황과 필요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방식입니다.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병역거부자는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합숙 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는 육군 기준 현역 복무 기간의 두 배에 달합니다. 대체복무가 진정으로 평화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되려면, 복무 기간이 인권 기준에 맞게 조정되어야 하고 복무 분야 역시 소방·보건·재난·돌봄 등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이 계속되고 있고, 한반도 역시 여전히 대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평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그 논의에서 군에 대한 이야기는 빠질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군대란 단지 특정 기간 동안 군에 복무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정상과 비정상, 특권층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가르는 기준으로 통용될 뿐 아니라 사회적 갈라치기를 위한 주요 의제로 사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안보라는 미명하에 폭력과 학살의 도구로 기능하는 군대의 본질은 쉽게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곤 합니다. 오늘 상영회는 대체복무제에 대한 회의에 더불어 평화 또는 무력의 사용과 같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다룸으로써, 이러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두부의 병역거부를 도화선 삼아 병역 자체에 대한 회의와 질문이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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